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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오브 서울 46화 (46/226)

[게이트 오브 서울 46화]

면접

“국회는 이 일을 절대적으로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들이 모인 회동에서 화가 난 대통령 성현제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회의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대통령이 나가자, 야당 의원들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터트리거나 담배를 꼬나물었으며, 일부 여당의원들 또한 실소 가득한 얼굴로 대통령이 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추경 예산안이 부결된 일 때문이었다.

대통령은 설득을 시도했지만, 저들은 막연하게 귀를 닫고서 했던 말만 반복했다.

추경 예산은 경기도에서 만연하는 만성적인 주거문제의 해결을 위한 보급형 아파트의 추가 건설과, 서울방벽의 추가적인 감시 및 보강에 사용하려던 것이었다.

특히 방벽 보강에 대한 예산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게, 말이 좋아 방벽이지, 폐건물을 벽으로 삼거나 건물 사이의 도로만 막아놨거나, 산에 작은 담벼락을 올린 게 대다수였기에 벽을 보강할 병력이나 장비가 반드시 필요했다.

더군다나 가끔 방벽을 뛰어넘는 와이번들이나 방벽을 타고 올라오려는 드레이크들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예산이었다.

대통령과 국방부는 방벽을 보강하면서도 병력손실이 없을 무인장비를 도입하기 위해 추경예산을 사용하고 싶었으나, 여야지도부 측에서 나라에 더 필요한 곳에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이 부족하여 불법적인 헌터들이 자기들만의 독자적인 진입로를 만들고 있음에도 그저 입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 잘못하다가 그곳을 통해 괴수들이나 감염자들이 서울 밖으로 나오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매우 위험하고 필요한 사항인데도 저들은 귀를 막았다.

반대를 위한 반대이고 이를 통해 현 정권이 무능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거겠지.

대통령은 밖으로 나가, 궐련에 불을 붙였다.

야당 의원들 중에 가장 큰 세력을 차지하는 제1야당 놈들이 가장 미웠다.

사태가 터졌을 당시, 국민들을 버리고 자기들끼리 살기 위해 망명을 시도하다가 분노한 국민들에 의해 정권이 전복되기까지 한 놈들이, 국가가 전복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에, 자신들의 짓거리는 이미 잊고서 마치 이 사태가 모두 대통령, 성현제 자신 때문인 것처럼 굴었다.

마음 같아선 이것들을 전부 죽이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국가비상상태에 따른 계엄령도 내려져 있고 대통령의 권한도 막강하니….

‘아니, 아니지.’

성현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독재자나 할 짓이지. 그래, 내 권한이 막강하니까 견제를 하는 거야.’

흥분을 가라앉힌 그는 당장 어떻게 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 여야지도부의 일은 일단 접어두고 다른 것을 생각해보았다.

어제 새벽, 아영이 그에게 올린보고는 석민이 천국의 문 교단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놈들은 불법 무기 소지나, 사병집단을 양성한다는 의혹을 받으며 보고서에서 다른 곳보다 더 많이 거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증언이나 물증을 잡기 매우 힘든 집단이었다.

무기와 사병들은 바지사장을 앞세운 경호업체나 무기 수입 업체였으며, 자금 또한 합법적으로 융통되었기 때문에 제재를 가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정부 내에서도 동조자가 있는지 수사 또한 난항을 겪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 교단에 아영과 석민을 잠입시킨다면?

교단 내부의 정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이비 놈들의 사병이 1만이나 된다는 것을 믿을 수 있어야지.’

성현제는 심문을 통해 얻은 정보를 이미 여러 번 읽었으나, 이것이 사실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자기 스스로 첩보나 심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진 않았지만, 고문을 통해 얻은 정보를 그대로 신뢰한다는 것이 멍청한 일이란 것쯤은 알았다.

‘아영 대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과거 군사정권은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고문을 했잖아.’

그는 설마 석민이 고문을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처음 해당 정보를 받고도 기분이 조금 언짢았다.

그러나 그들이 자체적으로 사람들을 보내 드래곤하트 수급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서울로 진격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보고는 기가 막혀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자식들은 진짜로 서울에 있는 그것이 천국으로 향하는 문이라 생각하는 걸까?

성현제는 한숨처럼 연기를 내뿜었다.

아마 그들은 진실로 믿을 거 같았다.

‘듣기로는 교주라는 놈이 기적을 펼친다고 하던데, 그걸 진짜라고 여기고 믿는 건 아니겠지?’

교단 사람들이 홍보목적으로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에 올린 기적의 발현은 그도 몇 번 보았었다.

잔뜩 모인 교인들을 뒤덮는 강렬한 불빛과 아픈 자를 치료하는 기적, 그걸 진짜로 믿는다고?

‘사이비들이 뭐 다 그렇지.’

짧아진 담배꽁초를 한 번 쳐다본 성현제는 꽁초를 재떨이에 눌러 비볐다.

교단을 감시하는 정보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은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정보원들이 가지고 오는 정보는 교단에서 사병을 양성하지 않는다는 둥, 석민이 말한 정보와 맞지 않았다.

‘다른 헌터들을 처리하는 것엔 차질이 생기겠지만, 그를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교단이 서울로 진입하는 불상사는 절대 생겨선 안 돼.’

교단이 아무리 반정부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한다고 해도 그들은 일단 이 나라의 국민이었다.

대통령으로서, 그들이 함부로 서울로 진입해 대규모 사상자를 발생시키도록 만들게 내버려 둘 수 없는 것이다.

거기다 자칫 잘못하면 교단의 행동으로 인해 간신히 지켜지고 있는 경기도의 치안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원래의 취지와 맞지는 않지만, 그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겠군.’

생각을 마친 대통령은 아영에게 명령을 내리기 위해 비화(秘話)폰을 꺼내 들었다.

***

“교단으로 들어가서 정보를 수집하라고?”

아영의 말에 석민은 부정적으로 고개를 내저으며 혀를 찼다.

“예상 못 한 것은 아니지만, 교단이라니? 우리가 서울로 들어가서 헌터들을 잡는 건?”

아직 일에 착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이 원래 하려던 목적을 바꿔 다른 지령을 내리니 석민으로선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래도 교단이 천사와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알게 된 상황에서 더 많이 정보를 얻을 기회가 아닙니까? 우리에겐 좋은 기회입니다.”

아영이 다독이듯이 말했지만, 석민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그냥 닥쳤으니 마침 잘됐네, 식으로 무계획적인 방식은 그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가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줄 알고? 그리고 그놈들 내가 쓰는 총의 탄환을 추적 중인데 그들 밑으로 가라고? 게다가 나만 스카우트를 한 거지 너는 모른다고.”

“네, 그러니까 석민 씨가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뭐라고?”

“자기들을 공격한 자가 설마 자기들 밑에 있다곤 생각지 않겠지요. 그들의 신뢰를 얻게 된다면, 의심을 받지 않을 테고 추적을 받을 염려도 덜게 될 겁니다. 거기다 제가 손 좀 본다면 아예 후보 선상에서 빠지게 될 거고요.”

“뭘 하려고?”

라고 말을 하긴 했지만, 석민은 그녀가 무엇을 계획 중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제가 석민 씨의 빈토레즈를 빌려서 교단 시설을 공격할까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교단에서는 저를 추격할 것입니다. 이 작전을 시작하면서 저의 인적사항을 비롯해 주민등록번호도 전부 말소시켰기 때문에 추적이 어려울 것입니다.”

그 말에 석민이 팔짱을 끼고서 잠시 고민하는 듯 보였다

“너무 위험할 것 같은데.”

여전히 부정적인 그의 말에도 아영은 괜찮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절대로 무리가 아닙니다. 그 정도는 껌이죠.”

똑 부러지는 단호한 아영의 말에 석민은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자신의 걱정은 기우에 가까웠고, 한편으로는 오만이었다.

아영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UDT 해군사관이었다. 예비군으로 구른 자신보다 당연히 경험이나 전문지식이 많았다. 아니, 많아야 한다.

석민이 입을 다물고 다시 고민에 빠지는 차에, 아영은 내심 그가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는 듯 느껴져 자존심 상하는 중이었다.

‘아니면 날 걱정해주는 거나.’

그녀의 입장에선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든 간에 쓸데없는 고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석민은 그저 2명이서 따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일 뿐이었다. 같이 활동해야 더 행동하기 편하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자신 있게 말하니, 그는 아영을 믿기로 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렇지만, 바로 하진 말자고. 아직 가서 해야 할 게 뭔지 모르니까.”

석민 말했다.

“그것보다 다른 문제가 있긴 한데.”

“그게 뭐지요?”

이번 안건에 대해서 이제껏 부정적인 말만 내뱉은 석민이기에 아영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그놈들, 종교단체잖아? 분멸 날 전도하려고 할 텐데, 설마 놈들이랑 같이 기도하고 경전을 읽으란 말은 아니겠지?”

석민은 진심으로 역겨운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 살던 옆집 아줌마가 독실한 교회 신자였는데, 맨날 찬송가 부르고 방언기도 한다고 이상한 소리나 지껄였는데, 그걸 따라 해야 한다는 거잖아.”

석민은 종교를 한 번도 믿은 적 없는 신실한 무교자였다. 찬송가와 기도는 천왕성과 지구 사이만큼 먼 남자였단 소리다.

아영은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석민을 외면했다.

“아, 이러기야?”

석민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좋아, 알았어. 일단 전화는 해보자고.”

석민은 박재만에게 받은 명함을 꺼내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몇 번의 통화음 만에 연결된 전화를 통해 석민은 박재만과 3일 후 만날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

박재만이 석민에게 만나자고 한 장소는 성남에 위치한 교단 소속의 건물에 있는 한 사무실이었다.

그 건물은 12층짜리였는데, 천국의 문 성남교구의 교회도 입주해 있는 곳으로, 박재만의 집무실이었다.

“앉으시죠.”

석민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박재만의 뒤에는 사무장 김지형이 서 있었고, 응접용 소파와 의자엔 2명의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곳을 자리로 권하는 박재만을 보며, 석민은 본능적으로 무언가 위험을 느꼈다.

게다가 맞은편에 앉은 남자 2명은 훈련을 꽤나 받은 자들로 보였고, 경험도 많아 보였다.

그중 한 명은 떡 벌어진 어깨, 뚜렷한 이목구비와 작은 얼굴, 잡티 하나 보이지 않는 매끈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남자인 자신이 봐도 놀라 시선이 고정될 정도였다.

여기 사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 좀 창백하긴 했으나 그게 남자의 준수한 외모를 가리진 못했다.

‘연예인인가?’

잘생기긴 어디 유명 아이돌 뺨치게 생겼으나, 석민이 보기엔 사람을 죽여본 자의 얼굴이었다.

아영이 그자를 보았다면 판교에서 본 얼굴이라 알려주었을 것이나, 석민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교단 소속의 헌터로 교단을 위해 서울에서 몇 번 사냥작업을 진행했으며, 서울에 들어가지 않을 땐 교단 소속의 경비업체에 소속되어 대원들을 이끄는 대장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김성훈 씨. 제 뒤에 있는 친구는 김지형입니다.”

“김성훈입니다.”

석민의 인사가 끝나자, 김지형이 자신의 넥타이를 고쳐 잡은 후 자신의 소개를 했다.

“김지형입니다.”

자연스레 석민의 시선이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2명에게로 흐르자, 그들은 살짝 묵례를 했다.

“박선우입니다.”

가장 잘생긴 남자가 말했다.

“이선재입니다.”

같이 있던 남자도 말했다.

“명함을 보셨겠지만, 다시 소개를 해드리자면, 저는 천국의 문 교단의 성남교구의 담임목사로 있는 박재만입니다. 그냥 편하게 박 목사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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