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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오브 서울 42화 (42/226)

[게이트 오브 서울 42화]

해결사가 돈을 마다한다? 뭔가 다른 것을 원하는 것일 테고 그녀에게 더 부담이 가는 일이면 이쪽이 손해였다.

‘무슨 속셈이지?’

자신이 처한 상황도 마다하고 그녀는 석민을 의심 가득한 눈으로 보았다.

“돈은 안 받도록 하지. 다음에 내가 뭔 일이 생기면 도와주는 게 어때?”

그녀는 석민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생각을 해보았다.

의심 가득한 혜원의 시선과 마주치자 석민이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

“내 훌륭한 거래처를 잃을 수 없지. 그리고 무기수급을 원활하게 하려면 네가 죽으면 안 되니까.”

‘아, 그런 건가.’

석민이 한 말 그대로 믿진 않지만 혜원은 일단 넘기기로 했다.

“그거 정말 고맙군.”

빈정거리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석민은 짐을 옮기기 위해 몸을 돌린 순간, 컴퓨터에서 전자음이 들려왔다.

“뭐야?”

그의 물음에 혜원은 CCTV쪽 화면에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3대의 봉고차와 1대의 고급 세단이었다.

석민은 창가 쪽으로 가서 창문을 살짝 열고 그 차에서 나오는 놈들을 내려다보았다.

‘저것들은 지치지도 않나?’

석민은 권총을 꺼내 장전을 했다.

그들 중 하나의 손에 6연발짜리 유탄발사기가 쥐어져 있었다.

“이런.”

석민은 혜원 쪽으로 다가가 말했다.

“최대한 안전한 쪽으로 숨어. 그리고 무전기 있나?”

혜원은 석민에게 무전기를 넘기고 창구의 문을 닫았다.

그는 다시 창가 쪽으로 움직였다.

계엄군이 근방에 있는데도 저런 것을 들고 나오다니, 석민은 저들이 생각보다 단단히 미쳤거나 엄청 화가 난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

“멈춰! 지금 뭣들 하자는 거냐?”

세단의 트렁크와, 봉고차 화물칸에서 무기를 꺼내려고 하자 김지형이 차에서 내리면서 다급하게 소리쳤다.

근방에 계엄군이 있었기 때문에 저렇게 요란한 무기를 쓰는 것은 좋지 못했다.

“그야, 우리 대원들이 죽었으니….”

“겨우 총포상 하나 알아보는데 이렇게까지 일을 키우려고 하는 거냐?”

그 말에 주변 남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여기 주인년이 하도 문도 열어주지 않아서 생긴….”

“러시아제 9x39mm 탄환을 누가 쓰는지 알아보기만 하는 것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사과하는 선에서 끝내고…….”

“문도 열어주지 않는데 어떻게 사과를 합니까?”

감히 내가 말하는데 말을 자르다니.

김지형이 그자를 노려보았다. 이자는 교단 대원들의 분대장이었다. 동료들을 잃은 그들은 상당히 이성이 나가있는 상태였다.

거기에 김지형은 사무장이긴 하지만, 사무장이란 직책을 가질 뿐, 이들을 통솔할 권한은 없었다.

그가 여기에 있는 것과 단지 이들을 통솔하는 교구장 박재만 대리로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말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김지형은 분을 삭이며, 말대답한 그자를 거칠게 밀치고 앞으로 나섰다.

“……듣자 하니, 이 가게는 회원만 받아서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회원권은 어떻게 만들지?”

“알 수 없습니다.”

“안과 대화 자체도 불가능하고?”

“그렇습니다. 아예 불가능합니다.”

그는 혀를 낮게 찼다.

“이참에 이곳을 아예 털어버리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제 대원들이 죽었습니다.”

김지형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소란을 일으키는 것은 곤란해. 지금 정부의 시선이 우리 교단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손을 들어 반박을 제지했다.

“그만. 애초에 비밀스럽게 운영하는 가게인데 손님들이 어떤 사람인지 눈치 채지 못 하고 나댄 너희들 잘못이야.”

김지형의 말에 다른 이들의 표정이 다들 굳어져 버렸다. 치졸하게도 한 방 먹였다고 생각한 김지형은 속으로 흡족하게 웃었다.

박재만과 오래 있었던 영향인지 그도 점점 유치해지고 있었다.

그의 입장으로선 어차피 여기 말고도 그 탄환을 취급하는 곳은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오래 매달릴 이유는 없었다. 운적석이 있던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그는 휴대폰으로 몇 마디 통화는 것 같더니 자리에서 나와 김지형에게 다가갔고, 귀엣말로 속삭였다.

“교구장님께서 통화를 원하십니다.”

“뭐라고?”

김지형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잠깐 동안에 부재중 전화가 2통이나 와 있었다.

교구장 박재만의 전화였고 김지형은 인상을 쓰며 김지형은 통화버튼을 눌렀다.

-사무장, 들리나?

“네, 교구장님.”

-데리고 간 신도들 중에 사망자가 나왔다는데 무슨 일이지?

언제 보고가 올라간 거지? 김지형은 속으로 이를 갈며 주변의 신도들을 보았다.

“9x39mm 탄환을 취급하는 총포상에서 교전이 있었습니다.”

-가게에는 들어갔나?

“아직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좋아, 그러면 대기하고 있어. 내가 가도록 하지.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김지형은 씁쓸한 표정이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박재만을 몰아내고. 자신이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을 텐데.

교주 백은호가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고, 박재만은 무기수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와중이라 교주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렇지만 사상자가 발생했으니 질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상태에서 박재만까지 견제를 위해 오고 있다니 결국 자신의 기회는 이미 저 멀리 날아가 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교구장님께서 오신다고 하니 대기하도록.”

그랬기에 명령을 내리는 그의 목소리는 매우 침울할 수밖에 없었다.

***

‘왜 공격을 안 하는 거지?’

석민은 창가에 기대고 서서 그들을 내려 보았다.

천국의 문 교단 사람들이 박재만 올 때까지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석민이 알 리가 없었으니, 그들이 왜 공격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석민은 일단 창문에서 멀리 떨어진 후, 혜원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CCTV 좀 볼 수 있을까?”

혜원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입구를 제외하고 다른 CCTV들은 전부 비밀리에 숨겨 놨다. 그것의 위치는 오직 그녀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이에게 화면을 보여줘서 들키고 싶지 않았다.

“도와달라고 한 건 너야. 난 정보가 부족해. 게다가 숫자도 딸리는데 도망칠 수도 없으니 나한테 지원을 아낌없이 해야지.”

“……알았어.”

혜원은 모니터를 돌려 방탄유리에 가까이 붙였다. 건물 주위로 총 10개나 되는 감시카메라가 있었다. 사각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일부 카메라는 다른 건물에 설치되어 있기도 했다.

‘어떻게 설치한 거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딴 걸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석민은 옥상에도 설치된 카메라를 보고는 마음에 들어 했다.

“안전을 정말 잘 생각하는군.”

그 암살자 놈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사전에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석민은 평가했다.

대략 10분쯤 지난 후, 심심해진 석민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고객은 뭘 사려고 한 거야?”

“쓸데없는 의문을 가지는군.”

혜원이 말했다.

“심심하니까. 상황이 언제까지 될지 모르겠지만, 재미없잖아.”

맞는 말이었다.

혜원은 선반에서 가죽으로 표면이 장식된 손잡이 달린 손가방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권총 상자였다.

혜원은 상자를 열어서 석민 쪽으로 밀어서 보여주었다. 안에 권총 2개와 탄창 8개가 틀에 맞추어서 놓여있었다.

“HK사제 P30L이야. 소음기, 컴펜세이터1)에다가 확장탄창까지 결합한 거야. 그립 부분도 저 인간 손에 맞춰서 만들었지. 원래 어제 받아 가기로 했는데 그놈들 때문에 못 받았어. 제기랄, 쓸데없는 오해는 안 했으면 좋겠는데.”

그것을 보는 석민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것은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의 눈빛과도 같았다.

정말 멋진 권총이었다. 석민은 만져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번 만져 봐도 돼?”

“……장전해서 격발만 하지 않는다면.”

석민은 그 권총을 잡아보았다.

[hk P30L]

내구도:100%

품질:상상

탄약:40 S&W

독일hk사에서 생산한 권총을 커스터마이징으로 컴펜세이터와, 그립을 새로 장착하고 내부 부품 또한 방수, 염분방지처리, 방아쇠압도 2파운드로 매우 가볍게 끝난 상태. 장인의 세심한 손길이 보인다.

‘방아쇠압력이 2파운드라.’

석민은 아무리 가볍게 해봤자 3파운드 이하로 내리지 않았다. 방아쇠 압력이 너무 가벼우면 오발 위험이 컸기 때문이었다.

3파운드만 되도 상당히 가벼운 것이었고 총기의 기본적인 방아쇠압은 5파운드, 강하면 10파운드, 경찰 같은 치안기관은 안전을 위해서 14~20파운드까지 올렸다.

즉 그 말은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는 소리였고, 그것을 통해 총 주인의 성격을 어느 정도 추론할 수 있었다.

일단 자기의 안전이 중요할 테니 총기안전에는 철저하다는 것과 소총이나 기관단총보다는 권총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총기의 반동을 억제하는 컴펜세이터도 크기가 매우 큰 것이 그 증거였다. 방아쇠 압력이 낮은 권총에 컴펜세이터면 권총의 명중률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다.

권총의 주인이 권총의 명중률을 신경 쓰는 것은 주무기로 쓰기 위해서, 외엔 이유가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거기다 컴펜세이터가 달린 권총이 아무리 커봤자 기관단총보단 작기 때문에 품속에 넣고 다닐 수 있었다.

은밀히 활동할 때 사용하기 좋다는 소리다.

그리고 총성을 대비해서 소음기도 달린 권총이 따로 있는 것도 보면….

잡생각이 많아진 그는 추리 따위는 그만하고 설명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다른 설명이 없는 것을 보건대 아직 총 주인이 사용하지 않았기에 그런 듯싶었다.

그는 권총을 쥔 채로 이리저리 손목을 돌려 보았다.

석민의 손 맞춤도 아닌데, 권총을 쥔 손 정말 편했다. 아무래도 남자의 손 또한 자기처럼 큰 듯했다.

“……이제 돌려줘.”

혜원은 문을 열자 석민은 권총을 도로 안으로 넣어두었다.

“마음에 들면 너도 사던가. 마크 23이었지? 그것도 좋긴 하지만 너무 크지 않나? 이것보다 클 텐데?”

“가격이 얼마인데?”

“1정당 400만 원.”

그가 예전에 사려고 했던 체코산 CZ권총의 가격이 200만 원이었다.

초기형 정품 프리미엄에 물가가 오른 것을 눈치채해야 했지만, 국내에서 풀리고 있는 권총들의 가격이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다.

근래에 벌이가 아주 좋아지긴 했지만, 역시나 석민에겐 매우 큰돈이었다.

게다가 좀 커서 거추장스럽다는 점만 빼면 마크 23에 큰 불만이 없는 상태였는지라, 총이 망가지지 않는 이상 바꿀 일은 없었다.

그것을 말하기 위해 그가 입을 열려는 순간, CCTV의 모니터에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잡혔다.

갈색 바지에 회색 방한잠바를 입고 뒤에 외줄 가방을 멘 남자였는데, 그자의 모습을 본 순간, 석민은 저도 모르게 긴장하고 말았다.

날씨가 제법 매서운 날이었는데, 남자의 점퍼의 지퍼는 활짝 열려있었다. 점퍼 안으로 깡마른 몸매가 보였다. 관리 잘 된 수염을 기른 남자는 앞으로 걸으면서도 시선만 돌려 CCTV를 확인했다.

석민이 왠지 모르게 잠깐 동안 그와 눈이 마주쳤다고 느낀 순간, 등줄기를 따라 소름이 돋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감각이 본능적으로 위험을 알려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저자인 것을 확신할 순 없었다.

그는 다시 그 남자를 지켜보았다.

그 남자는 길을 따라 가게 쪽으로 걸어왔다. 왼손은 그가 걸을 때마다 일정하게 움직였지만, 오른손은 부동자세마냥 안 움직였다.

“혹시, 이 남자야?”

석민의 물음에 혜원은 그제야 모니터를 자신 쪽으로 돌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이 인간이야. 이 인간이라고!”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대단히 많이 떨렸다.

“그렇군.”

석민은 애써 침착하게 대답한 직후 팔짱을 꼈다.

‘이 자식, 프로다.’

종종 강해 보이려고 연기하는 것들이 있긴 했지만, 그가 보기엔 저놈은 진짜였다.

‘쉬운 놈이 아니라고 듣긴 했지만, 이건 좀 그런데.’

그는 설마 대낮부터 이런 자가 올 줄은 몰랐다.

길거리에 사람이 안 돌아다닌 것도 혹시 이자 때문인가? 하는 의문까지 들었다.

그때 남자가 무언가 품속에서 꺼냈다. 소음기가 달린 권총이었다.

그리고는 이어서 총을 쏘았다. 소리는 여기서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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