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오브 서울 11화]
5.56mm 탄환을 쓰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결과적으론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이렇게 많은 대량의 탄약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총을 사면서 생긴 지출도 줄일 수도 있고.’
“1정당 대충 30만 원이니까. 이 10정이면, 300만 원, 2할이니 내게 60만 원 떨어지는 거군.”
“돈 벌기 참 쉽죠?”
“아니, 별로.”
중년에 들어선 용민에게 짐의 무게는 꽤나 버거웠다. 덕분에 물건을 옮기는 그의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결국 그가 옮긴 것은 고작 40정 정도였고, 나머지는 전부 석민이 옮겨야했다.
약 2시간 후, 그들은 총 120정의 총기를 옮겼고, RPK-74 기관총은 41정-그중 하나는 석민이 유사시 쓸려고 챙겼다.-, 알피지 1정, 탄두 50발, 5.54밀리 탄환 7500발이었다. 더불어 RPK-74에 사용할 75발짜리 탄창 6개는 석민이 개인적으로 챙겼고.
“뭔 총알을 그렇게 많이 챙겨?”
“공짜이니 되도록 많이 챙겨야죠.”
작업이 끝나고 그들은 화물칸을 커다란 방수포로 덮고 밧줄로 둘렀다. 대량의 무기를 싣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이들이 알게 된다면, 그다지 유쾌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좋아, 그럼 이제 네가 운전해.”
“제가요?”
“그럼 선탑자가 운전하겠냐.”
석민은 운전대에 앉았다.
이때부터 용민의 활약이 빛을 발했다. 검문소에 다다른 그들은 용민이 경찰 신분증을 내밀자, 군인이 대충 흘겨만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문이나 검색 없이 그대로 통과시켜 준 것이었다.
‘역시 경찰 신분이 편하긴 하군.’
두 번째 검문소 역시 쉽게 통과한 직후 용민이 의기양양하게 석민을 바라보았다. 석민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무기가 들킬 일은 전혀 없었다.
석민은 일단 자신의 집으로 총알과 알피지, 그리고 기관총을 옮겼다.
“가서 계산하고 오죠. 이따 봐요.”
“내 술집에서지?”
“그렇죠.”
용민과 헤어지자마자 그는 차를 몰아 혜원의 건물로 갔다.
트럭이 멈추기가 무섭게 건물 1층의 철물점과 편의점, 중국집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나왔다.
건장한 남자 6명이 다가오자 석민은 얼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들이 보는 눈앞에서 경고의 의미로 권총을 꺼내 소음기를 끼웠으나, 남자는 표정의 변화 하나 없이 그저 손을 들어 보이고는 비무장 상태로 석민에게 다가왔다.
“혜원 누님이 보낸 거요. 당신은 올라가 봐요.”
알고 보니 이 건물 자체가 그녀의 소유였고, 중국집, 철물점, 편의점의 소유주도 그녀였다.
‘생각보다 부자였네.’
석민은 트럭에서 내려 건물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말끔하게 정리된 건샵의 방탄유리 격벽과 카운터 뒤쪽에 앉아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많이 가지고 왔군.”
“돈을 벌 기회인데, 차버리면 쓰나.”
그 말에 그녀는 빙긋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마침 전화벨 소리가 울리자 그녀는 수화기를 들어서 귀에 대기만 하다가 대답도 안 하고 바로 끊었다.
“일반 총기, 120정에 RPK-74 40정이라, 나쁘지는 않군. 총기 상태는 신품이라고 하니, 정당 30만 원 주지.”
“RPK도 같은 가격으로 주는 건가?”
“그건 5만 원 더 붙여서 35만에 주지. 어디보자.”
그녀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30만 원에 120정 3,600만 원, 35만 원에 40정, 1,400만 원. 다 합쳐서 5천만 원이군. 난 이렇게 딱 맞는 게 좋더라.”
그녀는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돈다발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종이봉투 들고 나와서 석민을 향해 밀어주었다.
“자, 정확하게 맞을 거야.”
“굳이 셀 필요는 없겠지.”
그는 그대로 봉투를 가방에 넣었다.
그녀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눈치였지만, 이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담배를 꺼내 물고는 불을 붙였다.
“자주 이용해줘라. 손해 본 거 빨리 메우게.”
“손해는 무슨, 손 좀 살짝 봐서 더 비싸게 팔 거잖아. 가령 북한제 백두산 권총을 체코제 정품 cz75라고 속인다던가.”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었지만, 그 말에 혜원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내가 그딴 짓 하는 쓰레기로 보이는 거야?!”
그녀의 손에 금세 클레이모어 격발기가 쥐어져 있었다.
“워워, 진정하라고.”
석민은 돈을 벌었단 생각에 들뜬 나머지 실언한 것이라 자책하였다.
“미안하다. 내가 상덕을 죽인 이유가 바로 그거 때문이었거든.”
“흠, 그러냐? 그 새끼 갈 데까지 갔었군.”
그 말에 조금은 화가 누그러진 건지, 혜원은 다리를 꼬고는 담배 연기를 훅- 내뱉었다.
“여하튼, 지금 본 손해를 메우려면, 여러 가지 이유를 포함해 최소 1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총알 아낌없이 쏘면서 자주 사러 와주라고, 이 우라질 망할 고객님아.”
그녀는 또 의자에 담배를 비벼 끄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구멍 너머로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자주 보자고.”
이번에 석민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녀의 악수를 받아주었다.
히트맨
“……그는 매우 훌륭하게 해주었습니다.”
중간보고를 마친 아영 대위는 회의실의 불을 켜는 것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은 없었고 오직 대통령과 아영 대위만 있었다.
“실력만큼은 믿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대통령은 아영 대위의 말에 100% 공감하는 눈치는 아닌 것 같았다.
“실력 하나는 인정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하려는 계획은 그 특성상 혼자 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가 혼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하네.”
대통령의 말에 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임무를 하달하시겠습니까?”
“근래에 ‘천국의 문’ 교단이 헌터라 불리는 이들을 대량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황상 그들이 이제 헌금뿐만 아니라, 드래곤하트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 같다.”
그 말에 아영은 서류 몇 개를 꺼내 들었다.
“현재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헌터들은 대략 10명입니다만, 더 있을 테지만, 일단 숫자는 이렇습니다. 이들 중 몇몇을 처리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나름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경기도에서 대규모 총격전이 일어나는 것은 반대일세. 탄천에서 벌인 일이 생각보다 너무 컸어. 주변 민가의 건물 유리창이 깨지는 등, 일이 많았지.”
“그러면 주요인물과 함께 교단의 시설하나를 파괴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시설 하나 말인가?”
“그렇습니다. 자세하게 알 수 없지만, 원성한 이라고 불리는 교단의 장로가 운영하는 공작기계 공장인데, 정보상 불법무기를 만드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단속에 걸린 적이 없을 정도로 매우 치밀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없애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아니, 대놓고 감시를 해도 잡지 못한다는 말인가?”
“공식적으론 총포를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합법적으로 설립된 기업이고 주요사업은 국민들이 대괴수 호신용으로 사용하는 샷건을 만듭니다.”
오로지 호신용이고 민간용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들은 일반적인 샷건보다 길이가 더 길었다.
아니 길어야 했다. 그래야 품속에 숨기는 것이 힘들기에.
“공식적으론 무강선 샷건만 만들지만, 국정원에선 저들이 강선이 파인 슬러그 건을 만들고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고, 실제로 일부 압수한 불법무기들이 그랬습니다. 거기에 탄환을 강철로 보강이 된 슬러그탄환도 발견이 되었습니다. 그것을 사용하면 군에서 사용하는 방탄복을 150미터 내에서 뚫을 수 있습니다.”
현재 공식적으로 유통되는 슬러그탄으로는 괴수들을 쉽게 없앨 수 없었기 때문에 강화된 슬러그탄을 쓰게 해 달라는 여론도 많았지만, 정부 측에선 경기도 지역의 범죄율 안정화와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군인들과 경찰들의 안전을 위해, 아직까지도 사용을 금지하고 있었다.
“반드시 없애야겠군. 주요인물로는 어떤 인물을 잡겠는가?”
“대부분의 헌터들이 고만고만하지만, 주요인물이 딱 한 명 있습니다.”
아영은 서류를 뒤진 후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이름, 김성태, 나이는 33세. 옛 특전사 중사 출신으로 교단에게 고용된 것이 확실하게 판명된 사람입니다.”
“교단 신자인가?”
“아닙니다. 우리가 포섭을 하려고 하는 최석민처럼 철저하게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 휘하에 일하는 헌터들의 숫자는 30명이 넘는데, 이 사람이 모든 돈을 관리하고 헌터들에게 수익이나 월급을 주기 때문에, 이 사람만 처리하면 30명의 헌터 조직이 와해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머리만 치면 지리멸렬한단 말이지? 좋아, 그자로 하지. 30명이면 규모가 정말 크군. 그러면 그자로 하도록 하지. 며칠 이내에 할 수 있겠나?”
“일의 중요함이 높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하겠습니다. 다만, 임무가 2개이므로 최석민의 수고비는….”
아영은 저도 모르게 무례할 정도로 우물쭈물 거렸다.
지금 나라의 예산은 매우 빠듯했다. 그에 입법부에선 예산을 짜게 책정했으며, 그럼에도 나가는 군비는 많았기에 행정부엔 항상 돈이 부족했다.
평소 대통령은 겨우 100만 원, 200만 원의 지출도 두려워할 만큼 자금 사정이 좋지 못했다.
그것을 잘 아는 만큼 아영은 대통령이 혹여 라도 지출을 꺼리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다행히 그녀의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일단 공작금을 아끼지 말게. 아직 채용한 것은 아니지만, 채용을 하게 된다면 그는 매우 요긴한 인물이 될 테니까.”
대통령의 말에 아영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내 아영은 대통령이 애써 숨기고 있지만, 목소리가 평소보다 떨리는 것을 눈치 챘다.
“그 외에 다른 건 없나?”
“없습니다.”
“좋아, 그러면 바로 착수하게.”
“네.”
역시,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라가 어려워진 지금, 대통령이 국가의 돈을 아끼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잘 알고 있기에 더더욱 그녀는 대통령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애써 외면했다.
2가지 임무
아영이 석민을 호출한 것은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이후였다.
사전에 만나기로 예정해놓은 카페에서 석민은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전보다는 조금 더 신뢰가 쌓인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석민이 사겠다는 말에 아영은 의외라 생각하면서도 기꺼이 카페라테 시켰으며, 석민은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커피가 나오기까지 잠시간 침묵이 이어졌다.
카페라테 한 모금 삼킨 아영이 고개를 들자, 각설탕 1개를 넣은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는 석민의 모습이 보였다.
간단한 덕담도 오가지 않은 채, 그녀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현재로썬 채용은 되지 않았어요. 상부에선 석민 씨가 추가적으로 임무 2개를 더하길 원합니다. 이것들은 석민 씨가 직접 하셔야 합니다.”
말을 꺼낸 직후, 아영은 혹여 석민이 불쾌하게 생각할까 눈치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석민은 그녀의 예상과 달리 쉽게 의뢰를 수긍했다.
그러자 표정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아영은 놀랐다.
“나 혼자 실력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은 거겠지.”
석민의 목소리가 처음 만났을 때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느끼며, 그가 자신의 생각보다 더 마음이 부드러운 남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타깃은? 2명이라고 했지?”
“네, 한 명은 원성한 이란 사람입니다.”
아영은 파일을 꺼내서 그에게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