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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오브 서울 3화 (3/226)

[게이트 오브 서울 3화]

“이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면서도, 우리정부와 연관성이 없어야 하죠. 그렇기에 이 사람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는 우리 정부기관의 요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가 임무를 실패하고 신분이 노출되더라도 우리정부와의 연관성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장군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대위를 보며 물었다.

“러시아 무기가 보이는군. 저걸 어찌 구한 거지?”

“아무래도 다국적군이 서울수복작전 때 얻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때 군수품이고 뭐고 다 두고 후퇴하지 않았습니까? 개인정보를 보면 집주소가 중랑구인데 중랑구는 2차 수복작전 때 러시아군의 작전구역이었습니다.”

장군의 물음에 대위가 대답했다.

“불법무기 아닌가?”

“아시다시피, 경기도 지역은…….”

“그만.”

대통령이었다. 그는 손을 들어서 모두 조용시켰다.

“저자를 채용하도록 하지.”

“대통령님.”

장군이 말했지만, 대통령은 그를 노려보는 것으로 입을 다물게 했다.

“하지만, 바로 채용하진 않을 거야. 아직은 저자를 신뢰할 수 없네. 몇 가지 시험을 해보고 싶군. 저 양반 PMC랬지? 그럼 해결사 짓을 하고 있다는 거군, 좋아 이 일은 석 대위가 제안하였으니 귀관이 직접 추진하게. 몇 가지 의뢰를 주고 실력과 인성을 확인하고 조국을 배신할 게 아니라는 게 확신이 들어야 채용할 수 있어. 되도록 우리사람으로 만들었으면 하는군. 내일까지 계획서를 내게 보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요구하는 사항은 남김없이 말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아영 대위는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장군은 여전히 불만이 많은 듯했다.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나가려고 하다가 걸음을 멈추고 아영을 불렀다.

“이 친구 이름이 뭐라고?”

“최석민입니다.”

“최석민이라……. 좋아, 지켜보지.”

***

‘상태창.’

[최석민]

지구력: 7

체력: 5

활력: 7

시력: 6

석민이 ‘상태창’이라고 머릿속으로 떠올리자 눈앞에 컴퓨터의 시스템창 같은 것이 나타났다. 수치는 9등급에서 1등급에 가까워질수록 능력이 올라가는 식이었다.

‘역시 안 오르네.’

수치가 오르지 않은 지 대략 4년 정도 되었다. 전에는 뭐든 죽이기만 해도 올랐는데, 지금은 무슨 짓을 해도 오르질 않아,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석민의 발걸음은 매우 무거웠다.

상덕 일당의 짐과 금고를 뒤져보았지만, 상덕의 현금은 겨우 100만 원뿐이었다. 그것도 30분 동안 갖은 노력 끝에 겨우 연 거대한 금고에서 말이다.

무언가 돈이 될 만한 것들이 더 필요했다.

그는 창고 쪽으로 들어갔다. 문에는 자물쇠가 걸려있었다. 그는 소매에서 길쭉한 모양새에 양날이 달린 칼을 꺼내, 거꾸로 잡은 후 자물쇠를 향해 내리쳤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박살이 나면서 문이 열렸다.

‘이 자식, 전쟁이라도 준비하고 있었나?’

철제로 된 총기상자마다 총으로 가득했다. 그는 총기 하나를 꺼내서 보았다. 98식 자동보총, 북한제 무기들이었다.

다른 것들도 확인해 보았지만, 전부 북한제였다. 소총 말고도 수류탄, 기관총, RPG-7도 있었다.

그는 탄약상자를 확인해 보았다. 몸체가 아연이고 모서리가 납으로 된 깡통상자를 칼로 쑤셔서 뚜껑을 열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검정색으로 표면처리가 된 탄약들이 튀어나왔다.

500발짜리 탄약상자, 그것들이 그의 키보다도 더 높게 쌓여있었다.

이것들은 그가 쓰는 탄약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상덕은 큰 거래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염병할 놈의 사기꾼이긴 했지만, 그래 뵈도 상덕은 죽기 전까지 이 바닥에서 꽤 유명한 무기 밀수업자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창고 가득 무기인 것도 이상하진 않았다. 석민은 무기들을 흘겨보았다.

그는 이것들을 건들이지 않았다. 그가 감당하기엔 너무 양이 많았고, 위험했다. 결국 그가 얻은 것이라고는 겨우 정체를 알 수 없는 카드 1장과 마크 23이라 불리는 권총이 다였다.

체코 권총을 사기 위해 상덕에게 주었던 200만 원은 결국 건지지 못했다.

‘그 돈으로 싸게 구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알아봤었어야 했는데……. 돈만 날렸군.’

그래도 마크 23을 얻었고 돈의 반 정도도 되찾았으니,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상덕일당을 처리하는데 든 총알 값과 일을 치르는 위험수당을 생각하면, 결국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뭐야, 저것들.’

양아치 같은 놈들이 자신의 오토바이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석민의 인상이 찌푸려지고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거 좋은데? 가져가 볼까?”

“쇠사슬은 자를 수 있고?”

“자물쇠가 약한 거야. 기다려봐.”

그놈은 자신의 두꺼운 후드셔츠 속에서 기다란 칼을 꺼내 들고는, 거꾸로 잡아 자물쇠를 내려쳤다.

“이걸로 새게 내리치면…….”

석민은 총구로 그놈의 대가리를 살짝 두드렸다.

“뭐야? 씨!”

그의 손에 들린 총을 본 놈들은 바로 고개를 숙이고 양손을 공손하게 모았다.

“꺼져.”

양아치 놈들이 줄행랑을 친 곳을 잠시 노려보던 석민은 군장과 무기를 벗었다. 경기도에 사는 주민들은 무장이 가능했지만, 그래도 이동 중에 대놓고 무기를 차고 있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기 때문에, 무기와 군장 헬멧을 건 캐리어에 넣어 두었다.

그는 무기 정리를 마친 후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곧 속력을 올린 오토바이가 도로를 따라 시원하게 달려 나갔다.

거리에 다니는 차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군용 도색으로 칠해진 군용차량들이었고, 그 외에 대중교통 버스들이 간간이 보이는 정도였다.

차가 많지 않음에도 도시의 경계와 주요 관공서, 그리고 주요 교차로마다 군의 검문소가 있었기에 가다 서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5번째 검문을 마치고 일병 계급장을 가진 여군이 다가와 석민의 체온을 측정했다.

“37.5도 정상입니다. 민혜선 병장님.”

이병이 자신의 상사로 보이는 여군에게 보고했다.

“그 가방에 든 게 뭡니까?”

여군의 계급은 병장이었다. 그녀는 상당히 날카로운 목소리로 석민에게 뾰족하게 질문을 던졌다. 석민 또한 떨떠름한 표정으로 짜증을 담아 답했다.

“총과, 군장.”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뭐, 그러던가.”

여군들 군 생활이 몇 년이었더라? 아, 그래, 2년 6개월이었지. 남군은 3년이고.

사태가 터지고 인적자원이 고갈되는 통에 여군징병제가 시작된 지 3년이 조금 지났다.

‘나 같으면 자살한다.’

그가 피식거리자,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한 듯 여군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자신에게 무언가 처벌을 내릴 수 없었기에, 석민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의 화난 시선을 흘려 넘겼다.

그래도 대충 군 생활 2개월 남았으니, 어느 정도 괜찮으려니 생각할 쯤, 여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무기들 다 어디서 난 거죠? 게다가, 따뜻하군요.”

그녀가 총열을 만져보며 물었다. 그 말에 대공마운트를 장착한 k-6 중기관총의 손잡이를 쥐고 있던 다른 여군이 그를 조준했다.

“오다가 강도 몇 놈 만났어. 위협하려고 공중에 몇 발 쐈고.”

“저 불곰 놈들 것도? 저거 저격총 아닙니까? 망원경이 달려 있네요? 현행 총포법상…….”

“여기 소지허가증 있어.”

그는 지갑에서 총포류소지허가증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좋습니다. 지나가세요.”

여군은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시선을 보냈으나, 총포류소지허가증을 꼼꼼히 확인하더니 석민을 놓아주었다.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서 여군들을 유유히 지나갔다.

거리로 들어서자, 소총을 든 군인들이 경찰 대신 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날이 왔다. 천국의 문이 열릴지니!”

흰색 옷을 입은 남자가 흰색 두건을 두른 채 소리쳤다. 옷 입은 꼬락서니가 마치 KKK단을 연상시켰다.

그때, 신호등이 붉은색으로 바뀌자, 그자는 마치 뻥튀기 파는 아줌마들처럼 교통정체중인 차량들 사이를 지나다녔다.

차를 탄 이들은 그의 말을 외면하며 창문을 굳게 닫아버렸지만, 오토바이를 탄 석민은 그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회개하라! 그리고 천국의 문을 열어라!”

그 남자는 석민의 바로 귀 옆에서 확성기를 들고 소리를 쳐댔고 석민의 얼굴이 확 찌푸려졌다.

“꺼져.”

“심판의 날이 오면…….”

석민은 조용히 권총을 꺼내서 그자에게 겨누었다.

“꺼지라고.”

눈앞에 총구가 겨눠져서야 그자는 입을 다물었다.

석민은 그제야 권총을 도로 넣었다. 파란불로 신호등이 변한 걸 확인한 그는 브레이크를 놓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뒤에서 석민을 향한 남자의 욕설과 저주가 들려왔다.

“빌어먹을 불신자 놈! 악마의 저주나 받아라! 창부의 자식, 불행의 씨앗! 너는 평생 구원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쓰레기통에 처박혀 죽을 것이야!”

그자가 길을 막고 석민이 간 방향으로 계속 저주를 퍼부어대자, 짜증이 난 군용차 한 대가 빵-하고 경적을 울리는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

집에 도착한 석민은 쇠사슬로 오토바이를 묶은 후 집 안으로 들어갔다.

깜깜하고 적막한 집 안이 그를 반겼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10평짜리 원룸형 집엔 그 혼자 살았다. 탁자와 컴퓨터, 가족사진이 있는 작은 사진첩. 그리고 3단 매트리스와 이불이 그의 살림살이 전부였다.

짐을 방구석에 둔 그는 그대로 화장실로 가서 샤워했다. 그는 샤워하는 와중에도 권총을 곁에 두었다. 샤워를 마친 후 그는 상덕이 준 카드를 보았다. 황금색 카드는 양면 다 글자나 무늬가 보이지 않았고, 그저 마그네틱 선이 나 있는 게 전부였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는 자신의 M16A1을 보았다.

그가 군에서 나올 때 가지고 나온 총으로, 이미 6년 이상을 사용한 총이었다. 너무 오래 사용해서 내부 강선도 거의 다 마모되었고 망가진 상태였다.

그가 총을 집어 들기 무섭게 눈앞에 화면이 떠올랐다.

[M16A1]

내구도: 20%

품질: 하

탄약: 5.56mm 보통탄

대한민국에서 라이선스 생산한 무기, 너무 오래 사용해서 내부의 강선이 마모된 상태.

더 이상 이걸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에게 러시아제 소음 저격총이 있긴 했지만, 9x39mm 아음속 총알은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것을 잘 구해주던 이가 상덕이었지만, 이제 그가 죽었으니 구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는 지금 남은 잔금을 생각해 보았다. 대략 500만 원.

이 코딱지만 한 집의 월세도 200이었다. 난리 통에 주거문제가 가장 시급하게 떠올랐고, 물가상승으로 인해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집을 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실 안도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비싸다고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월세를 내고 남을 돈이 300만 원. 사태가 터진 후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이걸론 한 달 겨우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탄약값까지 생각한다면.

‘하아, 개 같은 인생.’

그가 전에 쓰던 권총, K5가 일련의 사태로 완전히 망가지면서 쓸데없는 지출이 생긴-체코제 권총을 사려고 200만 원을 쓴- 것이 문제였다.

남은 돈을 계산하자 삶의 회의감이 물밀듯 밀려왔다. 의욕도 바닥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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