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이트 오브 서울 2화 (2/226)

[게이트 오브 서울 2화]

그는 무장한 채, 건물의 로비 입구를 지키는 남자 2명을 확인했다.

‘k-2 소총과 군장, 그리고 방탄복.’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그 건물과 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물의 유리창들은 전부 블라인드 커튼이 내려져 있었고 주변엔 아무도 없었으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략 10분 동안 지켜본 결과 저들 말고는 근방을 지키는 자들이 없는 듯 보였다. 그는 허리를 낮게 숙이고는 폐차들로 엄폐하며, 경비 2명의 눈을 피해 왼쪽으로 크게 돌아갔다. 경비들은 서로 잡담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좌측으로 돈 남자는 그대로 차량의 보닛 위로 상체를 내밀고 저격총의 조정간을 단발로 한 후, 경비를 향해 쏘았다.

푸슉-하고 바람이 빠지면서 쇠 긁는 소리가 두 번 연달아나더니, 남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경비의 머리가 휘청거리며 터져나갔고, 그 옆에 있던 경비 역시, 놀라 비명 지를 새도 없이 머리가 터져나갔다. 그들을 사살한 남자는 빠르게 걸어 문 안쪽을 살피고는 로비로 들어갔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남자는 조심스레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그가 찾아야 하는 자는 맨 위층에 있다. 건물의 층이 대략 10층이었기에 그는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면서도 발소리를 죽인 채 빠르게 움직였다. 건물의 위로, 그리고 안쪽으로 향할수록 점점 시끄러운 사람들의 대화소리로 가득 찼다.

그는 3층 계단을 오르다가, 무언가가 가득 담긴 종이상자를 가지고 내려오던 남자와 마주치자마자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머리가 터진 남자는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는 남자의 시신이 바닥에 부딪혀 큰소리가 나지 않도록 쓰러지는 남자의 옷을 급히 잡아채고서는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그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남자가 들고 있던 상자가 떨어지면서 엄청난 소음을 일으켰다. 다시 층을 오르려던 그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주변 소리에 집중했다.

대화소리는 여전히 들려왔다. 눈치 못 챈 것이라 판단한 그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마침 문이 열린 채, 고정되어 있어 안을 들여다보기 안성맞춤이었다. 과거 연회실이었던 곳은, 이곳을 점령한 조직의 생활 공관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안은 아주 넓어 대략 100평쯤 돼 보였고, 그 안에 있는 이들은 10명쯤이었다. 다들 탁자와 의자에 편안히 앉아 텔레비전에 연결한 컴퓨터를 통해 다운받은 영화를 보고 있었다.

그때, 중간보스로 보이는 인물이 막 무전기에서 손을 떼고는 귀에 꽂는 이어피스를 빼냈다.

“큰형님이 경계를 더 강화하라는데?”

그 말에 다들 투덜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하, 또 언놈들이 쳐들어온답니까? 그 문재혁이가 또 오는 것입니까?”

그들은 이곳을 그저 쉬는 곳이라 생각했는지 곁에 총을 두고 있지 않았다. 그는 뒤쪽 작은 파우치에서 섬광탄을 꺼내 핀을 뽑았다.

“아니, 말해주지 않으셨다. 경계 강화하라고 했으니까. 순찰간격을 1시간에서 40분으로 단축한다. 종성이, 성재는 장비 챙기고….”

남자가 그들 사이 한가운데로 섬광탄을 던졌다.

“어!?”

섬광탄이 터지면서 일시적으로 눈이 멀어버린 그들이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순간, 남자는 안으로 들어갔다.

과거 연회실로 사용한 덕분인지 바닥에 푹신한 카펫이 깔려있었다. 남자는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는 이들의 머리를 노리고 한발씩 쏘았다. 이들이 다 처리되는 데는 30초도 소모되지 않았다.

계단을 통해 위에서부터 다급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남자는 바로 계단을 통해 올라갔다. 다행히 적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보였다.

“뭐야, 무슨 일이야!”

그는 빠르게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최대한 그들의 눈에 띄지 않을 곳에서 총 자세로 기다렸다가 내려오는 자와 마주치자마자 2발을 갈겨버렸다. 가슴과 배에 총알이 박혀 쓰러지는 시체 뒤로 기겁하는 비명소리가 들리며 발소리가 조금 멀어졌다.

“시발!”

남은 하나가 그를 향해 k-2를 겨누고 쏘았지만 그는 바로 계단 아래로 물러났다.

혼자 남은 그자는 겁을 먹었는지 연사로 총을 갈겨대며 총알을 낭비했다.

“제길!”

그자가 탄창을 빼내고 새로운 것으로 갈아 넣으려는 순간, 푸슉하는 소리와 함께 다른 이들처럼 쓰러졌다.

‘14명.’

그는 빈토레즈를 뒤로 메며 트렌치 건을 꺼냈다. 헬멧의 바이저를 내리고는 다음 목표가 있는 방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

“밑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말소리들이 들려왔다.

상황을 살피던 그는 모퉁이에서 몸뚱이가 나타나자 주저 없이 총검을 찔러 넣었다.

“커억!”

배를 뚫고 나온 총검이 그의 등 쪽에서 언뜻 보였다. 자신을 향해 쓰러지는 육체를 뒤로 밀어 총검을 뽑고는, 뒤따라 나타나는 인물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어어?”

슬러그탄이 그자의 가슴에 박혔다.

‘16명.’

그는 속으로 숫자를 추가하며 목표했던 장소의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문은 잠겨있었고 문 근처에서 바로 인기척이 느껴져, 옆으로 비켜섰다. 문 옆의 벽에 몸을 기대자마자 권총소리와 함께 문에 구멍이 뚫렸다. 안에 있는 자는 “죽어라! 죽어!”라고 소리치며 탄창이 떨어질 때까지 총을 쏘아댔다.

“빌어먹을!”

얼마 지나지 않아 총에서 틱틱-거리며 탄창이 비었다는 소리를 냈다. 그와 함께 나지막한 욕설도 들려왔다.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주저하지 않고 문고리에 트렌치 건을 조준하여 부셔버렸다.

막 권총을 장전중인 중년의 남자, 이 조직의 보스인 김상덕이 남자를 보고는 아연실색하며 총을 들어 조준하려 했다. 그러나 남자의 손가락이 더 빨랐고 트렌치 건에서 발사된 슬러그탄이 그자의 권총과 손을 날려버렸다.

끔찍한 비명과 함께 상덕은 자신의 오른손목을 붙잡은 채 엎드렸다.

남자는 바이저를 올리고 상덕을 발로 차서 뒤집은 후 트렌치 건으로 조준한 채, 내려 보았다.

“설명해 봐.”

비명소리를 사이로 엄숙하고 조용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당히 근사한 목소리였다. 상황은 최악이었지만 말이다.

“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무슨 설명….”

상덕은 고통 때문인지 안색이 창백했고, 끈적끈적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남자는 등허리 쪽에 둔 홀스터에서 권총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언뜻 보기엔 체코제 명품이라 불리는 권총(CZ-75)으로 보였다.

“돈 주면 체코제 권총 주겠다고 한 건 너잖아.”

그는 권총을 중년 남자의 얼굴에다 집어던졌다. 코에 작렬한 권총 때문에 쌍코피가 터진 상덕은 다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내가 체코제 권총 달라고 했지, 빨갱이제 짝퉁 달라고 했냐?”

‘시발, 그걸 어떻게 눈치 챈 거야.’

상덕은 체코제 권총의 카피판인 북한제 백두산 권총을 밀수하여 하부 프레임에 있는 북한제 특유의 각인인 ‘백두산’의 칠을 벗겨내고, 각인의 홈을 채운 뒤, 도색까지 하여 매우 비싼 가격에 되팔기를 하는 장사치였다. 여태껏 들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망할 자식이 알기 전까진 말이다.

“나, 나도 모르는 일이야! 나도 체코제라고 들었단…….”

“다른 놈들은 속여도 나는 못 속여.”

남자의 목소리는 감정이 없는 듯 차가웠다.

“해명을 요구하니까, 내게 사람을 보냈지. 애초에 이렇게까지 되고 싶지 않았으면 처음부터 미안하다고 했었어야지.”

‘살아야 해, 어떻게든!’

상덕은 자신이 가진 것을 생각해 보았다.

“대, 대신 아주 좋은 거 하나 줄게. 체코 놈들 거 말고 독일제, 독일제로 말이야.”

하지만 남자는 미동도 없이 여전히 트렌치 건을 상덕에게 겨눈 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무, 무기 커스터마이징 한다고 하지 않았냐? 내가 괜찮은 건스미스 하나 소개시켜 줄게! 회원이 아니면 구할 수 없는 데야! 고객도 가려서 받는 년이라고!”

상덕이 품속에 주머니를 넣자, 그는 트렌치 건의 총검을 상덕의 목에 조준했다.

“자, 잠깐. 내, 내 회원카드를…….”

상덕은 움찔거리더니 아무런 각인이나 글자가 없는 황금색 카드를 내밀었다.

“성남시 금광1동 주민센터 근처에 2층짜리 낡은 흰색 건물이 있는데, 건스미스가 거기서 작업을 해. 이 회원카드로 긁어야 문이 열려.”

그는 카드를 집어 들었고 이내 주머니에 넣었고, 그것을 지켜본 상덕은 비릿하게 비웃었다가 다시 그와 눈 마주치기 전에 불쌍한 어린양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남자의 트렌치 건은 여전히 그를 향해 있었다.

‘제길. 교구장에게 선물하기로 했는데.’

자신의 앞에서 치워지지 않는 총구를 보며 상덕은 인상을 쓰고서 끙끙거리더니, 손을 뻗어 자기 책상의 서랍을 열어 하드케이스를 하나 꺼내 남자에게 건넸다. 남자는 시선을 상덕에게 고정시킨 채, 상자를 책상 위에 던지고는 케이스 뚜껑을 열어보았다.

“마크23이다. 탄창도 2개 더 있고 소음기도 있어.”

그는 상덕을 조준하던 총을 치우고, 상자에 담겨져 있던 마크23을 집어 들었다.

“……진품이군. 한 번도 쓰지 않았어.”

남자의 말에 상덕은 비굴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한 번만 보고도 아는 거지?

“좋아, 이걸 가져가지.”

“그럼…….”

그리고 그는 다시 트렌치 건을 겨누었다.

“사, 살려준다고 했잖아!”

“내가 언제?”

“제발, 한 번만 살려줘. 이번 거래만 성공하면 엄청나게 돈을 벌 수 있어! 속인 건 미안하지만, 큰 거래를 우선하다보니 자금을 마련하느라…. 돈을 줄게 네가 준 돈 보다 갑절! 갑절! 그, 그래? 여자가 필요하지 않아? 아는 쪽에 그런 가게도 많은데 여자도…….”

남자의 총검이 상덕의 목을 찔렀다.

가래 끓는 듯한, 신음소리를 내며 상덕은 트렌치 건의 총검을 손으로 잡았지만, 남자는 단호하게 총검을 빼었다.

그는 시선을 허공에 두었다. 남들에게 보이진 않지만, 그의 눈앞에는 컴퓨터 창 같은 것이 보였다.

[HK Mk.23 Mod.0 ]

내구도: 100%

품질: 상

탄약: .45ACP

독일 헤클러 운트 코흐(Heckler & Koch)사에서 생산한 권총, 아직 한발도 사용하지 않은 신품이다.

‘좀 크지만, 나쁘진 않네.’

발라크라바를 쓰고 있음에도 남자는 잠시 동안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탄창에 총알을 넣은 뒤, 장착하여 장전했다. 이어서 그는 권총 홀스터의 크기를 조절하고는 권총을 홀스터에 넣으려다가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권총이 창문을 향했고, 총소리와 함께 날아든 총알이 작은 크기의 정찰 드론 프로펠러에 정확히 박혔다.

드론의 프로펠러 회전축이 총알에 맞으며 절단냈고, 그대로 추락하면서 영상은 끝이나 버렸다.

***

“……대단하군.”

영상이 끝나기 무섭게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고 몇몇은 침을 삼켰다.

하지만 오직 육군 정복을 입은 장군만 부정적이었다.

“저 정도쯤은 우리 대원들도 할 수 있네.”

하지만, 그의 말처럼 권총으로 약 100미터 이상 떨어진 사과만 한 크기의 드론을 맞추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 드론은 공중에서 정지상태가 아니라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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