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화타-120화 (120/255)

# 120

8장, 현대의 효웅(梟雄) (1)

“TV에 나오더니 돈 좀 벌었나봅니다? 10억이나 부르는 걸 보면.”

영진 건설의 후계자인 김우창 상무가 히죽거렸다.

약간은 비꼬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딜러로부터 10억 원 가량의 칩을 받은 한지호는 김우창을 쳐다봤다.

30대 초반, 기생오라비 같이 얄쌍한 외모.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를 해놓은 차림새.

굳이 상대하고픈 스타일은 아니다.

처음부터 한지호는 첸과 조준혁 때문에 게임을 하려는 것이었다.

김우창도 어디서 빠지지 않는 거물이지만 안중에도 없었다.

“아버지가 경상도 공사판에서 흙먼지 마시며 번 돈으로 도박이나 하고 다니는 거, 좀 부끄럽지 않습니까?”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영진 건설은 김우창의 아버지가 젊어서부터 갖은 고생을 하며 일으킨 기업이다.

경상도 바닥의 크고 작은 공사판에 끼어들어 괄시를 당하면서 회사를 일궈낸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그런데 아들 교육은 썩 훌륭하게 해내지 못한 것 같았다.

아픈 구석이 찔려서일까.

김우창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뭐, 뭐라고?”

“그만 합시다.”

상황을 종료시킨 건 조준혁이었다.

그가 담담하게 한 마디를 내뱉자 화를 내려던 김우창이 입을 닫았다.

여전히 거친 숨을 몰아쉬며 씩씩거렸지만, 더 이상 한지호에게 시비를 걸지 않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나대는 재벌 2세도 조준혁의 말을 듣는 것이다.

“시작하겠습니다.”

딜러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게임의 시작을 알렸다.

어떤 경우에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게 좋은 딜러의 원칙이다.

카드를 돌리기 전, 딜러는 새로 앉은 한지호에게 테이블 룰을 말해줬다.

“다른 플레이어들의 요청에 따라 빅, 스몰 없이 무제한 배팅이 가능한 룰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배팅 순서만 정해져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합니다.”

“그럼 카드를 돌리겠습니다.”

처처척-

딜러가 능숙하게 카드를 뿌렸다.

한 사람 앞에 두 장의 카드가 놓였다.

텍사스 홀덤의 룰은 간단하다.

처음에는 각자 두 장의 카드를 받는다.

그 다음 얼마를 배팅할지 결정한다.

패가 좋지 않으면 배팅 도중에 포기해도 된다.

이후에는 딜러가 모두에게 공개되는 세 장의 카드를 가운데에 오픈한다.

내가 가진 카드 두 장과 공유되는 카드 세 장의 조합을 맞춰보고 다시 배팅 액수를 올린다.

곧이어 다시 한 장의 카드가 공개되고, 마지막으로 또 한 장이 공개된다.

이렇게 일곱 장의 카드로 가장 좋은 패를 조합한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뒤에 차례대로 공개되는 다섯 장의 카드는 모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받는 자신만의 카드 두 장으로 승부를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

상대방이 좋은 패를 가진 것처럼 허풍을 떠는지, 아니면 진짜 좋은 패를 보유했는지 꿰뚫어보는 심리전이야말로 텍사스 홀덤의 백미다.

포커라는 카드 게임 중에서 텍사스 홀덤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건 플레이어의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지호가 테이블에 앉은 것도 그래서였다.

그는 조준혁이 어떤 인간인지 알고 싶었다.

향후 국내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자 높은 벽이 될 수밖에 없는 위천 한방병원의 주인, 조준혁.

미스테리한 그의 성향을 알아보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조준혁 앞에서 등을 돌리고 나가기 싫은 마음, 그리고 지피지기(知彼知己)를 위한 도박의 막이 올랐다.

스윽-

한지호는 자기 앞에 놓인 두 장의 카드를 확인했다.

‘좋지 않네.’

그리 좋은 패가 아니었다.

에이스 7과 하트 3.

기적적인 확률로 스트레이트가 만들어질 수는 있지만, 그리 기대할 건덕지가 많지 않은 패다.

하지만 포커 중에서도 텍사스 홀덤은 패의 힘만으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얼마나 뻔뻔하게 상대방을 속이느냐가 더 중요하다.

과감하게 배팅을 할 수 있는 담력과 칩의 유무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한지호는 다른 세 명의 얼굴을 돌아봤다.

김우창의 눈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첸은 게임이 시작되자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마치 카드 안으로 빨려 들어갈 기세였다.

그에 반해 조준혁은 시종일관 무표정, 철저하게 포커 페이스를 지키고 있었다.

어쩌면 표정이란 게 없는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몰, 빅이 없으니 뉴 플레이어부터 배팅을 시작하겠습니다.”

딜러가 한지호를 지목했다.

얼마를 배팅해야 하는가.

패가 좋지 않으니 부담 없이 다이를 선언하고 다음 게임에 뛰어들어도 된다.

하지만 한지호는 오랜 고민 없이 배팅 액수를 불렀다.

“천.”

“천만 원, 받았습니다.”

여기는 평범한 카지노 테이블이 아니다.

VVIP들이 모이는 지하 2층에서도 가장 큰손들만 들어올 수 있는 방이다.

한지호가 테이블 중앙으로 내던진 칩 하나의 가치가 무려 천만 원이다.

누구라도 놀랄 액수지만, 옆의 세 명은 안색 하나 바꾸지 않았다.

한지호 다음은 김우창의 차례였다.

“천 받고 삼천.”

김우창이 배팅 액수를 올렸다.

레이스를 시작한 것이다.

‘좋은 패를 잡았군. 너무 눈에 보여.’

어떤 카드 두 장이 걸렸는지 몰라도 김우창의 눈빛에 욕망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천만 원짜리 칩 네 개를 중앙에 던진 그는 짐짓 태연한 척 했다.

한 번에 너무 높은 액수를 부르면 사람들이 겁 먹고 다이를 선언할 수도 있다.

그러니 천천히 액수를 높여 판을 키우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도박판에 처음 앉은 한지호가 보기에도 김우창의 머릿속이 환하게 읽혔다.

“레이스, 사천입니다.”

딜러가 상황을 정리하며 첸을 쳐다봤다.

이런 레이스에서 밀릴 첸이 아니다.

첸은 카지노 딜러가 쓰는 기본적인 한국말은 알아듣고 있었다.

어차피 테이블에서 딜러가 하는 말이야 뻔하다.

그는 필요할 때만 영어로 말해줄 것을 부탁했고, 알아듣는 경우에는 바로 게임을 진행했다.

홍콩에서 둘째라면 서러운 도박 중독자다웠다.

“콜.”

또 다시 네 개의 칩이 테이블 중앙에 올라갔다.

시작부터 무려 4천만 원을 배팅하는 건데도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이제 조준혁이 배팅할 차례다.

고작 두 장의 카드만이 주어진 상황에서 그가 레이스에 따라붙을까.

한지호의 시선이 조준혁에게 고정됐다.

투둑!

그는 말없이 칩 4개를 던졌다.

“레이스 하시겠습니까?”

딜러가 한지호의 의사를 물었다.

계속 배팅을 하려면 다른 플레이어들처럼 천만 원짜리 칩 3개를 더 내야 한다.

혹은 먼저 낸 천만 원짜리 칩 하나를 포기하고 이번 게임에서 다이하면 된다.

‘에이스 7, 하트 3. 김우창이 좋은 패를 잡았는데 내 카드로 레이스를 하는 건 무모해. 조준혁 이사장과 첸이 달리고 있으니 그냥 지켜보는 게 낫겠어.’

한지호는 이번 판에서 손을 떼고 조준혁을 관찰 할 작정이었다.

“다이.”

그가 다이를 선언하자 딜러가 칩들을 가운데로 모았다.

처음에 한지호가 냈던 칩을 포함해 천만 원짜리 칩이 총 13개.

3분도 흐르기 전에 1억 3천만 원의 판돈이 쌓였다.

돈이 썩어 넘치는 사람이라도 이만한 판돈이면 평정심을 지키기 쉽지 않다.

이윽고 딜러가 세 장의 카드를 공개했다.

공통으로 적용되는 세 장이 공개되자 김우창은 더욱 확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기쁜 기색을 숨기려 애쓰는 것 같았지만 속이 뻔히 보였다.

핏발 선 눈동자가 김우창의 기분을 대변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사람의 눈과는 다르다.

흥분을 억지로 감추다보니 눈동자가 붉어진 것이다.

“배팅 하시겠습니까?”

한지호가 빠졌으니 김우창부터 배팅을 해야 한다.

김우창은 첸과 조준혁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7천.”

애매한 액수였다.

상대를 겁먹게 하지 않으면서 판을 더 키우는 적당한 액수를 고민한 것이다.

이제 키는 첸에게 넘어갔다.

다섯 장의 카드가 공개됐고, 남은 카드는 두 장이다.

첸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손에 쥔 두 장의 개인 카드를 내려놓았다.

“다이.”

첸이 배팅을 하지 않자 김우창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 표정이지만 한지호는 분명히 그의 실망감을 느꼈다.

마지막 남은 조준혁도 포기를 할까.

조준혁이 다이를 선언하면 김우창은 9천만 원을 따는 셈이다.

“7천, 콜.”

조준혁은 첸과 달랐다.

무표정한 얼굴로 칩 7개를 튕겨냈다.

이로서 전체 판돈은 2억 7천만 원이 됐다.

VVIP들의 테이블이란 걸 감안해도 액수가 많이 올라갔다.

딜러는 지체하지 않고 다음 카드를 테이블 중앙에 공개했다.

처억.

여섯 번째 카드가 깔렸다.

다음 한 장의 카드만 더 나오면 모든 패가 조합된다.

사실 이쯤 됐으면 플레이어는 대충 자신의 카드가 어떤 조합을 만들지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 한 장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1억.”

김우창이 불을 지폈다.

딜러의 시선이 조준혁에게로 향했다.

김우창은 이쯤에서 조준혁이 물러날 거라 예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충분히 이득을 본 셈이다.

“1억.”

하지만 조준혁은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1억을 받았다.

판돈은 무려 4억 7천만 원이 됐다.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딜러도 약간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겨우 한 판에 5억 원 가까이 판돈이 치솟은 게임은 오랜만이었다.

공교롭게도 한지호가 들어오자마자 불이 제대로 붙은 것이다.

“이사장님, 무리하시는 것 아닙니까?”

김우창이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

조준혁은 말없이 김우창을 쳐다봤다.

효웅의 상을 타고났지만, 당최 감정이란 걸 읽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내 걱정을 하는 건가. 자네가?”

그의 말에 김우창은 입을 툭 내밀고 고개를 돌렸다.

불만스럽지만 대꾸할 담력은 없는 듯 했다.

“마지막 카드입니다.”

딜러가 일곱 번째 카드를 공개했다.

각자 가진 카드가 두 장, 그리고 테이블 위에 다섯 장의 카드가 모두 오픈 된 것이다.

김우창은 참지 못하고 실실 웃었다.

원하던 조합이 완성 된 모양이었다.

“1억.”

그가 다시 1억을 더 배팅했다.

과연 조준혁이 레이스를 받을지 의문스러웠다.

1억을 더 걸면 서로의 카드를 공개하고 조합 대결을 할 수 있다.

그리되면 의기양양한 티를 내는 김우창이 이길지 모른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다이를 하면 판돈 4억 7천만 원 중에서 조준혁이 배팅한 2억 1천만 원을 날리게 된다.

애초에 여기까지 배팅을 끌고 오는 게 무리였다.

한지호는 김우창이 카드를 보고 흥분한 것을 읽었는데 조준혁은 몰랐단 말인가.

이래저래 복잡한 생각들이 테이블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그 순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20억.”

너무 어이없는 액수라 김우창도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조준혁이 20억 원을 배팅해버렸기 때문이다.

무제한 배팅이기에 가능한 액수였다.

실제로 조준혁은 천만 원 짜리가 아닌 1억 짜리 칩 20개를 테이블에 던졌다.

대체 무슨 카드를 가졌기에 20억을 배팅한 것일까.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 같은 말도 안 되는 조합이 완성 됐을 리도 없다.

공개 된 다섯 장의 카드를 보면 조준혁이 처음에 무슨 카드를 두 장 받았든 상관없이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완성하는 게 불가능하다.

똑같은 무늬로 10, J, Q, K, A가 나와야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로티플이 나올 수는 없다.

조준혁은 그만큼 절대적인 조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0억 원을 배팅했다는 뜻이다.

과연 어떤 카드 두 장이 그의 손에 들려있을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한지호도 그렇지만, 이제껏 판을 키워온 김우창은 돌아버리기 직전의 상태였다.

그는 이때까지 순수하게 3억 1천만 원을 배팅했다.

여기서 포기하면 조준혁의 카드도 보지 못하고 3억 1천만 원을 날려야 한다.

상대의 카드를 보고 최후의 승부를 가리려면 19억 원을 더 내야 한다.

조준혁이 배팅한 20억 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총 22억 1천만 원을 배팅하게 되는 셈이다.

김우창은 이번 판 내내 자신이 가진 카드에 자신감을 보였었다.

그러나 걸어야 하는 돈이 20억이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억을 잃는 것과 22억을 잃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영진 건설의 후계자라고 해도 어마어마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내 카드가 궁금하면 배팅하는 게 어떤가? 김우창 상무.”

“으… 으으…….”

조준혁의 도발에 김우창의 멘탈이 금가기 시작했다.

냉정하고 치밀한 걸로 악명 높은 조준혁이 단순하게 20억 원을 배팅했을 리 없다.

자신만만하게 판돈을 끌어올린 건 김우창이지만, 결정타는 조준혁이 날렸다.

식은땀까지 흘리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김우창은 결국 꼬리를 말았다.

겨우 10분 안에 벌어진 게임 한 판에 22억 1천만 원을 거는 모험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폴드…….”

배팅을 접었다.

딜러가 이제껏 쌓인 칩을 모아서 조준혁 앞에 놓아줬다.

20억을 걸었지만, 실제로 조준혁이 딴 돈은 3억 6천만 원이다.

그 중에 3천 1천만 원이 김우창의 돈이었다.

“이사장님은 대체 무슨 카드였습니까? 난 풀 하우스가 나왔는데!”

풀 하우스는 트리플과 원 페어가 섞인 아주 높은 조합이다.

웬만하면 지지 않는 패다.

처음 두 장에서부터 원 페어를 받았던 김우창이 흥분하며 판을 키운 게 이해가 됐다.

조준혁은 대답 다신 자기가 처음 받았던 두 장의 카드를 뒤집어서 보여줬다.

“커헉!”

그의 패를 확인한 김우창이 신음을 토해냈다.

첸의 눈도 커졌고, 한지호 역시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오죽하면 딜러도 놀라서 정리하던 다른 카드를 떨어트릴 정도였다.

노 페어.

그러니까 포커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조합이었다.

원 페어라는 가장 낮은 점수도 획득하지 못한 쓸모 없는 카드로 20억 원을 걸었던 것이다.

김우창은 풀 하우스를 가지고도 조준혁의 기세에 눌려 3억을 넘게 잃었다.

돈을 잃은 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런 방식의 패배는 사람의 멘탈을 완전히 무너트린다.

거기에 조준혁이 쐐기를 박았다.

“김우창 상무. 그 정도 배짱으로는 여기에 앉아있을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알아서 나가는 게 어떤가?”

거만하기 짝이 없던 김우창은 완전히 농락당한 어린 아이 취급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덜너덜해진 멘탈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끼이익-

김우창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밖으로 사라졌다.

한 번의 게임으로 영진 건설의 후계자를 짓밟은 조준혁이 첸과 한지호를 쳐다봤다.

그는 첸이 알아들을 수 있게 영어로 말을 했다.

“의료계와 관련이 있는 사람만 남았으니 다른 게임을 해보는 게 어떻습니까. 의술로 게임을 하는 겁니다. 배팅은 돈이 아니라 승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으로.”

조준혁의 목적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한지호가 그를 알아보려 한 것처럼 그 역시 첸 또는 한지호에게 원하는 것이 있었다.

첸은 승부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고민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지호도 물러설 수 없었다.

무슨 게임을 하자는 건지 몰라도 김우창처럼 조준혁의 위세에 눌려 꼬리를 내리고 싶지 않았다.

“하겠습니다.”

의사를 밝힌 한지호와 조준혁의 눈빛이 다시 한 번 얽혀들었다.

처음 방 안에 들어왔을 때보다 더 뜨거운 불꽃이 튀었다.

삼국지 시대를 대표하는 효웅은 조조였다.

조준혁은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시대에 걸맞게 진화한 효웅이다.

그와 한지호 사이의 게임은 이제 막 흥미진진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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