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
6장, 법보다 주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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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지 않아. 절대로.”
운전석에 앉은 한지호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량을 베푸는 것도 상대가 말을 알아들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김일은은 선을 넘었고, 한지호가 준 마지막 기회마저 걷어찼다.
한지호는 점혈법으로 김일은에게 평생 씻지 못할 고통을 남겨줬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만드는 아혈은 몇 시간 안에 풀릴 것이다.
그러나 다리 근육과 연결 된 각립혈(脚立穴), 왼팔을 관장하는 좌비혈(左臂穴)은 평생 풀리지 않게끔 단단히 눌러 놓았다.
점혈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현대 의학으로 CT나 MRI를 찍어봤자 아무런 이상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폭행이나 타박상으로 한지호를 엮는 것도 불가능하다.
멱살을 잡은 채 손가락으로 혈도를 눌렀을 뿐이니 김일은의 몸에 외상이 남아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후유증은 뚜렷하게 남아 김일은이 평생 죄 값을 치르게 할 터였다.
이제 그는 절름발이처럼 다리에 고통을 느끼며 평생을 절뚝거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왼팔 역시 원인불명의 통증과 근력 저하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다.
한지호는 최치우가 겪은 고통을 딱 두 배로 돌려주겠다고 말했었다.
뺑소니를 당해 다친 최치우처럼 왼팔을 못 쓰게 만들었고, 거기에 더해 한쪽 다리까지 불구로 만든 것이다.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된 건 엄청난 형벌이다.
언제나 조폭 두목처럼 의기양양하던 김일은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한 팔을 제대로 못 쓰게 됐다.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심리적 고통까지 더해져 상상을 초월하는 벌을 받은 셈이다.
한지호 수준의 점혈법을 구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김일은의 몸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없다.
문제는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에 한지호처럼 점혈법을 구사하는 사람이 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쉰 한지호는 운전대를 잡았다.
과하다면 과한 벌을 내렸지만, 후회는 절대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은 인간은 똑같은 고통을 느껴야 한다.
한지호는 엑셀을 밟고 차를 몰았다.
한국 한약 협회와 김일은의 비리가 담긴 usb는 이미 서대문 경찰서 수사과 지능 팀과 형사과 강력 팀으로 넘어갔다.
협회의 횡령, 배임 그리고 김일은 개인의 공금 유용, 대포차 구매와 뺑소니 사주 등 온갖 범죄들이 지능 팀과 강력 팀의 수사 대상이 될 것이다.
아마 수사 결과가 드러나면 한국 한약 협회라는 단체 자체가 공중분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한지호는 단순히 김일은 한 명만 벌을 준 게 아니었다.
조폭 같은 한국 한약 협회에게 울며 겨자 먹기로 협회비를 상납해온 수많은 영세 한약방들을 도와준 거나 마찬가지다.
이만하면 충분히 복수를 하고도 남은 셈이지만, 그는 집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차를 몰았다.
아직 처리해야 할 대상이 하나 더 남아있다.
그동안 김일은이 주는 더러운 돈을 받고 수족 노릇을 해온 양아치 조직을 박살내려는 것이다.
특히 직접 대포차를 운전해 최치우를 치고 달아난 범인은 그냥 놔둘 수 없었다.
놈들과 같은 양아치 조직은 법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도 감옥에서 몇 년 살다 나와 똑같은 짓을 하기 마련이다.
김일은에게도 법보다 무서운 점혈법으로 평생 스스로의 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법을 우습게 여기는 양아치들에게 그보다 더한 심판을 내려줄 필요가 있다.
부와아앙-
검은색 A5가 한지호의 마음을 대변하듯 성난 배기음을 뿜어내며 도로 위를 질주했다.
오대경에게 건네받은 놈들의 본거지 주소가 네비게이션에 찍혀 있었다.
두 손으로 운전대를 꽉 잡고 질주하는 한지호의 눈동자에 떠오른 열기는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차가운 밤공기도 한지호의 뜨거운 분노를 쉽게 식히지 못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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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대도시다.
괜히 메가 시티(Mega City)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그만큼 명소도 많지만, 인적이 드문 지역도 심심찮게 널려 있다.
경기도와 연결되는 외곽 지구에는 버려진 공터나 공사 현장이 즐비하다.
한지호는 일산과 파주의 경계로 이동했다.
그는 서울 은평구를 지나쳐 고양시와 파주로 나가는 지역, 버려진 공사 현장 근처에 차를 세웠다.
드넓은 공터 한 켠에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들이 주차 돼 있었다.
정식 허가를 받은 중고차 단지로는 보이지 않았다.
딱 봐도 뭔가 이상했다.
자동차들이 주차 된 곳 뒤로는 임시로 세워진 가건물이 보였다.
한지호는 자신이 목적지에 제대로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김일은의 사주를 받아 대포차로 최치우를 치고 달아난 놈의 본거지에 온 것이다.
끼익- 철컥!
한지호는 잠시 바깥 상태를 확인한 후 차에서 내렸다.
경비를 서는 사람들은 따로 보이지 않았다.
제법 늦은 시각이기에 다들 숙소로 보이는 가건물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양이다.
오대경이 말하기론 열 명 안팎이 대포차 조직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들 중에서 누가 직접 차를 몰아 뺑소니 사고를 쳤는지 정보도 입수했다.
“김재웅이라 했지.”
한지호는 놈의 이름을 곱씹었다.
어차피 뺑소니 사건의 범인 한 명만 있을 리는 없었다.
가건물 안에는 열 명 내외의 양아치들이 모여 있을 것이다.
양아치라고 표현하지만, 대포차 업체를 운영하며 청부 폭력까지 일삼는 조직이다.
영화에 나오는 전국구 조직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둠의 세계에서 힘 꽤나 쓰는 조폭이다.
상식적으로 한지호가 혼자 놈들의 본거지에 찾아온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한지호는 거침없이 걸어갔다.
저벅저벅-
낡은 국산차부터 최신형 외제차까지 다양한 대포차들이 주차된 구역을 지나쳤다.
그의 얼굴에서 조금의 두려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둠에 표정이 가리워진 게 아니었다.
그는 마치 집 앞에 산책을 나온 사람처럼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다만 짙고 검은 눈동자에 열기가 이글거리고 있을 뿐이다.
곧이어 한지호가 가건물 근처에 다다랐다.
날이 쌀쌀해서 그런지 건물 바깥에 나와있는 사람은 없었다.
한지호는 가건물 앞에서 오금희 녹공(鹿功)을 펼쳤다.
단전에서 일어난 녹공의 기운이 한지호를 가득 채웠고, 그에 따라 뿔이 길게 돋아난 사슴처럼 감각이 예민해졌다.
사슴은 동물 중에서 가장 기민한 감각을 지녔다.
멀리서 맹수의 기척이 느껴지만 곧바로 무리를 이끌고 도망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지호는 살짝 고개를 숙인 채 한 마리 사슴처럼 가건물 안의 인기척을 탐지했다.
녹공을 펼치면 그는 인간 레이더가 된다.
예전 김해수의 청담동 빌라 앞에서도 녹공을 통해 파파라치의 위치를 잡아냈었다.
가건물 안에 몇 명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다.
고오오오-
녹공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내공을 상실한 현대인은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지만, 한지호는 허공으로 퍼져나간 기운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파동을 감지할 수 있었다.
‘모두 일곱 명. 전부 건장한 남자들. 예상보다는 머릿수가 적어.’
한지호는 2층짜리 가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을 파악했다.
녹공으로 감각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탐색한 결과, 건장한 남성 일곱 명이 안에 머물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열 명 이상을 예상하고 왔기에 7이라는 숫자가 크게 부담 되진 않았다.
한지호는 망설임 없이 가건물의 현관문 앞에 섰다.
험한 일로 먹고사는 건장한 남자들이라고 해도 무공을 익히지 못한 이상 한지호에겐 위협이 될 수 없다.
쿵쿵!
한지호는 초인종 대신 주먹으로 현관문을 두드렸다.
가건물이라고 해도 대충 지어진 건 절대 아니다.
그러나 힘이 실린 주먹에 가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현관문을 부술 듯 두드리자 건물 안쪽에서도 반응이 있었다.
“뭔데? 누구야!”
짜증 섞인 음성과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벌컥 열린 현관문 안쪽에서 양 팔을 문신으로 도배한 남자가 나타났다.
하얀색 나시를 입은 남자는 형형색색의 문신이 새겨진 양 팔로 다짜고짜 한지호를 위협했다.
“뭔데 너는? 어!”
한지호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여기 안에 김재웅이라고 있습니까?”
“재웅이? 있지. 근데 뭐냐고? 재웅이 찾아왔…… 커헉!”
남자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김재웅이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한지호가 전광석화처럼 움직였기 때문이다.
오금희 웅공(熊功)의 파괴력이 실린 주먹이 남자의 명치를 강타했다.
문신을 자랑하던 남자는 반항 한 번 못 해보고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
숨이 끊어질 듯 강력한 통증은 깨어난 후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뭐꼬?”
“무슨 일이야!”
가건물 안에서 휴식을 취하던 남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현관문에서 파공성이 들렸고, 자신들의 동료가 게거품을 흘리며 기절해 있는 걸 본 것이다.
현관문 안으로 들어선 한지호는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신발장이 있는 현관 입구는 좁게 형성되어 있다.
그렇기에 상대가 아무리 많아도 한 명씩 덤벼들 수밖에 없다.
한지호는 순식간에 지형을 파악하고,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령한 것이다.
“너 뭐하는 놈인데, 이 미친 새끼야!”
우락부락한 남자들의 입에서 쌍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들 덩치와 인상으로 어디 가서 밀릴 사람들이 절대 아니었다.
한 명을 쓰러트렸지만 무려 여섯 명이 남았다.
2층에 있던 남자들도 1층 현관 쪽으로 우르르 내려와 한지호를 노려봤다.
아무리 담력이 쎄다고 해도 오금이 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지호는 대치 국면에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 중에서 김재웅이 누구?”
그는 사내들의 협박에 답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했다.
한지호의 물음에 저도 모르게 움찔 한 사람이 있었다.
낯선 불청객으로부터 자기 이름이 불리자 본능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한지호는 그를 똑바로 노려봤다.
190cm는 될 것 같은 장신에 균형 잡힌 몸매와 날카로운 인상이 다른 남자들과 달랐다.
소위 말하는 근육 돼지들 틈에서 제일 날렵해 보였다.
“당신이 김재웅이군. 여기 나머지를 쓰러트리고 나랑 따로 이야기 좀 합니다.”
한지호는 서릿발 같은 눈빛으로 김재웅을 노려봤다.
그는 나머지 다섯 명의 건장한 덩치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당연히 덩치들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나름 대포차 판매와 청부 폭력으로 어둠의 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놈들이다.
남자들이 괴성을 지르며 좁은 현관으로 달려들었다.
“닌 오늘 뒤졌다, 이 새끼야-!”
부우웅!
온몸을 내던진 남자가 팔을 크게 휘둘렀다.
저 덩치의 주먹에 맞는다면 그대로 턱이 돌아갈 것 같았다.
하지만 무식하게 체중을 실은 펀치를 순순히 맞아줄 필요가 없었다.
한지호는 오금희 원공(猿功)의 힘을 빌렸다.
나무를 타고 노는 원숭이 부럽지 않은 민첩함과 순발력이 몸에서 터져 나왔다.
쉬이이익-
가볍게 주먹을 흘린 정단오가 남자의 턱에 카운터 펀치를 꽂았다.
빠각!
달려드는 상대의 힘을 역이용한 펀치가 정통으로 먹혀들었다.
두 명의 체중이 실린 주먹에 턱을 맞은 남자는 눈동자를 까뒤집으며 쓰러졌다.
쿠웅-
순식간에 두 명이 실신했다.
이제 남은 숫자는 김재웅을 포함해 다섯 명이다.
한지호는 씨익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멍하게 서있지 말고 얼른 들어오라는 도발적인 손짓이었다.
“피차 시간도 없는데 빨리 끝냅시다.”
당황했던 남자들이 한지호의 말에 꼭지가 돌아버렸다.
좁은 현관 입구로 두 명의 덩치가 동시에 비집고 들어왔다.
한지호는 놀라지 않고 차분하게 오금희의 기운을 발동시켰다.
이 순간, 그는 의원이 아닌 무인이었다.
오금희 중에서 가장 흉폭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호공(虎功)의 기운이 발휘됐다.
맹수의 제왕이 된 한지호는 달려오는 두 남자들에게 먼저 파고들어 양 손으로 급소를 후려쳤다.
퍼억!
퍼퍼퍽-
오른손은 목젖이 있는 천돌혈을 때렸고, 왼손은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기세 좋게 덤벼든 두 명 역시 다른 남자들처럼 힘없이 고꾸라졌다.
한지호는 더 이상 덩치들이 공격해오길 기다리지 않았다.
남은 인원은 세 명.
둘만 더 쓰러트리면 최종 목표인 김재웅만 남는다.
벼락같이 바닥을 박찬 한지호가 먹이를 노리는 호랑이로 변했다.
쿠콰콰쾅!
두 손에 힘을 가득 실어 남자 한 명의 가슴팍을 밀쳐냈고, 그 반동으로 튕겨져 나오며 옆에 서있는 덩치의 인중을 때렸다.
눈 깜짝 할 사이에 가슴팍을 맞은 남자는 저만치 뒤로 튕겨졌고, 인중을 맞은 사내 역시 속절없이 허물어지며 의식을 잃었다.
주먹 좀 쓴다는 조직원 여섯 명을 모조리 쓰러트리는데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홀로 남은 김재웅은 완전히 얼이 빠진 얼굴로 한지호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반항 할 의지도 사라진 것이다.
한지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김재웅을 노려봤다.
여전히 오금희 호공이 발동된 상태라 눈빛이 사냥감을 쫓는 호랑이처럼 매서웠다.
“김재웅 씨. 내가 왜 왔는지 짐작은 됩니까?”
“대, 대체 누구…… 호, 혹시 경찰?”
김재웅이 말을 더듬었다.
190cm가 넘는 키와 균형 잡힌 몸도 아무 도움이 안 됐다.
여섯 명의 덩치를 순식간에 기절 시키는 사람을 직접 보면 누구든 혼이 나갈 수밖에 없다.
한지호는 김재웅에게 가까이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당신은 뺑소니 사고를 당하게 될 겁니다. 자동차 대신 내가 사고를 친다는 점만 다르군요.”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마친 한지호가 손을 뻗었다.
그는 어느새 호공 대신 오금희 웅공을 발동시킨 상태였다.
순간적으로 더 강한 힘을 내기 위해서였다.
으드드득-
“끄아아아아악-!”
김재웅의 비명 소리가 가건물을 뒤흔들었다.
한지호가 그의 왼팔을 잡은 채 무지막지한 힘을 줘서 부러트렸기 때문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최치우의 왼팔을 부러트린 장본인 김재웅은 신음을 꺽꺽 흘리며 주저앉았다.
기괴한 각도로 뒤틀린 왼팔은 쉽게 회복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수술을 받더라도 더 이상은 주먹을 쓰며 살아가기 힘들어질 것이다.
한지호는 단신으로 작은 조직 하나를 풍비박산 내버렸다.
김일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한국 한약 협회의 비리를 경찰에 넘긴데 이어 자기 손으로 복수의 마무리를 지은 것이다.
TV에 나오는 훈남 한의사가 마음먹기에 따라 이토록 무서운 사람으로 변할 수도 있다.
한지호는 후환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아예 싹을 밟아버렸다.
전란과 야만의 시대였던 삼국지의 기억이 한지호를 더 단호하게 만든 것 같았다.
어둠은 더욱 짙어지고, 한지호에게 당해 쓰러진 이들은 일어날 줄을 몰랐다.
한지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가건물에서 나와 차를 세워둔 곳으로 걸어갔다.
전생을 깨닫고 오금희를 익힌 후 사람에게 실제 무공을 펼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지만, 기분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는 언제든 무공을 쓸 것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무인이 아닌 한의사로서만 살아갈 수 있기를 내심 바랄 따름이었다.
밤하늘에 가리워진 달이 희미한 빛으로 한지호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