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화타-62화 (62/255)

#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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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화보다 조금 더 활기찬 분위기로 가보겠습니다. 날카로운 의견이 있다면 과감하게 치고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채성일이 스튜디오에서 현장을 지휘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지호는 그의 말이 뜻하는 바를 알아들었다.

1화는 스탭과 출연진의 호흡을 맞추며 탐색전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에 비해 2화에는 다이어트라는 주제를 내세운 만큼 강력한 펀치를 날려줘야 한다.

채성일은 출연진들이 자유롭게 치고받으며 뜨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주길 바라고 있었다.

‘좋아. 채 PD님이 원한다면 제대로 한 번 놀아볼까?’

한지호가 위험한 다짐을 하며 양승찬을 쳐다봤다.

문주연 옆에서 대본을 검토하고 있는 그도 오늘은 이빨을 드러낼 것 같았다.

곧이어 촬영 준비 신호가 들어왔고, 세 명의 출연진이 각자의 자리에 나란히 서서 자세를 잡았다.

문주연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빈틈없이 오프닝 멘트를 이끌었다.

그녀를 메인 MC로 선택한 건 탁월한 결정이었다.

젊고 아름답지만 지적인 분위기 덕에 가벼운 느낌을 주지 않는 문주연 같은 MC도 찾기 힘들 것이다.

MBS의 아나운서가 아니었다면 거액을 주고 모셔왔어야 했을 인재였다.

“<건강 백서, 진짜! 가짜!>는 오늘도 세상의 무수한 건강 백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파헤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일 년에 한 번씩은 다이어트에 도전하고 계시죠? 조사 결과 20대 이상의 성인 남녀 중 1년에 1회 이상 다이어트를 도전하는 사람이 78%에 이른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국민이 다이어트에 관심을 가진다고 봐도 무방한데요, 시중에 난무하는 수많은 다이어트 비법. 과연 효과가 있는 걸까요? 혹시 부작용으로 위험한 경우는 없을까요? 두 분의 전문가를 모시고 <건강 백서, 진짜! 가짜!>에서 다이어트 비법의 명암을 알아보겠습니다.”

문주연이 오프닝 멘트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녀에게 감탄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양승찬을 찍는 카메라에 붉은 빛이 들어왔고, 그 다음은 한지호의 순서였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식품 의학 전문가 양승찬입니다. 저는 오늘 성형외과에서 시술하는 다이어트 주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주사 한 방으로 각선미를 살려주고 군살을 제거할 수 있다는데 과연 사실일까요? 잠시 뒤 알아보겠습니다.”

양승찬은 나름 칼을 갈고 아이템을 준비해왔다.

한지호는 방송국에 도착해 대본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었다.

다이어트 주사라는 아이템을 정하고 조사를 해온 양승찬의 노림수가 제법 예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지호가 준비해온 펀치가 더 강력할 것이다.

아마 촬영장에 도착해 대본을 읽은 양승찬도 당황했을 게 분명하다.

한지호는 어떤 한의사도 건드리기 힘든 주제를 들고 제작진과 사전 조율을 마쳤다.

곧이어 한지호를 전담하는 카메라에 붉은 빛이 들어왔다.

어느새 방송 환경에 익숙해진 한지호는 인상을 부드럽게 피고 입을 열었다.

회심의 일격을 날려줄 타이밍이다.

“한의사 한지호입니다. 저는 한의사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다이어트 한약, 과연 제대로 된 효과가 있는 것인지, 또 부작용은 위험하지 않은지. 어쩌면 제 살을 파먹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의사의 명예를 걸고 알아보겠습니다.”

강력한 한 방이 꽂혔다.

촬영을 하는 스튜디오 내부의 공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9장, 내실과 외연 (2)

분위기가 뜨거워지는 게 당연했다.

한의사가 직접 나서서 다이어트 한약의 허와 실을 파헤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의학계 선배들과 동료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민감한 주제다.

성형외과 의사가 직접 성형의 위험함을 다루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파급 효과는 더 클 것이다.

다이어트 한약은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다.

동네 한의원들의 주요 밥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야소녀 모임 등으로 명성을 얻은 젊은 한의사가 냉정한 시선으로 다이어트 한약을 분석하면 보나마나 핫 이슈가 될 터였다.

일각에서는 유명세를 위해 같은 업계에 칼을 들이밀었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한의학계에서 한지호를 배신자로 여기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한지호는 업계 내부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국민과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니즈(needs)를 충족시킬 생각이었다.

한의사 업계가 반발하고, 선후배와 동료들이 뒤에서 비난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는 한의사 업계나 선후배의 도움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없는 말을 억지로 지어낼 것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기반 해서 다이어트 한약의 허와 실을 따져보려는 것뿐이다.

이 방송을 통해 한의사 업계가 그를 비난할수록 국민과 시청자들은 한지호의 편을 들어줄 것이다.

크게 한 방을 터트린 한지호는 진행 순서에 따라 진지하게 촬영을 했다.

언뜻 마주치는 양승찬의 눈빛에서 당했다는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양승찬이 준비한 다이어트 주사도 흥미로운 주제지만, 한의사가 직접 다이어트 한약의 진실을 캐내는 것보다는 덜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커트! 굿! 아주 좋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다이어트 주사 영상 먼저 틀고, 이야기 나누는 씬 촬영하겠습니다. 그 다음엔 안 쉬고 바로 다이어트 한약 영상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오프닝을 비롯해 초반 분위기를 띄우는데 1시간 가량이 흘러갔다.

막상 방송에 나오는 분량은 10분쯤 될까.

10분을 뽑아내기 위해 1시간을 쉬지 않고 촬영한 것이다.

그나마 <건강 백서, 진짜! 가짜!>는 촬영 시간에 비해 방송 분량이 양호하게 뽑히는 편이었다.

예능국에서 제작하지만 실내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건강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야외 예능이나 버라이어티 토크 쇼 같은 경우는 1시간 방송분을 뽑기 위해 12시간 넘게 촬영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TV 프로그램은 절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보는 사람은 가볍게 흘려 넘길 수 있어도 방송 분량 1분에는 만드는 사람의 노고와 땀이 스며들어 있다.

“후-!”

잠깐의 휴식시간이 주어지가 한지호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각오를 하고 왔지만 카메라 앞에서 민감한 주제를 꺼내들고, 유창하게 말을 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했다.

밥을 든든히 먹고 왔는데도 또 허기가 지는 기분이었다.

“형님, 여기 차가운 물입니다.”

스튜디오에서 촬영 현장을 지켜보던 조기운이 생수를 들고 다가왔다.

휴식 시간에 한지호가 목을 축일 수 있도록 시원한 물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기운은 방송국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매니저 역할까지 제대로 해내고 있었다.

“고맙다, 기운아.”

텀블러를 받아든 한지호는 사양하지 않고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

차가운 물을 마시니 소모됐던 에너지가 보충되는 것 같았다.

“에너지 바 같은 거라도 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이만하면 됐어.”

“그럼 저는 저 쪽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조기운이 텀블러를 받고 카메라 동선 밖으로 나갔다.

스탭들 틈에 섞여 계속해서 촬영 현장을 지켜보려는 것이다.

한지호는 믿음직스런 동생이 현장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이럴 때 쓰라고 오금희가 있는 거지.’

냉수를 마신 그는 오금희의 기운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오금희는 무공으로 펼칠 수도 있고, 치료를 위해 쓸 수도 있다.

지금처럼 집중력을 발휘해 에너지가 빨리 소모될 때도 유용하다.

오장육부 중에서 간과 연결된 웅공을 펼치면 목기(木氣)가 일어난다.

간은 몸의 컨디션을 관장하는 장기이고, 나무를 닮은 목기는 생체 에너지의 활성화를 돕는 기운이다.

그래서 피곤하고 지칠 때,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 웅공을 일으키면 자연스레 해결이 되는 것이다.

화타가 창안한 오금희는 다섯 동물, 다섯 장기, 다섯 기운을 관통해 오행(五行)이라는 자연의 신비를 꿰뚫고 있다.

한지호는 무공, 의술, 도인술, 그 모든 개념을 초월한 절대적 진리가 오금희에 담겨 있다고 믿었다.

고오오오-

웅공을 일으키자 단전에서 솟아난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카메라 앞에서 소모됐던 에너지가 거짓말처럼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런 상태라면 하루 종일 촬영을 해도 거뜬할 것 같았다.

평범한 현대인의 범주를 훌쩍 넘어선 한지호에게 한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설령 한계가 있더라도 그 기준이 일반 사람과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한지호는 잠깐의 휴식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며 다시 쌩쌩해지고 있었다.

그때 화장을 고치고 온 문주연이 말을 걸었다.

“오늘 아이템, 제대로 준비를 하셨네요.”

“칼을 갈았죠.”

한지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촬영 때를 제외하면 사적인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 문주연이 관심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

그녀가 한지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제 생각에 2화가 방송되고 나면 한 원장님이 스타가 될 것 같아요.”

“그런가요?”

“같은 업계의 내부 사정을 고발하는 거, 시청자들이 참 좋아하는 일이거든요. 의도하신 거겠지만 아이템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맙습니다. 어쨌든 프로그램이 잘 되자고 하는 일입니다.”

“잘 될 거 같아요. 1화도 기대 이상으로 잘 나온 것 같으니까. 한 원장님도, 또 양 원장님도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사기 충분한 분들이시고요.”

문주연의 칭찬에 한지호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호들갑을 떨지 않고 내내 차분한 톤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오히려 그래서 가식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와 닿는지도 모른다.

가까이서 문주연을 접해보면 왜 수많은 남자들이 여자 아나운서를 최고의 신부감으로 여기는지 알 것 같았다.

절대 오버하지 않고 이지적인 톤을 유지하는 모습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이렇게 평상시에 철벽을 치고 사는 여자에게 더 큰 정복욕을 느끼는 것이 남자라는 생물의 본성이다.

한지호도 문주연이라는 여자를 향한 호기심이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자! 이제 다시 들어갑니다. 다이어트 주사 영상부터 보면서 오디오 입히겠습니다.”

그때 채성일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는 조연출에게 시켜도 될 일을 직접 도맡으며 현장 전체를 지휘하는 스타일이었다.

이야기를 더 나누려던 문주연과 한지호는 눈빛으로 여운을 남겼다.

둘이 붙어서 대화하는 걸 의식하고 있던 양승찬이 촬영 재개를 위해 가까이 다가왔다.

“그럼 영상부터 들어갑니다. 고-!”

담당 PD인 채성일의 음성이 스튜디오 전체를 장악했다.

짧은 휴식 시간이 끝나고 촬영이 다시 시작됐다.

탐색전이었던 1화와 달리 더욱 민감한 내용을 담은 <건강 백서, 진짜! 가짜!>의 2화 촬영은 막힘없이 쭉쭉 진행되고 있었다.

한지호는 문주연의 예측처럼 스타가 되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최선의 역량을 쏟아냈다.

이틀 뒤, 금요일이면 첫 방송이 전파를 탄다.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모두가 <건강 백서, 진짜! 가짜!>의 대박을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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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그리고 금요일.

이틀 동안 진료를 마친 한지호는 원화 한의원 식구들과 함께 <건강 백서, 진짜! 가짜!>의 1화를 시청했다.

회식을 겸해서 다 같이 방송을 시청했고, 직원들의 피드백은 나쁘지 않았다.

크로스 핏의 장단점을 서양 의학과 한의학 측면에서 분석한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다.

한지호는 방송에서 체질적으로 크로스 핏을 하면 안 되는 사람들의 유형을 알려줬고, 어떤 음식과 한약이 크로스 핏에 도움이 되는지 설명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문주연이 중심을 잡으며 문제 제기를 하고, 양승찬과 한지호가 주거니 받거니 각기 다른 전문가의 시선을 제공하는 게 제법 그림이 됐다.

방송을 함께 본 원화 한의원 직원들은 대체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1화라서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분명히 <건강 백서, 진짜! 가짜!>가 잘 될 것 같다는 게 중론이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은 크로스 핏을 1화 주제로 다룬 것도 나쁘지 않았고, 프로그램 기획 의도 역시 충분히 반영되었다.

첫 방송치고는 모든 면에서 합격점을 줄 수밖에 없었다.

강렬하게 몰입을 시키는 힘은 부족해도 금요일 저녁 시간에 화제 거리를 만들기엔 충분했다.

회식 겸 첫 방송 시청을 마친 한지호는 기분 좋게 신사동 오피스텔로 들어왔다.

방송이 나가자 유건영을 비롯한 지인들이 전화를 걸어왔고, 여기저기서 축하 인사를 받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본 것 같았다.

확실히 TV 프로그램의 힘이 크다고 느끼며 샤워를 한 그는 맨몸으로 침대에 누웠다.

내일 오전에도 진료가 있기에 일찍 자려는 것이다.

우웅-!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는데 스마트 폰이 부르르 떨렸다.

짧은 진동이 울린 걸 봐서 메시지가 온 모양이다.

그냥 무시하고 잘까 싶었지만, 손을 뻗어 스마트 폰을 잡았다.

메시지는 다름 아닌 유초아에게서 온 것이었다.

- 지호 오빠, 방송 잘 봤어요. TV에서 오빠 보니까 엄청 신기했어요. 수녀님이랑 성당 분들이랑 같이 봤어요. 매주 본방 사수 할게요. 화이팅! -

메시지를 읽은 한지호의 얼굴에 숨길 수 없이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따금 유초아가 보내는 메시지는 그에게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그는 답장을 보내는 대신 전화번호부에서 다른 연락처를 찾았다.

조기운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삐이이- 삐이이-

통화연결음이 몇 번 울리고, 곧바로 조기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호 형님.”

“자고 있던 거 아니지?”

“아닙니다. 방금 막 들어왔습니다.”

조기운은 오늘 청우단 고객 중 한 명과 만나느라 회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지호가 진료와 한의원 운영, 방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기운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뛰어 다니는 것이다.

“미팅은 어땠어?”

“100알을 추가 주문 받았습니다. 한 달 수량을 2000알로 맞추는 게 쉽지가 않네요. 너무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말입니다.”

“고생 많다.”

한지호는 조기운의 수고를 모르지 않았다.

한의원을 열었지만 청우단 고객들은 굳이 역삼까지 올 필요가 없다.

서류상으로는 한의원에서 진단을 받고 약을 받아가는 걸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조기운을 통해 주문과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청우단 주문 수량을 맞추기 위해, 그리고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고객들을 위해 조기운이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지호는 그에게 새로운 미션을 내리고자 밤늦게 전화를 건 것이다.

전부터 생각하던 일을 실행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

유초아의 메시지가 기폭제로 작용한 것 같았다.

“기운아, 내가 몸담고 있었던 천사원 아이들. 민우랑 민기 형제는 다른 보육원으로 갔고, 지훈이는 광주에 있는 고모가 데려갔다고 들었어.”

“네, 형님.”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정확히 알아봐. 특히 고모네로 간 지훈이 소식이 궁금하다.”

“이제 천사원을 재건하시려는 계획이십니까?”

“어떤 형태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 좀 더 자리가 잡히면이라고 생각했는데, 마냥 뒤로 미룰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너만 믿는다.”

전화를 끊은 한지호는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조기운에게 천사원 아이들의 동향을 알아보라고 지시를 내린 건 잘한 일 같았다.

아이들이 다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고 스스로 자리를 잡는데 집중해왔다.

이제 한의원도 열고 방송 출연도 시작했으니 천사원이라는 고향을 돌아볼 때였다.

TV에서 얼굴을 알리며 원화 한의원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것만큼 자신의 뿌리를 되찾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한지호는 두 가지 모두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믿는 그가 이불을 덮어쓰고 눈을 감았다.

오늘도 치열한 하루를 보냈다.

푹신한 침대 위에서 몇 시간쯤은 아무 생각 없이 쉬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10장, 스타(star) (1)

토요일 진료를 위해 한의원으로 출근한 한지호는 가운을 입고, 원장실에서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 뉴스와 포털 사이트에서 <건강 백서, 진짜! 가짜!>에 대한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꽤 괜찮은 프로그램이 나왔다는 평가가 많았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악플이 거의 달리지 않는다는 게 <건강 백서, 진짜! 가짜!>를 다룬 기사의 특이한 점이었다.

메인 MC 문주연을 비롯해 한지호와 양승찬에 대한 기사도 눈에 띄었다.

연예부 기자들이 보기에도 세 명의 방송 케미가 기대 이상이었던 것 같았다.

특히 한지호는 야소녀 모임에서 화제가 됐던 K대 훈남 한의사라는 타이틀로 관련 기사들이 나왔다.

저번처럼 검색어 1등을 하고 뉴스가 도배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첫 방송을 마친 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반응이었고, 대부분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시선이라는 게 중요한 포인트였다.

시청률도 괜찮았다.

공식 시청률은 이틀이 지나야 나오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대략적인 수치를 알 수 있다.

채성일은 첫 방송이 끝나고 시청률이 7% 정도 나올 것 같다고 메시지로 알려왔다.

요즘처럼 채널이 다양해지고 TV 시청자가 줄어든 시기에 7%면 절대 낮은 수치가 아니다.

금요일 황금 시간대임을 반영해도 첫 방송 시청률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한지호는 <건강 백서, 진짜! 가짜!>이 성공 궤도에 오를 거라고 확신했다.

첫 방송보다 2화 반응은 더 좋을 것이다.

다이어트라는 주제는 무조건 먹히는 전가의 보도나 다름없다.

‘첫 화 방송에서 7% 시청률과 호의적인 반응들. 2화에서 10%를 넘기고 뜨거운 이슈를 만들어내면…… 무조건 대박으로 가는 거지.’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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