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화타-33화 (33/255)

# 33

한지호는 김해수와 전화를 끊고 두 눈을 감았다.

이로서 구음절맥을 치료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에 돌입하게 됐다.

그는 눈을 감은 채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과거를 여행했다.

규호는 방중술에도 능통했었다.

방중술 역시 큰 의미에서 의술에 속하는 것이니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다만 소교를 치료할 때는 남편인 주유와 음양교합을 나누게 했고, 규호가 옆에서 양기가 주입되도록 방법을 가르쳐 줬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지호가 직접 김해수와 몸을 맞대고 양기를 주입해야 한다.

말이 음양교합이지 실제 정사를 나누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신경 써서 방중술을 펼쳐야 한다.

기껏 맨살을 맞대고 양기를 주입하지 못하면 아무 효과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눈을 감은 한지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김해수는 치료를 위해 여자, 특히 여배우로서의 자존심을 포기했다.

방중술에 대해 고민하며 전생의 기억을 헤집는 한지호의 얼굴 위로 식은땀 한 방울이 떨어졌다.

그는 내일 하루 모든 것을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

결전의 날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한지호는 황만금의 비서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고 오밤중에 평창동 저택으로 달려갔던 날을 기억했다.

태자병의 회광반조 현상에 시달리던 황만금을 봤을 때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황만금의 위기가 그때였다면, 김해수가 넘어야 할 고비의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청담동 빌라에 들어선 한지호는 목이 타는 듯 계속해서 차가운 물을 마셨다.

긴장을 한 건 김해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약간의 술기운이 필요한 듯 와인 한 잔을 머금었다.

레드 와인이 그녀의 입술을 더욱 붉게 만들었다.

“시작할까요?”

김해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한지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해수 씨가 편한 곳에서 치료를 시작하죠.”

“침실로 가요.”

김해수는 먼저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를 따라 복층의 침실로 들어선 한지호는 심호흡을 했다.

잡생각을 하면 안 된다.

구음절맥이라는 천고의 체질을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과정이다.

오늘 양기를 주입하면 고비 중의 고비를 넘는 셈이다.

한지호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 사이 김해수는 옷을 벗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샤워는 했어요.”

“네, 저도 씻고 왔습니다.”

“그럼 벗을게요. 완전히 다 벗어야 하는 거… 맞나요?”

“맞습니다. 그 뒤에 편하게 바른 자세로 누우면 됩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김해수는 더 이상 자잘한 질문을 던지지 않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녀가 집에서 편하게 입는 박스티를 훌렁 던졌다.

곧이어 브래지어까지 벗자 김해수의 상반신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리고 침을 놓을 때도 몇 번 봤지만 무덤덤해지긴 힘들었다.

김해수의 상체는 그 자체로 잘 빚은 조각 같았기 때문이다.

한지호는 민망함을 무릅쓰고 그녀의 가슴을 유심히 쳐다봤다.

확실히 처음 봤을 때보다 푸른 반점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았다.

한지호의 침술과 산삼으로 만든 한약이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구음절맥의 음기가 약해졌군요. 이 기세를 놓치지 말고 김해수 씨 몸에 들어간 양기를 증폭시켜야 합니다.”

“그걸 위해 우리가 알몸으로 맨살을 맞대야하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렇죠.”

김해수는 마음을 내려놓은 듯 원래의 도발적인 말투를 되찾았다.

한지호는 그녀의 모습에 살짝 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당찬 태도가 대한민국 최고의 섹시 스타인 김해수와 어울렸다.

“저도 탈의를 하겠습니다.”

“그래요.”

한지호는 침실 반대편에서 옷을 벗었다.

셔츠 단추를 풀자 탄탄한 상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예전부터 군살이 없는 체형이었고, 오금희를 수련한 이후 잔잔한 근육이 몸 곳곳에 촘촘하게 자리 잡았다.

침실 구석에 셔츠를 개어 놓은 한지호의 상체는 웬만한 모델이 부럽지 않았다.

무공을 익히며 얻은 자연스러운 근육이기에 더욱 보기 좋았다.

반대편에서 옷을 벗던 김해수도 살짝 놀란 눈치였다.

한지호는 머뭇거리지 않고 청바지도 벗었다.

벨트를 풀고, 지체 없이 바지를 내렸다.

남자인 그가 망설이면 여자인 김해수가 옷을 벗기는 더 힘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치료를 위한 행동이지만 그는 나름대로 김해수를 배려하고 있었다.

털썩!

한지호는 청바지에 이어 중요 부위를 가린 속옷도 벗었다.

그는 뒤돌아서서 김해수를 쳐다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준비 됐습니까?”

“잠시만요.”

뒤쪽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해수가 상의에 이어 하의를 벗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하기에 따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자극적인 상황이었다.

오직 둘만 있는 침실에서 알몸이 된 것이다.

뒤를 돌면 아무 것도 입지 않은 김해수가 보일 터였다.

스으윽-

오금희를 수련한 한지호의 감각은 누구보다 예민하다.

멀리서 은밀하게 접근하는 특수 요원의 인기척도 잡아낼 수 있을 만큼 날카롭게 단련 돼 있다.

무공이 깊어지면 감각 역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옷을 다 벗은 김해수가 침대에 눕는 소리를 정확하게 캐치했다.

아니나 다를까.

침대에서 나는 소리가 멎자마자 김해수의 낮게 깔린 음성이 울렸다.

“준비… 다 했어요.”

“불은 끄지 않겠습니다. 미세한 반응을 살피며 치료를 해야 하니까.”

한지호는 이 모든 게 치료임을 강조했다.

속옷 한 장 걸치지 않은 알몸의 남녀가 맨살을 맞대야하지만, 구음절맥을 치료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사심을 덜어내야 한다.

‘치료에 전념하자. 지금부터는 아주 약간의 잡념도 용납 할 수 없어!’

한지호는 자신을 채찍질 한 후 몸을 돌렸다.

넓은 침대 위, 백옥처럼 하얗고 글래머러스한 나신을 드러낸 김해수가 누워 있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흑심이 들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한지호는 단전에 쌓인 오금희의 내공을 끌어 올리며 마음을 굳건히 다잡았다.

“시작하겠습니다.”

6장, 방중술(房中術) (2)

그가 침대 위로 올라갔다.

누워있는 김해수의 살과 한지호의 살이 맞닿았다.

그녀의 피부가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지호는 맨살을 딱 밀착시킨 채 김해수의 얼굴을 쳐다봤다.

눈을 감고 있는 얼굴이 유독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가 아니라 한 명의 환자에 지나지 않는다.

한지호는 김해수와 자신의 온몸이 붙은 상태에서 방중술을 펼쳤다.

실제로 정사를 나눌 수는 없다.

대신 알몸이 맞닿은 상태에서 음양교합의 원리를 재현해야 한다.

남자의 원천적인 양기를 주입하지 못하면 이 모든 행동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게 된다.

무척 어려운 미션이었다.

그러나 한지호는 해낼 자신이 있었다.

구음절맥의 치료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는 머릿속에서 수백 번도 넘게 시뮬레이션을 했던 대로 움직였다.

“긴장을 풀고 몸에 힘을 빼세요.”

“노력해볼게요.”

한지호는 양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만졌다.

몸에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는 양기를 주입할 수 없다.

실제 정사를 나누는 것처럼 완전히 힘이 빠진 상태에서 그녀의 체온을 끌어 올려야 한다.

정사를 나누지 않지만, 몸의 반응은 실제 상황과 똑같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한지호는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어깨를 주물렀다.

어깨가 뭉치면 온몸이 경직되기 마련이다.

대신 어깨를 풀어주면 목과 척추를 중심으로 온몸의 긴장이 풀리게 된다.

한지호는 아무렇게나 어깨를 주무르는 게 아니었다.

소녀경에 기록된 방중술의 요법을 따라 김해수의 피부와 근육, 혈도를 신경 쓰며 조심스레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음… 으음…….”

눈을 감은 그녀의 입술 사이로 신음이 흘러 나왔다.

침을 맞을 때처럼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며 몸이 나른해지자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신음이었다.

5분 가까이 김해수와 몸을 밀착시킨 채 어깨를 만진 한지호는 몸에 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땀이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느새 김해수의 몸에도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서로의 땀이 섞이며 맞닿은 피부 사이를 부드럽고 맨들맨들하게 연결해줄 것이다.

“몸이 조금씩 뜨거워 지는 게 느껴져요?”

“약간은… 그런 거 같아요.”

한지호의 물음에 김해수가 들릴락 말락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여전히 눈을 꼭 감고 있었다.

한지호는 조금 더 그녀의 몸에서 힘이 빠지길 원했다.

“영화 배드신을 찍는다고 생각해요. 그럼 편하지 않겠어요?”

“배드신은 공사를 하는데 우린 지금……. 그리고 실제랑 촬영이랑 어떻게 같겠어요?”

김해수의 말이 옳았다.

영화에서 배드신을 찍을 때는 남녀배우의 주요 부위를 테이프나 분장 용품으로 가린다.

하지만 지금 둘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몸을 포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텝들이 깔려있는 촬영 현장과 자기 집 침실에서의 상황이 비슷하게 여겨질 리 없다.

한지호는 별 수 없다는 듯 눈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그럼 인위적으로 김해수 씨 몸의 힘이 완전히 풀리게 만들겠습니다. 그 상태에서 체온이 올라와야 양기를 받아들이기 편한 상태가 됩니다.”

“알겠어요.”

김해수는 이미 모든 것을 내어준 셈이다.

여기서 한지호가 뭘 더 하건 막을 까닭이 없었다.

그저 방중술을 응용한 치료로 구음절맥의 저주가 사라지길 바랄 뿐이었다.

경고 아닌 경고를 마친 한지호는 어깨를 주무르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렇다고 보통의 연인들이 음양교합을 할 때처럼 가슴을 애무하려는 건 아니었다.

푸른 반점과 함몰로 흉측하게 변한 그녀의 가슴은 한지호의 단단한 상체와 딱 붙어 있다.

한지호의 양손은 그녀의 옆구리로 향했다.

간지러움을 타기 쉬운 부위다.

하지만 한지호의 손길은 노련했다.

살면서 여자 손 한 번 못 잡아본 모태솔로 29살 한지호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그를 움직이는 건 소녀경의 방중술을 익힌 삼국시대 천하제일 의원 규호의 기억이다.

“으음!”

김해수의 입에서 다소 큰 소리가 새어나왔다.

간지러워서 내는 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

한지호가 옆구리의 혈도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체온을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가슴이나 주요 부위 등 뻔히 아는 민감한 곳을 터치해 긴장을 풀게 만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방중술을 익히면 몸 어디를 만져도 알맞은 혈도를 적당한 압력으로 쓰다듬어 사람을 흥분시키는 게 가능하다.

한지호는 옆구리를 어루만지며 김해수의 몸에 남은 힘을 완전히 풀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이전보다 훨씬 빨개졌고, 몸의 온도가 높아지며 땀이 더 많이 흐르기 시작했다.

“으으음…….”

신음 소리가 길고 끈적끈적해졌다.

한지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가 다른 흑심을 품고 방중술이 묻어나는 손길로 김해수를 자극하는 건 절대 아니었다.

단전에 양기를 가득 모은 채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한지호는 온 신경을 집중해 치료를 하는 중이다.

맨살로 몸을 맞대고 있는 여자가 대한민국 최고의 글래머 스타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스으윽-

그의 양손이 옆구리를 스쳐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엉덩이 옆쪽의 혈도를 자극하려는 것이다.

한지호는 방중술의 묘리를 떠올리며 김해수의 둔부를 자극했다.

단순히 피부를 누르는 것만으로 체온이 올라가며 힘이 풀릴 리 없다.

정확한 자리의 혈도를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강도로 자극해야 한다.

아주 정교한 형태의 지압이나 마찬가지였고,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아-!”

꾹 참고 신음을 흘리던 김해수가 사뭇 격정적인 소리를 토해냈다.

영화 속 배드신이나 실제 정사에서나 들릴 법한 자극적인 소리였다.

거듭된 자극으로 긴장이 풀린 그녀의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워져 있었다.

비로소 음양교합을 나눌 때와 비슷한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한지호는 새삼 방중술의 위력을 실감했다.

민감한 부위를 만지지 않고 주요 혈도를 지압하는 것만으로도 김해수를 무방비상태로 만들었다.

만약 나쁜 마음을 먹고 방중술을 남용하면 천하의 바람둥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