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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91화 (191/200)

191화.  < 극한의 수련 (2) >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가급적 이런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그토록 정체를 숨기며 지내왔는데.

‘처음부터 날 알아보고 있었다니, 역시 천마 사부님이시군.’

그러나 지금은 그것에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잘 넘겨야 할 것이다.

“제자 강재윤이 사부님을 뵙습니다.”

이미 환신술로도 천마에게 정체를 숨길 수 없게 된 이상 재윤은 제자로서의 예를 공손히 갖추었다.

천마가 끄덕였다.

“환선의 비기를 전수받은 것도 모자라 환선구를 이용해 환신술을 펼치다니. 너는 여러모로 나를 많이 감탄하게 만들었다."

“혹시 환선 사부님은 어찌 되었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환선은 무사하니 걱정마라. 널 봐서 살려두었으니까.”

그 말에 재윤은 놀라면서도 안도했다.

‘환선 사부님이 살아 계시다니 정말 다행이구나.’

그동안 환선이 어찌되었는지 궁금했지만 알아볼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사부님의 배려 잊지 않겠습니다.”

재윤은 그렇게 일단 감사를 표한 후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는 구슬을 드릴 수 없습니다. 이건 저의 뜻이 아니라 이전에 사부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어떠한 상황이 온다해도 절대 구슬을 내놓지 말라 하셨으니 저는 그 뜻을 따라야 합니다.”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렇게 말할 거라 예상했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으니 나의 뜻을 이해해주기를 바랐건만 너의 의지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지.”

그는 담담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방법은 하나 뿐이구나.”

그것은 물론 결투였다.

“솔직히 지금도 나는 네가 나를 패배시켜주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네가 나를 이기면 나는 천마로서의 모든 걸 포기하겠다. 파투아와의 전쟁도 네게 맡기고 나는 다시 은거할 생각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네가 내게 패배하면 너는 나의 뜻을 따라야 한다. 만약 그러한 상황이 왔는데도 끝까지 고집을 피운다면 그때는 나로서도 너를 더 이상 배려해줄 수 없다. 네가 아무리 나의 제자라 해도 말이야.”

재윤은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은 이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현재 레벨 99.

과연 지금 천마와 결투를 벌여 승산이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 불가능에 도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천마에게 구슬을 내줘야 하는데, 그런 일은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야.’

천마는 그럴 일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재윤은 직감적으로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느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안함.

따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구슬을 내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마경심법(Lv99)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환선공(Lv99)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더 이상 실력을 감출 필요가 없으니 마경심법과 환선공을 활성화시켰다.

츠읏!

동시에 플루토를 꺼내쥔 채 천마를 노려봤다.

천마가 미소 지었다.

“그럼 공격해보아라.”

그는 그 어떤 무기조차도 빼들지 않은 채 맨손 상태로 말했다.

“선공을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윤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의 손에 있던 플루토가 돌연 사라지더니 천마의 앞에서 번쩍 나타났다.

찬란한 광채로 이루어진 거검의 형상으로 변한 플루토는 섬전처럼 천마의 몸을 갈랐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바람이었을 뿐 어느새 천마의 손에는 붉은 검강으로 이글거리는 검이 들려 있었고, 그것으로 가볍게 플루토를 쳐냈다.

콰앙!

바로 그 순간 신비한 빛의 환도가 천마의 후면으로 날아들었다.

파파파파-

물론 환도는 천마를 공격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있던 공간을 공격한 것이다.

공간을 산산조각내버리면 그 안에 있던 건 어차피 무사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러나 천마는 공간을 이동함으로 환도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버렸다.

그는 감탄의 표정으로 재윤을 쳐다봤다.

“어검술도 놀랍지만 환선도법의 경지는 오히려 환선을 넘어섰구나.”

지금의 재윤이 환선보다 강하다는 뜻.

하지만 그것은 현재 어떤 위로도 될 수 없었다.

그래봤자 천마 앞에서는 장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재윤이 전력을 다해 어검술과 환선도법을 펼쳤지만 천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제 그 정도면 된 것 같구나.”

천마는 재윤이 전력을 다해 공격하게 만들었고, 그것들을 모두 받아냈다.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

재윤은 기가 막혔다.

알고는 있었지만 천마와의 격차는 상상 이상이었다.

맥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재윤의 앞으로 천마가 번쩍 이동했다.

동시에 그의 검이 재윤의 목덜미에 닿아 있었다.

검강은 해제한 터라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목에 느껴졌다.

“할 말이 있느냐?”

천마가 물었다.

재윤은 힘없이 대답했다.

“패배해 놓고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그러자 천마가 씁쓸히 웃었다.

“애초부터 네가 나를 이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패자는 승자의 뜻에 따라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 이제 그것을 내놓거라."

재윤이 제자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봐준 것만 해도 극히 이례적인 일.

여기서 천마의 뜻을 거부하면 그에게 죽고 말 것이다.

그러나 재윤은 순순히 구슬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

그 구슬을 통해 천마가 진정한 악마로의 각성을 하게 될 테니까.

“죄송합니다, 사부님.”

순간 천마의 뒤쪽에 환도가 하나 나타나 공간을 갈랐다.

번쩍-

말을 하는 도중 이루어진 기습.

그러나 그 환도는 이내 천마의 검 앞에서 맥없이 소멸되었다.

‘역시.’

물론 방금 전의 기습으로 천마에게 피해를 입힐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전력을 다한 최후의 일격이 너무도 허무하게 흩어져 버릴 줄이야.

‘일단은 피해야 한다.’

스스스.

그의 본신은 이미 천마가 있던 곳으로부터 아득한 거리로 이동한 상태였다.

기습의 진정한 목적은 바로 이것.

환술을 통해 만들어낸 분신으로 천마의 시선을 분산시킨 후 본신으로 도주한 것이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구나.”

그런데 그때 천마가 재윤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따위 장난이 내게 통할 것이라 생각했느냐?”

천마가 비릿하게 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붉은빛이 번쩍이는 순간 재윤은 전신에서 화끈한 통증을 느꼈다.

푹! 푸화악!

"으윽!"

단 한 번의 검격이었을 뿐인데 전신이 난자당한 것 같은 극심한 부상을 입었다.

게다가 가공할 압력이 전신을 누르고 있어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패배를 하고도 감히 나를 기만하려 했으니 더 이상 네게 배려 따위는 없다.”

천마의 왼손에서 다시 붉은 섬광이 일었다.

그것은 재윤의 몸이 아닌 그의 앞 공간을 갈랐다.

촤아악!

공간이 찢겨지며 뭔가가 드러났다.

그곳은 다름아닌 재윤의 아공간이었다.

이전에 흑룡 데카투스가 건네준 아공간이 아니라 그 스스로 만들어낸 아공간.

이는 환선공이 경지에 이르자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런데 그곳이 지금 천마에 의해 찢겨졌다.

벌어진 틈새로 보이는 것들은 온갖 진귀한 보물들.

대부분 그간 재윤이 수많은 적들을 해치우며 얻은 드롭템들이었다.

물론 천마는 그런 것들에는 아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중에서 구슬 하나만 꺼냈을 뿐이다.

“드디어 이것이 내게 다시 돌아왔군.”

감회가 새로운 표정으로 봉인의 구슬을 손에 쥐고 있는 천마를 보며 재윤은 탄식했다.

‘결국은 이렇게 되고 마는 건가?’

절망스러웠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그토록 노력을 기울였는데, 천마의 불가사의한 능력 앞에서는 불가항력이었다.

“부디 재고해 주십시오. 사부님 스스로 하신 말씀입니다. 진정한 천마가 되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재앙이 온다고 말입니다.”

재윤이 힘겹게 외치자 천마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걱정할 것 없다. 내 스스로의 의지는 누구도 통제하지 못한다. 나는 그저 이 구슬에 봉인되어 있는 나의 기억이 필요할 뿐, 이 따위 구슬에 의해 통제되지 않느니라.”

그 말을 끝으로 천마는 주저없이 봉인의 구슬을 입에 넣고 삼켜버렸다.

그 순간 붉은 광채가 폭풍처럼 그의 몸을 휘감았다.

화아악! 화아아아아악!

동시에 피어나는 미증유의 마기!

‘으! 저건?’

그저 쳐다보기만 해도 숨이 막혔다.

마왕체를 가진 재윤조차도 천마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막강한 마기 앞에서 몸이 녹아버리는 듯 가공스러운 공포를 느꼈다.

“사부님! 마기에 정신을 빼앗기면 안 됩니다.”

재윤이 애타게 외쳤지만 천마는 차갑게 조소를 지었다.

“정신을 빼앗긴 것은 없다. 그동안의 나는 그저 껍데기에 불과했을 뿐, 이제야 진정한 나로 돌아왔을 뿐이다.”

무뚝뚝한 그의 음성은 전혀 다른 존재가 된 것 같았다.

재윤이 알고 있는 그 천마가 아니었다.

피처럼 붉은 머리를 가진 20대 청년의 모습.

그의 두 눈에서 본래의 담담했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글거리는 광채.

그것은 악마 그 자체였다.

‘최악이다!’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본래의 기억과 능력은 회복하되 정신은 그대로를 유지하기를 바랐건만 안타깝게도 천마는 완전한 악마가 되고 만 것이다.

게다가 재윤은 착 가라앉아 있는 천마의 눈빛에서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

‘나를 죽이려하고 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의 천마는 방금 전까지의 천마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이니까.

“너는 나를 여러모로 번거롭게 만들었다. 이제 그만 사라져라.”

아니나 다를까.

천마가 공격을 해왔다.

그냥 손짓 한 번 했을 뿐인데 거대한 광채로 이루어진 검이 생겨나 재윤이 있던 공간을 갈랐다.

번쩍-!

그것은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각성한 천마의 전투력은 최소 두 배 이상 강력해진 상태.

본래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던 재윤이 지금의 공격을 피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이변이 발생했다.

천마의 검격은 빈 공간만 갈랐을 뿐 재윤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제법이구나.”

천마는 뜻밖이라는 듯 그 사이 옆으로 이동해 있는 재윤을 쳐다봤다.

그러나 정말 뜻밖인 건 재윤이었다.

그 자신도 방금 전 자신이 천마의 공격을 어떻게 피해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설마?’

설마 초월환령검을 터득한 것일까?

그것은 아니었다.

어렴풋이 뭔가 손에 잡히려는 것 같았지만 아직도 그저 모호하기만 했다.

그러나 방금 전 그의 몸이 알아서 천마의 공격을 피해낸 것은 분명했다.

< 그 어떤 수련보다 죽음과도 같은 실전만이 해답이다. >

재윤은 문득 환족왕이 죽기 전 남긴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

아까 결투 시에는 천마가 재윤을 죽일 의사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진짜로 죽이려 했다.

정말로 죽음에 이를 만한 위기가 찾아오는 순간.

재윤이 무의식적으로 특별한 능력을 펼친 것이다.

물론 그저 죽음을 피하게 된 것일 뿐 초월환령검의 경지에 이른 것은 아니었다.

그 경지에 이르렀다면 스스로 그것을 펼칠 수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어떤 감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요행일 수도 있어.’

하지만 어차피 그 요행 외에는 기댈 것이 없었다.

그 스스로 천마의 공격을 피해 도주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

번쩍! 파팟-

그때 천마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붉은 광채가 파도처럼 재윤을 덮쳤다.

아까보다 훨씬 가공스러운 공격!

재윤이 있던 일대의 공간에 화염의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앙!

그 자리에 있었으면 검으로 방어했어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 같은 가공스러운 폭발.

그 순간 재윤은 그것을 피할 힘이 없었다.

이대로 딱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마치 아공간으로 이동했다가 돌아온 것처럼 그 폭발의 공간 속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심지어 천마에게 입었던 상처도 그 사이 아물어 있었다.

‘요행이 아니었다.’

그렇다.

한 번은 요행이라고 해도 그것이 두 번 연속 나타날 리는 없었다.

그 자신도 알지 못하는 어떤 깨달음.

의식적으로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무의식에서는 이미 터득한 어떤 경지가 지금 죽음의 위기 상황 속에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큭! 너는 갈수록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천마는 잠시 감탄한 눈빛으로 재윤을 쳐다봤다.

그러나 이전처럼 사부로서 제자를 향한 뿌듯해하는 그런 눈빛이 아니었다.

자신의 걸림돌이 될 존재에 대한 불쾌함!

그러다 보니 오히려 그의 살기는 더욱 짙어졌다.

동시에 그의 공격은 더욱 거칠고 가공스럽게 변했다.

곧바로 그는 전쟁신과 싸울 때처럼 검을 사납게 휘두르며 돌진해왔다.

콰르르르! 콰아앙! 콰아아앙!

각성한 천마의 공격이 미치는 여파는 공역의 아득한 공간까지 미쳤다.

단순히 거리를 이동해서 피할 수 있는 성질의 공격이 아니었다.

전쟁신도 지금의 천마 앞에서는 상대조차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재윤은 계속 그 공격을 피해냈다.

그것은 극한의 수련이었다.

처음에는 무의식이 그의 몸을 움직였지만, 점차로 그것이 반복되자 비로소 깨달음이 오기 시작했다.

끝없는 죽음의 위기 속에서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재윤은 일순 어둠 속에 빛이 비추는 것처럼 머리가 환해지는 희열을 맛보았다.

바로 그 순간.

[새로운 특화 능력 초월환령검(초월)이 생성되었습니다.]

S급을 뛰어넘는 초월 등급의 특화 능력이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와 동시에 레벨이 한 단계 상승해 Lv100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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