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화. < 강한 자가 모든 걸 갖는다 (2) >
순간 재윤은 어이가 없었다.
“여기서 키스가 왜 또 나와?”
“언제는 마생의 영광이라더니!”
“설마 그 말이 진심이라 생각했나?”
그러자 데사오가 슥 재윤을 노려봤다.
“됐으니 어서 결정해라. 그래도 끝까지 날 죽이겠다면 나 또한 막장으로 나갈 수 밖에 없어.”
“막장이라고?”
“결계의 틈이 닫힌 이상 날 죽이지 않으면 네 스스로 이 결계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표정을 보니 정말 막장으로 갈 테면 가자는 식이었다.
한 마디로 같이 죽자는 얘기.
물론 그렇게 된다 해도 재윤은 죽지 않고 데사오만 죽게 되지만, 대신 재윤은 막대한 시간을 소모하게 될 것이다.
“좋아. 그럼 동맹을 맺자.”
“글쎄? 말로는 믿을 수 없어.”
재윤이 흔쾌히 동맹을 허락했지만 데사오는 의심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동맹이 되자고 해놓고 내 말도 못 믿는 건가?”
데사오가 코웃음 쳤다.
“그래놓고 내가 멈추면 죽일 생각 아니었니?”
재윤은 흠칫했다.
‘눈치 한 번 빠르군.’
역시나 마왕답게 데사오에게는 그런 수작이 통하지 않았다.
“그럼 어쩌자는 거냐?”
“너의 심장에 손을 대고 맹세해. 이제부터 영원히 나와 동맹 관계를 맺겠다고. 나 또한 그렇게 맹세하마."
재윤은 잠시 고심했다.
‘이렇게 되면 진짜 동맹이 되는 건데.’
마왕이 스스로의 심장에 손을 대고 한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력이 흩어져버리니까.
그러나 그는 이내 끄덕였다.
“좋다. 그렇게 하지.”
이렇게 된 이상 재윤은 데사오를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다.
번거롭긴 해도 서로 동맹의 맹약까지 한다면 배신을 걱정할 필요는 없으니까.
데사오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제야 말이 통하는구나. 그럼 굳이 미룰 것 없으니 지금 맹약을 하는 게 어때?”
“너부터 해라. 그럼 바로 나도 하겠다.”
그러자 데사오가 다시 코웃음치며 말했다.
“내가 맹약을 한 후에 네가 하지 않으면 나만 바보가 되는 거겠지.”
“그래서 나보고 먼저 하라는 건가?”
“너 또한 날 믿지 못하니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방법은 하나 뿐. 둘이 동시에 하는 거야."
“좋아.”
재윤은 한 손을 자신의 심장에 가져다 댔다.
데사오 또한 그렇게 한 후 계약의 주문을 재윤에게 알려줬다.
곧바로 둘은 동시에 외쳤다.
“나 강재윤은 데사오와 상호불가침의 동맹이 될 것을 맹약한다.”
“나 데사오는 강재윤과 상호불가침의 동맹이 될 것을 맹약한다.”
순간 각각의 몸에서 일어난 마기가 상대방의 몸을 휘감았다.
“좋아! 이제 우리는 동맹이 되었다, 강재윤.”
데사오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 멈춰섰다.
그러나 그녀는 흠칫 놀랐다.
재윤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피어나 있었던 것이다.
“뭐지? 그 표정은?”
그러자 재윤이 싸늘히 웃으며 대답했다.
“명목상 동맹이 되었지만 나는 너를 언제든 죽일 수 있다, 데사오.”
“멍청한 소리를 하는구나. 그렇게 되면 너 또한 죽는다. 마력이 흩어진 마왕을 마족들이 그대로 둘 것 같아?”
“상관없어. 마왕체로서의 나는 그저 분신에 불과할 뿐이니까. 어차피 마왕으로 계속 지낼 것도 아닌데 굳이 이 분신체에 집착할 필요는 없거든.”
그 말을 들은 데사오의 표정이 굳었다.
‘이런!’
그녀는 뒤로 잽싸게 도주하려고 했지만 그때는 이미 재윤의 날개 촉수들이 그녀의 몸을 휘감은 후였다.
도주는 불가능했다.
가공스러운 마기의 기운이 응축된 촉수들의 힘은 마왕인 그녀조차도 꼼짝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으윽! 정말로 지금 나를 죽일 생각이냐? 나의 도움이 없으면 너는 운명을 상대하는데 훨씬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자 재윤이 촉수로 묶인 데사오를 가까이 끌어왔다.
마왕이지만 여신과도 같은 외모를 가진 그녀는 무척이나 매혹적이긴 했다.
물론 지금 그런 외모를 자세히 감상하려고 그녀를 끌어온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노려보는 재윤의 두 눈이 차갑게 빛났다.
“너의 분수를 알게 해주려는 것이다. 너와 나의 관계는 명목상 동맹일 뿐 실제는 주종관계라는 것을 말이야.”
순간 데사오가 무척이나 자존심 상해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체념한 듯 끄덕였다.
“마계에서는 강한 자가 모든 걸 갖는다. 너는 나보다 강하니 내가 너의 소유가 되는 게 맞겠지.”
재윤은 그녀가 좀 더 반항을 할거라 생각했는데 순순히 인정하자 놀랐다.
“그럼 내 부하가 되겠다는 뜻인가?”
순간 데사오가 재윤을 노려봤다.
“하지만 나도 마왕이다. 네가 시키는 대로 뭐든 할 테니 부하라는 말은 빼줬으면 해. 친구처럼 대해준다면 나 또한 네게 그만한 보답을 하겠다.”
마왕으로서 최후의 자존심은 지켜달라는 것.
들어주지 않으면 자폭이라도 할 표정이었다.
‘하여간 자존심은.’
이전에 흑룡 데카투스도 이랬다.
그는 재윤의 부하가 아닌 친구가 되기를 원했으니까.
지금 데사오 또한 그런 셈이었다.
용도 친구가 되었는데 마왕이라고 못할 것도 없었다.
더구나 이제 데사오는 재윤의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할 처지가 되었으니까.
“좋아. 그 정도는 나도 양보하겠다. 널 친구처럼 대해주마.”
그 말과 함께 촉수를 회수했다.
“고맙다, 강재윤.”
그렇게 재윤이 최후의 자존심은 지켜주자 데사오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재윤 또한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로써 킨디노스 성이 완전히 그의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
재윤이 데사오를 굴복시킨 후 3일.
그 사이 데사오는 다시 결계 안에서 마력을 회복하고 있었고, 재윤은 처소에서 조용히 수련을 하며 지냈다.
“로드! 리타니아입니다.”
부참모 리타니아는 재윤과 데사오가 동맹이자 친구가 된 것을 알고 있었다.
데사오가 그녀에게 직접 전해준 내용이었다.
그러나 리타니아는 둘 사이가 명목상으로만 친구일 뿐 실제는 주종관계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눈치챈 터였다.
그래서 재윤에게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냐?”
“차원 포탈 관리자 비라델이 로드를 뵙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왜 안 부르나 했지.”
슬슬 이때쯤 연락이 올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곧바로 재윤이 비라델 등이 있는 아성의 최상층 아래로 이동했다.
“어서오십시오, 나룬 님.”
“날 부른 이유는?”
그러자 비라델이 인상을 굳힌 채 재윤을 노려봤다.
“지난 삼일 동안 당신은 우리가 요구한 조건을 조금도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이들의 조건은 재윤의 부모님을 비롯해 지구의 인간 각성자들에게 가혹한 시련을 주라는 것.
재윤은 싸늘히 웃었다.
“뭔가 착각하고 있구나. 우리는 너희들이 요구한대로 무조건 움직이는 하수인이 아니다. 강재윤이란 인간 녀석을 빨리 찾아야 하는 건 너희 사정일 뿐 우리에게는 조금도 급한 일이 아니지.”
그러자 비라델의 두 눈이 차갑게 빛났다.
“그것이 당신의 로드인 마왕 데사오 님의 뜻이라고 받아들여도 상관없겠습니까?”
“물론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한 일이겠군요.”
그 말을 끝으로 비라델 등은 사라져 버렸다.
동시에 재윤과 리타니아 또한 강제로 아성 아래층으로 이동되었다.
리타니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비라델의 표정을 보니 우리를 징벌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해 보였어요. 조만간 다른 마왕이 이곳을 공격해올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걱정말고 너는 내가 시킨대로 지구의 인간 각성자들을 잘 감시하도록 해.”
“네, 로드.”
처소로 돌아온 재윤은 묵묵히 다시 수련을 시작했다.
물론 마기를 축적하거나 다크 스네이크 소드와 같은 검술 동작을 반복하는 것과 같은 수련이 아니었다.
레벨 95에 이른 이상 그런 수련은 무의미한 일이니까.
그보다는 꾸준히 상상으로 가상 전투를 수행중이었다.
물론 그 대상은 환족왕.
하루에도 끝없이 재윤은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동원해 환족왕과 대결을 벌였다.
어디까지나 상상 속의 전투이며, 환족왕에 대해서도 그저 환선과 전투를 벌였을 때의 모습만 기억하는 터라 수련의 한계는 있었지만 그래도 전투 감각을 높이는데는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리타니아의 다급한 음성이 그의 귀를 울렸다.
“나룬 님! 지금 이곳 성을 마왕 안누스와 그의 수십 만 마왕군이 포위하고 있습니다.”
“마왕 안누스?”
“아주 무서운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리타니아는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재윤의 앞 공간이 열리며 신비로운 남빛 머리카락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왕 데사오.
리타니아가 즉시 부복했다.
“로드를 알현하옵니다.”
그녀에게는 재윤과 데사오가 모두 로드였다.
“그래.”
데사오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윤을 쳐다봤다.
“안누스는 나의 힘으로는 이기기 힘든 강한 마왕이다. 그 아래 있는 마족 녀석들도 상당히 강한 편에 속해.”
그래서인지 그녀의 표정에는 우려가 가득했다.
“네가 강한 건 인정한다만 자칫하면 오늘 우린 다 죽을 수도 있어. 운명을 강하게 도발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성급한 짓이었다."
재윤은 담담히 웃었다.
“나에게 한 것처럼 안누스를 상대로도 시간을 끌어줄 수 있겠지? 어떻게든 내가 마족들을 모두 쓸어버릴 때까지만 버텨라.”
“그건 어렵지 않지.”
데사오는 즉시 성의 상공으로 올라가 결계를 펼쳤다.
그러자 거대 악마 형상의 마왕 안누스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데사오! 킨디노스 성을 내게 바치고 순순히 굴복해라. 그렇지 않으면 오늘 너의 마왕으로서의 삶에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다."
“흥! 꿈꾸고 있구나.”
데사오는 여유롭게 웃으며 안누스를 결계 안으로 끌어들였다.
재윤에게 한 것처럼 그녀는 안누스와 거리를 유지한 채 계속 시간을 끌었다.
그 사이 재윤은 안누스의 수십 만 마왕군 중 상급 이상의 마족들만 골라 빠르게 해치웠다.
‘경험치를 많이 주는 놈들은 한놈도 놓칠 수 없지.’
마족들을 그대로 놔두고 마왕부터 해치우면 그 사이 모두 달아나버릴 것이다.
그래서 데사오에게 안누스를 붙잡아 두라고 한 것이었다.
마왕체가 된 재윤은 수십만 마왕군을 마구 헤집으며 마족들만 골라 죽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우드득! 우드드득!
“쿠아아악!”
“카아악!”
촉수들이 각각 살아서 움직이듯 사방으로 쏘아져나가 마족들의 몸체를 으스러뜨렸다.
상급 마족이건 최상급 마족이건 강렬한 광채로 휩싸인 촉수에 감기는 순간 잠시도 버텨내지 못했다.
“꾸아아악!”
“피, 피해라!”
“또 다른 마왕이다!”
상공의 결계에서 마왕 안누스와 마왕 데사오가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 갑자기 또 다른 마왕이 나타나 마족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안누스의 마왕군을 대혼란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저놈이 감히!’
그 와중에 가장 경악한 건 물론 안누스였다.
그는 데사오의 유인에 의해 결계에 갇힌 채 그녀를 끝없이 추격 중이었지만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저놈은 분명 마왕이다.’
데사오 진영에 또 다른 마왕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그였다.
그것도 기세를 보니 데사오보다 더욱 강력해보였다.
자칫 권속 마족들이 몰살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계를 빠져나가려 했지만 데사오가 그것을 방해했다.
“빠져나가지 못한다, 안누스. 여기가 네놈의 무덤이 될 것이다.”
“데사오 너 따위가 감히!”
비로소 함정에 빠진 것을 알게된 안누스는 데사오를 향해 더욱 난폭하게 공격을 했다.
그러나 데사오는 결계를 이용해 그의 공격을 모두 피해버렸다.
“그런 식으로 시간을 끈다고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으냐? 잡히는 순간 네년을 가장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안누스 또한 마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닌 마왕이다.
결계를 다루는 능력도 데사오 못지 않았다.
그는 노련하게 데사오를 따라붙으며 공격을 펼쳤다.
“으윽!"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데사오의 상태는 엉망이 되어갔다.
《 강재윤, 이러다 나 죽겠다.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어. 》
《 좋아. 이제 들어갈 테니 결계의 틈을 열어라. 》
다행히 그 사이 재윤이 안누스의 권속 마족들 대부분을 쓸어버린 후 데사오의 결계에 합류했다.
“안누스! 너는 내가 상대해주마.”
그러자 안누스는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처음 보는 녀석이로군. 알아서 죽겠다고 들어와주니 기특하구나.”
곧바로 시커먼 그의 양쪽 날개에서 흑색의 빛줄기들이 거미줄처럼 뻗어나와 재윤의 주위를 포위했다.
“쓸데없는 짓.”
재윤의 날개 촉수들이 사방을 누비며 빛줄기들을 모두 흩어버렸다.
“각오해라, 안누스.”
“건방진 놈! 네놈이 어떻게 마왕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만 감히 내게 도전한 걸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안누스는 특별한 무기를 쥐지 않았다.
그의 몸 자체가 화염이 이글거리는 창과 같은 형상으로 화해 날아들었다.
‘몸 전체가 무기로 변하다니 완전히 사기네.’
왜 데사오가 저토록 엉망인 꼴이 되었는지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같은 마왕이라고 해도 안누스는 데사오와 전투력의 급이 달랐다.
‘마왕체로만 저놈과 승부를 벌이려면 쉽지 않겠구나.’
다행히 이곳은 데사오의 결계 안이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공간이니 마경 심법과 환선공을 펼치는 데 부담이 없었다.
“너와 길게 놀아줄 시간은 없으니 그만 끝내자.”
재윤은 플루토를 꺼내 거대한 검강을 생성시킨 후 안누스를 향해 던졌다.
거대한 창과 플루토가 격돌했다.
콰아앙!
가공스러운 폭발의 굉음과 함께 결계가 찢어질 듯 흔들렸다.
“쿠으으윽!”
플루토는 멀쩡했지만 안누스는 처참했다.
무기화된 몸체가 아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는 전신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화아악!
그런 그가 몸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번쩍이는 환도가 나타나 그의 몸을 갈라버렸다.
“크으윽! 대, 대체 네놈은 뭐냐?”
안누스는 짙은 의문이 깃든 눈빛으로 재윤을 노려봤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그 사이 무수하게 갈라진 그의 몸체가 마기의 폭주를 이기지 못하고 폭발해버렸으니까.
콰아아앙!
그것이 끝이었다.
파란만장했던 마왕 안누스는 그렇게 마계의 먼지로 변해 흩어지고 말았다.
[5,000,000코인을 얻었습니다.]
[390,406,880루페스를 얻었습니다.]
[안누스의 날개(신화)를 얻었습니다.]
[안누스의 상자를 얻었습니다.]
대량의 코인과 루페스 획득.
거기에 날개와 상자가 나오는 건 하이루스를 처치했을 때와 동일했다.
레벨 96 제한의 날개.
상자를 열어보니 안누스의 심장이 나왔는데 그 또한 레벨 96 제한이었다.
‘하이루스 것보다 상위 장비들이군.’
장착하려면 레벨을 한 단계 더 올려야 한다.
그거야 잠시 후 흑요정의 탑에 들어갔다 나오면 해결될 일.
안누스 뿐 아니라 그 휘하 상급 이상 마족들을 몰살시킨 터라 96레벨을 위한 경험치는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던 재윤은 힐끗 고개를 돌려 데사오를 쳐다봤다.
봉두난발이 된 머리카락 아래 피범벅이 되어 있는 몸체.
‘쯧, 엉망이네.’
조금만 그가 늦게 들어왔으면 데사오는 죽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가 잘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재윤은 안누스뿐 아니라 그의 권속 마족들까지 쓸어버릴 수 있었다.
“고생많았다, 데사오. 몸은 괜찮냐?”
“응, 난 괜찮아.”
마왕답게 그녀의 신체는 금세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재윤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에는 존경심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