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자생존-178화 (178/200)

178화.  < 마왕의 특별 포상 (1) >

잠시 후 재윤은 도시내 위치한 그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부모님이 무사한 것을 보니 안심이 되었지만 한편으로 착잡했다.

하루라도 빨리 부모님을 더 편하고 안전한 장소로 모시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했으니까.

‘빨리 강해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아까 슈테나로부터는 내일 기지로 복귀해 출전을 대비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역시나 환신술은 대단한 능력이었다.

마족들과 마물들 중 누구도 그가 나룬으로 변신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으니까.

‘하긴 천마 사부님도 못 알아볼 텐데 당연한 일이겠지.’

천마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경황 중에 마족으로 변신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행운이 따라준 것이었다.

만약 그때 마족이 아닌 마물만 있었다면 어쩔 수 없이 마물로 변신했어야 했을 테니까.

‘당장 이틀 후부터 다른 마왕군과의 전쟁이라니 잘됐군.’

재윤은 심호흡을 했다.

지금 부모님 곁을 지킨다고 해도 운명과의 일전을 마무리짓지 않으면 소용없는 짓이다.

오늘은 모두를 지켜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일은 다같이 운명에게 멸망할 수도 있으니까.

‘더 이상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재앙을 박살내야 한다.’

근본적인 재앙!

그것은 초유의 대재앙이라 불리는 천마의 재앙이 아니었다.

‘진짜 재앙은 바로 운명을 가장한 그놈들이다.’

재윤의 두 눈이 강렬히 빛났다.

‘강해진다. 반드시!’

천마도 어쩌지 못할 만큼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운명도 박살낼 수 있을 테니까.

* * *

이틀 후.

재윤은 슈테나의 군단 소속 상급 부대장 중 하나로 전쟁에 출전했다.

마왕 데사오 vs 마왕 하이루스

이 둘은 마계에서도 꽤 오랜 앙숙이었다.

전쟁의 명분이나 이유는 수없이 많았지만 그런 거야 그냥 구실일 뿐, 진짜 이유는 그저 서로가 싫을 뿐이었다.

둘 중 하나가 사라지기 전에는 양쪽 어디에도 평화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전쟁에서 저희 부대의 임무는 마왕 하이루스 휘하 킨디노스 성 인근에 위치한 리몬의 요새를 점령하는 것입니다.”

재윤에게 상냥한 미소를 띠며 설명을 하고 있는 귀여운 미모의 소녀는 부대의 작전 참모인 세라니아였다.

그녀는 하급 마족으로 전투력은 평범하지만 뛰어난 머리를 지니고 있었다.

“계속해봐라.”

“킨디노스 성은 마왕 하이루스 휘하 12개 군단이 상주하고 있는 막강한 방어력의 철옹성이랍니다.”

따라서 이번 전쟁에는 마왕 데사오가 직접 군단들을 이끌고 그곳을 공략한다고 했는데, 슈타네의 군단도 그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재윤의 부대를 포함한 각 군단의 부대들에는 킨디노스 성 인근의 작은 요새들을 격파하라는 군령이 떨어진 것이다.

“아 맞다. 가장 빨리 요새를 점령한 부대에게는 데사오 님의 특별 포상이 주어진다고 했죠.”

킨디노스 성을 둘러싸고 그같은 요새들은 백여 개가 넘었다.

재윤은 군단의 상급 부대를 이끌고 그 중 하나를 향해 진군 중이었다.

“특별 포상?”

“데사오 님이 직접 칭찬해 주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아주 영광스러운 일이죠.”

‘영광스러운 일은 무슨!’

재윤은 마왕에게 칭찬 따위를 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보다 그 성이 뭔데 이렇게 대규모 전쟁이 벌어지는 거지?”

“킨디노스 성은 그냥 일개 성이 아닙니다. 마계에서 지구 대륙을 향한 중요한 침략 거점이거든요.”

“지구 대륙을 향한 침략 거점이라고?”

“네, 성 안에 생성된 차원 포탈이 지구와 연결되어 있어요.”

재윤은 순간 놀랐다.

지구와 연결된 포탈이라니.

“차원 포탈에 대해 자세히 말해봐라.”

“세상을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라는 차원력의 흐름이 불규칙하게 변하며 드러난 틈새이죠. 무조건 이동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특별한 조건이 있어야 이동할 수 있답니다.”

“그 조건이 뭔데?”

“그에 대해서는 저도 잘 알지 못해요. 마왕 데사오님을 비롯한 최상위 마족들만 알고 있는 비밀이라 했어요.”

순간 재윤은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아마도 운명이 정한 조건이 아닐까?’

각성자가 된 이후 수없이 많이 들어봤던 운명의 룰 말이다.

마왕 데사오가 바로 지구로 강림할 수 없었던 것도 운명이 정한 어떤 룰 때문이라고 예전에 아루넬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조건이야 그렇다 치고, 그보다 마계에서 지구로 통하는 통로가 여기에 있었던 거군.’

그때 세라니아가 말을 이었다.

“부가적으로 더 설명을 드리면 본래 킨디노스 성은 데사오 님의 영역이었답니다. 하지만 2개월 전 마왕 하이루스에게 빼앗기고 말았죠."

그래서 이제 다시 데사오가 킨디노스 성을 탈환하려한다는 얘기였다.

재윤이 환계에서 환선공을 수련하는 동안 이곳에서는 그런 대전쟁이 벌어졌던 모양이었다.

‘그럼 얼마 전 희망 성을 공격한 놈들은 마왕 데사오가 아닌 마왕 하이루스라는 놈의 부하들일 가능성이 높구나.’

지금 킨디노스 성의 주인은 마왕 하이루스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킨디노스 성은 반드시 내가 점령해야 한다.’

마계에서 지구로 쳐들어가는 길목만 막고 있으면 더 이상 마족이나 마물들이 지구로 들어오는 일은 없을 테니까.

“나룬 님! 저 앞에 리몬의 요새입니다. 상급 마족 리몬이 부대장이고, 병력은 2천 정도입니다.”

그때 정찰병이 달려와 외쳤다.

리몬 부대의 규모는 재윤의 병력과 비슷했다.

재윤 또한 2천여 마리의 마물 병사들을 이끌고 있었다.

“모두 돌격해라! 요새를 점령해라!”

“쿠와아아!”

“와아아!”

재윤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물들은 용맹하게 요새를 향해 돌진했다

작전 따위는 무시한다.

어차피 상급 마족만 처치하면 남은 녀석들은 항복할 테니까.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왔느냐? 저놈들을 모두 쓸어버려라!”

그 사이 요새에서 마족 리몬의 부하들이 튀어나왔다.

재윤은 가장 선봉으로 달려갔다.

검으로 변한 그의 왼손이 전방으로 쭉 뻗어나가는 순간 마물 10여 마리의 목에서 일제히 핏줄기가 솟아났다.

“캬아아악!”

“꾸에엑!”

마물들이 맥없이 쓰러지자 중갑으로 무장한 하급 마족들이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죽여버리겠다!”

“그 팔을 잘라주마!”

순간 재윤의 길게 늘어났던 왼팔이 본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동시에 그의 왼손은 거검으로 변했다.

카카앙! 캉!

그는 거검으로 도끼들을 쳐내고는 오른 손의 검을 휘둘러 놈들의 목을 잘랐다.

촤촤악! 서걱!

순식간에 마족들의 머리가 몸체에서 분리되어 쓰러졌다.

‘왼손만 쓰면 너무 무료하지.’

다크 스네이크 소드(Lv87)는 좌수검법인 만큼 오른손은 거의 사용할 일이 없지만, 재윤은 오른손에도 검을 준 채 적절히 휘둘렀다.

이는 다크 스네이크 소드를 쌍검술로 변형한 것으로, 그 위력이 훨씬 뛰어났다.

“건방진 놈! 여기가 어디라고 날뛰는 거냐?”

갑자기 주변이 더욱 어두워지며 재윤의 주위로 마기의 폭풍이 몰아쳤다.

동시에 그의 앞에 상체는 인간이지만 하체는 수십 개의 붉은 색 촉수로 이루어진 흉물스러운 괴물이 나타났다.

‘저놈이 상급 마족 리몬이군.’

환신술을 통해 마족으로 변신한 후 가장 강한 상대를 만났다.

“카카카캇! 모조리 다 죽여주마!‘

리몬이 손을 휘젓자 상공에 거대한 백색의 마법진이 생성되더니 그로부터 검처럼 날카로운 얼음 덩어리들이 무더기로 쏟아져내렸다.

쏴아아아!

강력한 광역 마법의 일종.

더구나 바닥에 작렬한 얼음들은 폭발하기까지 했다.

마치 폭격기가 폭탄을 퍼부어 방대한 영역을 초토화시키는 것 같은 장면이었다.

“피, 피해라! 크아아악!”

“아아아악!”

그 일대에 있던 부하 마물들 1백여 마리가 그대로 피떡이 되었다.

‘젠장! 무식한 마법이군.’

부하들이 죽었지만 재윤은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어차피 언제고 그가 모조리 해치울 마왕 데사오의 부하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당분간은 이용가치가 있으니 너무 많은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될 것이다.

‘피해를 최소화시키려면 접근해서 단번에 끝장내야 한다.’

재윤은 얼음들을 뚫고 바람처럼 리몬의 지척에 접근했다.

촉수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날아들었지만 그의 쌍검이 번쩍이는 순간 모조리 잘려나갔다.

푹! 푸확!

연이어 기겁해 뒤로 피하는 리몬을 따라붙어 그의 목에 두 개의 검을 꽂아넣는데 성공했다.

“꾸으으윽!”

상급 마족 리몬의 최후였다.

그로써 단번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125,000코인을 얻었습니다.]

[48,000루페스를 얻었습니다.]

리몬은 상급 마족답게 대량의 코인과 루페스를 줬다.

‘그런데 저기가 바로 킨디노스 성인가 보군.’

리몬의 요새는 산의 봉우리에 위치해 있었다.

요새를 점령하자 인근의 결계가 깨어지며 멀리 거대한 성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제법이구나.”

바로 그때 요새에 한 명의 여성이 환상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네가 가장 빨리 요새를 점령해 킨디노스 성을 둘러싼 결계의 일부를 깨뜨렸다.”

재윤은 그녀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봤다.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뇌쇄적인 마력을 풍기는 여성.

“마족 나룬, 존귀 하신 마왕 데사오 님을 알현합니다.”

“나룬이라고 했느냐?”

“그렇습니다.”

“이곳 요새는 슈테나에게 할당된 곳이니 너는 그 녀석 휘하의 상급 부대장이겠군.”

“맞습니다.”

“기특하게도 네가 오늘 출전한 모든 부대장들 중 가장 먼저 요새를 점령했다.”

사실 요새를 첫 번째로 점령했다고 해서 특별할 건 없었다.

킨디노스 성을 둘러싼 결계는 어느 요새를 점령해도 깨지게 되어 있고, 모든 요새를 다 점령하면 결계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어 있으니까.

다만, 그녀는 부하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지금과 같은 포상을 내걸곤 했다.

물론 뭔가 대단한 포상을 내리는 건 아니었다.

그냥 친히 강림해 공적을 치하해주는 것 정도면 충분했다.

마족들 입장에서는 그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내 너를 특별히 눈여겨 보겠다. 계속해서 오늘과 같은 용맹을 보여주도록 하라.”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재윤 앞에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슥슥.

공포와 권위만으로 부하들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다른 마왕들과 차별되는 데사오 특유의 용병술이었다.

그러나 재윤은 떨떠름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 마왕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 건가?’

마왕에게 쓰다듬당하다니!

그것도 이전에 그의 앞을 그토록 가로막고 사사건건 방해했던 마왕 데사오에게 말이다.

스윽.

“그런데 너, 왠지 쓰다듬는 맛이 있는 녀석이구나.”

데사오는 마치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듯 재윤의 머리를 연거푸 쓰다듬었다.

‘크흑!’

이러고도 살아야 하는가.

순간 울컥하며 분신의 힘까지 동원해 마왕과 한판을 벌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예전에야 마왕이 절대적 존재이지, 그래봤자 천마나 환선, 환족왕 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재윤이 숨겨진 힘을 총동원하면 데사오와도 충분히 해볼만할 것이다.

‘참자. 참아야 해.’

지금 여기서 그런 일을 벌이면 모든 게 끝장이다.

데사오를 해치운다고 해도 그 즉시 천마에게 정체를 간파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운명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그토록 감춰왔던 숨겨진 힘도 운명에게 간파당하게 된다.

흑요정의 탑을 통해 레벨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표정이 못마땅한 것 같구나. 내게 칭찬을 받는 것이 기분나쁜 것이냐?”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진정으로 영광이옵니다.”

재윤은 최대한 충성스러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데사오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한 번 더 재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젠장! 언제까지 쓰다듬고 있을 건가? 그나저나 다행히 날 알아보지 못하는군.’

환신술의 완벽한 변신을 믿고 있으면서도 막상 마왕 데사오와 마주치자 한편으로 그녀가 눈치채지 않을까 우려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데사오는 재윤이 설마 변신한 상태인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한편 그 사이 데사오의 참모 마르티오스를 비롯한 최상급 마족들이 리몬의 요새에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재윤이 소속된 군단의 군단장인 슈테나도 나타나 재윤이 데사오에게 쓰다듬당하는 모습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저 부러운 놈 같으니! 나도 한 번밖에 안 당해본 것을.’

슈테나도 이전에 특별 포상을 받은 적 있지만 데사오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한 번 쓰다듬고 말았을 뿐이다.

재윤처럼 계속 쓰다듬는 건 처음보는 듯했다.

그런데 지금 재윤의 상황을 부러워하는 건 슈테나뿐이 아니었다.

데사오가 이곳에 나타남으로 각 군단장들도 모두 모였는데 그들 또한 부러워하는 기색이었다.

그런 표정들을 보며 재윤은 어이가 없었다.

‘한심한 놈들이군. 무슨 펫들도 아니고.’

어쨌든 군단장들이 모두 모이고나자 데사오도 쓰다듬는 걸 멈추고는 그들을 향해 신형을 돌렸다.

“마르티오스, 상황을 보고하라.”

“각 요새는 모두 점령되었습니다. 킨디노스 성을 둘러싼 결계는 완전히 사라졌고 이제 로드께서 명령을 내리시면 총공격을 감행할 것이옵니다. 로드께서 친히 나서신 이상 킨디노스 성은 금세 탈환될 것이옵니다.”

“탈환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가소로운 하이루스 놈이 감히 내가 잠시 없는 틈을 타 킨디노스 성을 강탈했다. 오늘 그놈에게 나의 진정한 분노를 보여주어 두 번 다시 내게 도발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저 또한 바라던 바이옵니다.”

마르티오스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데사오가 킨디노스 성을 향해 한 손을 뻗었다.

“더 이상 지체할 것 없다. 하이루스 놈의 부하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가장 큰 공을 세운 이에게는 특별 포상을 내리겠노라.”

순간 마르티오스가 벌떡 일어나 크게 외쳤다.

“총공격명령이 떨어졌다! 전군 진군하라! 하이루스와 놈의 부하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라!”

“쿠와아아아!”

“와아아아!”

킨디노스 성을 둘러싸듯 포위하고 있던 데사오의 마왕군이 일제히 성을 향해 진격했다.

재윤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두 눈이 불타는 듯 이글거렸다.

‘드디어 가장 바라던 상황이 왔군.’

마왕대 마왕의 전쟁.

그것도 공성전이다.

굵직굵직한 경험치를 주는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이 전장이야말로 광렙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