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화. < 환신술을 펼치다 (2) >
한편 재윤이 사라진 후 환선은 공중에 뜬 채로 조용히 눈을 감고 정좌해 있었다.
마치 바닥에 앉아 있는 듯 그녀는 미동도 없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근처의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 흔들리더니 한 중년 사내가 불쑥 나타났다.
다름아닌 천마였다.
“날 잘도 환계의 미로 속에 던져넣었구나.”
천마가 환선을 노려봤다.
그러자 그녀가 눈을 뜨고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천마. 나는 각오가 되어있으니 어서 손을 쓰라.”
그녀는 이미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생명도 얼마 안 남은 상황에 천마의 보복을 피해 도주한다는 것도 번거로운 일.
그냥 깔끔하게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천마는 픽 웃더니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앞에서 당당한 건 그대뿐인 것 같군.”
“죽음이 두렵지 않은데 당당하지 못할 것이 무엇일까? 당신이 아무리 천마라 하나 나는 두렵지 않다. 그래봤자 스스로의 의지도 제어 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일 뿐.”
환선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천마의 인상이 살짝 일그러졌다가 이내 펴졌다.
그는 돌연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그대는 정말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구나. 나에게 그런 독언을 퍼붓고도 살기를 바라는 건가?”
그러자 환선이 조소를 흘렸다.
“죽음이 두려웠다면 이 자리에 남아 있었겠느냐? 그만 날 죽여라.”
그 말과 함께 그녀는 눈을 감았다.
천마의 성격 상 이제 그녀는 무슨 수를 써도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
슥.
그런데 뜻밖에도 천마는 그대로 사라졌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녀의 손바닥에 자그만 과일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백색의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작은 복숭아 형상의 과일.
‘이것은?’
눈을 뜨고 그것을 본 환선의 몸이 떨렸다.
아득히 오래 전 천마에게 강탈당했던 환계의 보물 중 하나인 선과(仙果).
이것을 복용하면 그녀의 소진된 생명력이 복원되게 된다.
‘이것을 왜?’
그녀는 천마가 왜 이것을 돌려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죽이지 않은 것도 모자라 생명을 연장하라고 선과를 내주다니.
천마가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일.
《 적시에 나의 폭주를 막아준 보답이다, 환선. 그러나 다시 그대를 보면 죽일 것이다. 두 번 다시 내 눈에 띄지마라. 》
그 순간 들려오는 천마의 음성.
환선은 비로소 천마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다행히 아직 그는 완전히 천마가 된 것이 아니구나.’
즉, 방금 전 그녀의 앞에 나타났던 천마는 혈마로서의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으리라.
그의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뜻.
덕분에 그녀에게는 뜻밖의 기연이 생겼다.
설마 천마에게서 이같은 기연을 얻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물론 선과는 애초부터 환계의 보물이었다.
천마가 잠시 양심에 찔렸는지 그것을 돌려준 것이다.
* * *
마족들의 도시 카르타스.
이곳 도시 내에서는 전투가 금지되어 있었다.
밖에서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일단 도시 내에서는 싸워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곳 도시가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할 수 있는 터라,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서 마왕 데사오가 내린 명령이었다.
‘대량의 경험치를 얻으려면 마왕군에 소속되어 전쟁터로 나가야 한다. 어느 마왕군이건 떠돌이 마족이 가입을 원하면 웬만하면 받아주는 편이지. 대우는 천차만별이지만 말이야.’
나룬의 기억을 통해 저절로 터득한 지식이었다.
별로 대단한 전투력이 없는 나룬은 마왕군에 들어봤자 별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할 것 같아 떠돌고 있었지만, 재윤은 얼마든지 상급 마족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저들은 집에다 두는 게 안전하겠지.’
재윤은 마족들을 해치우고 얻은 대량의 루페스로 인해 상당히 부유한 마족이 된 상태였다.
따라서 2000루페스를 주고 저택을 하나 구입했다.
예전 나룬이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비싼 저택.
우습지만 이곳 카르타스도 인간들의 도시처럼 돈 즉, 루페스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었다.
저택에는 별채가 하나 있었는데, 그 별채만 해도 꽤 훌륭한 집이었다.
재윤은 그곳으로 채시은과 로사엔을 데려간 후 말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다. 너희들은 이곳 세계의 존재들이 아닌 것 같은데 어째서 그 마을에 있었느냐?”
그러나 그녀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마족에게 그런 사정까지 얘기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너희는 믿기지 않겠지만 나는 너희들을 노예로 팔거나 해칠 생각이 없다. 순순히 내가 묻는 걸 대답한다면 이곳에서 안전하게 지내게 해주겠다.”
순간 로사엔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마족 특유의 차가운 말투였지만 왜인지 기분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이상해. 어째서 저 사악한 마족에게서 친숙한 느낌이 드는 거지?’
세마르 숲에서 현자 엘프로 불리던 그녀였다.
뭔가 알 수 없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녀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사악한 마족을 앞에 두고 이 무슨 기괴한 망상인가 해서였다.
“정말로 사실대로 말하면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겠느냐?”
로사엔은 재윤을 노려보며 물었다.
재윤은 끄덕였다.
“물론이다.”
그러자 로사엔이 대답했다.
“갑자기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처음 보는 마을로 이동되어 있었다.”
사실 크게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는 얘기였다.
이게 다였으니까.
그녀도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
그나마 혼자가 아니라 둘이어서 다행이었다.
그 마을에서 채시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채시은 또한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로사엔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그녀들은 갑자기 벌어진 괴상한 현상에 어쩔 줄 모르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마족 나룬이 그 마을을 공격해왔다.
나룬이 비록 하급 마족에 불과하지만 그녀들의 힘으로는 마족을 상대하기란 불가능한 일.
꼼짝없이 붙들려 노예가 되고 만 것이다.
“정말 그게 다인가? 그 전에 너희들이 있던 세계에서 다른 특별한 조짐 같은 건 없었느냐?”
“마왕의 부하들이 우리가 있던 성을 한 번 습격한 적은 있었지만 그 외에는 없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희망 성을 향해 마족들이 한 번 쳐들어왔다가 데카투스와 루니스 등에게 몰살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도주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이튿날 로사엔과 채시은이 눈을 떠보니 이곳 이상한 세계의 처음 보는 마을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이게 다다, 마족.”
“그래. 약속대로 너희들이 이곳에서 안전하게 지내도록 해주겠다.”
곧바로 재윤은 별채 쪽으로 마물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린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아무래도 마왕 데사오가 뭔가 농간을 부린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 마왕 데사오에게 속한 마계 비슷한 곳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농후했다.
대체 무슨 마법을 펼친 것일까?
하급 마족 나룬이 알고 있는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봐도 더 자세한 것은 알아낼 수 없었다.
‘저들에게만 그런 일이 벌어졌을 리는 없고 설마 희망 성 모두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재윤은 무엇보다 부모님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는 그에 대해 알아볼 방법이 없다는 것.
로사엔과 채시은도 희망 성의 다른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마왕 데사오에게서 직접 알아내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겠지.’
그렇지 않아도 재윤은 마왕 데사오의 마왕군에 가입해 전쟁을 하려고 했다.
환신술을 통해 완벽한 마족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지금은 마왕 데사오라고 해도 재윤을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마족으로 볼 것이다.
곧바로 재윤은 도시 카르타스의 마왕군 군단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현재 이곳 군단은 마왕 데사오 휘하 상급 마족 슈테나가 군단장이었다.
‘그러고보니 여기 군단장은 예전에 내가 환영 전투로 해치웠던 녀석이군.’
머리에 커다란 흑색의 뿔이 박혀 있는 염소 머리 괴수 슈테나.
놈은 이전에 자신을 환영 전투에서 무참히 패배시킨 재윤이 마족으로 변신해 나타난 것을 알면 기절초풍할 것이다.
“이곳에는 무슨 일인가?”
군단의 기지 입구.
5미터 장신의 외눈박이 거인이 재윤을 오연히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의 이름은 카둔.
같은 하급 마족이지만 마왕군 소속이라는 자부심으로 인해 그는 재윤을 안중에도 두고 있지 않았다.
“마왕군에 지원하러 왔다.”
“네놈은 나룬이라는 뜨내기 놈 같은데? 실력이 별볼일 없으니 말단 지휘관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마족은 아무리 실력이 별볼일 없어도 대체로 마물들보다는 강하다.
따라서 하급 마족이라도 마물들을 지휘하는 지휘관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개중에는 마물들보다 약한 하급 마족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지휘관이 될 수 없었다.
“내 실력이 별볼일 있는지 없는지는 두고보면 알게 될 것이다. 마왕군은 실력에 따라 대우가 다르다고 들었는데, 맞느냐?”
“물론이다. 결투장에서 네놈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해볼 것이다.”
어쨌든 마족의 합류는 마왕군에서는 반가운 일.
마족이 마왕군에 지원하면 특별한 절차를 거쳐 그에게 걸맞는 대우를 해주었다.
물론 그 절차는 결투를 통한 전투력 측정!
“결투장으로 가 있도록. 나는 군단장님께 보고하겠다.”
“그러지.”
재윤은 즉각 결투장으로 이동했고 카둔은 군단장 슈테나가 있는 군단 본부로 달려갔다.
* * *
잠시 후 결투장에는 1백여 마족들과 수천의 마물들이 모였다.
의무적으로 모인 것은 아니다.
군단에 새로 지원한 신입 마족의 전투력을 구경할 수 있는 아주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급 마족이라고?”
“큭! 별볼일 없는 놈 아니냐?”
“무늬만 마족일 뿐이지. 저딴 떠돌이 놈도 마족이라고 대우받고 싶은가 보군.”
마족들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그중 몇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키득거리기도 했다.
“큭! 저게 누구야? 지난 번에 우리한테 살려달라고 빌던 놈이잖아.”
“그래. 생각난다.어떻게든 살겠다고 엉덩이까지 대주던 놈!”
“흐흐, 그 말을 들으니 나도 생각나는구나. 저놈 얼굴이 인간 여자처럼 예쁘장하게 생기긴 했단 말이야.”
그들의 말에 다른 마족들도 킥킥 웃었다.
심지어 마물들도 재윤을 보며 조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재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무슨 얘기인가 해서 나룬의 기억을 더듬어봤더니 이곳의 마족들 몇 놈에게 희롱당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하여간 한심한 녀석이었군.’
그러나 대수로울 건 없었다.
재윤이 그런 일을 당한 것도 아니고 이미 죽어 사라진 나룬에게 벌어진 일이었으니까.
약한 마족이 그런 능욕을 당하는 거야 마계에서는 흔하디 흔한 일.
억울하면 강해져서 밟아주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진정한 강자생존의 세계!
이제부터 재윤은 한놈씩 자근자근 밟아줄 생각이었다.
“군단장님 행차시다. 모두 정숙하라!”
순간 시장통처럼 시끄럽던 결투장이 조용해졌다.
동시에 군단장 슈테나가 일단의 마족들을 대동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마족 카둔이 재윤을 보며 말했다.
“나룬, 뭐하느냐? 어서 군단장님께 예를 갖춰라.”
재윤은 마족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 마득치 않았지만 지금은 마족답게 행동을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마족 나룬, 군단장 슈테나 님을 배알합니다.”
그러자 슈테나가 오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떠돌이 하급 마족인 네가 갑자기 마왕군에 지원한 이유는 뭐냐?”
“평소 데사오 님을 흠모하고 있었습니다.”
별로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통상 마족들이 마왕군에 들어올 때 하는 말이었다.
슈테나도 그냥 형식적으로 물어본 것이었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네 실력을 보겠다. 마족으로서 부끄러움없는 실력을 보이도록 하라.”
그러자 결투장에 거대한 결계가 하나 펼쳐졌다.
‘마계라서 그런가 뭐든 스케일이 꽤 크네.’
일단 결투장의 크기만 잠실 야구장 정도였고, 결투장을 둘러 펼쳐진 결계는 특별한 힘이 부여되어 있었다.
결투 중 실제 사망자가 나오면 전력이 손실되는 터라 죽기 직전에 밖으로 소환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물론 웬만한 부상을 당한 정도로는 소환되지 않았다.
치명상을 입어 죽음 직전에 이르기 전까지는 전투를 벌여야 진정한 실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하라.”
군단장 슈테나의 명령에 마족 카둔이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럼 먼저 마물들 중 지원자를 받아 결투를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본래 마족들에게 덤비는 간 큰 마물들은 거의 없지만 하급 마족들에게는 예외였다.
나룬은 하급 마족 중에서도 매우 약한 존재로 알려진 터라 전투력에 자신있는 마물들이 대거 결투를 지원했다.
미노타우루스나 사이클로프스를 비롯한 거인형 마물, 히드라나 삼두적린사와 같은 거대 괴수형 마물, 심지어 슬라임 워리어와 같은 녀석들 중에서도 지원자가 있었다.
상대가 누구든 마물이 마족을 이기게 되면, 그 마물에게는 매우 영광스러운 칭호가 주어지고 대우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첫 번째 상대는 머리가 세 개 달린 거대한 뱀이었다.
대왕 삼두적린사.
한때는 보스급 괴물로 재윤이 전력을 다해 상대해야 했던 괴물이었다.
게다가 이곳은 마계의 기운을 받아 재윤이 상대했던 녀석보다 훨씬 강했다.
‘저런 놈이 여기서는 그저 마물 병사에 불과하다는 건가.’
저런 마물들이 이 슈테나의 군단에도 득실거릴 정도다.
그런데 마왕 데사오의 휘하에는 군단이 1백 개도 넘는 걸로 알고 있다.
지구가 마계화되면 생존자들에게는 지옥이 펼쳐질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했다.
“시작하라!”
결투가 시작됐다.
그 순간 재윤이 삼두적린사와의 거리를 번개처럼 좁히더니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촥! 서걱! 푸확!
대왕 삼두적린사의 머리 3개가 잘려나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그것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연기가 되어 밖으로 소환되었다.
이에 모두들 경악한 듯 조용해졌다.
대부분 나룬이 대왕 삼두적린사를 이긴다 해도 상당히 고전할 거라 예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재윤은 장난처럼 놈을 죽여버렸다.
삼두적린사는 세 개의 목이 잘려나가면 죽는다.
미처 소환진의 마법이 발동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
뒤늦게 밖으로 소환되었지만 이미 죽은 후라 살릴 방법이 없었다.
슈테나가 흥미롭다는 듯 눈을 번쩍였다.
“생각처럼 약하지 않은 녀석이로군. 그런데 꼭 죽일 필요까지 있었느냐?”
재윤은 비릿하게 웃었다.
“분수를 모르는 녀석들에게는 죽음으로 응징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인간들의 세계에서는 겸손이 미덕이지만 마계에서는 다르다.
‘여기서는 겸손이 미덕이 아니지. 무조건 잘난 척하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우습게 본다.
강자는 강자답게 오만해야 미덕인 것이다.
과연 슈테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룬의 말이 맞다. 이제 마물들과의 결투는 건너 뛰고 마족들이 나서라.”
단 한 번의 결투였지만 재윤의 실력이 감히 마물들이 넘볼 수 없는 영역에 있음이 증명되었다.
그래서일까?
마물들은 재윤을 두려워하며 그와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또한 재윤을 조롱하던 마족들 중에서도 표정이 굳어진 이들이 적지 않았다.
“크크, 제법 실력이 강해졌다만 그래봤자 마물들에게나 통하는 실력일 뿐이다. 네 분수를 알게 해주마, 천박한 놈!”
이전에 나룬을 희롱했던 마족 중 하나가 결투장에 들어와 키득거렸다.
놈이 두 번째 상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