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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72화 (172/200)

172화.  < 승부수를 던지다 (3) >

환선을 찾아 떠나기 전 소소는 재윤에게 한 장의 서신과 두툼한 책 한 권이 들어 있는 상자를 건넸다.

“이것은 주인님께서 공자님께 전하라 하신 물건이에요.”

소소는 이제 재윤에게 공자님이라고 불렀다.

왠지 어색한 호칭이었지만, 이미 재윤에게 그런 호칭이야 한두 개가 아니었다.

성주님, 주인님, 대표님, 맹주, 마스터 등등.

거기에 공자님이라는 호칭이 하나 더 붙었을 뿐이다.

< 나의 제자 재윤이 보아라.

이전에 말했던 대로 나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죽을 날이 임박한 듯하여 더 이상 너의 수련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고, 죽기 전에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러 떠난다.

환족왕을 그대로 두면 환계뿐 아니라 네가 속한 세계까지 큰 재앙을 일으킬 것이 분명한 터.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제거할 생각이다.

(중략)

환선도법은 오직 환선공을 일정 수준 이상 터득한 이만 수련이 가능한 무공으로, 환마공을 통해 펼치는 환마도법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을 가지고 있다.

가히 혈마의 무공 못지 않은 위력을 가지고 있음을 자부한다.

네게 이미 뛰어난 검술이 있다지만 환선도법 또한 네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부디 네 앞을 가로막는 운명을 통쾌하게 짓밟아주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네가 나의 제자가 되어주어 무척 기뻤다.

-환선- >

‘사부님……'

재윤은 가슴이 왠지 뭉클했다.

‘제발 제가 갈 때까지 살아계십시오.’

한 번이라도 사부 환선의 얼굴을 더 보고 싶었다.

이렇게 그녀가 죽어 사라지면 너무 서운할 것이다.

‘환선도법은 나중에 익히고 지금은 사부님을 찾는 게 우선이다.’

환선도법이 적혀 있는 비급은 일단 아공간에 넣어두었다.

그리고는 즉시 소소에게 말했다.

“어서 출발하자.”

“예, 공자님.”

소소를 제외한 환괴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환선을 따라 환족들과 전투를 벌이러 간 것이다.

“사부님께서 무사하셔야 할 텐데.”

재윤이 걱정하자 소소가 말했다.

“주인님이 세상을 떠나시면 저 또한 소멸됩니다. 제가 아직 멀쩡한 걸 보면 아직 주인님께서도 무사하신 것을 의미해요.”

그것은 환선의 권속에게 주어진 운명.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아직 환선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어 재윤은 안도했다.

“저 위쪽이에요, 공자님.”

호수를 지나 숲을 따라 잠시 이동하자 공역이 나타났다.

그때부터는 공중을 날아서 이동해야 하는데, 환력을 가진 존재들에게는 보통의 인간들이 평지를 걷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다.

“저 구름의 층들을 계속 지나야 해요.”

잠시 날아오르자 상공에 시커먼 구름지대가 나타났다.

그같은 구름들이 높이에 따라 층을 이루고 있는데, 그 맨 꼭대기 층에 환족왕이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구름 층들이 마치 지구의 육지처럼 환계의 지역을 이루고 있는데, 환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면 구름을 뚫고 그곳으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계.

마계보다 더 기괴한 세계가 바로 환계였다.

재윤은 소소와 함께 10여 개 구름의 층들을 뚫고 계속 올라갔다.

그런데 돌연 그들의 앞을 일단의 괴물들이 가로막았다.

전신을 신비한 갑각으로 둘러싼 거대 괴물과 그보다 크기는 작지만 비슷한 형상을 가진 수백 마리의 괴물들.

“환족왕의 부하들이에요. 상급 환족도 있어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너는 뒤로 물러나 있어라.”

재윤의 몸이 거대화되었다.

전쟁신의 강림을 펼칠 때와 비슷한 상태였는데, 그때와 달리 그의 거검에서 짙은 광채가 피어나 있었다.

또한 그의 두 눈에서는 푸른 불꽃이 이글거렸다.

그러자 상급 환족은 흠칫 놀라는 기색이었다.

재윤의 몸에서 피어나는 환력의 기운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이다.

“인간! 네가 환선의 제자가 된 것을 알았다만 벌써 그 정도 수준이 되다니 놀랍구나.”

환족들이 포위했지만 재윤은 담담히 앞을 노려봤다.

이미 환선공을 수련하기 전에도 상급 환족 하나는 거뜬하게 이길 수 있던 재윤이다.

그런데 환선공(Lv87)을 통해 대량의 환력을 보유하게 된 그로서는 지금 상황이 가소로울 뿐이었다.

“사부님은 어디에 계시냐?”

“환선은 지금쯤 분수를 모르고 이곳으로 들어온 대가를 치르고 있을 것이다.”

“분수를 모르는 건 너희들이다.”

곧바로 재윤이 상급 환족을 향해 돌진했다.

번쩍, 그의 몸이 스치듯 지나갔을 뿐인데 상급 환족의 두꺼운 갑각의 일부가 잘려나갔다.

그러자 놈은 즉각 불을 토하며 반격했지만, 재윤의 거검 앞에 불은 가볍게 소멸되었다.

“너 따위에게 낭비할 시간은 없다.”

재윤은 상급 환족의 갑각을 계속 베어낸 후 속살이 드러나자 그대로 놈을 동강냈다.

[160,000코인을 얻었습니다.]

[상급 환족에 대한 E급 지식을 얻었습니다.]

[환력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합니다.]

지식 효과로 환력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하자 환력의 최대치가 소폭 상승했다.

‘이해도가 이렇게 작용하는 거군.’

계속해서 재윤은 주변의 하급 환족들도 쓸어버렸다.

적지 않은 코인들이 들어옴과 동시에 하급 환족에 대한 지식 등급도 C급으로 상승했다.

“위층으로 가자.”

“예, 공자님.”

최상층이 가까워져서인 것일까?

각 층마다 그 층을 지키는 환족들이 득실거렸다.

또한 상급 환족이 그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왔느냐?”

그러나 재윤은 싸늘히 웃으며 돌진했다.

“앞을 막는 놈은 다 죽는다!”

거추장스럽게 덤벼드는 환족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며 재윤은 계속 구름의 상층으로 올라갔다.

한편 그 시간 최상층 구름 지대.

거대한 성곽의 앞쪽에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푸른빛 도를 쥔 백발의 여자와 붉은 창과 갑옷으로 무장한 남자.

여자는 환선이고 남자는 환족왕이었다.

환족왕이 봉인에서 깨어난 순간에는 환력의 기운이 폭주해 괴물의 형태였지만, 점차 환력을 안정적으로 다스릴 수 있게 되자 본래 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놈의 전투력이 훨씬 막강해졌다.’

환선은 그녀의 생명이 다하기 전 환족왕을 처치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녀는 모든 환력을 아끼지 않고 쏟아내며 환족왕을 몰아붙이고 있지만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더욱이 주위를 둘러싼 10여 명의 상급 환족들은 아직 전투에 나서지 않은 상태.

환족왕은 혼자서 환선을 쓰러뜨려 그 자신이 환계 최강의 존재임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환선! 지금이라도 내게 굴복하면 남은 생애 조용히 지낼 수 있도록 해주마.”

“닥쳐라! 어떻게 봉인을 풀고 나왔는지 모르겠다만 절대 살려두지 않겠다.”

환족왕이 환계를 지배하면 필시 다른 세계로 그 영역을 넓히려 할 것이다.

그때는 대재앙이 환계로부터 시작되어 수많은 세계를 휩쓸게 된다.

그러나 그녀가 이곳에 온 것은 그 이유 때문만이 아니었다.

콰앙! 카카앙! 콰아앙!

다시 도와 창이 수차례 격돌했다.

둘 다 환계 최강의 존재들로 온갖 환술에 능통했지만 궁극적으로 최강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환력을 내공처럼 사용해 펼치는 무공이었다.

잡다한 환술은 진정한 강자를 만났을 때는 통하지 않았다.

환선은 최근에야 완성한 환선도법을 펼쳤지만, 환족왕은 만만치 않았다.

봉인된 상태에서도 꾸준히 수련을 해온 터라 그의 창술은 환선도법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했다.

“크하하하하! 나의 창술을 받아낼 존재는 천마 외에는 없다 생각했는데 환선 그대가 그 사이 이토록 강해졌을 줄은 몰랐구나.”

“애초부터 너는 나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환족왕. 지금도 마찬가지다.”

환선은 전력을 다해 환족왕을 몰아붙였다.

본래라면 이런 식으로 무리하게 적진으로 들어와 공격을 펼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상 무모한 일.

이런 건 절대 그녀의 방식이 아니었다.

‘반드시 환족왕을 쓰러뜨려야 해. 내가 여기서 죽게 되면 그 아이도 죽게 된다.’

환족왕이 재윤을 절대 그대로 놔둘리 없기 때문이었다.

그녀 자신은 어차피 곧 죽지만 생의 마지막에 얻은 제자마저 죽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를 무모한 전투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녀는 환족왕의 자존심을 자극해 일대일의 승부를 유도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상급 환족들의 가세로 그녀는 진작 패배해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이미 그녀의 권속들인 환괴들은 상급 환족들에게 전멸한 상태.

그런데도 그녀는 환족왕과 간신히 동수를 이루고 있을 뿐 도무지 전투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안타깝구나. 어찌 저런 사악한 괴물에게 저같은 무서운 힘이 주어진 것인가?’

환선은 탄식했다.

시간을 끌수록 그녀가 불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족왕이 처음에야 자존심을 내세워 혼자서 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언제 변덕을 부릴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구름을 뚫고 누군가 솟구쳐 올랐다.

다름아닌 재윤이었다.

물론 전쟁신의 강림 상태처럼 거대화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전신에서 가공스러운 기세가 뿜어져나왔다.

“이곳이 어디라고 왔느냐?”

흑색의 대도를 든 전사 하나가 재윤을 향해 덤벼들었다.

괴수의 얼굴에 거인의 몸체를 가진 존재!

그의 머리는 마치 용을 연상케할 만큼 살벌한 위용이 느껴졌다.

상급 환족 중 하나였다.

‘보통 놈이 아니다.’

재윤은 각 층을 돌파할 때마다 상급 환족을 하나씩 처치했다.

그런데 지금 이 앞에 대도를 휘두르며 덤비는 녀석은 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휘휭! 휘이잉!

폭풍처럼 몰아치는 대도의 공세!

그러나 재윤은 차분하게 대도를 쳐내며 놈을 압박했다.

촤아악!

일순간 재윤의 거검이 대도를 쥔 상급 환족의 옆구리를 가르고 지나갔다.

“크으윽!"

“감히! 용서할 수 없다!”

그러자 마치 청룡을 연상케하는 푸른 색의 거대한 뱀이 재윤을 단번에 집어삼킬 듯 날아들었다.

그 또한 상급 환족 중의 하나.

거대화된 재윤의 몸이 풍차처럼 휘돌았다.

거검이 수직으로 원을 그리는 순간 청룡 형상의 환족 머리가 그대로 두 쪽이 났다.

“꾸아아악!”

동시에 재윤의 거검이 공간을 가르고 날아가 대도를 쥔 상급 환족의 목을 꿰뚫었다.

“쿠아악!”

그렇게 상급 환족 둘을 가볍게 처치한 재윤을 보며 모두가 경악했다.

“믿을 수 없군. 저놈이 어찌 벌써 저 같은 능력을!”

환족왕은 인상을 크게 찌푸렸고, 반면에 환선은 놀라면서도 기뻐했다.

물론 그녀 역시 지금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재윤이 아무리 환선공의 수련에 성공했다고 해도 이제 막 환력이 생성되기 시작하는 초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재윤에게서 느껴지는 환력은 오랜 세월 환선공을 수련해야 얻을 수 있는 대량의 환력이었다.

‘정말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구나.’

단순히 환력만 많아진 것만이 아니라 환선공의 경지 자체도 높아졌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처럼 환력을 안정되면서도 강력한 기운으로 형상화해 상급 환족들을 쓰러뜨리기란 불가능한 일.

“뭣들 하는 거냐? 모두 저놈을 죽여라!”

그때 환족왕의 분기탱천한 음성이 울렸고 상급 환족들이 재윤을 향해 몰려갔다.

그러나 재윤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그것들을 상대했다.

거검의 광채가 번쩍일 때마다 상급 환족이 하나씩 쓰러지는 것이 마치 사자가 늑대들을 상대하듯 여유로워보였다.

“저놈이 감히!”

이에 환족왕이 재윤을 공격하려 했지만 환선이 그것을 두고볼 리 없었다.

“네 상대는 나다, 환족왕!”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강력한 제자의 가세로 환선은 기가 살아났다.

재윤이 어떻게 저리 강해졌는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 전세가 뒤바뀌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더 이상 상급 환족들을 신경쓸 필요 없어지자 그녀는 더욱 과감하게 환족왕을 몰아붙였다.

동시에 재윤도 오직 상급 환족들과의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상급 환족들 중에서도 만만치 않은 녀석들이 많았지만, 그는 노련하게 포위를 피하며 하나씩 놈들을 처치해나갔다.

[130,000코인을 얻었습니다.]

[75,000코인을 얻었습니다.]

[200,000코인을 얻었습니다.]

전투력에 따라 들어오는 코인의 양은 천차만별.

그래도 재윤은 덕분에 대량의 코인을 획득 중이었다.

다만 경험치는 없었다.

그건 흑요정의 탑에 들어가서 수련의 던전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재윤으로서는 사부 환선이 상급 환족들을 내버려둔 채 환족왕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 상황이 매우 다행이었다.

만약 환선이 상급 환족들을 모두 처치해버렸다면 막대한 경험치를 얻을 기회가 사라졌을 테니까.

“네가 마지막이군.”

“아아아악!”

재윤의 거검이 쌍검을 쥔 거인 상급 환족을 베었다.

그렇게 상급 환족들이 몰살당하자 하급 환족들은 기겁하며 흩어졌다.

그 사이에도 환선과 환족왕의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상급 환족들이 몰살당하는 걸 본 환족왕이 마음에 부담을 느꼈는지 조금씩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환족왕! 이제 네 차례다!”

재윤은 거검에 환력을 주입한 후 환족왕을 향해 던졌다.

쒸이이이!

광채에 휩싸인 거대한 검이 날아들자 환족왕은 즉각 창을 휘둘러 막았다.

그러나 그 순간 드러난 빈틈으로 환선의 도가 파고 들었다.

이에 흠칫 놀란 환족왕이 재빨리 방어하려했지만, 환선은 승부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너는 봉인에서 풀려나지 말았어야 했다, 환족왕! 이제 그만 환계의 먼지가 되어 사라져라!”

어지럽게 난무하던 무수한 환영의 그림자 중 하나가 환족왕의 허리를 도로 갈랐다.

“커어어억!”

순식간에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어버린 환족왕은 기가 막힌 듯했다.

그러나 그는 그 상태로도 죽지 않고 환선의 가슴을 창으로 찔렀다.

푸확!

환선은 피하지 않았다.

창을 몸으로 받으며 도를 휘둘렀다.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환족왕의 상체 앞부분이 대거 찢겨나갔다.

동시에 그 여파로 환족왕의 상체는 뒤로 쭉 밀려났다.

하체가 받쳐주지 못하니 상체가 무력하게 날려갔는데, 바로 그 지점에 재윤이 서 있었다.

재윤은 그 순간 멀리 환선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창에 가슴이 관통되어 점점 무너지는 와중에도 다급히 외쳤다.

“어서 그놈을 끝장내거라! 지금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재윤은 망설이지 않고 거검을 휘둘러 환족왕의 목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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