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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57화 (157/200)

157화.  < 괴물 수용소의 지배자 (2) >

“대단한 능력이군.”

갑자기 들리는 싸늘한 음성.

그것은 환수 바스모의 사체 위에서 들려왔다.

다크 엘프였다.

그의 전신에서 피어나오는 기세는 가히 용사 루니스나 흑룡 데카투스에 비견될 정도였다.

‘저런 존재도 있었나?’

아까까지 관람석에 없었던 자였다.

저런 강한 존재가 있다면 더 이상 생사투는 진행하지 않는 게 현명할 것이다.

아무리 생사투의 보상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니까.

‘여기서 그만 끝내야겠군.’

일단 목표한 대로 85레벨을 달성했으니 됐다.

재윤은 당연히 크로거가 여기서 멈출지 아니면 생사투를 또 할 건지에 대해 물어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크로거는 결투장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다크 엘프가 재윤을 향해 다가오며 담담히 웃었다.

“나는 이곳 죄수 수용소의 지배자인 네페로라고 한다. 네게는 이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나의 부하가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와 생사투를 벌이는 것이다.”

재윤은 싸늘히 웃었다.

“둘 다 관심없는 얘기군. 난 이만 이곳을 떠날 생각이다.”

“아직 눈치채지 못했나? 네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지배자인 내가 원하면 너는 생사투를 회피할 수 없다.”

그런 것도 있었나.

이것은 재윤도 예상하지 못했던 바였다.

그렇다면 싸워야 할 것이다.

“회피할 수 없다면 싸워야지.”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들지 않아서 섣불리 모험을 할 수 없었을 뿐이다.

일단 85레벨을 달성했으니 지금은 흑화 용사를 처치하는 게 우선이니까.

그러나 생사투를 피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

“다시 한 번 생각해봐라. 일단 생사투가 시작되면 둘 중 하나가 죽지 않으면 결투는 끝나지 않는다. 그때 가서는 아무리 살려달라고 빌어도 소용없는 일이지.”

“그건 내가 할 소리다, 다크 엘프. 날 여기서 보내준다면 그냥 조용히 돌아가겠다. 하지만 생사투를 원한다면 넌 그에 대한 대가를 죽음으로 치르게 될 것이다.”

재윤의 말에 네페로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큭! 죽은 놈들을 대신해서 부하로 만들까 했더니 주제를 모르는 놈이었군. 그렇게 죽고 싶다면 죽여주마.”

그 순간 곧바로 알림이 들려왔다.

[여덟 번째 생사투가 시작되었습니다.]

곧바로 네페로의 손에 나타난 무기는 창이었다.

츠으읏!

창 끝에 생성된 흑색의 짙은 광채!

그것은 분위기는 다르지만 루니스의 푸른빛 검에서 보였던 것과 비등한 기운이었다.

‘검강인가?’

창날에서 피어 났으니 창강(權至)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순간 재윤의 장비가 모두 바뀌었다.

희귀 등급 장비에서 전설 등급 장비로 모두 바꾼 것이다.

‘저놈은 전력을 다해 상대해야 한다.’

환수 바스모보다 강력한 상대.

거기다 제룡검이나 제마검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다크 엘프 네페로는 악마 계열의 괴물도 아니었고, 용이나 환수도 아니었으니까.

물론 한 가지 이점이 있다면 다크 엘프에 대한 S급 지식이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아까 진혈의 흡혈귀 아쉬르를 손쉽게 상대한 것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네페로는 그 전투력 자체가 아쉬르와는 차원이 다른 상대였으니까.

카아앙! 캉!

공간을 뚫으며 날아드는 창강.

전술 파악 능력으로 창이 어느쪽으로 날아들지 예측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별 의미가 없을 만큼 빨랐다.

예측하는 그 순간 이미 창날이 날아들었다.

뻔히 어디로 공격해 들어올지 안다고 해도 미리 대비하고 반격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런 공격이 빗발치듯 끝없이 이어졌다.

카아앙! 카앙! 카카캉!

특별히 은신술을 펼친 것도 아닌데 네페로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오직 창만 날아들었다.

‘창이 살아있는 것 같군.’

창날이 재윤의 검을 쳐내고 끝도 없이 빈틈을 찾아 파고 들었다.

전방뿐 아니라 좌우, 그리고 후방에서까지.

도무지 어디서 창날이 날아들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재윤은 정신을 최대한 집중해 잘 막아냈다.

“인간 놈! 제법 잘 받아낸다만 과연 언제까지 내 공격을 방어할 수 있을지 보겠다.”

창강까지 펼쳐낼 정도의 강력한 창술.

거기에 모든 동작들이 가히 완벽에 가까웠다.

오직 공격, 공격, 공격 뿐이지만.

그 공격을 받아내다보면 도무지 반격할 틈을 찾을 수가 없었다.

네페로의 창술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을 제대로 구현해낸 신묘한 창술이라 할 수 있었다.

‘저놈은 도무지 필살기를 펼치지 않는군.’

필살기는 강력한 만큼 시전 시간이 필요하다.

재윤은 S급 지식 효과 덕분에 그 경우 미리 알고 필살기를 취소 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때야말로 진정한 반격의 기회!

따라서 재윤은 네페로가 필살기를 펼치기를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네페로는 마치 재윤의 그런 속셈을 알기라도 하듯 순수한 창술로만 승부를 걸어왔다.

그는 지난 일곱 번의 결투를 지켜보며 재윤을 어떻게 상대해야할지 파악한 것이다.

미친 듯 날아드는 창날의 공세!

불가사의한 괴력에 지칠줄 모르는 체력!

그러나 그런 면에 있어서는 재윤 또한 만만치 않았다.

높은 스탯이 주는 강력한 생명력과 괴력, 민첩성!

항상 그렇지만 전쟁신의 검술은 상대와 격전을 벌이면 벌일수록 그 진가를 나타낸다.

거기에 막강한 내공까지 보유한 재윤의 움직임은 점차로 네페로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슬슬 끝낼 때가 됐군.’

정신없이 막기만 했지만 그 사이 재윤은 이미 네페로의 창술이 어떤 흐름인지 파악했다.

그것은 지식 효과가 아닌 전쟁신의 검술이 주는 통찰력에서 오는 것이었다.

슉! 파팟! 휘휘휙!

그 사이에도 네페로의 창은 끝없이 날아들었다.

‘지금이다.’

일순 재윤의 검이 강하게 네페로의 창을 후려쳤다.

콰아앙!

그 위력이 너무 강력해 폭음이 일었다.

느닷없이 두 배는 더 강력한 검격이 날아들자 네페로는 흠칫 놀랐다.

‘으윽! 이건 뭔가?’

일시적으로 그의 자세가 흔들렸다.

재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적의 동작이 완벽하다면 그 균형을 깨뜨려라!

말이야 쉽지만 실전에서는 뜬구름 잡는 얘기와 같았다.

특히나 다크 엘프 네페로와 같은 강적에게는 섣불리 잔재주를 부리다간 오히려 역습을 당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재윤은 그것을 실현시켰다.

그리고 드러난 빈틈.

재윤의 검강이 빛을 뿌리며 공간을 가르는 순간 네페로의 왼쪽 어깨가 위에서 아래로 잘려나갔다.

촤가각!

“커억!”

졸지에 한팔을 잃은 네페로는 기겁하며 뒤로 멀리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재윤은 그대로 따라붙었다.

동시에 숨쉴 틈도 주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카앙! 카아앙!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

아까와는 상황이 반대가 되었다.

재윤이 미친 듯 공격하고 네페로는 죽어라 막았다.

그러나 한팔로 펼치는 창술로 재윤의 공격을 방어하는 건 쉬운 일이아니었다.

푸확!

일순간 재윤의 검강이 네페로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의 옆구리 일부가 몸에서 사라졌다.

"쿠으윽!"

한팔을 잃은 상태로도 힘겹게나마 버티던 네페로가 결국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는 최후까지 창을 휘두르며 반격을 해왔다.

“뒈져랏! ”

갑자기 창이 거대하게 변해 재윤을 향해 날아왔다.

콰앙!

재윤은 막았지만 뒤로 쭉 밀려나갔다.

그러나 뒤로 밀려남과 동시에 검기파(Lv3)를 날렸다.

파악!

“커억!”

검기파가 가슴에 작렬하자 네페로가 뒤로 나뒹굴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전투를 수행하기 힘들 만큼 엉망인 상태였다.

바로 그 순간.

그가 쥐고 있던 흑색의 창이 세차게 진동했다.

웅웅웅!

네페로의 생명력이 한계에 도달하자 그의 애병이라 할 수 있는 창이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창끝에서 시퍼런 뇌전들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

‘으윽! 이건 또 뭐냐?’

창이 스스로 움직이며 마법 공격을 펼칠 줄이야.

‘설마 자아를 가진 창인가?’

재윤은 일단 검강을 빠르게 휘둘러 마법을 막았다.

용사 루니스가 적의 강력한 공격을 막을 때 자주 쓰던 방어기인 검막.

그것을 이제 재윤도 자연스럽게 펼치고 있었다.

그렇게 재윤이 마법을 막아내자 창이 날아와 재윤을 직접 공격했다.

눈부신 광채의 창강이 맺혀 있는 창의 공격은 빛살처럼 빨랐다.

마치 화살이 무더기로 날아드는 것 같았다.

게다가 각각의 공격은 검강을 휘둘러야 쳐낼 수 있었다.

‘보통 놈이 아니네.’

창의 전투력이 다크 엘프 네페로 못지 않았다.

‘젠장! 이대로는 끝이 없다.’

지금 창과 싸우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 사이 네페로가 생명력을 회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잘려나간 신체도 복원되고 있는 듯했다.

‘빨리 저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당한다.’

재윤은 내공을 최대로 끌어올려 창을 후려친 후 질풍이동을 펼쳐 네페로의 지척으로 접근했다.

“그만 죽어라, 다크 엘프!”

네페로의 주변은 보호막이 펼쳐져 있었지만 검강으로 내리치니 그대로 흩어졌다.

“크윽!”

그 충격에 네페로가 입에서 피를 뿜으며 비틀거렸다.

촤악!

이어서 재윤이 휘두른 검강이 그의 가슴을 가격했다.

콰앙!

다시 한 번 폭음과 함께 그의 신체를 두른 최후의 방어막이 깨졌다.

그가 원독어린 눈빛으로 재윤을 노려봤다.

“빌어먹을! 내가 너 따위 놈에게! 그러나 나 혼자 죽지는 않겠다.”

재윤은 순간 네페로의 두 눈에서 짙은 광기를 보았다.

동시에 들려오는 알림.

[다크 엘프 네페로가 최후의 멸폭을 펼칩니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최대한 멀어지세요.]

‘자폭인가?’

순간 네페로의 몸집이 급격히 팽창되더니 그대로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앙!

순식간이었다.

피하라는 알림이 들려왔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폭발했기 때문이다.

물론 재윤은 멀쩡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광혈의 의지(Lv6)는 최후까지 남겨두고 있었으니까.

‘그보다 여기 무너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이 거대한 지하 결투장이 그대로 매몰되고도 남을 만한 강력한 폭발이었으니까.

그러나 결투장 주위를 두르고 있는 결계의 막이 밖으로 폭발의 여파가 미치는 걸 막아주었다.

따라서 관람석이나 철창 안에 있던 괴물들은 멀쩡했다.

결투장만 초토화되었을 뿐이다.

“으! 엄청난 폭발이다.”

“이러면 그 인간 놈도 죽었겠는 걸.”

“크큭! 대단한 놈이었는데 자폭 앞에는 별수가 없구만.”

결투장 내부에는 폭발로 인해 흙먼지로 자욱해 안의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볼 수가 없었다.

철창의 괴물들은 재윤도 죽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 흙먼지가 내려앉으며 재윤이 멀쩡하게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들 경악했다.

[생사투 8승에 성공했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생신의 검술이 Lv87이 되었습니다.]

[마경 심법이 Lv87이 되었습니다.]

재윤은 다시 또 레벨이 2단계 상승했다.

이로써 레벨 87.

[생사투가 종료되었습니다.]

[당신은 죄수 수용소의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명성이 증가합니다.]

그야말로 고무적인 순간.

그러나 지금 좋아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 감히! 주인님을 죽이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

섬뜩한 음성과 함께 창이 날아들었다.

네페로는 죽었지만 그가 쓰던 창은 여전히 기가 팔팔했다.

‘말까지 할 줄 알아?’

자아를 가진 것까지는 짐작했지만 말도 할 줄 알다니!

재윤은 왠지 저 창이 탐났다.

네페로가 죽었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걸 보면 그와 별개로 존재할 수 있는 무기였다.

드롭템으로 얻을 수 있다면 모를까, 적이 쓰던 장비를 그대로 취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검이 아닌 창이라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챙길 수 있으면 챙기자.’

문제는 창이 계속 공격을 하고 있으니 챙길 방법이 없다는 것.

《 용서 못해! 죽어라, 인간 놈! 》

번쩍! 파지지직!

창날에서 다시 시퍼런 뇌전들이 마구 쏟아져나왔다.

재윤은 이미 막는 요령을 터득한 터라 검막을 펼치며 전진했다.

동시에 순간 이동으로 접근해 창대를 검강으로 후려쳤다.

콰아앙!

그러자 창이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그러나 그 즉시 날아와 재윤을 공격했다.

콰앙! 카아앙! 과앙!

재윤은 한동안 창과 격전을 벌였다.

처음에는 힘겨웠지만 점차 창의 공격 패턴에 익숙해졌다.

특히 레벨이 2단계 상승하면서 전투력이 오른 덕분인지 아까와 달리 창을 여유롭게 상대할 수 있었다.

반면에 창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위력이 약해졌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일순 재윤은 바닥에서 날아오르는 창대를 왼손으로 슥 움켜쥐었다.

동시에 제룡검에 검강을 최대로 생성시켜 창대 근처로 가져다댔다.

이제 창의 힘이 약해졌으니 작정하면 파괴도 가능할 것 같았다.

‘후! 이제야 이놈을 잡았구나.’

이 창과 대체 얼마나 싸웠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철창 안의 괴물들도 이제는 지루한지 하품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

재윤도 슬슬 귀찮았다.

검도 아니고 창이라서 사실 아쉬울 것도 없었다.

“주인은 죽었는데 무기 따위가 감히 내게 저항을 하다니! 이제 그만 고철덩어리로 만들어주마.”

《 자, 잠깐! 살려줘 .》

순간 창이 다급한 음성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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