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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56화 (156/200)

156화.  < 괴물 수용소의 지배자 (1) >

“어리석은 놈! 너는 이곳을 떠날 수 있을 때 떠났어야 했다.”

흡혈귀 아쉬르의 몸에서 핏빛의 안개가 피어나왔다.

순식간이었다.

결투장은 핏빛 안개에 뒤덮였다.

[진혈의 흡혈귀 아쉬르가 혈막 결계를 펼칩니다.]

[혈막 결계의 지속시간은 1분이며 그 시간 동안 아쉬르는 무적입니다.]

흡혈귀에 대한 S급 지식 효과!

그 덕분에 재윤은 아쉬르가 무슨 필살기를 펼치는 지 알 수 있었다.

‘1분이나 무적이라니! 이건 너무 사기잖아.’

그렇다면 공격보다는 방어 위주로 버텨야한다는 뜻.

공연히 파투스나 내공을 소모해 공격을 해봤자 소용없을 것이다.

재윤은 광혈의 막을 몸에 두른 후 놈의 공격을 기다렸다.

팟-!

그 순간 안개를 뚫고 창백하도록 새하얀 검이 재윤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번개처럼 빠른 공격이었지만 재윤은 이미 옆으로 이동해 있었다.

“이 공격을 피하다니 제법이군.”

착 가라앉은 음성이 들려오더니 이번에는 백색의 검이 폭풍처럼 날아들었다.

휙! 팟! 파파팟!

아쉬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백색의 검만 끝없이 공간을 갈랐다.

촥! 촤악! 푸확!

그러다 보니 재윤의 몸에는 계속 자상이 생겨났다.

그러나 아쉬르의 표정은 굳어갔다.

재윤이 치명적인 공격은 모두 피해내고 가벼운 찰과상만 입고 있어서였다.

‘믿을 수 없군. 설마 내가 어디를 공격할지를 알고 있는 것인가?’

혈막 결계에서는 아쉬르에게 모든 것이 유리했다.

상대방은 그의 모습을 보기도 힘들고 설령 본다고 해도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해치울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아쉬르는 재윤에게 그 어떤 치명상도 입히지 못했다.

그 상태로 1분의 시간이 흘러 혈막이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죽어라, 인간 놈!”

이제 조급해진 아쉬르는 그가 가진 각종 필살기들을 연속으로 펼쳐댔다.

그의 어깨 뒤에서 핏빛의 날개같은 것이 펼쳐짐과 동시에 흑색의 구름같은 것이 모여들었다.

[진혈의 흡혈귀 아쉬르가 사신의 족쇄를 펼칩니다.]

[흑색의 구름에 묶이면 행동불가 상태가 되니 조심…….]

‘뻔히 알고 당할 수는 없지.’

재윤이 날린 검기파(Lv3)가 아쉬르를 강타했다.

콰앙!

"쿠윽!’’

아쉬르가 비틀거렸다.

보호막에 의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건 면했지만 충격에 의해 사신의 족쇄의 발동이 취소된 것이다.

"으윽!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는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외부의 공격을 받는다고 그가 펼치려는 필살기가 취소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재윤은 담담히 웃었다.

‘네게는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겠지.’

그러나 이것이 바로 S급 지식 효과가 주는 무서운 위력이다.

적의 약점과 전술을 최대 단계까지 파악!

아무리 보호막이 둘러진 상태라 해도 약점 부위를 가격하면 필살기를 시전 취소 시킬 수 있으니까.

따라서 재윤은 생각보다 쉽게 아쉬르를 몰아붙일 수 있었다.

아쉬르의 전투력이 마궁의 재앙 크시라나 환공작 베라보다 강하지만 그것은 다른 이들에게나 통하는 것일 뿐, 흡혈귀에 대한 S급 지식을 가진 재윤의 앞에서는 오히려 더욱 수월한 상대였다.

아쉬르가 기를 쓰고 공격을 날려도 재윤은 가볍게 피해냈고, 간혹 피하지 못할 때는 치명상을 피해 가벼운 부상만을 입을 뿐이었다. 반면에 재윤이 날리는 공격은 아쉬르에게 하나같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혔다.

“크윽! 어떻게 인간 놈이 그런 능력을……"

아쉬르는 혼란과 당황이 가득한 표정으로 비틀거렸다.

그의 팔은 잘려나가 검을 쥘 수도 없었다.

흡혈귀답게 팔을 복원했지만 재윤과 한 번 격돌하면 다시 팔이 잘려나갔다.

검술 자체의 수준이 달랐다.

그가 무슨 수를 써도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이제 그만 끝내자!”

재윤은 검강을 펼쳤다면 놈을 보다 빨리 해치울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다음 상대가 나타날 것이란 생각에 적당히 시간을 끌었다.

지금이 아니면 생사투의 추가 경험치를 얻을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

서걱!

곧바로 재윤의 제마검이 아쉬르의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아쉬르는 맥없이 허물어졌다.

[생사투 6승에 성공했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생신의 검술이 Lv83이 되었습니다.]

[마경 심법이 Lv83이 되었습니다.]

‘단번에 레벨 업?’

재윤은 정말 믿기지 않았다.

패배하면 죽지만, 승리하면 막대한 보상을 받게 되는 생사투!

6승째의 추가 경험치는 상상 이상이었다.

덕분에 벌써 이곳에 와서 레벨이 3단계나 올랐다.

‘이건 진짜 하늘이 준 기회다.’

재윤은 당연히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현재 레벨 83.

앞으로 2단계만 더 올리면 흑화 용사 아르데아의 재앙을 파괴할 수 있으니까.

그때 크로거가 다가왔다.

“진혈의 흡혈귀 아쉬르를 패배시키다니 정말 대단하시군요. 당신의 존함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크로거의 태도는 아까와 달리 더없이 정중했다.

관람자 중 한 명을 해치운 덕분인 모양이었다.

그냥 정중한 정도가 아니었다.

마치 상전을 대하는 것처럼 공손한 태도였다.

“강재윤이다.”

재윤이 이름을 밝히자 크로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강재윤 님, 생사투 6승을 달성하신 당신은 이곳 죄수 수용소에 갇혀 있는 죄수들 중 하나를 조건없이 석방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건 관심없고 생사투를 계속 하겠다.”

“정말로 계속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말과 함께 재윤은 관람석을 노려봤다.

그런데 진혈의 흡혈귀 아쉬르가 꽤 강한 편이었는지 절반 정도는 재윤의 시선을 피하더니 그대로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반면에 나머지 절반 정도는 여전히 관람석에 남아 재윤을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이는 그들 모두 아쉬르에 못지 않거나 그보다 강한 전투력을 지닌 이들임을 의미했다.

그런데 섣불리 앞으로 나서지 않는 걸 보면 재윤과 전투를 벌일지 말지 갈등하고 있는 듯했다.

“강재윤 님에게 도전하실 분들 안 계십니까? 아무도 안 계시면 이곳 수용소는 강재윤 님의 지배하에 놓입니다.”

그때 크로거가 크게 외쳤다.

그 사이 재윤은 진혈의 상자를 아공간에 챙겨놓고 혈액 채취 도구를 꺼내 아쉬르의 피를 뽑았다.

[흡혈귀의 진혈(신화) 1병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쉬르로부터는 신화 등급의 피, 이른바 흡혈귀의 진혈이라는 것이 나왔다.

지금껏 피를 뽑아 신화 등급이 나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흡혈귀의 진혈

-등급 : 신화

-설명 : 복용 시 진혈의 흡혈귀가 될 수 있다. 그 외에 특별한 존재의 능력을 상승시키거나 혹은 호감도를 대폭 상승시키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 진혈의 흡혈귀가 되면 전투에서 패배해 죽지 않는 한 영생불사의 몸을 갖게 된다, 인간. 물론 주기적으로 혈액을 섭취해야 하며 빛속성 공격에 무력화되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피를 마시는 순간 일시적으로 전투력이 대폭 증가하는 능력을 얻게 된다. 그대처럼 혈액 채취 능력을 가진 각성자에게는 나쁘지 않는 선택지다. 》

테네르의 음성이었다.

《 하지만 주기적으로 생혈을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흡혈귀가 되고 싶지 않다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또한 어둠 속에서는 매우 강하지만 빛이 있는 곳에는 전투력이 약해지는 것이 그대에게 여러모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

영생불사고 뭐고 살기 위해서는 계속 피를 마셔야 한다는 건 저주스러운 일.

이미 그런 건 흡혈귀 영화에서 숱하게 봐왔던 스토리다.

당연히 재윤은 그런 불행한 삶을 선택할 생각은 없었다.

《 딱히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만약 그것을 내게 준다면 지금보다 그대에게 좀 더 간섭을 해도 운명의 룰에 저촉되지 않을 것 같은 데, 그건 그대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마. 》

말은 관심없다고 하지만 테네르의 음성은 흡혈귀의 진혈에 대해 상당한 관심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귀룡을 강화하려고 했는데 이건 테네르에게 주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군.’

귀룡을 강화할 혈액은 어디서든 얻을 수 있다.

신화 등급의 피도 앞으로 강한 괴물들을 해치우다보면 또 나올 것이다.

그러나 흑요정 테네르의 관심을 끄는 물건은 또 나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테네르가 내게 더 간섭할 수 있게 되면 이런 특별한 수련장을 또 찾아줄 수도 있겠지.’

아무튼 그건 일단 생사투부터 끝낸 후에 생각해볼 문제였다.

그 사이 재윤의 앞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뭔가 특이했다.

분명 앞에 있는 건 맞는데 형체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카멜레온이 보호색을 띠고 숨어 있는 것처럼 이 앞에 있는 존재는 공간 자체에 동화되어 있었다.

‘만만치 않은 놈이군.’

게다가 놈이 나타난 순간 숨막히는 듯한 살기가 결투장을 뒤덮었다.

“바스모 님, 진정 강재윤 님과 생사투를 하시겠습니까?”

정체모를 존재의 이름이 바스모인 모양이었다.

놈이 무척이나 두려운지 크로거는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 결투를 시작하십시오.”

바스모가 뭐라 대답한 듯 크로거는 결투장 밖으로 도주하듯 뛰어 나가며 외쳤다.

[일곱 번째 생사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순간 뭔가가 재윤을 향해 날아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저 기의 파동만으로 느껴야 했는데 마치 거대한 크기의 촉수 같았다.

콰아아앙!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심지어 청각에 의해서도 감지되지 않았다.

기감으로 느낌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피해야 했다.

콰아앙! 콰아아앙!

재윤이 있던 자리가 계속 초토화되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끝도 없이 날아드는 투명한 촉수들.

그것은 거대한 검이 날아드는 것 못지않은 위력이었다.

한 대라도 맞을 경우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이놈은 환수의 일종이 아닐까?’

곧바로 제마검 대신 제룡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순간 제룡검에서 빛이 번쩍였다.

화아악!

‘역시 환수였군.’

현재 제룡검의 레벨은 Lv30.

용이나 환수 계열의 적에게는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더구나 제룡검의 검신에서 빛이 발산되는 순간 감춰졌던 놈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덟 개의 거대한 다리를 가진 초대형 괴수.

그 형상을 보니 문어와 흡사했다.

‘젠장! 끔찍하게 생겼군.’

환수 바스모의 실체는 거대 문어 괴물이었던 것이다.

각각의 다리가 수십 미터는 되는 초대형 문어.

물론 모양이 그렇다는 것일 뿐 단순히 크기만 큰 문어는 아니었다.

놈은 환수인 터라 온갖 괴상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콰아앙!

연쇄적으로 날아드는 다리의 공격!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재윤은 공간 이동기를 주기적으로 펼치며 놈의 다리를 공격했다.

그러나 다리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제룡검에 검기(Lv10)를 주입하자 약간의 생채기가 나는 수준.

‘어쩔 수 없군.’

한 대라도 맞거나 저 다리의 촉수에 붙잡혀 휘감기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처하고 말 것이다.

더 이상 전투력을 숨길 때가 아니었다.

화아악!

곧바로 제룡검에 환한 빛무리가 생성되었다.

검강이었다.

처음 검강을 자유자재로 생성할 때가 78레벨이었는데, 그 사이 레벨이 83까지 상승하며 마경 심법(Lv83)의 경지도 상승했다.

그러다 보니 검강의 광채는 물론이고 크기도 약간 증가한 상태였다.

촤아아악!

검강에 베이자 환수 바스모의 다리는 뭉텅뭉텅 잘려나갔다.

그 순간 놈은 놀랐는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멀리 간 게 아니야. 결투장 어딘가에 있다.’

바스모가 특유의 은신 능력으로 공간에 동화되어버리자 발견하지 못한 것일 뿐.

그러나 제룡검의 빛은 놈의 은신처를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검강에 의해 다리가 잘려나가기 시작하자 놈은 더 이상 가공스러운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재윤은 놈의 몸체를 검강으로 조각낼 수 있었다.

“꾸아아아아아악!”

소리도 없이 철저히 자신을 숨기며 공격을 하던 환수 바스모!

놈도 마지막에는 비명을 크게 지르고 축 늘어졌다.

[생사투 7승에 성공했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생신의 검술이 Lv85가 되었습니다.]

[마경 심법이 Lv85가 되었습니다.]

[환수에 대한 지식이 C급에서 B급으로 상승합니다.]

순간 두 단계나 레벨이 상승!

‘진짜 대박이다.’

한 단계 또 레벨이 오를 거라 예상은 했다.

그러나 무려 두 단계일 줄이야.

숨겼던 전투력을 발휘해야 할 만큼 바스모가 강한 괴물이긴 했지만, 생사투 연승의 추가 보상이 그만큼 큰 것이다.

‘후우! 이제 흑화 용사 아르데아를 처치할 수 있게 된 건가?’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레벨 85를 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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