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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50화 (150/200)

150화.  < 비밀의 도시 (1) >

쿠구구궁.

거대한 문이 열렸다.

그러나 지하 도시로 통하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텅 빈 공간이었다.

그 순간 재윤의 귀에 들려오는 알림.

[도시 연맹의 맹주이자 사십육성기의 주인인 그대라면 이 안에 들어올 자격이 있습니다.]

[숨겨진 도시 루크로 가는 최후의 관문인 용기와 협동의 시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시험을 통과하려면 그대를 포함해 반드시 열 명이 들어와야 합니다.]

‘최후의 관문?’

곧바로 재윤은 루니스 등에게 방금 들은 알림을 얘기해줬다.

그 알림은 오직 재윤의 귀에만 들렸기 때문이다.

“용기와 협동의 시험이라면 나를 빠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저도 당연히 돕겠어요.”

“저 역시 미력하지만 지원하겠습니다.”

"주인님,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데카투스, 루니스, 로벨은 전의를 불태웠다.

세붐 또한 목숨을 아끼지 않을 태세였다.

[용기와 협동의 시험은 환상 결계 속에서 이루어지며 시험 중 죽어도 실제로는 죽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회는 단 두 번뿐임을 명심하세요.]

[두 번 모두 실패하면 도시 루크로 가는 문은 영원히 닫힐 것입니다.]

문제는 10명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

현재 재윤을 포함해 5명 뿐이었다.

거기에 제칸과 로사엔까지 부르면 7명.

각성자 에이든과 조다연을 포함시키면 9명이다.

‘10명이 되려면 한 명이 더 필요한데.’

어쩔 수 없이 아버지 강두성을 찾아가 부탁했다.

강두성은 흔쾌히 수락했다.

“어차피 환상이고 실제로 죽는 것도 아니라는데 못할 게 뭐냐?”

그는 자신이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기쁜 듯 장비를 장착하고 나왔다.

“나는 함께 가지 못하니 이거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김지현은 미리 만들어둔 괴물 요리들을 모두에게 나눠줬다.

먹기만 해도 재윤을 비롯한 각성자들에게는 꽤 유용한 버프 효과가 생기는 음식이었다.

“매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재윤은 어머니 김지현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후 환상 결계 앞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모두와 함께 결계 안으로 들어갔다.

[용기와 협동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시험을 통과하되 모두가 생존해야 합니다.]

이 웅장한 음성의 알림은 재윤 뿐 아니라 모두의 귀에 들렸다.

단순히 시험을 통과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단 한 명도 죽으면 안 된다는 것.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루니스는 선봉에서 위협 요소를 미리 제거해버리면 아무도 죽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앞으로 돌진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경솔한 행동은 죽음을 자초합니다.]

싸늘한 음성의 알림이 들려오더니 루니스를 향해 사방에서 정체불명의 광선 같은 것이 마구 날아들었다.

이에 놀란 그녀가 재빨리 검막의 보호막을 펼쳐 막아냈지만, 그 광선들은 보호막을 그대로 통과했다.

파파팍-

“아아악!”

순식간이었다.

루니스는 전신이 벌집처럼 변해 그대로 쓰러졌고, 이내 연기가 되어 흩어져버렸다.

[용기와 협동의 시험에 실패했습니다.]

[환상 결계 밖으로 퇴장합니다.]

그와 함께 모두들 결계 밖으로 쫓겨나듯 나왔다.

모두들 어안이 벙벙했다.

루니스가 그렇게 순식간에 죽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재윤의 일행 중에서 단일 전투력으로는 단연 최강인 그녀가 그렇게 죽을 정도면 다른 이들은 볼 것도 없을 것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루니스는 풀 죽은 표정으로 모두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녀가 어이없이 죽음으로 인해 두 번의 기회 중 한 번이 그대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재윤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고는 모두에게 말했다.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남았습니다. 이번에 성공하면 됩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용기뿐 아니라 협동의 시험이라는 말도 있으니 분명 어떤 단서가 있을겁니다.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확신이 설 때만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다.”

모두들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두 번째이자 마지막 도전이 시작되었다.

[용기와 협동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결계 안의 모든 괴물을 처치하되 모두가 생존해야 합니다.]

단 한 명이라도 죽으면 그대로 퇴장이다.

아홉 명이 잘해도 단 한 명이 실수하면 끝장인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하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아까 용사 루니스가 맥없이 죽은 걸 본 터라 모두들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괴물들의 공격에서 10분간 모두 생존하세요.]

그때 알림이 들려왔다.

아까는 이 알림이 들려오기 전에 루니스가 앞으로 돌진하다 죽은 것이었다.

재윤은 다급히 외쳤다.

“한 명도 죽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공격보다는 방어 위주로 전투해주세요.”

10분이라는 시간 안에 엄청난 숫자의 괴물들이 몰려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 사이 뒤쪽에 있던 결계의 입구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더니 사방이 확 트인 공간으로 변했다.

동시에 사방에서 시커먼 괴물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쿠카카카!”

“크크크!”

괴물들의 종류는 가지 각색이었다.

좀비와 스켈레톤, 크로거를 비롯한 익숙한 녀석들부터 시작해서 처음보는 괴상한 형태의 마물들도 득실거렸다.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거대 눈알 형상의 괴물, 머리는 새지만 몸체는 뱀 형상인 괴물 등.

강두성과 조다연 등은 그것들을 보자 마치 악몽을 꾸는 듯 공포에 질리고 말았다.

파아앗-

그 순간 재윤의 검에서 피어난 붉은 빛의 파동 한 번에 괴물들이 그대로 연기로 변해 흩어졌다.

“쿠아아악!”

“크아악!”

반경 40미터 이내의 모든 적에게 피해를 주는 광역기인 혈광파(Lv1)였다.

그러나 모두들 그에 감탄할 여유도 없었다.

괴물들이 끝도 없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건 내가 전문이지.”

데카투스가 손을 휘젓는 순간 일행을 빙둘러 화염의 벽이 원형으로 생겨났다.

화르르르!

이글거리는 화염의 벽에 도달한 괴물들은 그대로 숯덩이가 되어 쓰러지기 시작했다.

간혹 그 벽을 뚫고 들어오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루니스의 검에 맞아 죽었다.

로벨은 모든 일행의 몸에 보호막을 씌워주었다.

덕분에 10분의 시간은 그리 어렵지 않게 흘러갔다.

[괴물들의 공격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성수의 샘이 생겨났습니다.]

그와 함께 주변에 자그만샘이 하나 생겨났다.

샘에는 신비한 빛이 반짝이는 물이 샘솟고 있었는데, 그 주변으로 빈병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성수는 저주를 푸는 능력이 있습니다.]

[저주에 걸린 일행을 향해 성수를 뿌리면 저주가 해제됩니다.]

[저주를 15초 안에 해제하지 못하면 대상은 사망합니다.]

[저주받은 심연의 뱀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주받은 심연의 뱀은 주기적으로 당신들 중 절반을 저주에 빠뜨릴 것입니다.]

그 알림이 끝난 순간 전방에 거대한 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붉은 눈이 나는 거대 뱀은 한눈에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보였는데, 그것의 눈에서 괴상한 빛이 번쩍이자 재윤과 루니스, 데카투스, 제칸, 세붐이 그대로 석화되어 버렸다.

‘으윽! 이건?’

무슨 엄청난 저주이기에 재윤은 물론이고 용사인 루니스, 심지어 흑룡 데카투스까지 단번에 석화시켜버리는 것일까?

상상을 초월한 위력의 저주였다.

그때 로벨이 다급히 성수의 샘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저주에 안 걸리신 분들은 즉시 성수를 떠서 석화된 분들에게 뿌리세요.”

“예."

강두성도 빈병에 성수를 담았다.

그리고는 재윤을 향해 달려가 성수를 뿌렸다.

그러자 재윤의 석화가 풀렸다.

“괜찮냐?”

“예, 고마워요, 아버지.”

재윤은 곧바로 저주받은 심연의 뱀을 향해 돌진해 놈을 공격했다.

검기파(Lv3)를 먼저 날려보낸 후 놈의 근처에 접근했다.

검에 검강을 생성시켜 놈의 몸체를 마구 가격했다.

촤아악! 촥!

“꾸으으윽!"

검기파의 막강한 공격력 앞에도 꿈쩍조차 하지 않던 놈의 피부가 검강 앞에서는 맥없이 찢겨졌다.

그 사이 루니스도 로벨이 뿌린 성수에 석화가 풀렸고, 돌풍처럼 날아와 뱀의 몸체를 공격하고 있었다.

조다연이 데카투스를, 에이든은 세붐을, 로사엔은 제칸의 석화를 풀어줬다.

“쿠아아아아아!”

그런데 뱀이 포효를 날리며 다시 눈에서 빛을 쏘아내자 다시금 일행 중 다섯 명이 석화되었다.

“일단 석화부터 풀어야 합니다.”

이번에는 아까 석화에 걸리지 않았던 강두성, 로벨 등이 모두 굳어진 상태였다.

15초 안에 풀지 않으면 저들이 죽는다.

단 한 명이라도 죽으면 이 시험은 실패.

그러나 모두가 달려가 저주를 풀고 있으면 뱀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된다.

누군가는 뱀과 싸우고 있어야 한다는 뜻.

“저희들에게 맡겨주십시오.”

세붐이 바람처럼 달려가 빈병에 성수를 퍼주면 제칸이 그것을 받아 석화된 이들에게 뿌렸다.

덕분에 재윤과 루니스, 데카투스는 뱀과의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자 뱀이 또 다시 저주를 걸었다.

이번에는 재윤과 데카투스, 로벨, 세붐, 로사엔이었다.

랜덤으로 일행 중 절반이 저주에 걸리는 식.

그러자 루니스와 제칸이 뱀과 싸우는 동안 강두성, 조다연, 에이든이 재빨리 성수를 뿌려 재윤 등의 저주를 풀어줬다.

"모두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재윤이 크게 외쳤다.

그러고 보니 이 시험은 전투력도 중요하지만 모두의 단합된 행동이 더욱 중요했다.

달리 용기와 협동의 시험이 아니었다.

단 한 명이라도 정신을 딴 데 팔았다가 제 때 저주를 풀지 못할 경우 시험은 실패하고 말 것이다.

다행히 그런 실수를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저주받은 심연의 뱀이 최후의 저주를 모두에게 뿌립니다.]

[10초 안에 자신의 몸을 둘러싼 저주의 빛과 동일한 빛의 마법진 위로 이동하지 않으면 전원 저주로 사망합니다.]

뱀의 몸체가 몇 배는 거대하게 변했고 그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십색(十色)의 저주 광선이 일행의 몸을 각각 둘러쌌다.

재윤은 파란색, 데카투스는 노란색, 이런식으로 모두가 달랐다.

동시에 뱀을 중심으로 10개의 마법진이 생겨났는데 각각의 마법진 색이 달랐다.

“각자 자기 몸을 두른 빛이랑 똑같은 색의 마법진으로 빨리 뛰세요.”

재윤은 파란색 마법진 위로 올라서며 다급히 외쳤다.

최후의 저주라고 했으니, 이번 공격만 피하면 시험이 끝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10초 안에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때 강두성이 재윤이 있는 파란색 마법진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재윤아!”

“아버지! 보라색으로 가셔야죠.”

“근데 보라색 마법진이 어디 있냐?”

강두성은 허둥대며 혼란에 빠져 있었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 민첩하게 대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쪽입니다. 제가 모실게요.”

재윤은 잽싸게 강두성을 안고 보라색 마법진 근처로 질풍이동을 펼쳤다.

그리고 다시 바람이동을 펼쳐 자신의 마법진 위로 돌아왔다.

그렇게 강두성은 무사히 보라색 마법진 위로 피했다.

그런데 그때 허둥대는 이들이 또 보였다.

에이든도 어디로 갈지 몰라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었고, 조다연도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그녀가 가야할 붉은 색 마법진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슥. 스슥.

그러자 데카투스가 에이든을, 로벨이 조다연을 각각 순간이동을 펼쳐 제 위치로 이동시켜준 후 돌아갔다.

‘휴우!’

10초가 되기 전 그렇게 10명 모두가 각자의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그 순간 저주가 일제히 풀려나며 전원 생존하는 데 성공했다.

"쿠으으으으!”

뱀은 분한 듯 사방을 노려보다 축 늘어졌다.

[저주받은 심연의 뱀이 죽었습니다.]

[용기와 협동의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드디어 통과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귀룡 성의 일원 11명 중 10명이 총동원된 보람이 있었다.

모두들 가슴 벅차하는 표정이었다.

[도시 루크의 봉인이 풀립니다.]

[도시 루크로 이동합니다.]

그때 다시 알림이 울리며 환한 빛이 모두를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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