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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48화 (148/200)

148화.  < 사부의 정체 (1) >

재윤을 향해 천마가 말했다.

“일단 너의 레벨을 높인 후 검강을 자유자재로 생성시킬 수 있게 되면 그 즉시 나를 찾아오너라.”

“귀룡 성으로 함께 가지 않으십니까?”

“나는 잠시 혼자서 생각할 것이 조금 있다. 방해받지 않는 공간은 그곳만한 곳이 없지.”

무엇 때문인지 천마는 귀룡 성이 아닌 본래 그가 봉인되었던 동굴로 돌아갔다.

재윤은 잠시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사부님의 눈빛이 하루에도 수시로 변했다.’

하루 온종일 붙어 있다 보니 재윤은 천마의 눈빛에서 피어난 작은 변화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경우 천마는 즉시 눈을 감아버렸고, 그러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본래의 맑은 눈빛으로 돌아왔다.

‘사부님이 뭔가 갈등을 하고 계신 것이 분명해.’

누구나 마음에 갈등은 있다.

하루에도 수시로 변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니까.

그러나 재윤은 왠지 불안했다.

다른 이도 아닌 천마가 뭔가 갈등하는 것이 있다면 오직 한 가지일 뿐일 테니까.

‘혹시 구슬의 봉인을 깨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싱겁다는 이유로 기억을 회복하지 않고 있지만, 사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뭔지는 재윤이 고민한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단 레벨부터 올리자.’

재윤은 일단 귀룡을 향해 뜻을 보냈다.

《 귀룡, 지금 즉시 내가 있는 곳으로 와라. 》

그러자 교역을 위해 도시를 돌고 있던 귀룡이 즉각 재윤을 향해 날아왔다.

귀룡의 머리 위에 담담히 서 있던 루니스는 재윤의 앞으로 훌쩍 날아 내렸다.

그러더니 눈을 크게 떴다.

“세상에! 한 달 사이에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해졌군요.”

재윤은 이제 막대한 내공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 내공에서 피어나는 기세를 루니스는 단번에 간파한 것이다.

“오랜만이군요, 루니스 님 ”

“드디어 수련을 마치셨나요?”

“아직 수련 중입니다. 다만 레벨을 좀 올릴 필요가 있어서요. 내친김에 도시들도 모두 연결할 생각입니다."

그러자 루니스의 안색이 밝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당신이 빨리 레벨을 올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재윤이 레벨을 올려야 재앙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데카투스도 재윤 앞에 나타났다.

그는 한 손에 소주병을 든 채 히죽 웃었다.

“돌아왔느냐, 인간?”

그 또한 재윤의 기세를 느끼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빌어먹을! 역시나 천마의 제자인가. 조만간 내가 그대보다 더 강했던 시절은 아득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겠군. 한편이 되었으니 망정이지 그대와 계속 적이었다면 불안해서 견디지 못했을 거야.”

재윤은 미소 지었다.

“그보다 술을 마시고 있었나 보군.”

“물론이다. 요즘 나는 이 맛에 살고 있지. 그대의 부친도 나와의 대작을 매우 즐겨하고 있다.”

데카투스는 술을 마실 땐 꽤 소탈한 모습을 보이는 터라 강두성과 제법 친해진 터였다.

그가 과연 흑룡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인간으로서의 삶 특히, 술을 무척 즐겼다.

어차피 그는 아무리 마셔도 만취해서 실수를 저지른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달리 용이 아니니까.

“아버지와 대작을 해줘서 고맙다. 내가 바빠서 하지 못하는 일인데.”

“후후, 이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맡겨라.”

그때 백색 로브를 입은 날카로운 눈빛의 청년이 나타나 재윤을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오랜만입니다, 강재윤 님.”

“당신은 마법사 로벨?”

“예, 이번에 저도 귀룡 성에 합류하게 되었죠. 미리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자 루니스가 로벨을 만난 과정을 간략하게 재윤에게 설명해줬다.

재윤은 흐뭇하게 웃었다.

뛰어난 마법사가 귀룡 성의 일원이 되었으니 여러모로 든든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라넨 대륙 최강의 마법사라 들었습니다. 앞으로 저를 많이 도와주세요.”

“물론입니다. 미력하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의 일을 돕겠습니다.”

잠시 그와 대화를 나눈 후 재윤은 곧바로 귀룡 성에 들어가 부모님께 복귀 인사를 했다.

“저 돌아왔습니다.”

“오! 재윤아! 어서 오너라.”

강두성과 김지현은 재윤이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자 매우 기뻐했다.

"그 동안 별일 없으셨나요?”

“우리야 아주 편하게 잘 있었으니 염려 마라. 그보다 너는 그분께 무공은 잘 배웠니?”

강두성은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동안 데카투스에게 그는 재윤의 사부인 천마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에 대해 대략 들었기 때문이다.

“걱정 마세요. 사부님은 정말 좋은 분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저 많이 강해졌어요.”

“더 건강해 보이는 것 같으니 확실히 그런 것 같구나.”

“저녁 안 먹었지? 엄마가 너 왔으니 모처럼 직접 요리를 만들어주마. 그동안 요리 레벨이 20으로 올랐단다.”

“괴물 고기 요리보다는 김치찌개가 더 좋은데.”

재윤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였다.

베르타를 통해서도 김치찌개를 주문해 먹을 수 있지만, 그 맛은 평범한 수준일 뿐이다.

그에게는 어머니 김지현이 해준 것이 제일 맛있었다.

“그래. 기다려보렴. 오래된 김치가 없어서 제 맛이 날지 모르겠다만.”

“하긴 김치찌개는 묵은 김치로 끓여야 제 맛이긴 하죠. 그런데 베르타가 과연 묵은 김치를 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뒤따라온 베르타가 즉각 묵은 김치와 돼지고기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나를 얕보지마라, 인간. 이런 건 기본이다.”

그러자 재윤도 놀랐다.

코인 나무 베르타가 설마 묵은 김치까지 팔 줄은 몰랐던 것이다.

“대체 없는 게 뭐지?”

“괴물 요리 재료 같은 것들만 없을 뿐이다. 본래 지구에 있던 요리 재료 중 웬만한 건 다 있다.”

덕분에 재윤은 모처럼 푸짐한 돼지고기 김치찌개 요리에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물론 손이 큰 김지현은 넉넉하게 찌개를 끓인 터라 귀룡 성에 있는 모든 일원을 다 불러 모아 함께 먹었다.

“오! 기막힌 맛이로군.”

“와아! 잘 먹겠습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엘프 로사엔만 빼고 모두들 배부르게 먹었다.

강두성과 데카투스는 소주를 마시는 걸 잊지 않았다.

그런데 김지현은 재윤에게 따끈한 밥과 찌개 한 그릇, 그리고 몇 가지 정성스레 만든 반찬이 놓인 작은 상을 재윤에게 내주며 말했다.

“재윤아, 이건 너의 사부님께 가져다드리렴. 우리끼리만 먹으니 왠지 마음에 걸리는구나.”

그러고 보니 천마가 있는 동굴은 이곳에서 가까웠다.

재윤이 귀룡을 이곳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부님이 좋아하실지 모르겠네.’

레벨을 올리기 전에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 가도 될까?

그러나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밥상이었다.

특별히 챙겨주신 것이니 어머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재윤이 상을 들고 나가자 강두성이 말했다.

“소주도 한 병 가져다 드려라. 그 어르신 지난 번 보니 매우 잘 드시던데.”

“예, 아버지.”

재윤은 베르타에게 소주를 주문해 상 위에 올린 후 곧바로 천마가 있는 동굴로 내려갔다.

그리고 봉인의 결계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왜 벌써 왔느냐?”

천마는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고 있었는데 그의 음성은 무뚝뚝할 정도로 차가웠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사부님. 어머니께서 만드신 요리인데 사부님께 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난 먹지 않아도 되는 몸이다. 다음부터는 굳이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 없다.”

천마가 두 눈을 뜨는 순간 그의 눈빛이 붉게 타오르듯 번쩍였다.

재윤은 그 시선을 보는 순간 전신이 얼어붙는 듯했다.

악마라 해도 저보다 더 섬뜩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네가 아무리 나의 제자라 하나 더 이상 허락 없이 이 안으로 들어오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그럼 레벨을 올린 후 찾아뵙겠습니다, 사부님.”

재윤은 밥상을 들고 다시 나가려 했다.

그러자 천마가 말했다.

“기왕 가져왔으니 그 상은 그대로 두고가라. 그리고 레벨을 올려 검강을 자유롭게 시전하기 전에는 이곳으로 들어오지 마라."

“예, 사부님.”

재윤은 천마의 앞에 상을 내려놓고는 밖으로 나갔다.

"......."

천마는 잠시 말없이 밥상을 내려다봤다.

재윤에게 말한 대로 그는 뭔가를 먹지 않아도 되는 몸이었다.

그의 육체는 이미 그런 것을 초월한 상태로 존재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왠지 이 밥상 위의 음식이 묘하게 관심이 갔다.

요리의 냄새도 그렇고, 소주라는 술도.

곧바로 그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왠지 끌리는 맛이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음식을 먹는 순간 붉게 타오르는 듯했던 그의 눈빛이 차분하게 변했다.

그러한 변화를 그가 눈치 채지 못할 리 없었다.

‘놀라운 일이로군. 그저 음식을 먹었을 뿐인데.’

평범한 음식이지만 정성이 담겨 있어서인 것일까?

그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남은 음식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 * *

광활한 마계의 한 곳에 위치한 거대한 성.

다름 아닌 마왕 데사오의 마왕성(魔王城)이었다.

마왕성의 중심에는 화려한 궁전이 보였는데 그곳이 바로 마궁(魔宮)이었다.

마궁 내 웅장한 대전의 왕좌.

데사오는 오연한 눈빛으로 대전에 시립한 수백의 마족들을 내려다봤다.

“흑룡 데카투스 놈이 감히 로드를 배신한 것도 모자라 용사 루니스 쪽에 붙어 로드를 대적하고 있사옵니다.”

최상급 마족 마르티오스의 말이었다.

“그로인해 흑화 용사 아르데아가 맥을 못 추고 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대로라면 그곳 분리된 세계는 머지않아 그 인간 놈의 수중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옵니다.”

데사오는 끄덕였다.

“그래서 대책은?”

“저의 생각으로는 아르데아를 다시 본래 있던 곳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러면 지금 있는 세계는 포기하라는 것이냐?”

“어차피 데카투스 놈이 배신한 이상 그곳 세계는 승산이 희박합니다. 하지만 본래 있던 세계를 좀 더 장악하면 그곳을 마계화시켜 일부 마족들을 강림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때는 그 인간 놈의 거점들을 공격하는 것도 가능해지지 않겠습니까?”

데사오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의 성격 상 이런 식의 철수는 맞지 않았다.

그러나 아르데아가 이틀에 한 번 꼴로 죽고 있으니 문제였다.

“데카투스! 그놈이 나를 이토록 방해하다니!”

문제는 지금 데카투스를 손 볼 방법이 없다는 것.

마계로 소환해서 해치워야 하는데 데카투스에게는 그것이 통하지 않았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금은 잠시 그놈이 날뛰게 내버려두시지요. 조만간 푸짐한 고깃덩어리로 변해 로드의 식탁 위에 오를 것이옵니다.”

“그놈을 내 식탁 위에 올릴 방법이 있느냐?”

“어차피 전장은 옮겨질 것입니다. 새로운 전장에서는 놈을 손볼 방법이 아주 많습니다.”

그 말에 데사오의 인상이 살짝 펴졌다.

그녀의 참모이자 최상급 마족인 마르티오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저 단순한 발언이 아니었다.

그는 확실한 자신감이 있을 때만 입을 열었고,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예외 없이 그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네가 그리 말하는 걸 보니 나의 시름이 사라지는 것 같구나, 마르티오스.”

“그 따위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도마뱀 따위는 신경 쓰지 마시옵소서.”

마르티오스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 * *

마궁의 회의에서 결정한 대로 흑화 용사 아르데아는 즉각 본래 있던 세계로 복귀했다.

“아르데아가 이곳 세계에서 사라졌다.”

그 사실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데카투스였다.

그러자 루니스는 우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본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 영역을 본격적으로 넓힐 생각인 게 분명해요.”

로벨 또한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피 그림자의 영역이 일정 이상 넓어지면 그곳을 마계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데카투스가 끄덕였다.

“틀린 말이 아니다. 마계화가 되면 마족들을 보내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아르데아를 처치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재윤의 레벨이 85가 되어야 하고, 이곳 분리된 세계의 모든 도시를 연결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 성이 있는 세계로 가는 게이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재윤은 지체 없이 레벨 업을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사실 이제 그의 레벨에서 많은 경험치를 얻을 만한 괴물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귀룡을 통해 새로운 도시를 연결해나가며, 해당 도시 인근의 던전이나 괴물 소굴을 소탕하는 방법이 최선.

그렇게 대략 20일이 지나고 나서야 재윤은 간신히 2단계를 올려 레벨 78을 달성했다.

문제는 더 이상 레벨을 올릴 장소가 없다는 것.

더 이상 재윤이 해치워서 경험치를 얻을 만한 강한 괴물이 없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 사이 도시의 연결은 거의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귀룡이 드디어 데카투스의 지도에 그려져 있는 마지막 도시인 에카토의 상공에 막 도달한 것이다.

‘이제 저 도시만 연결하면 게이트가 생성되겠군.’

재윤은 곧바로 귀룡에게 말했다.

《 도시 에카토로 진입해라, 귀룡. 》

거대한 귀룡이 상공에서 하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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