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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46화 (146/200)

146화.  < 무공 수련 (1) >

재윤은 천마가 이미 그의 기억이 봉인된 구슬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천마는 그 후로 다시 강두성과 함께 술을 마실 뿐 구슬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우두커니 서있지들 말고 술을 마실 거면 함께 앉아라.”

“아닙니다.”

재윤은 천마와 아버지 강두성에게 한 잔씩 술을 더 올린 후 루니스, 데카투스와 함께 귀룡 성 밖으로 나왔다.

《 아무래도 그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인간. 》

데카투스가 불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심어를 보냈다.

재윤은 끄덕였다.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

그러자 루니스가 말했다.

《 중요한 건 그가 어떻게 알았는지가 아니에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이죠. 》

천마가 구슬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이상 그의 각성은 시간 문제였다.

왜 술을 마시면서 더 이상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래서 더욱 불안했다.

《 맞아요.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

재윤은 끄덕였다.

루니스의 말이 맞았다.

이미 천마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건 지금 상황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데카투스가 자조어린 미소를 지었다.

《 큭! 대책 따위가 존재할 거라 생각하느냐? 》

《 그렇다고 아무 대책도 없이 이 구슬을 내줄 수는 없지 않나? 》

《 맞아요. 절대 그 구슬을 천마에게 내줘서는 안 돼요. 》

그런데 그때였다.

《 한심한 녀석들이군. 그 따위 허접한 심어를 통해 떠벌려 대니 듣기 싫어도 귀에 들어온다는 걸 모르느냐? 아까는 잠을 깨우더니 이제는 술맛까지 떨어뜨리는구나. 》

심어를 보낸 이는 다름 아닌 천마.

‘어떻게 이런!’

재윤과 데카투스, 루니스 모두 깜짝 놀랐다.

특히 재윤은 다시 머릿속이 텅 비는 것 같았다.

‘설마?’

재윤은 그제야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흑룡 데카투스가 자신있게 펼쳐놓은 마법의 심어(心語).

그것을 통해 마치 메신저로 톡을 하듯 재윤과 루니스는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것이 천마에게는 일상 대화를 하는 것처럼 귀에 들렸다는 뜻이다.

《.......》

더 이상 심어를 펼칠 수도 없게 되자 데카투스는 얼어붙은 표정으로 몸을 떨었다.

그는 오랜 용생에서 온갖 험난한 일을 다 겪어봤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

특히나 심어를 모두 들었다면 본래부터 그와 재윤이 친구가 아니었는데, 친구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 탄로가 났을 것이다.

천마를 속인 것에 대한 징벌!

그것은 오직 죽음뿐이리라.

그 사이 재윤은 고심했다.

‘이 구슬을 그냥 없애버릴 방법은 없을까?’

어차피 이제 더 이상 천마를 속일 수는 없다.

천마는 이미 자신이 천마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을 테니까.

그러나 아직 기억이 모두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기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흐뭇해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술을 마시고 있어 아직 구슬을 달라고 하지 않을 뿐이다.

‘그 전에 구슬만 없애버리면 천마가 이전처럼 악마로 변하지 않을 지도 몰라.’

지금처럼 삼겹살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고, 재윤에게 무공이나 가르쳐주며 조용히 지낼 수도 있는 것이다.

‘구슬을 없애버릴 방법은?’

재윤은 데카투스에게 눈빛을 보냈다.

마법 심어 같은 것은 펼쳐봤자 천마의 귀에 고스란히 들어가게 되니, 그냥 눈치를 통해 자신의 의도를 알렸다.

데카투스는 단번에 재윤이 무엇을 묻는지 알았지만 이내 힘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게 가능했으면 진작 내가 없애버렸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그들은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심어라 할 수 있겠지만, 제한적으로 서로의 뜻을 알 수 있을 뿐이지 대화가 가능한 수준은 아니었다.

루니스가 재윤을 쳐다봤다.

‘깨지지 않는 물건이라며 포기할 수는 없어요. 셋이 함께 힘을 모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녀의 눈빛은 비장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러다 천마에게 죽임을 당할지라도 그가 악마로 각성하는 것은 막아보자는 뜻.

재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제마검을 꺼내 오른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봉인의 구슬을 꺼냈다.

화악!

구슬에서 신비하기 이를데 없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

재윤은 데카투스와 루니스를 바라봤다.

‘다같이 전력을 다해 깨뜨려야 합니다.’

그러자 그들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휘익!

곧바로 재윤은 구슬을 던졌다.

그리고 제마검을 휘두를 찰나.

슥.

누군가 그것을 손에 쥐었다.

다름 아닌 천마였다.

루니스는 푸른 빛 검을 휘두르려는 자세 그대로 멈춰 있었고, 데카투스 또한 손에서 뇌전이 쏟아져나가는 모습 그대로 굳어 있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 같았다.

‘저럴 수가!’

물론 실제 시간이 정지된 건 아니었다.

워낙 찰나의 시간에 천마가 구슬을 낚아채고 루니스와 데카투스의 공격을 무력화시켜 그렇게 보인 것이다.

재윤 또한 알 수 없는 엄청난 압력에 의해 제마검을 휘두르지도 못했다.

그야말로 경천동지(m天動地)할 만한 무공의 경지.

용사도 용도 천마 앞에서는 그저 한낱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았다.

“어리석은 놈!”

천마가 노한 눈빛으로 재윤을 쏘아봤다.

“이것이 깨지는 즉시 구슬의 봉인도 풀리게 된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느냐?”

그런 것이었나.

구슬을 박살내면 오히려 봉인이 풀리는 것이라니.

“모든 걸 알고 계시면서 왜 구슬이 깨지는 걸 막았습니까?”

재윤이 물었다.

천마의 입장에서는 구슬이 깨지게 내버려두는 것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서두를 필요가 없으니까.”

“예?”

재윤은 무슨 말이냐는 듯 반문했다.

그러자 천마가 구슬을 재윤의 손에 쥐여주었다.

“기억을 찾을 방법이 없다 생각할 때는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이 구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왠지 싱거워졌을 뿐이다.”

싱거워서라니.

단지 그 이유 때문에?

“구슬이 있는 한 내가 원하면 언제든 나는 모든 걸 알 수 있다. 내가 정말로 너희들이 그토록 우려하는 천마이자 악마인지도 말이야."

“그럼 일부러 천천히 기억을 되찾겠다는 뜻이십니까?”

“그러니 아공간에 다시 잘 보관해두어라. 내가 달라고 하면 그때 주면 된다.”

“알겠습니다.”

재윤은 구슬을 받아 특수 아공간에 입고시켰다.

‘후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구슬을 다시 돌려주다니!

천마의 심중에 뭐가 있는지, 그의 의도가 대체 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불행 중 다행이었다.

천마가 당장은 기억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없었으니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너는 이제부터 마경을 배우는 데 집중해라.”

“알겠습니다.”

천마는 본격적으로 무공을 전수할 생각인 듯했다.

* * *

“너는 새로운 검술을 배울 필요가 없다. 이미 네가 익힌 검술이 완벽하기 때문이다. 마경은 그 검술을 좀 더 강력하게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또 하나의 힘이 되어줄 것이다.”

천마는 무공 수련을 위해 재윤을 귀룡 성 밖 숲으로 데려갔다.

“너의 몸에는 운명이 부여한 파투스라 부르는 특이한 기운이 존재하지만 내공은 한 줌도 없다. 이제부터 너는 내공을 쌓고 다루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천마는 본래 파투스가 뭔지 몰랐다.

재윤이 자신의 상태를 그에게 말해줘서 알게 된 것이었다.

“내가 파악해 본 바 파투스와 내공은 전혀 별개의 힘이며 운용 방식도 완전히 달라 충돌할 여지가 없다. 같은 몸에 존재하지만 둘은 별개의 차원에 위치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본래라면 내공을 익힌다고 해도 이 변화된 지구에서는 괴물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

오직 파투스 무기나 전투 능력을 통해서만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

그러나 레벨 50을 달성해 한계를 돌파한 이후에는 그런 제한이 사라졌다.

따라서 내공을 수련해 이른바 무공이라는 것을 펼쳐도 재윤은 얼마든지 괴물들에게 강력한 타격을 주는 게 가능했다.

무공은 무공대로 펼치고, 동시에 파투스 전투 능력도 펼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더구나 무공이라는 것은 본래 신체 조건이 우수할 수록 수련이 용이하다.

재윤은 레벨업 및 각종 S급 지식 효과, 운명의 탑 보상 등으로 막강한 스탯을 보유하고 있었다.

모든 장비가 주는 스탯 효과를 제외한 순수한 신체 스탯만으로도 사기적이었다.

“지금 너의 신체 조건만으로 따지면 무공을 익히기에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 천골지체(天骨之體)조차 우습게 보는 상태이다만, 마경을 수련하기 위해서는 강한 정신력이 더욱 중요함을 잊지 마라.”

본래 마공(魔功)은 특유의 빠른 내공 축적이 가능하지만, 대신 마(魔)에 장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재윤이 이미 파괴했던 재앙 중 하나인 마인과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뜻.

이는 모든 마공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였다.

천마가 전수하는 마경의 심법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것은 초기 단계일 때 봉착하는 문제일 뿐,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 마의 경지를 초월하며 마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했다.

“마경의 무공은 모든 무공을 집대성한 절대 무공이라 할 수 있다. 마경의 심법 또한 마찬가지다. 그 어떤 심법보다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며, 따라서 심법의 수련 초기부터 극마(極魔)를 위한 정신력 수련이 병행된다. 따라서 심법의 단계가 높아지면 자연스레 극마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정신력 수련.

말은 고상하지만 그것은 고통을 참아내는 능력이었다.

신체적 고통 뿐 아니라 각종 욕구를 참아내는 능력.

마경의 심법 수련.

가부좌를 튼 자세로 눈을 감고 있는 재윤은 숱한 환상에 시달려야 했다.

정말로 말로 표현이 불가능한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몇 번이고 한계 상황이 도래했지만, 그때마다 천마가 그의 정신을 일깨워주었다.

기본적으로 수련이라는 것은 혼자서 하는 고독한 과정이다.

그러나 정말 혼자서만 하다보면 숱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훌륭한 스승이 있으면 그러한 과정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천마는 그 명성답게 최고의 스승이었다.

그는 재윤이 심법 수련을 하는 동안 단 1초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며 모든 과정을 철저히 컨트롤했다.

그로인해 재윤은 마경 심법의 기본을 완벽히 터득할 수 있게 되었고, 심법을 통해 내공을 쌓고 그것을 운용하는 법, 또한 마공이라는 것을 어떻게 펼치는 지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특별한 사실을 깨달았다.

마경의 마공이 전혀 사악하지 않다는 것.

마경이 악마의 무공이라 생각해서 처음에는 찜찜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오히려 마경의 심법을 연성하면 할수록 그의 마음은 차분해져 갔다.

숱한 욕구를 참을 줄 알게 되며, 동시에 강한 정신력을 갖게 되어 이대로라면 이전처럼 마족이 유혹을 해와도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의문이 들었다.

‘이런 심법을 대성했다면 천마는 절대 악마가 될 수 없다. 악마와 대적하는 존재라면 몰라도.’

그는 심법의 수련 중에 재윤이 심마(心魔)에 빠질 것 같으면 가히 천신과 같은 기세로 환상 속에 나타나 재윤의 마음을 잡아주곤 했다.

그런 천마의 모습 어디에서도 악마와 같은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아무리 기억을 잃은 상태라지만, 천마의 무공이라면 사악해야 할 텐데, 그 무공을 익힐수록 재윤은 오히려 악마와 대적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쌓여가고 있으니 특이한 일이었다.

‘사부님은 정말 천마가 맞는 것일까?’

마왕들도 두려워 떠는 초유의 악마 중의 악마.

이 변화된 지구에 가장 무서운 재앙을 가져온다는 그 천마가 정말로 맞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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