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화. < 뜻밖의 득템 (2) >
한편 로사엔은 제칸과 세붐이 소동을 벌이는 와중에도 조용히 눈을 감고 나무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열중했다.
무슨 내용을 들었는지 그녀의 표정은 점점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
잠시 후 그녀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그리고는 제칸과 세붐을 향해 말했다.
“이 숲에 생각보다 무서운 적들이 많이 있구나. 그 중에서 마인이라 불리는 사악한 존재들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그러자 제칸이 말했다.
“마인이든 뭐든 싸워야 한다면 피하지 않겠다. 중요한 건 베르타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다, 엘프.”
“이미 베르타의 위치는 파악했으니 염려마라.”
그 말에 제칸과 세붐의 눈이 커졌다.
“정말인가?”
“어서 우리를 안내해라, 엘프.”
“전투가 좀 필요할 거야.”
로사엔은 머리에 꽂고 있던 은은한 빛이 나는 핀을 뽑아 오른 손에 쥐었다.
그 순간 그 핀이 강렬한 달빛을 발산하는 검으로 변했다.
그 검을 쥔 로사엔의 두 눈 또한 달빛으로 번뜩였다.
확 달라진 기세.
그 모습을 본 제칸과 세붐은 놀랐다.
주로 활을 무기로 사용하던 로사엔이 손에 검을 쥘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특히나 달빛의 그 검은 예사로워보이지 않았다.
* 고대 엘프의 달빛 머리핀
-분류 : 보물
-설명 : 고대의 엘프들이 착용하던 머리핀으로 엘프가 착용시 특별한 능력을 펼칠 수 있다.
-장착 제한 : 엘프
사실 로사엔이 쥐고 있는 검은 세붐이 이전에 다크 엘프들의 소굴에서 훔쳐온 어둠 엘프의 금낭에서 나온 보물이었다.
그것을 재윤이 그녀에게 선물한 것으로 당시에는 그냥 장식품 정도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을 통해 로사엔이 고대 엘프의 신비한 비기(秘技)를 각성하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스슷.
로사엔은 숲을 미끄러지듯 빠르게 나아갔다.
제칸과 세붐은 그 뒤를 따랐다.
로사엔은 그냥 걷는 듯했지만 그 속도는 가히 바람과 같았다.
그러던 일순 그녀가 멈춰서더니 한쪽을 가리키며 제칸 등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가리킨 장소에는 음침한 기운을 풍기는 인간들이 있었다.
마인(魔人).
로사엔은 그들이 바로 나무들이 가장 무서운 존재라 말한 마인들임을 알아봤다.
츠츠츠츠.
그녀의 달빛 검이 빛줄기처럼 쭉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빛줄기는 수십 미터도 넘게 길어지더니 마치 빛의 채찍처럼 공간을 가르며 마인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화아아악!
빛줄기는 하나의 마인이 아닌 수십 명의 마인들을 동시에 후려쳤다.
“크으윽!"
“커억!”
마인들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쇼크 상태에 빠져 있는 그들을 향해 제칸과 세붐이 돌진했다.
퍽! 퍼억! 콰직! 퍼퍽-
제칸에게 그것은 매우 싱거운 싸움이었다.
저항 불가 상태의 마인들은 그저 허수아비와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가공스러운 괴력이 실린 주먹이 스칠 때마다 마인들의 머리가 터지고 팔다리가 떨어져나갔다.
“쿠아아악!”
“꾸악!"
세붐 또한 죽음 칼날을 소환해 우두커니 선 채 쇼크에 빠져있는 마인들을 마구 학살했다.
서걱! 촥! 서거걱!
핏빛의 죽음 칼날들이 공간을 누빌 때마다 마인들의 머리가 몸체에서 분리되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사이 로사엔은 쇼크에서 깨어난 마인들을 다시 달빛의 채찍같은 빛줄기 검으로 후려쳐 저항불가 상태로 만들었다.
그로인해 제칸 등은 순식간에 마인 수십 명을 해치울 수 있었다.
검은 연기로 변해 흩어지는 그들을 보며 제칸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건 너무 싱겁군. 대단하구나, 엘프.”
“맞아. 쉽게 죽이긴 했다만 절대 약한 녀석들이 아니었다. 제대로 싸웠다면 꽤 고전했을 텐데 말이야.”
세붐도 로사엔의 능력에 놀랐다는 듯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로사엔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다시 숲의 한쪽으로 쏘아져나갔다.
제칸과 세붐은 곧바로 그녀의 뒤를 따라 달렸다.
* * *
“크아아악!”
“아아악!”
달빛조차 없는 어둑한 밤.
숲의 곳곳에서 처참한 비명이 들려왔다.
높은 나무의 우듬지 위에 서 있는 붉은 머리카락의 여전사.
그녀는 푸른빛의 검을 가슴에 안은 채로 어둠 도처에서 피어나는 피구름을 담담히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용사 루니스였다.
그리고 이곳 어둠의 숲은 도시 아르크스의 이면에 존재하는 공간으로 마인들의 소굴이었다.
지금 재윤이 그 마인들을 토벌하는 중이고 루니스는 전투에 나서지 않았다.
물론 이는 재윤의 부탁 때문이다.
혼자서 처치해야 조금이라도 경험치를 더 먹고 강해질 수 있다는 이유.
따라서 루니스는 유사시를 대비해 주위를 경계하며 조용히 재윤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시퍼런 빛줄기가 검은 하늘을 반으로 쪼겠다.
콰르르르!
하늘이 갈라지고 있었다.
그 갈라진 틈에서 거대한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흑룡 데카투스였다.
‘드디어 나타났군.’
루니스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쯤 데카투스가 부상을 회복하고 활동을 재개할 거라 예상했는데 역시나였다.
그녀는 그 즉시 상공으로 돌진했다.
“흑룡 데카투스! 오늘은 기필코 널 끝장낼 것이다.”
그렇게 루니스가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자 데카투스는 곧바로 거대한 화염을 내뱉으며 소리쳤다.
“참으로 질기구나, 루니스! 대체 저 애송이 인간 놈이 뭐라고 옆에 항상 착 달라붙어 있는 거냐?”
데카투스는 재윤에 의해 어둠의 거점 하나가 또 무너지고 있다는 보고를 듣고 직접 출두했다.
이 기회에 재윤을 해치워버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루니스가 있는 이상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닥치고 죽을 준비나 해!”
루니스의 검이 번쩍 공간을 갈랐다.
동시에 데카투스의 거대한 몸체에 푸른 빛의 사선이 생겨나며 핏줄기가 튀어나왔다.
그러나 그와 거의 동시에 데카투스의 꼬리가 채찍처럼 루니스를 후려쳤다.
“커억!”
“으윽!"
둘 다 짤막한 신음을 내뱉었다.
데카투스는 기다란 자상을, 루니스는 몸 전체에 타박상을 입었다.
“크으으! 진정 나를 피곤하게 하는구나. 나야말로 오늘은 네년을 꼭 죽이고 말 것이다.”
“내가 할 소리다, 데카투스.”
피 그림자의 재앙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 흑룡까지 날뛰고 있으니 세상은 더욱 혼란에 빠지고 있었다.
일단 흑룡이라도 처치해야 숨을 돌릴 수 있을 터.
루니스는 사력을 다해 공격을 쏟아부었다.
번쩍! 파파팟-
콰르르르! 콰아앙!
그렇게 상공에서 경천동지할 만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사이 재윤은 마인들의 거점을 완전히 박살냈다.
그리고는 귀룡의 머리 위에 서서 상공의 결투를 지켜봤다.
‘엄청나군. 난 언제쯤 저 정도로 강해질 수 있을까?’
쉬지않고 꾸준히 레벨을 올리고는 있다.
그러나 용사 루니스나 흑룡 데카투스와 필적할 정도가 되려면 대체 얼마나 레벨을 올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용사와 용의 전투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는 건 그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
안전지대 보호막이 펼쳐진 상태라 사방에서 무슨 난리가 벌어져도 그에게는 피해가 미치지 않았다.
재윤은 루니스가 검술로 용을 몰아붙이는 장면을 유심히 살피다 문득 귀룡을 내려다봤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을 좀 더 강화해볼까?’
이동속도를 좀 높여보려고 Lv3까지 강화하긴 했지만 속도 증가폭이 너무 적었다.
고작 약간의 속도와 동력을 늘리자고 전설 등급의 혈액들을 쏟아붓기는 아까운 일.
그러나 귀룡은 환수 중 하나인 환공작 베라를 입으로 단번에 물어 제압했다.
그같은 능력은 분명 강화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Lv3으로 강화한 이후에 벌어진 일이니까.
물론 입으로 무는 아주 단순한 공격이지만 말이다.
‘혹시 알아? 강화를 하면 저 흑룡도 물어죽일만큼 강해질지 모르잖아.’
황당한 상상이긴 했다.
그래도 따져보면 귀룡도 용이다.
이름에 공연히 용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게 아닐 것이다.
《 귀룡, 다음 단계로 올리려면 전설의 피가 몇 개 필요하지? 》
《 보통이라면 전설의 피가 5병 필요하지만, 얼마전 죽인 환수의 피라면 1병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니, 1병으로 2단계 이상 증가할 수 도 있지. 》
귀룡의 음성에는 뭔가 기대가 담겨 있었다.
혹시 재윤이 자신을 강화시켜주나 싶어서인 듯했다.
그러고 보면 귀룡 또한 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일까?
‘하긴 전설의 피라고 다 같은 건 아니겠지.’
강화를 통해 귀룡이 강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윤은 전설의 피를 아껴두겠다는 생각을 바꿨다.
피야 괴물을 만나면 언제든 뽑을 수 있으니까.
《 여왕개미의 피는 어때? 》
《 환수와 같은 특별한 존재가 아닌 한 다른 괴물의 피는 다 동일하다. 》
《 그렇군. 》
오크의 피나 여왕개미의 피나 같은 취급이라는 뜻.
일단 그것들을 이용해 귀룡을 Lv5까지 강화했다.
그러자 귀룡의 시속은 44km로, 동력은 1400으로 증가했다.
《 고맙다, 주인. 덕분에 힘이 치솟는 것 같다. 》
《 아직 안 끝났어. 다음은 환공작의 피다. 》
《 저, 정말로 내게 환수의 피를 줄 생각인가? 》
귀룡의 음성이 떨렸다.
《 그래. 》
재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즉각 환수의 피 1병을 귀룡에게 쏟았다.
그 순간.
[50,000코인이 소모되었습니다.]
[환공작의 피(전설) 1병이 소모되었습니다.]
[환수의 신비한 힘이 귀룡의 봉인된 힘을 개방시킵니다.]
[귀룡이 Lv7이 되었습니다.]
[귀룡의 이동 속도 및 동력, 적재 공간이 대폭 증가합니다.]
‘오!’
놀랍게도 귀룡이 무려 2단계나 레벨이 상승했다.
귀룡의 시속은 60km로, 동력은 1800으로 증가했다.
놀라운 건 속도와 동력 증가폭이 매우 크다는 것.
공연히 환수의 피가 아닌 모양이었다.
《 어때? 좀 강해진 것 같아? 》
《 물론이다, 주인. 》
짤막한 대답이었지만 귀룡의 음성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동시에 귀룡에게서 피어나는 강력한 기세!
재윤도 그것을 느끼고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역시!’
분명 어떤 식으로든 전투력도 대폭 증가했을 것이다.
알림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말이다.
환공작의 피는 아직 2병이 더 남아 있다.
재윤은 그것들도 아낌없이 부었다.
[환수의 신비한 힘이 귀룡의 봉인된 힘을 개방시킵니다.]
[귀룡이 Lv9가 되었습니다.]
[환수의 신비한 힘이 귀룡의 봉인된 힘을 개방시킵니다.]
[귀룡이 Lv10이 되었습니다.]
각각 2단계, 1단계씩 올라 Lv10.
시속이 120km, 동력은 2400.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귀룡의 상공비행이 개방되었습니다.]
[귀룡의 쾌속질주가 개방되었습니다.]
저공비행뿐 아니라 상공으로 올라가 비행이 가능해졌다.
《 오! 드디어 나의 잊혀졌던 능력들이 하나둘 회복되고 있구나. 고맙다, 주인. 상공비행과 쾌속질주는 동력이 많이 소모되어 장시간은 불가능하지만 한계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
이제 귀룡은 절대 거북이처럼 느린 탑승물이 아니었다.
그러나 재윤은 단순히 속도 때문에 전설의 피들을 모두 쏟아부은 것이 아니다.
《 환공작을 물었던 것처럼 흑룡도 그렇게 물 수 있어? 》
《 본래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잠깐은 가능할 것도 같군. 》
‘역시!’
재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잠깐이지만 그 시간 정도면 루니스가 흑룡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고도 남을 것이다.
‘귀룡에게 한 번 당하면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못하겠지.’
흑룡을 죽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다해도 지금처럼 흑룡이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
《 올라가서 흑룡을 물 수 있겠지? 》
《 아무리 상공비행을 펼쳐도 나의 속도로는 불가능하다. 흑룡을 제압하고 싶으면 놈이 내 입 앞으로 접근하게 만들어야 한다. 》
‘그렇다면?’
재윤은 이전에 루니스와 했던 작전을 한 번 더 펼쳐보기로 했다.
그는 귀룡을 서서히 상공으로 이동시키며 외쳤다.
“루니스 님! 그놈을 이쪽으로 몰아보세요.”
순간 루니스가 놀란 표정으로 재윤을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지금 데카투스는 잔뜩 독이 올라 있어서 섣불리 접근했다간 자칫 매우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윤의 입가에 맺힌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고는 뭔가 대단한 작전을 떠올렸음을 짐작했다.
“좋아요! 이놈을 끝장내주세요.”
그 즉시 루니스는 귀룡이 있는 쪽으로 데카투스를 몰아붙였다.
그러자 데카투스는 코웃음 쳤다.
‘어리석구나. 내가 한 번 당한 일을 또 당할 줄 아는가? 네놈의 그 만용이 널 죽음으로 이끌었다.’
데카투스는 재윤이 이전처럼 귀룡의 밖으로 나와 검을 휘두를 거라 짐작했다.
따라서 오히려 그것을 노려 단번에 재윤을 집어삼켜버리기로 했다.
그는 루니스의 공격에 당하는 척 일부러 귀룡 쪽으로 밀려갔다.
그러다 귀룡과 가까워지는 순간 입을 쩍 벌린 채 재윤이 날아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로서는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재윤은 귀룡의 등 위에 담담히 서 있을 뿐 나오지 않았고, 귀룡이 입을 벌려 그를 물어왔던 것이다.
그 속도는 번개를 방불케했다.
석상처럼 굳어 있던 귀룡의 두 눈에서 섬광처럼 두 줄기 안광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놈의 목이 쭉 튀어나왔고 입이 거대하게 변해 그를 향해 달려든 것이다.
‘이, 이놈이!’
심상치않은 느낌을 받은 데카투스는 황급히 몸을 뒤로 뺐다.
그의 직감상 귀룡에게 제대로 물리면 큰 낭패를 당할 것 같은 예감이었다.
그러나 귀룡의 입은 말 그대로 번개였다.
콰아악!
데카투스가 혼신의 힘을 다해 뒤로 이동했지만, 귀룡이 그의 오른쪽 날개를 덥석 물어버린 것이다.
“놓치 못하느냐?”
이에 분노한 데카투스가 귀룡의 머리를 후려쳤지만 흠집도 나지않았다.
귀룡을 조종하는 재윤을 공격하고 싶어도 그곳은 안전지대라 방법이 없었다.
“데카투스! 이제야 너를 끝장낼 때가 왔구나!”
용사 루니스가 신이 난 표정으로 날아와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한쪽 날개가 붙들려 있으니 데카투스는 피할 방법이 없었다.
그의 몸에 거대한 자상이 또 생겨났다.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곧바로 상공을 향해 높이 쳐든 루니스의 검에서 피어나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푸른빛의 검이 거대하게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에 제대로 맞으면 끝장이다.’
데카투스는 기겁했다.
평소라면 절대 맞을 일이 없었다.
강력한 만큼 시전 시간이 길다보니 그 전에 피하거나 혹은 막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한쪽 날개를 귀룡에게 물린 지금 상태로는 불가능한 일.
이대로라면 오늘 진짜로 기나긴 용생(龍生)의 종지부를 찍게 되고 말 것이다.
‘크윽! 어쩔 수 없지.’
결국 그는 오른쪽 날개를 포기했다.
스스로 그것을 떼어낸 후 재빨리 루니스의 검을 피했다.
스파아아앗-!
상공을 두 쪽으로 나누며 날아드는 거대한 푸른 빛의 검!
그것이 아슬아슬하게 데카투스의 몸체를 스치고 지나갔다.
약간 스쳤을 뿐인데 그 부분이 파여나가며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나왔다.
“크윽! 이런 빌어먹을!”
데카투스는 이 모든 상황이 정말 믿기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그는 한쪽 날개를 영원히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버티다간 루니스의 검에 생명을 잃고 말 것이다.
“으득! 두고 보자!”
그는 루니스와 재윤을 원독어린 눈빛으로 노려보고는 사라졌다. 그
때까지도 귀룡은 흑룡의 한쪽 날개를 입에 물고 있었다.
《 아주 잘했다, 귀룡! 》
《 당신이 나를 강하게 해줘서 가능한 일이었다. 》
아무리 그렇다 해도 재윤은 이 상황에 크게 놀랐다.
그가 작전을 세우긴 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흑룡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곧바로 가서 흑룡의 날개를 손으로 쥐는 순간 들려오는 알림.
[흑룡의 오른쪽 날개(신화)를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