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 칠성기의 주인 (2) >
기세등등하게 도주했던 화려한 공작새 즉, 환공작 베라가 귀룡의 입에서 축 늘어진 채 몸을 파르르 떨었다.
“크으으!"
이 상황에 놀란 건 재윤 뿐이 아니었다.
그의 놀람은 귀룡에게 물린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환공작 베라에 비할 수는 없었다.
귀룡에게 물리는 순간 베라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그냥 모든 힘이 풀려버린 상태였다.
‘으! 이렇게 어이없이 당하다니.’
아무리 용사에게 치명상을 입었다지만 도주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존재에게 붙잡히고 말았으니.
《 어떻게 된 거지, 귀룡? 》
《 보는 대로다. 》
《 공격 능력도 있었던 건가? 》
《 그리 대단하지는 않다. 하지만 뭐든 입 앞으로 날아들면 이렇게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
역시 생긴 것만 거북이가 아니었다.
느리지만 한 번 물면 끝장을 보는 녀석인 것이다.
《 이놈의 처분은 당신에게 맡기겠다. 당신이 원하면 이대로 터뜨려 죽일 수도 있다. 》
《 그럴 수는 없지. 》
환공작 베라는 아직 죽지 않았다.
재윤은 즉각 제룡검을 휘둘러 놈의 목을 잘라버렸다.
“꾸아아아악!”
그렇게 흑룡 데카투스의 부하인 환공작 베라가 재윤에 의해 파란만장한 환수로서의 삶을 마감했다.
[120,000코인을 얻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쟁신의 검술이 Lv71이 되었습니다.]
[환공작의 벨트(전설)를 얻었습니다.]
[제룡검이 Lv10이 되었습니다.]
[환수에 대한 C급 지식을 얻었습니다.]
단번에 레벨이 올랐다.
고맙게도 이놈은 무려 12만이라는 대량의 코인과 드롭템을 줬다.
70레벨 전설 5성 벨트!
* 환공작의 벨트
-등급 : 전설(★★★★★)
-분류 : 파투스 장비
-내구도 : 800/800
-장착 효과 : 모든 저항 +20, 모든 스탯 +15, 최대 생명력 +800
-부가 효과 : 아공간 인벤토리 +30
-장착 제한 : Lv70
‘대박!’
현재 재윤은 30레벨 장비인 암흑의 벨트를 장착 중이었다.
다크 엘프를 해치우고 얻은 것인데, 이후로 그보다 좋은 벨트가 나오지 않았다.
* 암흑의 벨트
-등급 : 전설(★★), Lv30제한
-효과 : 어둠 저항+20, 모든 스탯 +7, 최대 생명력 +300, 아공간 인벤토리 +15
당연히 암흑의 벨트보다 환공작의 벨트가 모든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이 상위 장비였다.
재윤은 즉각 환공작의 벨트로 장착했다.
덕분에 스탯들이 8씩 더 증가했고, 생명력도 추가로 500 더 증가했다.
아공간은 무려 15칸이 더 늘었다.
항상 그렇듯 아공간의 물건들은 알아서 새 벨트의 아공간으로 이동했다.
‘피를 뽑아놓자.’
재윤은 즉각 환공작 베라의 혈액을 채취했다.
[환공작의 피(전설) 3병을 얻었습니다.]
녀석의 사체는 전설의 피 3병을 주고 사라졌다.
바로 그때 루니스가 던전에서 나왔다.
그녀는 귀룡의 입 아래 바닥에서 처참한 상태로 나뒹굴고 있던 환공작 베라의 사체가 막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성공했군요.”
“귀룡이 놈을 잡아줘서 가능했습니다.”
재윤은 귀룡이 환공작을 물어서 제압한 얘기를 했다.
그러자 루니스는 귀룡을 다시 봤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그냥 이동 수단이 아니었군요.”
“저도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레벨은 올랐나요?”
“예, 덕분에 1단계 올랐습니다.”
그녀는 잘됐다는 듯 환하게 미소 지었다.
“이제 85까지 14레벨 남았군요. 힘내세요!”
“물론입니다.”
귀룡이 놈을 제압하긴 했지만, 막강한 전투력의 환공작을 귀룡의 앞으로 도주하게 만든 건 루니스였다.
재윤은 루니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 * *
그때 흑룡 데카투스는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베라가 그토록 허무하게 가다니 믿을 수 없구나.”
그는 공간이동 마법을 다시 무리하게 펼치며 그의 부하가 관리하고 있는 던전의 한 곳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이곳은 환공작 베라의 던전과 달리 인간들의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어 쉽게 발견되기 힘든 곳이었다.
따라서 이제 시간만 좀 지나면 그의 모든 힘은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오늘 부하 하나를 잃고 말았다.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베라가 죽는 순간 그는 즉각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에게 죽었는 지도.
‘그 인간 놈이 감히!’
데카투스는 분노가 치솟았다.
‘감히 나의 부하를 죽이다니! 네놈이 정녕 나의 분노를 한계까지 드러나게 하는구나.’
환공작 베라는 비록 환수지만 그의 휘하에서 가히 참모급의 유능한 부하였다.
무엇보다 오랜 세월 그와 함께한 부하였다.
그런 베라가 하찮은 인간 놈에게 처참한 죽임을 당할 줄이야.
곧바로 그는 마궁의 재앙 크시라를 향해 말했다.
“크시라! 너는 이제 마궁의 속박에서 벗어났으니 자유롭게 움직이며 마인들을 만들 수 있다. 최대한 많은 마인들을 만들어 육성해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로드.”
“그리고 혹시라도 그 인간 놈의 부모를 발견하면 그 즉시 붙잡아 내게 끌고 와라.”
“예, 로드.”
크시라는 공손히 부복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검은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데카투스의 두 눈이 차갑게 번뜩였다.
‘베라가 죽은 이상 그 인간 놈의 부모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됐다. 하지만 어디에 있든 어둠의 눈길을 피할 수는 없을 터, 마인들을 동원하면 내가 그놈보다 먼저 찾을 수 있겠지.’
그는 이를 갈았다.
‘인간 놈! 감히 나의 부하를 죽였으니 네놈에게도 피눈물이 나게 해주마. 철저히 절망 속에서 몸부림치게 만든 후 처참하게 찢어죽이겠다.’
어둠 속에서 데카투스의 붉은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 * *
환공작 베라를 처치한 후 재윤은 곧바로 루니스와 함께 귀룡을 타고 다음 목적지인 도시 밀레스로 향했다.
밀레스까지는 대략 18시간.
그곳에서 도시 레마르의 교역품 상자를 처분하고, 다시 밀레스의 교역품 상자를 대거 매입한 후 다음 도시로 향했다.
그런 식으로 도시 릴리오, 텔룸, 말리야까지 이동하며 교역을 통해 꽤 많은 코인 수입을 얻었다.
그렇게 서로 동맹으로 연결되었다는 7개의 도시를 모두 돌아보는 데는 대략 4일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도시인 말리야에서 재윤은 매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곳에 연결되지 않은 많은 도시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에 대한 얘기는 도시 말리야의 관리자인 라나가 알려주었다.
라나는 현자처럼 심오한 눈빛을 가진 여성 관리자였는데, 그녀는 다른 6개 도시의 관리자들이 모르는 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이 뒤바뀐 세상은 여러 분리된 세계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당신이 소유한 안전지대의 도시들과 이곳 도시들이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그곳과 이곳 세계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죠. 양쪽 세계는 특별한 게이트를 통해서만 오갈 수 있을 뿐이에요.”
“그럼 영원히 연결될 수 없는 겁니까?”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특별한 조건이 달성되면 가능한 것 같은데 그게 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재윤은 라나의 말을 듣고서야 왜 이예은을 비롯한 안전지대 관리자들과 통신을 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흑룡 데카투스가 만들어 놓은 게이트를 통해 그는 분리된 다른 세계로 건너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봤자 어차피 뒤바뀐 지구의 한 부분일 뿐이지만, 강한 결계와 같은 것으로 분리되어 있어 특별한 게이트가 아니고는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
“그리고 다른 분리된 세계는 모르겠지만 이곳 세계에는 대부분 도시 형태로 생존자들을 수용하고 있어요. 운명의 게이트라 불리는 특별한 행운이 작용해 각 지역의 생존자들이 무작위로 이곳에 존재하는 여러 도시 중 하나와 인연을 맺게 되죠.”
“이런 도시가 일곱 개 말고 또 있다는 말입니까?”
“네, 샤인을 비롯한 우리 일곱 도시 연맹은 특별한 케이스라 할 수 있어요. 대부분의 도시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있고, 심지어 관리자가 우리와 성향이 다른 경우도 있어요.”
“성향이 다르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관리자라고 다 착한 것만은 아니거든요. 마왕과 결탁해 인간들을 마인으로 만드는데 협조하는 이가 없다고 볼 수는 없죠. 그런 관리자가 있는 도시에는 안전지대가 형성되지 않는 특징이 있어요.”
안전지대를 생성시키지 않는 관리자가 있다니.
“그럼 안전지대가 없는 곳의 관리자는 일단 사악한 존재로 의심해도 되겠군요.”
“그럴 가능성은 높지만 다 그런 건 아니에요. 어떤 사정이 있을지 모르거든요.”
라나는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그보다 이제 본론을 말씀드릴게요. 당신은 흑룡 데카투스로 인해 우연히 이곳 분리된 세계로 이동한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사실 운명의 힘이 이끌지 않았다면 오지 못했을 거예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께 부탁드립니다. 부디 새로운 도시들을 돌며 사악한 관리자를 처치하고, 도시들을 계속 연결해 주세요.”
그 말과 함께 라나는 하나의 깃발을 내주었다.
찬란한 일곱 개의 별이 빛나는 칠성기(七星旗).
“이건 샤인과 말리야를 비롯한 일곱 개 도시 연맹을 형상화한 깃발로, 이곳 일곱 개 도시 모두의 마음을 얻은 이만 소유할수 있어요.”
칠성기를 건네주는 라나의 태도는 매우 공손했다.
재윤은 그것을 받아들고는 물었다.
“이 깃발이 가지는 의미가 뭐죠?”
“칠성기의 주인은 이곳 도시 연맹의 대표로서 새로운 도시의 관리자를 만나 동맹을 체결할 자격이 주어지죠.”
“관리자가 없는 곳은요?”
“그 깃발을 도시의 중심에 꽂은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도시와 연결이 되며, 새로운 관리자가 나타날 때까지 저희들 중 누구라도 분신을 보내 그곳을 관리할 수 있어요.”
그런 신기한 기능을 가진 깃발이라니.
재윤은 라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왜 이걸 저에게 주는 겁니까?”
“당신은 저를 비롯한 일곱 연맹 관리자들의 마음을 얻었답니다. 이미 관리자 통신을 통해 당신을 임시 연맹주로 추대하기로 합의를 보았어요.”
“임시 연맹주?"
“아직은 완전하지 않아요. 저희도 모험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당신이 만약 이곳 세계의 모든 도시들을 연결해주신다면, 그때는 당신을 진정한 연맹주이자 저희 모든 관리자들의 주인으로 인정하겠습니다.”
그동안 다른 관리자들이 말을 안했을 뿐 일곱 도시의 관리자 중 이곳 말리야의 도시 관리자 라나가 그들의 대표였던 것이다.
그녀는 각 관리자들을 통해 재윤을 꾸준히 지켜봤고 지금 최종 판단을 내린 터였다.
연맹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그에 대한 결정적인 확신을 준 것은 물론 재윤의 명성 레벨이 매우 높아서였다.
그것은 재윤이 적지않은 재앙을 파괴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곁에는 용사도 있었다.
용사가 옆에 있다는 건 재윤이 용사와 같은 정의로운 존재임을 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그녀는 재윤이 모든 도시들을 연결해 진정한 주인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 * *
도시 카테나.
이곳 또한 운명의 게이트를 통해 무작위로 건너온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 중 하나였다.
거주자 인구는 대략 1천여 명.
그동안 안전지대의 보호막 아래서 비교적 평온하게 생존해온 거주자들에게 오늘 관리자가 청천벽력과 같은 선언을 했다.
관리자 쥬크.
그는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선량한 인상의 청년이었다.
관리자답게 투명한 푸른 색의 날개를 가지고 있었지만, 무엇 때문인지 날개는 힘없이 뒤로 쳐져 있었고, 청년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크흑! 정말 죄송합니다! 도시 카테나는 더 이상 안전지대 보호막을 지탱할 파투스의 힘이 없습니다. 재정 코인도 바닥난지 오래이고, 여러분께 제공할 식량도 더 이상 없습니다.”
순간 도시의 광장에 난리가 벌어졌다.
중요한 얘기가 있다며 모두 모인 1천여 명의 거주자들.
그들에게 관리자 쥬크의 선언은 폭탄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쩌라는 말입니까?”
“안전지대 보호막이 없으면 당장 오늘이라도 괴물들이 도시에 쳐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인가요?”
“식량은요? 당장 오늘부터 저희들은 모두 굶어야 하나요?”
쥬크는 힘없이 끄덕였다.
“보호막은 지금을 기해 사라집니다. 그러니 그전에 여러분께서는 각자 살길을 찾아가셔야 합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여러분께 가까운 다른 도시가 표시된 지도를 드리는 것뿐인데, 그 조차도 코인이 없어 몇 장 만들지 못했습니다. 게시판에 붙여 놓을 테니 각자 그리시거나 해서……"
“으으! 그런 식의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 비각성자들은 다 죽으란 말이냐?”
“어떻게든 안전지대를 살려봐요! 제발!”
그러나 쥬크는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후 그대로 연기처럼 흩어져버렸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크흑...…"
그저 죄송하다는 말이 몇 번 메아리처럼 맴돌다가 사라져버렸다.
[안전지대 보호막이 사라졌습니다.]
[도시 카네나의 안전지대 기능이 소멸되었습니다.]
곧바로 울리는 마지막 알림과 함께 광장 게시판에는 관리자 쥬크가 붙여 놓은 3장의 지도만 남아 있었다.
촤악!
순간 날렵하게 생긴 사내 하나가 그중 한 장을 잽싸게 떼어 챙겼다.
그것을 본 다른 사람들이 항의했다.
“이봐, 니콜라스! 지도가 세 장뿐이라 다같이 보라고 붙여놓은 건데 당신이 한 장 가져가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닥쳐! 불만있으면 덤비든가. 비각성자 새끼들이 말이 많아.”
니콜라스는 이곳 도시 카테나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각성자 그룹을 이끌고 있는 리더였다.
그는 비릿하게 웃으며 자신을 따르는 각성자들 및 그들의 가족과 함께 떠나버렸다.
그러자 또 다른 각성자들 두 명이 니콜라스처럼 지도를 찢어 챙겼다.
그들 또한 각각의 각성자 그룹을 이끄는 리더들이었다.
순간 50대 남자 하나가 그들을 향해 다가와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보시오! 다들 상황이 급한 건 이해하지만 한 시간 정도만 여유를 가지고 움직입시다. 우리 비각성자들도 지도를 보고 그릴 시간은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각성자들이 그를 비웃었다.
“큭! 살고 싶으면 알아서들 하슈. 보호막이 사라졌는데 그런 사정 봐줄만한 여유가 어디 있다고.”
각성자들은 자신들과 그들의 가족만을 이끌고 도시를 떠났다.
그러자 비각성자들 중 다수가 그들 각성자 그룹들의 뒤를 쫓아갔다.
“같이 가요!”
“우리도 좀 데려가세요.”
“서둘러요. 저 사람들을 놓치면 우린 죽습니다!”
비각성자들은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각성자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들이 유사시 자신들을 보호해주지 않을 걸 뻔히 알면서도 다른 대책이 없어서였다.
한편 이렇게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는 도시를 향해 터벅터벅 들어오고 있는 한 정체불명의 존재가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보석처럼 빛났고, 얼굴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는데 중성적인 외모라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었다.
언뜻 보면 각성자같기도 했지만, 이 도시에는 생소한지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쯧, 여기는 또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다들 난리인 건가?”
길을 잃고 헤매다 도시가 보이기에 반가워서 와봤더니 사람들이 대거 도시를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어디로 가야 그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군. 루팅이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그는 다름 아닌 베르타였다.
재윤의 루팅 일꾼이자 이동 코인 상점 나무인 베르타는 여전히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이었다.
그가 이곳 뒤바뀐 세계에 대한 적지않은 지식을 가지고는 있지만 지형까지 알고 있는 건 아니다.
따라서 낯선 공간에 떨어지고 나면 헤맬 수밖에 없는 건 당연했다.
“관리자라도 만나면 대화를 해볼까 했는데 사라져버렸구나. 어쩔 수 없지. 어디 다른 곳이라도 가봐야겠다.”
그는 밖으로 몰려간 사람들을 뒤쫓아갈까 하다가 돌연 광장의 한 곳을 쳐다봤다.
사람들이 다 빠져 나가고 남은 광장에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남아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베르타의 시선이 그중 2명인 50대 남녀에게 머물렀다.
‘잠깐! 저들은 혹시?’
그 즉시 베르타는 그쪽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