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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24화 (124/200)

124화.  < 재회 (1) >

화아아악!

그 빛은 매우 강렬했다.

마인들은 공포에 질려 흩어졌고, 거대 괴물 또한 흠칫 놀라는 기색이었다.

‘제마검이 이런 빛을 내는 건 처음인데?’

그래서 재윤은 긴장했다.

제마검의 이 빛은 악마들에게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재윤에게는 경각심을 주는 것이다.

저 앞의 악마 형상의 거대 괴물이 그만큼 만만치 않은 존재라고.

같은 악마 계열의 괴물이지만.

마인들은 악마 축에도 들지 못한다는 뜻.

이제 드디어 제마검이 악마라고 인정할 만한 존재가 나타났다.

“하찮은 인간 놈 따위가 어찌 그 검을 손에 넣었는지 모르겠다만, 너의 능력이 미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한낱 장식품에 불과할 뿐이다.”

괴물의 오른손에 붉은 검신의 거검이 나타났다.

시뻘건 화염같은 오러가 휘돌고 있는 그 검은 한 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번쩍! 화아악-!

그 검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나오자 그 빛에 노출된 마인들이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마인들은 일제히 마인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재윤의 제마검에서 나온 환한 빛과 괴물의 검에서 피어난 붉은 빛이 서로 경계를 이루며 대치를 이루고 있었다.

‘속전속결이다!’

마인들이 안정을 되찾는 순간 재윤을 향해 마법과 총탄 등을 무더기로 날려댔다.

각각의 마인들은 별 것 아니지만 저 거대 악마 괴물을 방패로 삼아 뒤에서 공격만 해댄다면 재윤에게도 적지 않게 부담스러운 일. 장기전으로 가면 무조건 불리했다.

그러나 굳이 재윤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거대 악마 괴물이 눈깜짝할 사이에 재윤 앞에 다가와 거검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카앙! 카아앙!

재윤은 침착하게 맞섰다.

제마검과 괴물의 거검이 격돌하는 순간 강한 섬광같은 것이 일어나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놀랍게도 저 거대한 괴물의 막대한 괴력 앞에서도 재윤이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재윤이 제마검을 휘두르면 거검이 뒤로 튕겨나가듯 밀려나갔다.

그와 동시에 거대 악마 괴물의 몸체에 하나 둘 빛의 사선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사선들이 바로 제마검이 베고 지나간 흔적이었다.

그리고 그 흔적들로부터 검은 연기가 마치 혈액처럼 쏟아져 나왔다.

“크으윽! 믿을 수 없다.”

곧바로 허물어지는 거대 악마 괴물의 표정에는 경악이 어렸다.

처음에만 재윤과 잠깐 비등하게 맞섰을 뿐 한 번 균형이 깨지는 순간 그는 일방적으로 난자당했다.

쿠우웅!

거대 악마 괴물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드베스탄에 대한 E급 지식을 얻었습니다.]

‘생각보다 싱겁네.’

덩치만 컸지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물론 수십여 번의 검격을 적중시키긴 했지만, 워낙 기세가 험악해 고작 그 정도로 쓰러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아마도 제마검의 위력이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레벨 20까지 올려놓기를 잘했어. 하지만 마궁 안에는 더 강한 녀석들이 있을 테니 방심은 금물이다.’

그런데 악마 계열 괴물들의 특성인 것일까?

‘이놈도 코인과 드롭템을 안주는군.’

마인들도 뭔가를 드롭하는 걸 보지 못했다.

그래도 지식을 얻은 걸 보면 경험치는 줬을 것이다.

“제길! 수문장이 쓰러지다니! 정말 믿을 수 없군.”

“뭣들 하는 거냐? 어서 저놈을 공격해!”

그때 패닉 상태에 빠져 있던 마인들이 죽자살자 덤벼들었다.

그러나 재윤은 이미 그들 사이로 파고들어 제마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제마검의 은광(銀光)이 번쩍일 때마다 마인들은 허수아비처럼 무력하게 쓰러졌다.

[제마검이 Lv21이 되었습니다.]

마인들을 모두 몰살시키자 제마검의 레벨이 한 단계 또 상승했다.

뿌듯한 마음으로 마궁 안으로 들어갔다.

마궁답게 안쪽도 미로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잠시 미로를 따라 달려가자 앞을 거대 악마 괴물이 앞을 가로 막았다.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들어왔느냐?”

드베스탄.

입구에서 해치운 녀석과 같은 종류의 괴물이었다.

“인간 놈 따위가 어떻게 마궁의 문을 통과했는지 모르지만, 살아나갈 생각은 버려라!"

“닥치고 죽어라!”

재윤은 어렵지 않게 놈을 쓰러뜨렸다.

이미 한 번 상대해봤고 공격 패턴도 비슷한데다 그 사이 제마검의 레벨이 상승해 공격력이 증가한 덕분이었다.

거기에 E급 지식의 5% 피해 증가도 한몫했을 것이다.

“적이다!”

“침입이다!”

마인의 숲과 도시 샤인의 이면 공간에서 그토록 찾아도 안 보이던 마인들이 마궁 안 도처에 득실거렸다.

“잘 걸렸다. 다 죽여주마.”

마인들은 재윤의 제마검에서 피어나는 빛에 놀라 사방으로 흩어져 도주하기 바빴다.

‘일일이 저놈들을 쫓아가 죽일 필요 없어.’

그럴 시간이 없다.

그보다는 빨리 이 마궁의 어딘가에 있다는 재앙을 찾아 파괴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다.

그래야 마인들이 더 이상 부활을 하지 못할 테니까.

그런데 그때 재윤은 전혀 뜻밖의 광경을 목도했다.

‘저건?’

직감적으로 마궁의 중앙을 향해 움직이고 있던 그의 앞에 나타난 거대한 밀실.

그곳은 호화로운 대전과 같은 공간이었다.

그런데 그 대전의 옥좌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칠흑 같은 흑발을 가진 중년인.

흑발 사이로 검은 홍채가 번쩍이고 있었는데, 그를 본 순간 재윤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보는 자였다.

그런데 왜 저 기운이 낯설지 않은 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절대로 마주쳐서는 안 될 재앙과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재윤이 놀란 건 그 흑발의 중년인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 호화로운 대전의 천장에 매달린 채 축 늘어져 있는 한 명의 여성 때문이었다.

만신창이 상태로 검은 사슬에 전신이 묶여 있는 붉은 머리 여성.

‘루니스?’

틀림없었다.

용사 루니스였다.

새벽녘 꿈에서 나타난 가짜가 아니라 진짜 루니스가 바로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엉망이 된 꼴로.

마치 거미줄에 묶인 먹잇감처럼 정체불명의 흑색 사슬에 꽁꽁 묶여 있는 그녀는 시체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뜻밖인가?”

싸늘한 음성은 흑발의 중년인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재윤을 향해 조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네놈은 의기양양했겠지. 드디어 이곳에 있는 재앙을 부술 수 있다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말이야.”

재윤은 직감적으로 이 마궁 안에서 그가 파괴해야 할 재앙이 바로 흑발 중년인이 앉아 있는 의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냥 의자가 아니다.

이 마궁의 주인이 앉는 옥좌.

신비한 검은 빛이 그 옥좌로부터 뿜어져나오고 있었는데, 그 빛이 상당히 요사스러웠다.

마왕의 마력구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될만큼 강한 유혹 덩어리.

‘재앙이 분명해.’

그러나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재윤은 그 옥좌 위에 앉은 흑발 중년인을 노려봤다.

“당신은 누구지?”

그러자 그는 사악하게 웃었다.

“너는 이미 알고 있지 않으냐?”

“내가 당신을 안다고?”

“우린 몇 번이나 만났다. 그런데도 날 아직 못 알아본다니 실망이구나.”

“설마?”

재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처음부터 의심은 갔지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마궁 안에 그가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절대 떠올리고 싶지 않은 한 명의 존재!

“설마 흑룡 데카투스?”

“큭! 아주 멍청한 놈은 아니로군.”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흑룡 데카투스.

그가 지금 재윤의 앞에 있는 것이었다.

‘미친!’

그제야 재윤은 왜 루니스가 저꼴로 천장에 매달려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때의 일 이후로 루니스는 흑룡에게 패배했고 포로가 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흑룡은 재윤이 이곳으로 올 것을 알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애송이 놈! 이 일은 애초부터 너 따위 인간 놈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은 필연적으로 화를 부르는 법이지. 그동안에는 운 좋게 잘 빠져나갔지만 더 이상 그런 요행은 꿈도 꾸지마라.”

데카투스의 조롱.

그러나 이 순간 재윤은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 귀룡! 이 안에 들어올 수 있어? 》

《 안타깝지만 마궁으로의 진입은 불가능하다. 》

‘젠장!’

귀룡이 이 대전 안에 들어올 수만 있다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고 하니 답이 안 나왔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흑룡 데카투스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 것이다.

“무슨 잔머리를 굴리는지 몰라도 쓸데없는 짓.”

데카투스가 한 손을 슥 들자 재윤은 마치 자석처럼 그의 손 앞으로 끌려갔다.

“으윽!"

온몸이 돌이 된 듯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제마검이 그의 손을 떠나 바닥으로 맥없이 떨어졌다.

데카투스가 싸늘히 웃더니 다른 손으로 재윤을 후려쳤다.

퍽!

“크윽!”

재윤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대전의 끝까지 날려가 나동그라졌다.

그러나 그렇게 떨어지기 무섭게 다시 데카투스의 앞으로 끌려왔고, 다시 멀리 날려가 나동그라졌다.

그것을 십여 차례 반복하자 재윤 또한 루니스 못지 않게 만신창이 상태로 변했다.

“이제야 알겠느냐? 너와 내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으으.......”

내 앞에서는 한낱 곤충에 불과한 존재인 네 녀석이 감히 나의 존체에 검을 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넌 죽어 마땅하다.”

데카투스는 재윤에게 하마터면 죽을 뻔했던 그 때의 일이 또 떠올라 치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실컷 분풀이를 하다 죽여주마.”

퍽!

“크윽!”

데카투스가 후쳐치자 재윤이 다시 피를 흘리며 날려갔다.

그런데 그때.

또 다시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콰지지직!

천장에 묶여 시체처럼 늘어져있던 루니스의 두 눈에서 돌연 강렬한 안광이 번쩍이더니 그녀를 묶은 사슬들이 일제히 가루로 변해 흩어졌다.

동시에 그녀는 훌쩍 허공을 딛고 이동해 벽쪽으로 날려가는 재윤의 몸을 받아들었다.

“루니스! 네가 어떻게?”

흑룡 데카투스는 너무도 놀랐는지 옥좌에서 벌떡 일어났다.

루니스가 싸늘히 웃었다.

“넌 나를 너무 얕봤다, 데카투스. 용사인 내가 너 따위 녀석에게 그리 쉽게 당할 거라 생각했나?”

“그럼 일부러 당했다는 건가?”

“보는 대로다.”

“설마 그럼 그 애송이가 이곳으로 올 것을 알고?”

“덕분에 이 분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으니 고맙다고 해야겠구나.”

루니스의 몸은 여전히 엉망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가공스러울 정도로 강렬한 기운을 뿜어냈다.

그것은 경고였다.

도발하면 죽여버리겠다는 뜻.

데카투스는 몸을 떨었다.

이곳에서 그는 본신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리고 인간으로 변신한 지금은 루니스와 싸워 승산이 희박했다.

물론 그것은 루니스가 멀쩡했을 때의 얘기.

“하나만 묻자. 어떻게 봉인의 사슬을 스스로 끊어낸 건가?”

“용사인 내게 그 정도 능력도 없을 것 같나?”

루니스는 왼팔로 재윤을 안고 오른손으로는 푸른빛 검을 쥔 채 앞으로 겨눴다.

순간 데카투스가 싸늘히 웃었다.

곧바로 그의 머리부터 발까지 흑색의 중갑이 입혀졌다.

동시에 그의 양손에 흑색의 검이 각각 한 자루씩 나타났다.

“제법이다만 그 꼴로 과연 날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구나.”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는 번쩍 루니스의 앞으로 이동해 검을 휘둘렀다.

쌍검 중 하나는 루니스의 목을 다른 하나는 그녀가 안고 있는 재윤의 심장을 노렸다.

마치 번개처럼 펼쳐진 두 개의 검격!

그러나 루니스는 코웃음치며 가볍게 그녀의 목을 노린 검을 피해버림과 동시에 재윤을 향해 날아드는 검을 쳐냈다.

“어디까지 피할 수 있나 보자.”

데카투스의 쌍검 중 하나에서 붉은 화염이 쏟아져나왔다.

화르르!

순식간에 루니스가 있던 곳이 화염으로 뒤덮였지만 그녀는 가볍게 허공을 딛고 날아올라 데카투스의 뒤쪽에서 내려섰다.

파지직!

그러자 이번에는 흑룡이 번개를 쏘아냈다.

루니스는 검으로 그것을 막아내고는 그대로 푸른빛의 검기를 쏘아 보냈다.

팟! 파앗!

수직과 수평의 두 검기!

이른바 십자검기(十字劍氣)라 불리는 루니스의 필살기 중 하나였다.

그러나 데카투스는 쌍검을 휘둘러 그것을 가볍게 흩어버렸다.

“하!"

루니스는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몸이 정상이었다면 방금 전 날린 공격을 데카투스가 그리 쉽게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반면에 데카투스는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루니스의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 꼴로 내게 덤비다니 가소롭구나, 루니스!”

데카투스는 그녀가 방어하기 어렵게 일부러 재윤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루니스는 몇 번의 검격을 그녀의 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가득이나 만신창이 상태인 그녀의 몸이 더욱 엉망으로 변했다.

“혼자 살기도 힘들 것 같은데 그 애송이가 뭐라고 그리 보호하려는 건가?”

“닥쳐!”

“무슨 발악을 해도 소용없다. 이곳이 오늘 너희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데카투스의 쌍검이 폭풍처럼 날아들었다.

순간 루니스는 재윤을 허공으로 던짐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둘러 데카투스의 공격을 받아냈다.

그리고 재윤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직전 받아냈다.

“대단하구나. 하지만 그런 식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은가?”

데카투스의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다시 재윤을 허공으로 던진 후 데카투스의 공격을 받아냈다.

바로 그 순간 허공으로 올라갔던 재윤의 손에서 검은 촉수가 어둠을 가르고 날아가 멀리 바닥에 떨어져있던 제마검을 휘감았다.

촥.

곧바로 촉수가 당겨지며 재윤의 손에 제마검이 쥐여졌다.

동시에 그는 허공에서 풍차처럼 회전하며 제마검으로 데카투스의 머리를 내리쳤다.

콰아앙!

이 모든 건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

심지어 루니스조차도 재윤이 그런 공격을 펼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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