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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21화 (121/200)

121화.  < 도시 샤인 (2) >

[이 도시는 파투스 회복 지대입니다.]

[낮에는 안전 지대가 유지되지만, 밤에는 보호막이 사라집니다.]

[건물 안에 있으면 안전하니, 밤에는 절대 건물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

안전지대 관리자의 알림은 계속 이어졌다.

‘어째서 낮에만 안전지대라는 거지?’

다른 건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이건 재윤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만 밤에도 건물 안은 안전지대처럼 보호가 되는 모양이었다.

건물 안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하는 걸 보니 말이다.

[이제 당신이 거주할 집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도시의 크고 작은 건물 곳곳에 노란색과 파란색의 빛이 반짝였다.

[지금 반짝이는 장소가 비어있는 집들입니다.]

[노란색은 무료로 들어가 지낼 수 있는 곳이고, 파란색은 코인을 지불해야 하는 집입니다.]

[당신에게 코인이 있다면 파란색 빛이 있는 집을 선택하기를 추천합니다.]

‘이런 것까지 알려주다니.’

하긴 신기할 것은 없었다.

초승달의 관리자 이예은도 이런 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으니까.

“지금 거주지를 선택하라고 했죠? 기왕이면 저희들이 있는 쪽이 어때요? 한국인들끼리 서로 모여살면 좋잖아요."

박영철은 재윤에게 어떤 알림이 들려오는지 짐작한 듯 말했다.

재윤은 끄덕였다.

“일단 한국인들부터 만나보겠습니다.”

일단 들어오긴 했지만 이 안전지대에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

‘한국인들 중에 부모님이 계시는지만 확인하고 다시 마인의 숲으로 돌아가자.’

이렇게 안전한 공간에 있으면 분명 졸릴 것이다.

그렇다고 박영철 등에게 잠에서 깨워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

용사 루니스이니 가능했던 일일 뿐, 보통 사람이 마족의 정신 공격을 받고 있는 재윤을 깨우기란 쉽지 않았다.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한국인들은 하나의 건물에 모여 살았다.

재윤이 가자 모두들 나와 환영해줬는데, 아쉽게도 재윤이 아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어쩌면 이들 중 일부는 희망 성이나 초승달에 지인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재윤은 이들에게 그런 걸 일일이 확인해줄 여유가 없었다.

또한 어차피 불가능했다.

안전지대 관리자 통신도 불가능하고, 그런 게시판을 만들어줄 코인 나무 베르타도 옆에 없기 때문이다.

‘동맹이라도 체결하면 모를까.’

재윤은 안전지대 소유주라서 다른 안전지대와 동맹 체결도 가능한데, 그런 커맨드 자체가 뜨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그렇다니 어쩔 수 없는 일.

그리고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아직 이곳 안전지대 관리자나 소유주의 정체도 알 수 없는데 섣불리 동맹을 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 다음 기회에 또 뵙겠습니다.”

재윤은 아쉬워하는 박영철 등을 뒤로하고 다시 호숫가 쪽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그때 재윤의 앞에 핑크빛의 신비한 날개를 가진 검은 머리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테가 둥그런 안경을 쓴 그녀는 매우 지적으로 보였다.

“강재윤 씨, 어째서 그냥 나가려는 거죠?”

그녀를 본 순간 재윤은 누군지 즉각 알아차렸다.

“당신이 이곳 관리자인가요?”

“네. 도시 샤인의 관리자 에이미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이곳의 소유자는 누구죠?”

“소유자는 없어요. 세상이 뒤바뀐 이래 관리자인 제가 이 도시를 관리하고 있죠.”

처음부터 관리자가 안전지대를 생성해 관리하는 도시라니.

그러고 보면 이곳 샤인에 들어온 사람들은 진정으로 행운아들일 것이다.

“그렇군요. 저는 잠시 이곳에 들렀을 뿐입니다.”

“여긴 하루에도 수십 명씩 새로운 거주자들이 들어와요. 각각이 다른 경유로 들어오지만, 한 번 들어온 사람들은 나가지 않죠. 이곳보다 안전한 지역은 없거든요.”

하루에 수십 명씩 새로운 거주자가 들어오다니 그 또한 매우 신기한 일이었다.

“그런데 왜 밤에는 안전지대가 사라지죠?”

“그건 이 도시만의 특성이에요. 저도 오직 낮에만 활동할 뿐 밤에는 이곳도 마인들의 영역이 된답니다.”

그 말에 재윤의 눈이 커졌다.

“밤에 이곳에 마인들이 온다고요?”

“단, 건물 안에는 들어오지 않아요. 아니, 건물 자체가 보이지 않죠. 일종의 이면 세계와 같은 공간으로 밤에는 건물 밖이 모조리 마인의 숲으로 변해버리거든요. 혹여라도 건물 밖에 있다가 밤을 맞이하면 그때는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될 거예요.”

이면세계라고?

그러니까 낮에는 그냥 평범한 거리지만, 밤에는 마기로 가득한 악마들의 공간이 된다는 뜻.

‘그럼 오늘밤은 여기서 마인들을 사냥해볼까?’

그리고 기왕 관리자를 만났으니 몇 가지 정보를 더 물어보기로 했다.

“도시 밖에 마인들 말고 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은 없습니까?”

“괴물들이야 수도 없죠. 가장 골치 아픈 녀석들은 도처에서 자주 출몰하는 거대 개미 괴물들이에요. 그 녀석들 때문에 도시 타르파와 교역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죠.”

재윤의 눈이 커졌다.

“여기 말고 또 다른 도시가 있나요?”

“타르파는 이곳보다 규모가 큰 도시에요. 인구 만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죠. 그곳 또한 저와 같은 능력을 가진 관리자가 도시를 관리하고 있어요. 이곳 샤인과 동맹이 체결되어 양쪽 거주자는 자유롭게 왕복이 가능해요. 그런 도시가 다섯 개가 더 있지만, 가장 가까운 곳은 타르파랍니다.”

에이미는 손을 들어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쪽으로 쭉 가면 새로운 도시 타르파라는 곳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만 명이나 되는 도시? 그런데 그런 도시가 다섯 개가 더 있어?’

이 뒤바뀐 세계는 정말 파도 파도 끝이 없다.

어떤 곳에서는 단 몇 명의 생존자도 찾아보기 힘든데, 처음부터 안전지대가 생성되어 있는 도시들도 다수 존재하고 있을 줄이야. 어쨌든 재윤은 그 도시들도 모두 뒤져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교역은 뭐죠?”

“이곳의 물건을 사서 다른 도시에 가져다 팔면 상당한 이윤을 남길 수 있어요. 반대로 다른 도시의 물건을 사서 이곳에 팔아도 이윤이 적지 않죠.”

교역은 거래소에서 특정한 물품을 구입해 그것을 다른 도시까지 운반해 팔면, 각성자에게는 이윤이, 도시에는 재정 코인이 적립된다는 것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각성자도 부자가 되고 도시의 재정은 풍요로워지게 되지만, 문제는 교역 도중 괴물들의 습격을 받아 교역품이 파괴되기 일쑤라는 것.

교역품 상자가 매우 클 뿐 아니라 특수한 처리가 되어 있어 아공간에 보관이 불가능했다.

반드시 수레에 끌고가야 하니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귀룡을 이용하면 대박이겠는데?’

재윤이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떠올린 건 바로 그것이었다.

아공간 보관은 불가능하다지만, 귀룡의 안전지대에 교역품을 싣고 이동하는 건 상관없을 테니까.

물론 지금은 교역으로 코인이나 벌고 있을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최대한 빨리 70레벨까지 올려야 한다.

밤이 될 때까지 거대 개미 괴물 출몰 지역으로 가서 사냥하다가 밤이 되면 돌아오기로 했다.

* * *

거대 개미들은 군집 생활을 하는 괴물들로 습성은 보통의 개미들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놈들이 거대화되며 더욱 지능적으로 변했다.

특유의 괴력과 철갑처럼 단단한 껍질로 인해 웬만한 공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아 각성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무엇보다 한 번에 수백, 많게는 수천 마리가 넘게 몰려다니는 터라 잘못 걸리면 뼛조각 하나 남지 않고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거대 개미들이 재윤에게는 그저 미량의 경험치 먹잇감이었다.

녀석들의 전투력은 철갑 독지네 정도.

30대 중반 레벨에는 제법 쏠쏠한 경험치를 주겠지만 65레벨의 재윤에게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다.

그래도 토벌 임무가 불가능한 마인들과 달리 토벌 임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개체수가 많아 꾸준히 사냥하면 적지 않은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 샤인 밖으로 나간 재윤은 아침부터 날이 어둑해질 무렵까지 거대 개미들만 찾아다니며 사냥을 했다.

레벨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코인 벌이는 제법 되었다.

루팅 일꾼 베르타가 없다보니 물약과 같은 잡템을 직접 주워야 해서 여러모로 번거로웠다.

‘베르타, 대체 어디 있는 거냐?’

전투를 벌여보니 더더욱 베르타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졌다.

용사 루니스도 옆에 없으니 왠지 허전했다.

그녀가 있으면 그래도 조금씩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재앙과 맞서야 하는 재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는 이가 바로 루니스였다.

‘둘 다 무사하겠지.’

물론 베르타는 피해 면역이 있는 터라 길을 잃으면 잃었지 죽을 염려는 없었다.

루니스 또한 용을 몰아붙일 정도의 전투력을 지닌 터라 웬만해서는 죽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약점은 오직 하나.

배가 고프면 전투력이 떨어진다는 것.

어디서 또 굶주림에 지쳐 용에게 쫓기고 있는 건 아닌지.

그보다 이제 날이 어두워지고 있으니 거대 개미 사냥을 마칠 때가 됐다.

거대 개미는 악마 계열의 괴물이 아니다보니 제마검의 레벨은 그대로였다.

잠시 후 재윤은 샤인으로 돌아왔다.

날이 어두워져서일까?

거리에는 단 한 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재윤이 보호막 안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알림이 들려왔다.

[이제 곧 안전지대 보호막이 사라집니다. 모두 건물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어떤 일이 있어도 밖으로 나가지 마세요. 밤에는 누구도 당신들을 보호해주지 못합니다.]

긴급한 경고의 알림은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단 한 명의 희생자라도 발생되지 않게 관리자 에이미가 모두에게 경고 알림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윤은 아공간에서 에너지바를 하나 꺼내 생수와 함께 먹으며 날이 더 캄캄해지기를 기다렸다.

많이 먹으면 졸음이 몰려오니 배고픔을 면할 정도의 최소한의 식량만 섭취 중이었다.

“강재윤 씨! 여기서 뭐하고 있죠? 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세요.”

핑크빛 날개의 에이미가 재윤 앞에 나타나 다급히 외쳤다.

재윤은 미소 지었다.

“저는 신경쓰지 마세요. 이곳엔 마인 사냥을 하기 위해 돌아온 겁니다.”

“마인 사냥이라고요?”

에이미는 잠시 기막혀하는 표정을 짓다가 곧바로 말했다.

“그동안 무모하게 몇 번 그런 일을 벌인 각성자들이 있긴 했습니다. 물론 모두 두 번 다시 보지 못했죠. 하지만 당신의 눈빛과 기세를 보니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그녀는 뭔가 기대어린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제가 도와드릴 건 이것 뿐입니다. 부디 내일 아침에도 살아서 뵙기를 바랄게요.”

그 말과 함께 그녀의 핑크빛 날개에서 환한 빛이 쏟아져나와 재윤의 몸을 휘감았다.

[도시 샤인의 관리자 에이미가 당신에게 특별한 축복을 내립니다.]

[당신의 모든 저항이 10 증가합니 다.]

[10시간 지속]

[당신의 최대 생명력이 20% 증가합니다.]

[10시간 지속]

‘오! 버프를?’

관리자가 버프도 주다니.

그것도 무려 10시간이 지속되는 버프라니!

【생명력】 2088/2088

덕분에 재윤의 최대 생명력이 348포인트나 상승했다.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겠군요.”

“건투를 빌게요.”

에이미는 걱정과 기대가 교차한 눈빛으로 재윤을 바라보다가 환영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스스스.

갑자기 주변이 변하기 시작했다.

도시의 건물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음침한 숲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마인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너는 뭐냐? 겁을 상실한 녀석이군.”

흑색의 장발 청년 하나가 재윤을 향해 검을 번쩍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의 검은 허공을 갈랐고, 제마검의 은빛 검신이 번쩍이는 순간 그는 목이 잘린 채 쓰러졌다.

“크악!”

“저놈이 감히!”

“모두 저놈을 죽여라!”

청년 마인이 쓰러지자 사방에서 마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팡이에서 각종 공격 마법들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왔고, 소총들도 불을 뿜었다.

번쩍! 화르르르!

투투투투!

과광! 쿠콰아앙-!

재윤이 서있던 장소가 초토화되었다.

그러나 재윤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그는 나무들을 징검다리 타듯 훌훌 건너 뛰어 이동해 마인들의 배후에 내려섰다.

그리고 곧바로 살육이 시작됐다.

“크아아악!”

“아아악!”

도시 샤인의 악몽이라 불리는 공포의 밤.

그러나 오늘은 그 악몽이 마인들에게 펼쳐졌다.

밤새도록 숲에서는 마인들의 비명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어둠이 지나고 어느덧 새벽이 찾아왔다.

밤 사이 제마검의 레벨은 Lv7까지 상승했다.

마인들에 대한 지식도 A급으로 올랐다.

또한 새벽 직전 재윤의 레벨도 상승해 Lv66이 되었다.

[도시에 안전지대 보호막이 펼쳐집니다.]

그때 관리자 에이미의 알림과 함께 흉물스럽던 숲의 모습이 사라지고 도시 샤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후! 그래도 레벨을 하나 올렸다.’

이제 70레벨까지는 4단계 남았다.

뿌듯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재윤의 앞에 에이미가 나타나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했는데 정말 대단한 분이시군요. 당신 덕분에 어젯밤 적지않은 재정 코인이 쌓였어요.”

“코인이 쌓여요?”

마인들은 죽여도 재윤에게 아무런 코인도 주지 않는다.

그저 경험치만 줄 뿐.

그런데 도시 샤인의 재정 코인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각성자가 이면 공간의 괴물을 처치하면 도시에 코인이 쌓이게 되지만 그동안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이죠. 어젯밤 얻은 재정 코인의 절반을 드리겠어요.”

그 순간 들리는 알림 .

[69,860코인을 얻었습니다.]

[당신은 도시 샤인의 제 1 기여자가 되었습니다.]

무려 7만 코인 정도가 들어왔다.

하룻밤 사이 벌어들인 코인치고는 엄청난 금액.

“제 1 기여자는 뭐죠?”

"말 그대로입니다. 당신은 이 도시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셨으니 이후 저는 당신의 일이라면 뭐든 적극적으로 협력하겠어요."

에이미의 태도가 더욱 정중하게 변했다.

재윤은 미소 지었다.

“어젯밤 펼쳐준 버프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오늘도 부탁해요.”

“물론이에요, 제 1 기여자님. 이 도시에서 저의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에이미는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하고는 사라졌다.

* * *

그 후로도 재윤의 일과는 동일했다.

낮에는 거대 개미들을 사냥했고, 밤에는 도시 샤인의 이면 공간에 나타나는 숲에서 마인들을 사냥했다.

그러나 점차로 숲에 나타나는 마인들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때로는 귀룡을 불러 호수 중앙에 있는 섬으로 이동해 그곳의 마인들을 사냥하기도 했다.

레벨 업은 갈수록 느려졌다.

무려 10일이 넘도록 마인 사냥에 매달리고서야 간신히 LV69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제마검의 레벨은 Lv20까지 올리는데 성공했고, 마인에 대한 지식도 S급을 달성했다.

‘후! 마궁이 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

더 이상 마인들로는 레벨 업도 쉽지 않아 마궁을 찾고 있었는데,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다.

‘으! 그나저나 정말 졸려 죽겠다.’

그간 그는 한 번도 잠을 자지 않았다.

관리자 에이미라면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그녀에게 부탁해봤지만, 마왕의 권능이 깃든 정신 공격이라면 그녀의 힘으로도 쉽지 않을 거라 했다.

섣불리 모험을 해볼 수 없는 일.

재윤은 그냥 잠을 참았다.

하지만 제 아무리 레벨이 높고 스탯이 사기적이라고 해도 잠을 자지 않고 계속 버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건 아무것도 먹지않고 버티는 것과 같이 신체에 무리를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걷다가도 깜빡 졸음이 밀려오기도 했고, 심지어 마인들을 죽일 때조차 깜빡 졸음이 밀려와 놈들이 날린 마법이나 총알에 맞기도 했다.

물론 워낙 높은 체력 스탯과 생명력 덕분에 웬만큼 맞아도 생명력의 일부만 하락할 뿐이지만, 그래도 전투 중에까지 잠이 온다는 건 심각한 문제였다.

‘으! 그나마 싸울 때가 낫지 지금이 제일 힘들어.’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는 그 시간.

이면 공간이 사라지고 도시가 정상으로 돌아와 모두가 기뻐하는 때이지만 재윤은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를 견딜 수 없었다.

‘개미라도 잡으러 가자.’

그는 일부러 생명력이 절반쯤 하락한 상태에서 물약을 안 먹고 이동 중이었다.

고통이 느껴져야 그나마 잠이 덜 올 테니까.

‘지금까지 잘 참았다. 조금만 더 참으면 돼. 앞으로 1레벨만 더 올리면 마왕의 마력구를 부술 수 있어.’

그때는 마음껏 잠을 자도 된다.

문제는 이 최후의 관문이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고 있다는 것.

도시 샤인을 나와 거대 개미굴을 찾아 움직이는 재윤의 움직임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렸다.

탁.

그런데 그때 누군가 비틀거리는 그의 어깨를 잡았다.

“여기 계셨군요.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안도와 반가움이 뒤섞인 목소리.

그 음성이 매우 귀에 익었다.

‘설마?’

재윤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어깨를 잡은 이를 쳐다봤다.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밝게 미소 짓고 있는 여성.

그녀의 은빛 갑옷이 새벽 햇살을 받아 신비롭게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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