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 도시 샤인 (1) >
제마검의 레벨이 2로 상승했다.
-기본 공격력 110
-추가 공격력 : <모든 스탯>의 110%
-악마 계열의 적 추가 피해 :<모든 스탯>의 100%
기본 공격력과 추가 공격력 상승분은 10%.
이것도 낮은 건 아니다.
그러나 진짜 놀라운 건 악마 계열의 적에게 주는 추가 피해였다.
‘이래서 제마검이구나.’
즉, 현재 2레벨 제마검은 악마 계열이 아닌 일반 괴물들에게는 339의 피해를 주지만, 악마 계열의 괴물에게는 여기에 208이 추가되어 547의 피해를 주게 된다.
앞으로 제마검의 레벨이 상승할수록 악마 계열의 괴물들에게 주는 피해는 더욱 상승할 테니, 꾸준히 제마검의 레벨을 올려놓으면 악마들에게는 재앙과 같은 무기가 될 것이다.
‘또 다른 마인들이 있나 찾아보자.’
현재 시간은 캄캄한 밤.
그러나 높은 어둠 저항을 가진 재윤에게는 시야에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숲이 생각보다 넓은데?’
방대한 밀림 지대가 펼쳐져 있어 그 끝을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귀룡을 타고 이동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다간 마인들이 미리 도주해버릴 수도 있는 터라 오히려 사냥이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투타타타!
화르르!
그런데 그때 갑자기 총격과 함께 화염구가 날아왔다.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보니 그곳에 마인들이 새카맣게 모여 있었다.
‘이상해. 저 정도 거리면 내가 감지하지 못할 리가 없는데.’
불가사의하게 높아진 스탯으로 인해 재윤의 감각은 초인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벌써 몇 번째 마인들의 움직임을 미리 간파하지 못했다.
놈들이 공격한 후에야 비로소 알아챘으니까.
‘마인들이 가진 특성인가 보군.’
어쨌든 상관없다.
미리 알든 늦게 알든, 결과는 달라질 게 없으니까.
총알이 근처의 나무들을 벌집으로 만들었고, 화염구의 폭발로 일대가 불바다가 되었지만 재윤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슥. 스슥.
그는 나무와 바위 등을 엄폐물로 사용해 바람처럼 마인들에게 접근했다.
어둠 속에서 그의 모습이 흐릿하게 비칠 때마다 그곳으로 총알과 각종 마법, 화살 등이 무더기로 날아왔지만 재윤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다.
“놈이 이쪽으로 온다!”
“방패벽을 펼쳐!”
“모든 화력을 쏟아 부어라!”
거대한 사각방패를 든 마인들이 방패를 모아 벽을 만들었다.
그 틈으로 지팡이와 총구를 통해 마법과 총알이 쏟아져 나왔다.
투투투투!
화르르! 콰아앙!
번쩍! 파지지직-
진술은 나쁘지 않았다.
저런 정도의 민첩한 반응과 움직임이라면 웬만한 보스 급 괴물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상대가 재윤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재윤은 순식간에 놈들의 방패벽 근처에 도달한 후 그대로 돌진해 어깨로 그 중심을 밀어쳤다.
콰아앙!
인간의 몸체지만 오우거나 미노타우루스를 능가하는 근력을 가진 재윤의 어깨치기는 단번에 각성자들의 방패벽을 무너뜨렸다.
“크으윽!"
“크아아악!”
방패를 쥐고 있던 남자들이 뒤로 튕겨나감과 동시에 재윤은 마인들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으으! 피해라!”
“이런 말도 안 되는!”
마인들이 기겁하며 흩어졌다.
그러나 재윤의 제마검이 어둠을 가를 때마다 한 번에 한두 명씩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다 죽인다! 한 놈도 살아갈 생각마라.”
마인들이 제법 잘 훈련된 군인들처럼 전술을 펼쳐 공격을 해왔지만, 기선을 제압당한 순간부터는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재윤은 도망치는 마인들을 쫓아가며 제마검을 휘둘렀다.
“크아아악!”
“아아악!”
살육은 밤새도록 계속 됐다.
숲은 끝이 없었고, 곳곳에서 마인들이 출몰해 재윤을 공격했지만 제마검의 먹잇감이 되어 쓰러질 뿐이었다.
[제마검에 쌓인 제마의 힘이 한계를 돌파합니다.]
[제마검이 Lv4가 되었습니다.]
새벽이 올 무렵 제마검의 레벨은 4까지 상승했다.
거기에 마인들의 지식도 B급으로 올랐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재윤의 레벨 업이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쟁신의 검술이 Lv65가 되었습니다.]
‘후! 드디어.’
이제 70레벨까지는 5단계 남았다.
레벨이 오르자 몸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그렇다 해도 본래라면 휴식과 함께 약간의 수면은 취해주었을 것이다.
‘잠은 안돼.’
70레벨이 될 때까지 잠을 자지 않기로 했고, 그것을 지킬 것이다.
그때까지는 생명이 경각에 달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안전지대에도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휴식을 취하더라도 그냥 밖에서 한다.’
언제 어디서 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긴장감.
그 상태를 유지해야 졸음을 참을 수 있을 테니까.
* * *
새벽이후 대략 2시간.
숲의 아침이 밝아왔다.
그런데 새벽부터는 마인들이 점차 드문드문 보이더니 아침이 되자 한참을 찾아도 한 명 보기가 어려웠다.
‘마인들은 밤에만 활동하는 건가.’
일단 마궁의 위치라도 알아보려고 숲을 살펴봤지만 그저 끝없이 수풀만 늘어서있을 뿐 마궁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날이 밝으며 한 가지 확인한 사실은 이 방대한 숲이 사실은 호수 중앙에 위치한 섬과 같은 형태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섬을 빙둘러 물이 있는 건 어제 밤에 확인했지만, 날이 밝자 멀리 호숫가의 모습도 확연히 볼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곳에 커다란 도시가 보였다.
규모로 따지면 도시 초승달 못지 않았다.
‘사람들이 살고 있어.’
그것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이상했다.
이 숲에 마인들이 득실거리는데 저곳에 사람들이 있다니.
과연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을까?
마인들이 살고 있는 도시는 아니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 사람들이 작게 보이지만, 그들이 마인이라면 재윤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마인들은 몸에서 검은 오러같은 것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제마검을 손에 쥔 상태에서만 보이는 현상이었다.
‘검은 오러같은 건 없어.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야.’
그래서 재윤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껏 항상 그렇듯 생존자들이 있는 곳을 발견하면 그곳에 부모님이 계시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는 마음을 많이 비운 상태지만 그래도 가슴이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낮에는 마인들도 안 나오는 것 같으니 저기에 한 번 가봐야겠구나.’
호수로 가로막혀 있지만 못 갈 건 없었다.
수영을 해서 가면 되는 일이니까.
그러나 그보다 훨씬 쉬운 방법이 있다.
귀룡을 소환해 타고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재윤은 그때 사람들이 배를 타고 이 숲으로 오고 있는 걸 발견했다.
작은 어선과 같은 배였는데, 연료가 있는지 빠른 속도로 오고 있었다.
‘각성자들 같은데? 왜 이 숲에 오는 걸까?’
배 위에는 수십 명의 각성자들이 타고 있었는데, 도시 초승달과 달리 한국인들이 아닌 외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한 명 있긴 했다.
재윤은 숲의 높은 나무 위에서 그들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섬에 도착해 숲에 들어오는 순간 갑자기 시커먼 게이트가 하나 생겨나더니 그 안에서 마인 한 명이 튀어나왔다.
“앗! 마인입니다!”
“한 명뿐이니 당황할 것 없습니다!”
“모두 저놈을 공격해요!”
날렵해 보이는 흑인 여성 한 명이 방패를 앞세우고 마인을 향해 돌진했다. 그 뒤로 마찬가지로 방패와 검, 혹은 도끼를 손에 쥔 보조 탱커들이 마인을 포위했다.
그들의 뒤에서 다른 각성자들이 원거리 전투 능력을 펼쳐 마인을 공격했다.
“크흐흐흐! 가소로운 저렙 놈들! 다 죽여버리겠다!”
마인은 창을 쥐고 있었는데 그것을 사납게 휘두르며 탱커들을 압박했다.
고작 마인 한 명을 상대로 20명이 넘는 각성자들이 마치 보스급 괴물을 상대하듯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이내 쉽게 마인을 쓰러뜨렸다.
“크윽! 두고보자!”
검은 연기로 변해 흩어지는 마인을 보며 각성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
“이겼다!”
“마인을 해치웠다!"
그러자 아까 처음 마인을 향해 돌진했던 여성이 모두에게 주의를 주었다.
“마인이 또 나타날 수 있어요. 모두 방심하지 말고 주위를 살펴요.”
“알았어요, 티나.”
흑인 여성의 이름은 티나.
키는 180cm정도에 늘씬한 체격을 가진 그녀가 바로 저 그룹의 메인 탱커이자 리더인 모양이었다.
도시 초승달에도 여성 탱커가 있긴 했지만 그리 두드러지는 활약을 하지는 못했는데, 티나라는 이름의 여성 탱커는 그 센스가 이민철이나 장예찬 못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운명의 탑으로 향할게요. 새로 20레벨을 달성한 다섯 명의 영웅들에게 부디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고마워요, 티나. 난 꼭 특화 능력을 얻을 겁니다.”
“하하, 나도 멋진 특화 능력을 얻을 거예요.”
그러고 보니 저들은 운명의 탑에 특화 능력을 얻으러 오는 중이었던 모양이었다.
고렙들이 새로 20레벨을 달성한 저렙들을 마인들로부터 지켜주는 모습을 보자 재윤은 안전 지대 혜미를 거점으로 오크들과 전투를 벌이던 때가 떠올랐다.
그런데 그때 또 그들의 앞에 게이트가 하나 나타났고, 그 안에서 이번에는 2명의 마인이 나타났다.
메인 탱커 티나가 즉각 그들을 도발하며 주목을 끌었고, 각성자들은 빠른 속도로 서로의 호흡을 맞춰 마인 2명을 어렵지 않게 해치웠다.
그런 식으로 그들이 운명의 탑 근처까지 이르렀을 때였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컴컴해지더니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쏴아아! 쏴아아아-
느닷없이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
그리고 폭우.
이상 기후의 일종이었다.
그러나 지금 저들에게는 폭우가 문제가 아니었다.
날이 캄감해지자 한두 명씩 출몰하던 마인들이 게이트에서 우루루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큭! 죽고 싶은 놈들이 잔뜩 왔구나.”
“각성자들이 많으니 경험치 좀 얻을 수 있겠는데?”
“흐흐, 이렇게 갑자기 날이 캄감해질 줄은 몰랐나 보군.”
10여 명의 마인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각성자들은 깜짝 놀란 듯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의연하게 모두를 지휘하던 메인 탱커 티나조차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모두 피해요! 한 명이라도 살아나가야 해요.”
마인 한두 명을 상대로도 모두가 전력을 다해 전투를 벌여야 했는데, 10여 명의 마인이 나타난 이상 승산은 희박했다.
티나는 모두에게 도주하라 외쳤다.
“어서 뛰어요!”
그 말과 달리 그녀는 마인들을 노려보며 결전의 자세를 취했다.
모두가 달아나게 그녀가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주려는 것이다.
“앗, 저럴 수가!”
그런데 티나는 돌연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의기양양한 기세로 나타났던 마인들이 누군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죽임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아아악!”
“아아악!”
은빛의 검이 번쩍일 때마다 마인들이 맥없이 쓰러졌다.
“크윽! 적이다!”
“공격해라!”
마인들은 저항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전멸했다.
그들의 앞에 은빛의 멋들어진 검을 쥔 청년이 서 있었다.
물론 재윤이었다.
“당신은 누구죠?”
“강재윤입니다. 마인이 아니니 안심하세요.”
재윤은 티나 등이 자신을 귀신보듯 쳐다보고 있자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마인이 아닌 건 알겠어요. 마인이라면 같은 마인을 죽일 리가 없겠죠.”
티나가 즉시 다가와 공손히 허리를 숙여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마워요. 저는 티나라고 합니다. 그동안 낮에는 마인들이 한두 명씩만 나타났는데 지금과 같은 경우는 처음입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모두 꼼짝없이 죽을 뻔 했네요. 그런데 대체 당신의 정체는 뭐죠? 사람이 맞나요?”
“사람이고 각성자입니다. 마인 사냥을 하고 있죠.”
“마인 사냥이라고요? 혼자서 그게 가능해요?”
“방금 전 보셨다시피 가능한 일입니다.”
“하긴 그렇긴 그렇죠.”
티나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두 눈 뜨고 재윤이 싸우는 걸 지켜봤으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사이 하늘은 다시 밝아졌다.
일시적으로 검은 구름이 몰려왔다가 금세 사라진 것이다.
티나는 본래의 목적을 상기하고는 즉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이제 안전해졌으니 안심해요. 20레벨 달성자들은 한 명씩 운명의 탑에 들어갔다 오세요.”
* * *
잠시 후 재윤은 티나 등이 타고 온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고 있었다.
각성자들 모두가 그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가 마인들을 해치워준 덕분에 모두 무사했기 때문이다.
5명의 각성자들은 무사히 운명의 탑에 들어갔다 나왔고, 그 중 2명이 특화 능력을 얻었다.
한국인 각성자는 20대 중반의 청년이었는데, 아쉽게도 특화 능력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표정에 실의가 가득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재윤을 향해 다가와 말했다.
“강재윤 씨라 하셨지요. 저는 박영철이라고 합니다.”
박영철은 뭔가 뿌듯해하는 표정이었다.
“대단해요. 같은 한국인으로서 당신같은 분이 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별 말씀을요 ”
“저 도시에 한국인은 저를 포함해 22명 뿐입니다. 그중 제가 유일한 각성자죠.”
고작 22명 뿐이라니.
그렇다면 그중에 부모님이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봐야 했다.
“도시에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나요?”
“수천 명도 넘어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어떻게 이 도시에 온 거죠?”
“세상이 이상하게 변하던 날 정신없이 괴물에게 쫓기다 보니 저 도시가 보였습니다. 강원도 태백에 있던 제가 왜 이곳까지 왔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살아남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행운이었습니다.”
재윤은 끄덕였다.
황당하긴 했지만 지금 세상에서는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용과 악마, 그리고 용사까지 나타나 활동하는 세상인데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러려니 해야 할 것이다.
“참, 저 도시의 이름은 샤인입니다. 관리자도 존재하고요.”
“관리자가 있다면 안전지대인가요?”
“낮에는요. 하지만 밤에는 아닙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하하, 도시에 들어가보시면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그 사이 배는 부두 앞에 도착했다.
안전지대 보호막이 도시를 빙 둘러 부두 외곽으로 펼쳐져 있었는데, 그곳을 배가 통과하는 순간 알림이 들려왔다.
[어서 오세요, 강재윤 각성자님!]
[도시 샤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은 마인이 아니니 이곳에 입장 가능합니다.]
[그러나 분쟁이나 폭력, 기타 도시의 평화에 문제가 되는 행위를 할 경우 즉각 추방되며 두 번 다시 입장이 불가합니다.]
‘오!’
박영철의 말대로였다.
이 도시는 안전지대고 관리자가 존재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