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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16화 (116/200)

116화.  < 귀룡의 주인 (1) >

[전설의 힘으로 고대의 비밀을 풀어낸 당신은 귀룡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운명의 귀룡이 당신을 주인으로 인식합니다.]

[운명의 귀룡(신화)을 얻었습니다.]

‘운명의 귀룡?’

각성자가 된 이후 처음으로 신화 등급 아이템을 얻은 것이다.

귀룡.

언뜻 들으면 귀신의 용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여기서의 귀(龜)는 거북이를 의미한다.

석상의 모습 그대로 거북이 용인 것이다.

그렇다고 고대의 사신도(四神圖)에 등장하는 신수 현무는 아니었다.

그저 신화 등급의 탑승물로, 정식 명칭은 운명의 귀룡이었다.

* 운명의 귀룡

-등급 : 신화(★★)

-분류 : 파투스 탑승물

-소유자 : 강재윤

-파투스 동력 : 1000/1000

-설명 : 파투스의 힘을 통해 안전지대를 형성하며 소유자의 특별한 지시가 없으면 운명의 나침반이 지정하는 방향대로 자동 이동한다.

-소환 해제시 자체 아공간 보관

-이동 시 파투스 동력 소모, 동력이 소진되면 서행을 통해 자동 회복, 정지 상태 및 소환 해제시 고속 회복

-안전지대 비용 : 1시간 당 100코인 소모

‘이게 탑승물이라고?’

재윤은 깜짝 놀랐다.

그것도 안전지대 생성도 가능했다.

안전지대 천막처럼 4시간 제한이 아니라, 코인만 들이면 시간은 무제한.

이제는 이동형 안전지대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나를 잠에서 깨운 자여! 운명의 힘이 이끄는 장소로 가길 원하는가. 》

그때 재윤의 귀에 들려오는 텔레파시와 같은 음성이 있었다.

《 놀라지 마라. 나는 운명의 귀룡. 당신은 나의 주인이다. 나는 당신이 원하는대로 움직일 것이다. 》

놀랍게도 귀룡이 말을 걸어왔다.

이 신화 등급의 탑승물은 자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재윤 또한 생각을 통해 뜻을 전할 수 있었다.

《 그럼 앞으로 널 귀룡이라 부르면 되는 건가? 》

《 그러하다. 》

《 너의 정체는 뭐지? 기계인가? 아니면 골렘? 》

《 나 또한 나를 알지 못한다. 나는 그저 운명의 힘에 의해 안배된 존재로, 운명이 이끄는 장소로 당신을 이끄는 임무를 맡고 있을 뿐이다. 》

귀룡은 말을 이었다.

《 나의 동력은 쉬지 않고 이동할 경우 한나절 정도는 무리없이 이동 가능하다. 동력이 소진되어도 이동은 가능하지만 속도가 매우 느려진다. 전설 등급 혈액을 1병 소모하면 동력을 최대치까지 순식간에 회복할 수 있다. 》

전설 등급 혈액을 이렇게도 쓸 수 있다니.

급한 경우에는 그렇게 사용해도 되겠지만, 가능하면 서행이나 정지, 소환 해제 등을 통해 자동 회복되게 하는 게 나을 것이다.

매번 동력이 소진될 때마다 전설 등급 혈액을 쓰면 감당이 안 될 테니까.

《 운명의 나침반의 자침 방향은 이제 당신의 상태창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지만, 나에게 맡겨두면 굳이 방향을 일일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

《 그건 편하구나. 》

재윤은 끄덕였다.

본래라면 그가 직접 운명의 나침반을 보고 다음 장소를 찾아갔어야 했는데, 이제 귀룡에게 맡겨두면 알아서 이동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동 시에는 동력이 소모되니 잔여 동력을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

그때 귀룡이 다급히 뜻을 전해왔다.

《 지금 이 근처에 매우 위협적인 존재가 있는 듯하다. 당신이 허락한다면 즉각 안전지대 보호막을 두르겠다. 》

《 그렇게 해라. 앞으로도 위협적인 존재가 주변에 있으면 나의 뜻을 묻지 말고 무조건 안전지대를 생성하도록 해. 코인은 알아서 가져가고. 》

《 그렇게 하겠다. 》

코인 나무 베르타도 이제는 재윤이 음식을 주문할 때 일일이 가격이 얼마인지 말하지 않는다.

그냥 음식을 내주고 알아서 코인을 빼간다.

재윤이 그러라고 했으니까.

사소한 것들에 일일이 하나씩 신경쓰는 건 피곤한 일.

재윤에게는 귀룡에게 자아가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 안전지대 보호막을 생성했다. 》

정말이었다.

거대한 귀룡의 주위를 마치 비누방울처럼 투명한 보호막이 둘러싸고 있었다.

“성공했군요!”

그때 루니스가 귀룡의 앞에 나타나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재윤은 미소 지었다.

“이 위로 올라오세요, 루니스 님. 이곳은 이제 안전지대입니다. 베르타, 가서 크로거 군장의 천막을 수거 부탁한다.”

“그러지.”

크로거 군장의 천막은 멀리 동굴의 입구에 처져 있지만 재윤이 직접 가서 가져올 필요 없었다.

루팅 일꾼인 베르타에게 맡기면 되는 일이니까.

[크로거 군장의 천막이 아공간에 보관되었습니다.]

베르타는 금세 천막을 아공간에 보관한 후 돌아왔다.

그 사이 루니스는 귀룡의 등 위로 올라왔다.

“이 큰 석상이 안전지대라니 놀랍군요.”

“석상이 아니라 탑승물입니다.”

“탑승물이라면 이동이 가능하다는 뜻인가요?”

“예. 이제 이동할 겁니다.”

재윤은 즉각 귀룡에게 이동하라고 뜻을 전했다.

이제 안전지대 보호막이 둘러져 있으니 흑룡의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동굴에 숨어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드드드드!

귀룡의 눈에서 다시 푸른 색 빛이 번쩍이는 순간 동굴 천정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우르르르! 쿵! 콰앙!

떨어져내리는 흙과 바위들은 안전지대의 보호막 바깥으로 튕겨나가 귀룡은 멀쩡했다.

그렇게 잠시가 지났을까?

일순간 동굴 위가 뻥 뚫려 어두컴컴한 하늘이 보였다.

귀룡은 수직으로 부양해 동굴 밖으로 빠져 나왔다.

루니스가 탄성을 질렀다.

“대단하네요! 이런 식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다니!”

"저도 놀라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거대한 크기의 귀룡이 동굴을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렇게 동굴을 뚫고 나올 줄이야.

귀룡이 빠져나오자 절벽 아래 있던 동굴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더니 그대로 무너져버렸다.

《 그럼 운명의 자침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동하겠다. 》

《 그렇게 해라. 》

귀룡은 지면에 낮게 뜬 상태에서 마치 유영을 하듯 앞으로 나아갔다.

그 속도는 아주 빠르지는 않았다.

시속으로 따지면 한 30km 정도?

말이 용이지 흑룡처럼 상공을 날아 번개처럼 이동하는 건 불가능했다.

공연히 거북이 용이 아닌 것이다.

그래도 걸어서 이동하는 것보다는 훨씬 빨랐다.

게다가 지형을 무시한 채 이동도 가능했다.

수풀이 우거진 숲이 가로막으면 숲 위를 미끄러지듯 날아 이동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파른 경사나 절벽에서는 그대로 바람을 타고 날아내리기도 했다.

따라서 느린 듯해도 실제로는 상당히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쿠우우우어어어어! 감히 어디를 가느냐?”

그런데 그때 흑룡 데카투스가 앞을 가로막았다.

놈은 단번에 귀룡을 태워버리겠다는 듯 입을 쩍 벌려 화염 폭풍을 쏟아냈다.

화르르르! 촤아아아!

그러나 귀룡은 화염 폭풍을 무시한 채 그대로 전진했다.

안전지대의 보호막이 둘러진 상태라 신경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역시나 화염 폭풍은 보호막에 아무런 충격도 주지 못했다.

흑룡은 결국 공격을 멈췄다.

“귀룡을 깨우다니 대단한 놈이군. 하나 그렇다고 무사할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나는 한 번 정한 목표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흑룡은 끝까지 따라올 기세였다.

재윤이 잠시 귀룡을 멈춘 후 루니스에게 흑룡을 쫓아버리게 했지만, 그렇게 물러갔다가도 잠시 후면 다시 나타났다.

‘이러다 레벨 업도 못하겠는데?’

이동 도중 골렘들을 비롯해 경험치가 제법 될 만한 괴물들이 보이긴 했지만, 흑룡의 견제로 인해 재윤은 안전지대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대체 언제까지 따라올 작정인 건가?’

그래도 다행히 코인만 떨어지지 않는 한 귀룡의 안전지대가 사라질 염려는 없었다.

흑룡의 방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귀룡은 묵묵히 나침반의 자침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 * *

어느덧 하루의 시간이 지났다.

귀룡은 동력이 떨어질 경우 매우 느린 속도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 때의 속도는 대략 시속 4km 정도였다.

이때는 소진된 동력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하는데, 완전히 회복되려면 대략 6시간 정도 걸렸다.

그러나 멈춰서있으면 대략 3시간 정도면 동력이 모두 회복된다.

따라서 동력이 소진되면 일단 멈춰서 빠르게 동력을 회복하고 가는게 현명한 일이었다.

귀룡의 등은 사람 수백 명이 올라설 만큼 넓은 공간이며 파투스 회복 지대였다.

그것도 단순히 파투스만 회복 가능한 것이 아니라 희망 성처럼 특수한 공간이었다.

코인 나무 베르타에게 코인을 주고 각종 건물이나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것이다.

코인을 제법 들이면 작은 성채 규모의 요새나 혹은 고층 건물도 만들 수 있지만, 현재 탑승자가 불과 셋 뿐이라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각종 현대식 편의 시설들이 잘 갖춰진 작은 건물 하나만 설치했다.

아무래도 하루 이틀 이동할 것이 아니다보니 서로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는 분리된 개인 공간은 필수.

3층 저택형 건물로 3층은 루니스, 2층은 재윤이 썼다.

각 층에는 침실은 물론이고 거실, 욕실 등도 완벽하게 갖춰졌다.

전기 공급이나 상하수 시설은 파투스의 힘을 통해 알아서 해결되는 터라 신경 쓸 필요없었다.

그리고 1층은 종합 휴게 공간으로 베르타가 상주했다.

루니스 역시 뭔가를 먹고 싶으면 매번 재윤에게 부탁할 것 없이 1층으로 내려가 베르타에게 음식을 직접 주문하거나 혹은 식당에 진열된 다양한 음식들을 알아서 챙겨먹으면 되었다.

‘후! 그나저나 저놈이 대체 언제까지 쫓아올 생각인지 모르겠네.’

재윤은 건물 2층에 위치한 거실 소파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거실의 통유리창 밖으로 바깥 경치가 보였는데, 흑룡 데카투스가 낮게 날며 쫓아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젠장! 저놈 때문에 사냥을 할 수가 없으니 큰일이다.’

수시로 나가 놈을 쫓아버렸던 루니스도 이제는 포기한 모양인지 데카투스가 보여도 그러려니 했다.

재윤도 놈이 언젠가는 제풀에 지쳐 떨어질 거라 생각하고 신경쓰지 말자고 했지만, 이대로라면 영원히 쫓아올 기세였다.

‘어쨌든 또 하루가 지났네.’

지금도 귀룡은 계속 알 수 없는 숲지대를 이동 중이었다.

간혹 늪이나 강이 앞을 가로막기도 했지만 공중 부양 상태로 움직이는 귀룡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귀룡은 재윤의 명령에 의해 자동 주행 중이었다.

알아서 이동하다 동력이 떨어지면 멈추고, 그러다 동력이 회복되면 다시 이동했다.

안전지대가 형성되어 있으니 귀룡이 어디에 멈춰서던 상관없었다.

하루 2400코인씩 소모되는 코인만 신경쓰면 되는 것이다.

‘한숨 자고 일어나자.’

거실에 있던 재윤은 침실로 들어와 누웠다.

언제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하루 한두 시간의 수면은 취해주어야 하니까.

건물을 설치해놓으니 이동 중에도 쾌적한 휴식과 수면이 가능해 확실히 편하긴 했다.

그런데 재윤이 잠시 잠들었을까?

재윤은 갑자기 낯선 공간에 자신이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화려하고 으리으리한 규모의 널따란 방.

‘여긴 어디지? 웬 방이야?’

분명 잠들었는데 왜 이런 곳에 서 있는 것일까?

그때 신비한 자색 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재윤의 앞에 나타났다.

“당신은 누구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릴만큼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그녀는 재윤을 향해 오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인간! 그대는 이제 나 드로시아의 소유가 되었다.”

재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정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꺼져라.”

“말투가 매우 건방지구나. 그러나 아직 내가 누군지 모르고 있는 것 같으니 한 번은 용서해주마.”

“정체부터 밝혀라. 누구냐 넌?”

재윤은 냉소하며 물었다.

그런데 드로시아와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도무지 가슴이 진정되지가 않았다.

그녀는 옷이 야하거나 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서있는 것 자체로도 너무나 유혹적인 자태였다.

당장이라도 다가가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고 있는 중이었다.

이전에 마왕 데사오가 환상을 통해 유혹했을 때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 해도 재윤은 드로시아를 계속 보고 있으면 자신이 무슨 짓을 할지 자신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드로시아가 순식간에 나체 상태로 변했다.

재윤은 깜짝 놀랐지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몸이 눈부셔서가 아니다.

‘으으! 눈이 감겨지지 않아. 아니 몸을 움직일 수도 없다.’

석화의 저주라도 걸린 것일까?

이제는 말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드로시아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녀의 얼굴을 재윤의 얼굴 가까이 가져오며 말했다.

“이제 알겠니? 넌 나를 거부할 수 없다, 인간.”

그 말과 함께 드로시아는 재윤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온몸이 마치 가위에라도 눌린 듯 움직이지 않으니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와 입맞춤을 하는 동안 정신이 점점 흐릿해져갔다.

강하게 버티고 있던 의지의 한 축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

이대로라면 그녀가 무엇을 원하든 다 들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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