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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15화 (115/200)

115화.  < 비밀을 풀어라 (2) >

[4] [ ] [ ]

[ ] [ ] [ ]

[ ] [ ] [ ]

9칸 중 좌상단에 있는 곳에 전설의 피를 부으니 4개의 빛이 나타나 반짝이고 있었다.

"이게 뭘까요?”

"이것만으로는 뭔지 알 수 없다, 인간.”

루니스와 베르타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재윤은 전설의 피를 다시 꺼내 그 옆 칸에 부어봤다.

주르륵.

그런데 방금 전과 달리 그곳엔 아무런 빛도 나타나지 않았다.

동시에 들리는 알림.

[비밀을 드러낼 수 없는 곳입니다.]

‘뭐야?’

비밀을 드러낼 수 없다니.

그럼 공연히 전설의 피 1병만 날렸다는 얘기였다.

재윤이 그 말을 하자 루니스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그럼 그곳은 그대로 두고 다른 칸을 계속 살펴보는 게 좋겠어요. 그런데 전설의 피가 또 있나요?”

“피야 충분합니다만.”

그래도 왠지 아깝긴 했다.

물론 다른 방법이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주르륵.

곧바로 그는 우상단의 칸에 피를 부었다.

[전설의 피가 비밀을 드러냅니다.]

이번에는 그와 함께 2개의 빛이 나타나 반짝였다.

[4] [ ] [2]

[ ] [ ] [ ]

[ ] [ ] [ ]

역시 뭔지 알 수 없었다.

재윤은 그냥 나머지 6칸에도 모두 전설의 피를 한 병씩 부었다.

그러자.

[4] [ ] [2]

[ ] [ ] [ ]

[8] [ ] [6]

그 중 4개의 칸에만 빛들이 나타나 반짝였고, 나머지 5칸에는 비밀을 드러낼 수 없는 곳이라는 알림만 들려왔다.

그러나 이렇게 보니 뭘 해야할 지는 분명해졌다.

“빛들이 없는 다섯 개의 칸. 그곳에 골렘의 조각들을 하나씩 배치하는 게 아닐까요?”

재윤의 말에 루니스와 베르타 모두 그럴 듯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뭔가 비밀이 풀리는 것 같군요.”

“대단하다, 인간. 그동안 열심히 피를 뽑더니 이런 식으로 보상을 받는구나.”

재윤은 미소 지었다.

“글쎄! 아직 보상이라고 할 건 없어. 비밀은 완전히 풀린 게 아니니까.”

문제는 그냥 비어있는 5개의 칸에 골렘의 조각들을 무작위로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런 거라면 수수께끼같은 문구가 나와 있을 리 없을 테니까.

푸른 숲에 해가 뜨니 아홉 마리 붉은 새가 운다.

설원에 해가 지니 하나의 하늘에 어둠이 밀려온다.

“혹시?’’

재윤은 문구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루니스가 눈을 반짝였다.

“혹시 뭐죠? 뭔가 생각이 떠올랐나요?”

“푸른 숲에 해가 뜨니라고 나와 있잖아요. 해가 뜨는 건 동쪽을 의미하고, 푸른 숲은 청금석 아닐까요?”

“뭔가 그럴 듯하군요.”

그 말을 듣자 베르타도 뭔가를 추정해냈다.

“인간, 그대의 말대로라면 설원에 해가 지니 또한 해석이 된다. 설원은 백색이니 금강석을 의미하고, 해가 지는 곳은 서쪽이겠지.”

“맞아. 틀림없어.”

재윤은 이제야 뭔가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막연했던 골렘 조각들의 배치에 대한 비밀이 풀리고 있었으니까.

백색의 금강석 골렘은 서쪽.

푸른색의 청금석 골렘은 동쪽.

[4] [?] [2]

[금] [?] [청]

[8] [?] [6]

물론 아직 배치한 것은 아니었다.

하나라도 잘못 배치할 경우 다섯 개의 조각이 모두 사라진다고 했으니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홉 마리 붉은 새가 운다.

하나의 하늘에 어둠이 밀려온다.

이제 이 문구들만 해석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머리만 지끈거릴 뿐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루니스가 말했다.

“아홉 마리 붉은 새에서 붉은 새는 홍옥석이겠죠. 그런데 아홉은 뭘 의미할까요?”

재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하나의 하늘에 어둠이 밀려온다에서 어둠은 흑옥석인 것 같은데, 하나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홍옥석 골렘 조각과 흑옥석 골렘 조각의 위치를 알려주는 건 분명해보였다.

나머지 하나의 위치는 그 두 개의 위치만 정해지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니 굳이 힌트가 필요없을 것이다.

“쿠우우우우어어어어!”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거대한 포효!

흑룡 데카투스가 분명했다.

루니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녀석이 또 나타났군요. 곧 이 안으로 들어올 텐데 서둘러야겠어요.”

“그 큰 덩치를 가진 놈이 동굴에 들어올 수 있을까요?”

“흑룡이 인간처럼 변신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죠. 본신일 때보다 약해지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는 수준이에요.”

그렇다면 서둘러야 할 것이다.

재윤은 비장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은 북쪽일 겁니다. 아홉이 뭔지는 모르지만 왠지 반대쪽인 것 같으니 남쪽일 거고. 따라서 북쪽에 흑옥석, 남쪽에 홍옥석일 겁니다. 비어 있는 건 중앙이니 거긴 황금석이겠죠.”

[4] [흑] [2]

[금] [황] [청]

[8] [홍] [6]

이것이 재윤의 주장이었다.

루니스와 베르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이 순간에는 재윤의 주장이 제일 그럴 듯해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루니스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재윤을 존경스럽다는 듯 쳐다봤다.

“과연 운명의 나침반의 주인답군요. 확신이 왔다면 망설이지 말고 그렇게 배치하세요.”

“알았습니다.”

재윤은 즉각 아공간에서 다시 골렘의 조각들을 꺼내 그렇게 배치했다.

그 순간.

[배치가 잘못되었습니다.]

[조각이 파괴됩니다.]

알림과 함께 다섯 개의 조각이 모두 연기가 되어 흩어져버렸다.

“이런!”

“아앗!’’

모두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재윤은 허탈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끝장인 건가.’

단 한 번뿐인 기회라고 했는데.

나침반도 석상의 일부가 된 상태다.

이대로라면 어디로 가야할지도 알 수 없다.

게다가 흑룡이 동굴 안으로 들어오고 있으니 당장 살아날 걱정부터 해야 했다.

루니스가 다급히 외쳤다.

“걱정말아요. 일단 제가 녀석을 쫓아버리는 동안 당신은 뭔가 대책을 세워보세요.”

“혹시 골렘들이 또 있는 곳이 있을까요?”

“아마도요.”

“그럼 골렘을 또 잡아야겠습니다. 조각이 다시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좋은 생각이에요. 그럼 먼저 흑룡을 쫓아버린 후 나가서 함께 골렘을 찾아보죠. 일단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네, 부디 조심하세요.”

루니스가 흑룡과 싸우는 데는 재윤이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다.

그 동안 이 수수께끼의 비밀이나 풀어보기로 했다.

분명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4] [ ] [2]

[ ] [ ] [ ]

[8] [ ] [6]

다시 원점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가만? 이거 혹시?’

재윤은 문득 한 가지가 떠올라 실소를 흘렸다.

‘그러고 보니 이거 마방진 아니야?’

마방진(魔方陣).

자연수를 정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해 가로, 세로, 대각선의 숫자가 모두 일치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마방진이다.

9칸이니 3차 마방진.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쓴다면 각 배열의 합은 15다.

재윤은 4차 이상의 마방진은 잘 모르지만, 3차 마방진은 몇 번 본 적 있어 그것을 배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4] [9] [2]

[3] [5] [7]

[8] [1] [6]

그러고 보니 네 귀퉁이의 별들이 반짝이는 숫자가 3차 마방진의 배열과 정확히 일치했다.

‘아, 이게 왜 지금 떠오르는 거야?’

감춰졌던 다섯 개의 칸도 사실상 숫자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봤더니 마방진만 떠올렸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한 개의 하늘은 1을 의미하고, 아홉 마리의 새는 9.

결국 흑옥석과 홍옥석의 배치가 거꾸로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 다섯 개의 색이 다섯 방위를 뜻하는 오방색(五方色)을 의미하고 있으니, 흑색이 북쪽이 되어야 한다.

[4] [남] [2]

[동] [중] [서]

[8] [북] [6]

그렇게 되면 동서의 방향도 반대로 조정해야 한다.

[4] [홍] [2]

[청] [황] [금]

[8] [흑] [6]

결국 이렇게 배치해야 했다.

마방진을 몰라도 오방색의 방위만 떠올렸으면 쉽게 풀 수 있는 퍼즐이었던 것이다.

재윤은 머리를 쳤다.

왜 아까는 이 생각이 안 났을까?

조각이 부서지고 나서야 생각나다니!

‘어쨌든 이제 조각들만 다시 구하면 된다.’

그보다 대체 이 거북 석상에 무슨 대단한 힘이 숨겨져 있기에 이런 퍼즐까지 만들어 놓은 것일까?

재윤처럼 전설 등급의 피를 가진 자가 아니면 이 거북 석상의 등에 퍼즐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을 것이다.

“표정이 밝아진 걸 보니 해답을 찾았나 보구나, 인간.”

“그래. 이번에는 정답을 찾았다.”

베르타의 말에 재윤은 자신있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암흑검을 손에 쥐고 루니스가 신호를 보내오길 기다렸다.

거센 포효와 폭음이 울리는 걸 보니 동굴의 초입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것 같았다.

‘저러다 동굴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큰일인데.’

다행히 소리는 점점 멀어져갔다.

인간으로 변신 상태의 흑룡은 본신보다 전투력이 약하다고 했으니 루니스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재윤은 조심스레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콰르르르! 콰아앙!

스파파팟! 콰콰쾅!

그 사이 흑룡과 루니스는 밖으로 나가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자 루니스가 엉망이 된 몰골로 재윤 앞에 나타났다.

“일단 쫓아버렸어요. 하지만 쉽게 포기할 녀석이 아니라 금방 또 돌아올 거예요.”

“골렘들을 서둘러 찾아보죠.”

재윤은 그녀에게 생명력 물약을 내주며 말했다.

루니스가 끄덕 이고는 재윤을 동굴 밖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재윤이 나오자마자 달아났던 흑룡 데카투스가 다시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쿠우우우우어어어어!”

검은 날개를 펄력이고 있는 데카투스의 시선은 재윤을 향하고 있었다.

번쩍! 파지지직!

곧바로 놈의 두 눈에서 푸른 번개가 쏟아져나왔다.

루니스가 재빨리 검막을 펼쳐 재윤을 보호했다.

“안 되겠어요. 다시 안으로 들어가요.”

어쩔 수 없이 재윤은 동굴로 피했다.

그런 식으로 흑룡이 방해를 하자 재윤은 동굴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멀리 골렘들의 모습이 하나 둘 눈에 띄었지만 그림의 떡일 뿐.

그렇다고 루니스 혼자 가서 골렘을 해치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재윤과 같은 드롭템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느덧 한나절이 지났다.

재윤은 그 사이 재사용시간이 돌아온 크로거 군장의 천막을 동굴 입구에 설치했다.

“이곳을 거점으로 저놈을 좀 더 과감하게 공격해보세요.”

“좋은 생각이군요.”

안전지대에서 금방 체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되자 루니스는 몸을 사리지 않고 그녀의 필살기를 펼쳐 흑룡 데카투스를 공격했다. 까마득한 상공까지 날아올라 거대한 공간을 반쪽내버리는 듯한 그녀의 검격 앞에 데카투스는 결국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며 도주하고 말았다.

“됐어요. 지금입니다.”

루니스의 신호를 받은 재윤은 즉각 그녀와 함께 골렘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저기 황금석 골렘이 있군요. 그 옆에 흑옥석 골렘도 있어요.”

루니스가 빠르게 가서 골렘의 방어력을 깨뜨렸고, 재윤이 마무리했다.

[황금석 거대 골렘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흑옥석 거대 골렘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골렘의 조각이 들어왔다.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한 번에 같은 조각은 1개 이상 보관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저쪽에 나머지 세 종류의 골렘이 있네요. 시간이 급하니 제 손을 붙잡아요.”

루니스가 재윤의 손을 잡고 살짝 한 걸음 내딛는 순간 1백 미터가 넘는 거리를 단번에 주파했다.

한 걸음에 1백여 미터씩, 그녀는 순식간에 5백여 미터를 이동한 후 금강석, 홍옥석, 청금석 골렘을 하나씩 공격해 방어막을 깨뜨렸다. 재윤은 즉각 놈들을 처치해 조각을 얻었다.

이로써 다시 5개의 조각이 모였다.

“서둘러요. 놈이 또 나타났어요.”

그 사이 다시 상공 먼 곳에 흑룡 데카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전에 쫓겨가 놓고 벌써?

‘정말 끈질긴 놈이군.’

루니스의 빠른 이동기 덕분에 데카투스가 오기 전 재윤은 안전지대 천막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저는 여기서 저놈을 상대하고 있을 테니 어서 가서 조각을 배열해봐요.”

“그러죠.”

재윤은 동굴 안쪽으로 빠르게 뛰었다.

이번에는 분명 성공할 것이란 확신이 들지만, 그래도 또 모르는 일이었다.

실패하면 나가서 또 골렘을 잡아야 한다.

성공할 때까지 끝없이 그 작업은 반복이 될 것이다.

잠시 후 동굴의 끝에 도착한 재윤은 거북 석상의 등에 아까 생각해 놓은 배열대로 골렘의 조각들을 배치했다.

[4] [홍] [2]

[청] [황] [금]

[8] [흑] [6]

그러자 곧바로 다섯 개의 조각들이 환한 빛에 휩싸였다.

[고대에 흩어진 다섯 개의 조각들이 모였습니다.]

[잠자던 고대의 힘이 깨어납니다.]

성공이었다.

‘역시!’

재윤은 쾌재를 불렀다.

바로 그 순간 다시 들려오는 알림.

[운명의 귀룡이 눈을 뜹니다.]

그와 함께 거북 석상의 머리 부분에서 푸른 색의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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