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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13화 (113/200)

113화.  < 용사와의 동행 (2) >

“인간, 일어날 시간이다.”

베르타의 말에 재윤은 잠에서 깨어났다.

1시간이 약간 안 되는 짧은 수면이었지만 그래도 거뜬했다.

루니스는 아직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재윤은 깨우지 않았다.

안전지대가 사라지려면 아직 10분이 남았으니 좀 더 자게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였다.

‘하긴 몇 날 며칠을 잠을 자지 않았을 테니 많이 피곤하겠지.’

그나저나 대체 이곳은 어디일까?

그저 나침반이 알려준 게이트를 따라 이동해왔을 뿐 이곳이 어딘지는 알 방법이 없었다.

‘대체 언제쯤 나침반이 날 부모님이 있는 곳으로 날 안내해줄까?’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이 있듯이, 재윤은 가면 갈수록 무서운 괴물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걸 느끼고 있었다.

흑화 용사, 사악한 용, 그리고 마왕까지.

이토록 험한 세상이다보니 더욱 부모님이 걱정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안전지대 기적의 아파트에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만 보고도 정말 기적같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희망 성에 있는 500여 명의 사람들을 보고는 뭐라 표현할 수 없을만큼 놀라운 기적이라 여겼다.

그러나 도시 초승달을 보면 앞의 것들은 기적이라 부를 것도 없었다.

이 험악한 세상에 1만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생존해 있는 도시가 있었으니까.

따라서 어딘가 또 그같은 곳들이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생존해 있고, 또 재앙과 맞서 싸우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 가운데 부모님들도 살아계실 거고 말이다.

‘제가 반드시 찾아갈 테니 꼭 살아계세요.’

잠깐 부모님들을 떠올리니 더욱 그리워졌지만, 이제 그보다는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시급했다.

생각보다 지금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안전 지대의 방향을 알 수 없다고 나오는 건 처음이다.’

안전지대의 주인은 어디서든 안전지대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도시 초승달은 물론이고, 기적이나 혜미와 같은 곳의 위치를 어디서든 알 수 있어 설령 길을 잃더라도 안전지대는 찾아갈 수 있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안전지대의 위치가 나타나지 않았다.

각 안전지대의 세부설명창에 나와 있는 위치 정보에 모두 [알 수 없음]이라고 떠 있었던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어디서든 관리자들과 통신이 가능했는데, 그 또한 불가능했다.

여러모로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침반의 자침은 여전히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

이조차도 없다면 어디로 가야할지 정말 막막할 것이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나침반이 날 이곳으로 안내한 이유 말이야.’

일단 용사 루니스를 구하라고 했던 것 같았다.

루니스를 구해준 순간 자침에서 붉은 빛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재윤이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루니스는 죽었을 수도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지닌 용사라 해도 인간인 이상 굶주림과 수면부족 앞에서는 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안전지대 생성이 가능한 크로거 군장의 천막이야말로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안전지대 보호막의 지속 시간이 좀 길었으면 좋겠는데.’

그저 휴식만 취한다면 4시간이 절대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흑룡 데카투스와 같은 무서운 괴물이 있는 곳에서는 휴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용도다.

안전지대 보호막의 지속 시간이 길수록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덕분에 잘 잤습니다, 강재윤 님.”

그때 루니스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 역시 용사인 만큼 불가사의한 체력의 소유자였다.

약간의 수면으로도 금세 컨디션을 회복한 듯했다.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안전지대 밖을 나가 주변을 살피고는 말했다.

“다행히 데카투스는 돌아오지 않았군요. 그놈이 다시 올 수도 있으니 주의해서 이동하는 게 좋겠습니다.”

“예. 그럼 간단하게 먹고 출발하죠.”

재윤은 김밥 한 줄과 따뜻한 차를 그녀에게 건넸다.

“고마워요. 당신이 옆에 있으니 식량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어 좋군요.”

“물론입니다. 제가 있는 한 그런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재윤도 김밥 한 줄과 차로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크로거 군장의 천막을 접어 아공간에 넣었다.

그리고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잠시 이동했을까?

“쿠우우우우우!”

돌연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흔들리더니 바닥을 뚫고 뭔가가 솟아 올랐다.

신장이 10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인.

거인의 몸체는 크고작은 수많은 황금빛 돌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두 눈은 검은색의 화염이 타오르는 듯 이글거리고 있었다.

“데카투스의 황금석 골렘이에요. 생김새만 그럴 듯하지 별 것 아닌 녀석이죠.”

흑룡 데카투스의 부하답게 엄청난 괴물이었다.

그러나 루니스가 별 것 아니라고 하니 재윤은 앞으로 나서 놈을 공격해봤다.

‘검기파!’

암흑검에서 검은 빛이 쏘아져나가 황금석 골렘의 목을 강타했다.

파악!

그러나 놈은 검기파에 맞고도 흠집조차 없었다.

‘이런!’

최강의 필살기를 맞고도 꿈쩍도 하지 않는 녀석을 보고 별것 아니라고?

곧바로 루니스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데카투스가 직접 방어막을 부여해 웬만한 공격은 통하지 않아요. 하지만 방어막만 깨뜨리면 쉽게 없앨 수 있어요."

그 말과 함께 그녀는 번개처럼 앞으로 달려가 황금석 골렘을 검으로 몇 번 가격했다.

콰아아앙! 쾅! 콰아앙!

귀를 찢을 듯한 폭음과 함께 황금석 골렘을 둘러싼 투명한 방어막이 찢겨 흩어지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쿠우우우우우!”

황금석 골렘이 분노한 듯 두 팔을 풍차처럼 휘둘렀지만 루니스는 뒤로 훌쩍 물러나 가볍게 피해버렸다.

그리고는 재윤을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괴물을 처치할수록 강해진다고 했죠? 제가 저놈을 요리한 후 넘길 테니 마무리해주세요.”

다 잡고 막타를 넘겨주겠다는 얘기다.

재윤이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해주면 저로서는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고맙긴요. 당신이 두 번이나 절 구해주셨는데 이런 도움이라도 드려야죠.”

그 말을 듣고 재윤은 혹시나 싶어 파티초대를 해보려했지만.

[파티가 불가능한 대상입니다.]

루니스와 파티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녀가 다잡고 막타를 넘기겠다니 그게 어디인가.

콰아앙! 촤가각! 콰콰앙!

그 사이 다시 푸른빛이 번개처럼 몇 번 번쩍이는가 싶더니 황금석 골렘의 두 팔이 잘려나갔고 다리도 부서졌다.

쿠우웅!

황금석 골렘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그러나 아직 죽은 것은 아니었다.

놈이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힘을 주자 끊어져나간 팔과 다리가 복원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이에요! 서둘러 저 놈의 머리를 공격하세요! 팔다리가 작동하지 않으니 걱정 말고요.”

그녀는 혹시라도 재윤이 다칠까봐 놈의 팔다리를 부숴놓은 모양이었다.

재윤은 즉각 필살기들을 아끼지 않고 황금석 골렘의 머리에 날려보냈다.

콰콰앙! 콰아앙!

그러나 그 정도로는 부서지지 않았다.

암흑검에 검기(Lv10)를 주입해 미친 듯 가격하자 비로소 머리에 균열이 일더니 그대로 부서져 내렸다.

[3000코인을 얻었습니다.]

[황금석 거대 골렘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거대 골렘에 대한 E급 지식을 얻었습니다.]

전투력에 비해 코인은 매우 적은 편이었다.

물론 꼭 강한 괴물이라고 해서 더 많은 코인을 주는 건 아니었다.

코인은 적은 대신 경험치를 더 많이 주거나 다른 드롭템이 더 나오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 황금석 거대 골렘의 조각

-설명 : 어디에 쓰는지 알 수 없다.

루팅 일꾼 베르타가 주워 아공간에 넣어놓긴 했지만 용도를 알 수 없는 드롭템이었다.

‘혼자서 잡으려면 꽤 오래 걸리겠다.’

골렘의 움직임은 재윤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정도라 혼자서 처치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방어막을 깨뜨리는 데 한 세월이 걸릴 것이다.

루니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빠르게 처치하기란 불가능한 일.

재윤은 루니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코인과 경험치를 얻었네요.”

재윤이 누군가의 도움을 얻어 이런 식으로 쉽게 괴물을 처치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항상 다른 각성자들을 도와 그들의 레벨을 올려준 적은 많았지만 말이다.

“당신이 강해지는 건 이제 당신만의 일이 아니랍니다. 저와도 관계가 있어요. 당신이 빨리 강해질 수 있도록 제가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루니스는 정체불명의 게이트를 통해 흑룡이 지배하는 괴상한 공간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로인해 흑화 용사 아르데아를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안타까웠지만, 대신 그녀는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재윤을 강하게 만드는 것!

그럼 흑화 용사 아르데아를 보다 빨리 쓰러뜨려 피 그림자 재앙을 제거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도와주신다면 환영이죠.”

재윤은 기꺼이 그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이런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최대한 빨리 레벨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재앙을 그만큼 빨리 파괴할 수 있을 테니까.

“저쪽에 청금석 골렘이 있어요.”

루니스가 그 사이 또 다른 골렘을 발견했다.

푸른색 돌로 이루어진 거대 골렘!

전투력은 황금석 골렘과 비슷했다.

루니스가 방어막을 깨뜨려주니 어렵지 않게 처치할 수 있었다.

[3000코인을 얻었습니다.]

[청금석 거대 골렘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거대 골렘에 대한 D급 지식을 얻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조각이 드롭템으로 들어왔다.

* 청금석 거대 골렘의 조각

-설명 : 어디에 쓰는지 알 수 없다.

그 사이 루니스는 멀리 있는 또 다른 골렘들을 발견해 달려갔다.

붉은 빛의 반짝이는 돌로 만들어진 골렘.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백색의 골렘도 보였다.

또한 흑색 거대 골렘도 모습을 드러냈다.

“여긴 온통 골렘 소굴이군요.”

"데카투스가 오기 전에 빨리 처치해야 해요.”

“그럼 방어막만 깨뜨려주세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알았어요”

루니스는 재윤의 전투력이 결코 낮지 않다는 걸 이미 간파했다.

골렘들 정도는 재윤이 혼자서도 충분히 처치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다만 그녀가 방어막을 깨뜨려주면 보다 빨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갈게요.”

그녀는 가히 광속의 속도로 거대 골렘들의 방어력을 깨뜨렸고 재윤은 그녀를 뒤따르며 마무리를 했다.

점점 요령이 붙다보니 속도도 빨라졌다.

이 거대 골렘들은 도합 다섯 종류였다.

황금석 골렘

청금석 골렘

홍옥석 골렘

금강석 골렘

흑옥석 골렘

특이한 것은 각 거대 골렘의 조각은 각각을 해치울 때 처음에만 드롭하고 두 번째부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 용도를 알 수 없는 조각은 단 하나씩만 아공간 인벤토리에 보관되어 있었다.

어느덧 수십 마리도 넘는 거대 골렘들이 박살났을 무렵.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쟁신의 검술이 Lv63이 되었습니다.]

레벨 상승!

생각보다 빠른 레벨업이었다.

골렘들이 제법 많은 경험치를 준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개체수가 많지 않았다.

레벨이 오른 후 다시 세 마리를 처치하고 나자 더 이상의 골렘은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덕분에 거대 골렘에 대한 B급 지식을 얻었다.

“이제 어느 쪽으로 가야하죠?”

“저쪽입니다. 나침반이 저기 있는 동굴을 가리키고 있군요.”

골렘들을 처치하면서도 재윤은 계속 나침반의 방향을 확인했다.

그런데 골렘 소굴을 지나자 멀리 깎아지른 듯한 암벽이 앞을 가로막았는데, 그 아래 커다란 동굴이 하나 보였던 것이다.

“동굴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 제가 먼저 들어가볼게요.”

루니스가 동굴 쪽으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쿠우우우우어어어!”

갑자기 상공에서 우레같은 포효가 울렸다.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나타난 거대한 용!

흑룡 데카투스였다.

“감히 나의 부하들을 죽이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그와 함께 데카투스가 입을 벌려 검붉은 화염 폭풍을 쏟아냈다.

콰아아아!

화르르르르!

반경 수십미터의 화염이 휘돌며 날아드는 순간 루니스가 번개처럼 달려와 재윤을 동굴 쪽으로 던져넣었다.

“어쩔 수 없군요. 일단 동굴 안으로 먼저 들어가 있어요. 저는 저놈을 쫓아버린 후 뒤쫓아갈게요.”

곧바로 그녀는 동굴 앞에서 검막을 펼쳤다.

검막이 형성한 방어막이 화염 폭풍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걸 막아주었다.

‘최대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재윤은 동굴 안쪽으로 달려갔다.

루니스가 막대한 마나를 소모해 검막을 펼친 건 화염 폭풍의 열기로부터 재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재윤이 동굴 입구에서 멀어지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

“크키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들어오는 것이냐?”

“침입자를 죽여라!”

“크아아아!”

그런데 예상대로 동굴 안에도 괴물들이 있었다.

잿빛의 피부에 작달만한 키를 가진 10여명의 녀석들.

‘고블린?’

그 기세가 가히 다크 엘프들을 능가했다.

하긴 흑룡 데카투스의 부하들이니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고블린에 대한 S급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재윤에게는 가소로운 존재들일 뿐이다.

촤촥! 파파-앗一

“꾸아아악!”

“꾸에엑!”

재윤의 암흑검이 번쩍일 때마다 고블린들의 목이 잘려나가고 허리가 동강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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