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 안전지대 초승달 (1) >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쟁신의 검술이 Lv61이 되었습니다.]
[마족화된 각성자에 대한 S급 지식을 얻었습니다.]
[마족에 대한 공격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최재형을 쓰러뜨리자 다시 레벨이 한 단계 상승했다.
S급 지식 획득!
덕분에 마족에 대한 공격력 소폭 상승이라는 특수 효과를 얻게 됐다.
재윤은 지체없이 최재형이 들고 있던 석상을 암흑검으로 내리쳤다.
콰아앙!
석상은 그대로 먼지가 되어 부서졌다.
[당신은 재앙을 조건부로 파괴했습니다.]
[도시 초승달 상공의 구름 폭풍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재앙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습니다.]
[던전이 초기화되면 재앙 또한 재생성됩니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비록 최종 보스인 최재형을 쓰러뜨리고 그가 지키던 석상을 파괴했지만, 아직 10층 던전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서 재앙이 제거되지 않았다.
재앙을 완전히 파괴하려면 마족화된 각성자들을 마저 죽여야 한다.
이윤지와 조영훈을 말이다.
“강재윤 씨! 정말 대단해요. 우리는 당신을 돕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당신이 최재형을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고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조영훈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윤지는 만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놈을 죽여줘서 고맙습니다. 이제 저희들 차례이겠군요.”
이윤지의 그 말에 조영훈 또한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는 이내 체념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강재윤 씨. 비록 저는 최하급 마물이 되겠지만 그래도 당신을 도운 것 조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재윤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들이 나쁜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그럼 제가 아무런 망설임없이 죽일 수 있을 테니까요.”
진심이었다.
재윤은 이윤지와 조영훈을 죽여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다.
비록 마족화로 인해 괴물이 되었지만 저들은 누구보다 용기있고 멋진 각성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을 죽이지 않으면 이 도시는 당장 구름 폭풍에 무너지지 않는다 해도, 결국 피 그림자의 재앙에 멸망하고 말 것이다.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생명이 달린 일.
도시 초승달의 주인인 그로서는 절대 망설여서는 안 될 것이다.
‘아직 초기화되려면 시간이 남았다.’
미로에서 헤맨 것이 아니다 보니 반나절도 안 되어 던전을 통과했다.
그래서 재윤은 이윤지 등에게 조금이라도 위로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은 구름 폭풍이 사라진 상태라 밖의 각성자들도 한숨 돌리고 있을 테니 조금 더 늦게 던전을 통과해도 별 문제는 될 것 없었다.
“이런 것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혹시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그러자 이윤지와 조영훈이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쳐다봤다.
재윤이 미소 지었다.
“웬만한 건 다 됩니다. 술이 먹고 싶다면 그것도 가능하고, 짜장면이나 치킨, 혹은 삼겹살같은 고기도 가능합니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지 모르지만 마지막으로 술 한 잔 마시고 가면 소원이 없겠군요.”
“저는 담배 한 대만. 소주도 좋고요. 안주는 필요없습니다.”
둘 다 안주 없이 그냥 술 한 잔만 마시고 싶다고 했다.
하긴 곧 죽는 판에 음식이 들어갈 리가 없을 것이다.
맨정신으로 죽을 수 없으니 술이라도 취한 상태에서 죽겠다는 것.
‘후우!’
솔직히 재윤도 맨정신으로는 저 둘을 죽이지 못할 것 같았다.
사형집행인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그간 인간말종이라 판단한 사람들을 여럿 죽였을 때도 솔직히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하물며 이윤지와 조영훈은 인간말종이 아니다.
약간의 과오는 있을지언정 그들의 공만 따지면 도시 초승달에 있는 어떤 각성자들보다 높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이 도시를 구한 영웅들인 것이다.
저들이 아니었다면 재윤이 최재형을 해치우고 재앙의 석상을 파괴하지 못했을 테니까.
그런 영웅들을 잠시 후면 재윤의 손으로 죽여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맨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럼 한 잔씩 하죠. 베르타 부탁해.”
“그러지.”
베르타는 술을 마실 수 있게 테이블 하나를 놓았다.
소주 한 병과 잔 네 개.
그리고 담배 한 갑과 라이타, 재떨이까지.
그러고 보면 그에게는 없는 것이 없었다.
“정말 이게 가능하다니!”
“기대 안하고 해본 말이었는데 어떻게 이게?”
순간 마족화된 조영훈과 이윤지의 신장이 평범한 인간의 크기로 작아졌다.
마족화가 되면서 자연스레 생긴 능력인 듯했다.
그래서 그들은 편하게 테이블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재윤이 그들에게 한 잔씩 따라주자 이윤지가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강재윤 씨! 지금의 기억이 유지될 지는 모르지만 당신의 마지막 호의를 절대 잊지 않을게요.”
그 사이 담배 한 대를 입에 베어 문 조영훈은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그는 회한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처음부터 당신같은 분을 만났으면 우리가 이런 꼴이 될 리는 없었을 텐데 아쉽네요.”
재윤은 끄덕였다.
“당신들은 이 도시를 구한 영웅들입니다. 도시에 있는 모두에게 알려 당신들을 영원히 기억하게 하겠습니다.”
그로서는 이런 말밖에 해줄 것이 없었다.
그는 옆에서 말없이 침울한 표정으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베르타를 향해 말했다.
“혹시 새로운 고급 정보같은 거 없나 찾아봐.”
“벌써 찾아봤다, 인간.”
베르타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로서도 별 방법이 없다는 뜻.
‘젠장!’
재윤은 말없이 이윤지와 조영훈의 잔을 따라줬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을 한동안 들어줬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들은 잔을 내려놨다.
“이제 그만 끝낼 때가 된 것 같군요.”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조영훈과 이윤지가 눈을 감았다.
재윤은 끄덕이고는 암흑검을 빼들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재윤의 앞에 흐릿한 빛이 모여들더니 이내 선명한 빛의 형체로 화했다.
날개를 가진 천사 형상의 소녀.
다름아닌 도시 관리자 이예은이었다.
“잠깐만요, 대표님! 이분들을 죽이지 않고도 재앙을 파괴할 방법을 찾았어요.”
다급한음성.
그 말에 재윤의 두 눈이 커졌다.
“그 방법이 뭔데? 혹시 본래의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어?”
“그건 불가능해요. 이미 이분들은 인간으로는 죽은 자들입니다.”
이미 죽은 자들.
아무리 운명의 힘이 가진 특별한 수호자인 이예은이라 해도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었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그것은 운명의 힘을 거스르는 일.
그러나 이대로두면 이윤지 등은 최하급 마물이 되어야 한다.
마족의 권속이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방법이 있지?”
“마족의 사악한 힘으로부터 이분들을 지키려면 파투스의 힘으로 던전과 일체화시키는 방법 뿐이에요.”
“던전과 일체화?”
“그렇지 않아도 던전 관리자가 필요했는데, 이분들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럼 마계로 끌려가 마물이 되지않아도 된다는 뜻이야?”
이예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 관리자가 되는 순간 이분들은 이 도시 안에서는 자유롭게 지낼 수 있죠. 이제 곧 파투스의 힘에 의해 안전 지대가 생성되니 마족들이 무슨 수를 써도 이분들을 끌고갈 수 없고요. 더 이상 괴물이 아니니 10층 던전의 토벌도 즉각 완수될 수 있습니다.”
그때 이윤지와 조영훈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자신들이 마계로 끌려가 마물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 때문이었다.
그들은 믿기지 않았다.
“정말인가요, 천사님?”
“우리가 마물이 되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천사님?”
그들의 눈에는 이예은이 실제로 천사처럼 보였다.
이예은이 미소 지었다.
“저는 천사가 아니라 도시 초승달의 관리자랍니다. 그리고 안심하셔도 돼요. 안전지대가 생성되면 마족이 아니라 마왕도 당신들을 어쩌지 못하거든요.”
“정말 그게 가능하다면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다만 아셔야 할 것이 있어요. 던전 관리자가 되면 당신들은 도시 초승달의 일부나 마찬가지라 저처럼 이곳 도시를 벗어날 수 없어요. 이곳 도시와 운명을 같이해야 한다는 뜻이죠.”
영원히 도시 초승달에서만 지내야 한다는 뜻.
“마물이 되는 것보다는 수만 배 나은 일이에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러자 이예은이 끄덕였다.
“그럼 이제 당신들이 던전 관리자로서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맹약을 해야 합니다.”
“맹약이야 어렵지 않지만 과연 저희들이 던전을 관리할 수 있을까요?”
“던전 관리자가 되는 순간 특별한 능력들이 부여되니 충분히 가능해요.”
“특별한 능력이 뭐죠?”
그러자 이예은은 던전 관리자가 뭔지 한동안 그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줬다.
던전에서 죽은 각성자들을 부활시켜주거나 각성자들의 수준에 따라 던전의 난이도를 조절할 수도 있는 등 던전 관리자가 할 수 있는 건 많았다.
“던전 관리자가 있으면 각성자들이 안정적으로 레벨을 올릴 수 있게 되니 도시의 힘은 더욱 강력해지죠. 자부심을 가져도 된답니다.”
“그렇군요.”
그들이 충분히 이해하자 이제 때가 되었다는 듯 이예은은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이제 묻겠습니다. 당신들은 도시 초승달의 주인이신 강재윤 대표님께 충성하고, 던전 관리자로서의 책무에 충실할 것을 맹약하겠습니까?”
어차피 그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대로 죽어 마계의 마물이 되느냐, 아니면 도시 초승달의 일부가 되느냐.
아쉽게도 평범한 인간처럼 될 수는 없는 운명.
그래도 도시 안에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던전 관리자로서 도시에 기여할 수 있었다.
“맹약하겠어요.”
“맹약하겠습니다.”
이윤지와 조영훈은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예은이 미소 지었다.
“이제 마지막 절차가 남았군요. 강재윤 대표님께서 직접 이 두 분을 던전 관리자로 임명해주셔야 해요.”
재윤은 끄덕였다.
희망 성에서는 흑요정의 분신이 던전 관리자였다.
이곳 초승달에서는 이윤지 등이 그 일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윤지 씨! 조영훈 씨! 당신들을 도시 초승달의 던전 관리자로 임명합니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이예은의 손에서 환한 빛이 쏟아져나가 이윤지와 조영훈의 몸을 휘감았다.
그와 동시에 알림이 울렸다.
[이윤지가 도시 초승달의 던전 관리자로 임명되었습니다.]
[조영훈이 도시 초승달의 던전 관리자로 임명되었습니다.]
이윤지와 조영훈의 몸이 본래의 인간 모습으로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는 인간처럼 작아지긴 해도 괴물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그들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전의 그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나왔다.
던전 관리자로서의 신비한 능력이 그들에게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대표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어요.”
“던전 관리자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들은 재윤을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재윤은 미소 지었다.
“잘 부탁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재윤의 귀에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알림이 들려왔다.
[당신은 던전 10층의 모든 괴물을 처치했습니다.]
[재앙을 파괴했습니다.]
[명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당신의 명성이 Lv8이 되었습니다.]
[전쟁신의 강림이 Lv8이 되었습니다.]
50레벨 재앙을 파괴한 덕분에 명성이 1단계 상승해 Lv8이 되었다.
동시에 특별한 상황에서만 발동하는 특화 능력인 전쟁신의 강림도 명성과 동일한 레벨로 상승했다.
[성주로서의 명성이 크게 올라 당신 소유 안전지대의 단계가 일제히 상승합니다.]
[안전지대 희망 성이 4단계(★)가 되었습니다.]
[안전지대 기적이 4단계(★)가 되었습니다.]
[안전지대 혜미가 3단계(★)가 되었습니다.]
......
각 안전지대들의 단계가 높아지며 보호막의 유지기간 및 수용 인원들이 대폭 늘어났다.
[10층 던전이 종료되었습니다.]
[던전에서 나갑니다.]
찬란한 빛과 함께 재윤은 던전 10층 게이트에서 나왔다.
이미 던전 대기실에는 각성자들로 바글바글했다.
상공의 구름 폭풍이 사라진 순간 그들은 재윤이 무사히 재앙을 파괴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던전 게이트 앞에 대기한 채 재윤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와아아아!”
“대표님이 지금 나오셨네요!”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대표님!”
“하늘의 재앙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재윤이 모습을 드러내자 각성자들이 환호했다.
그러나 그들의 놀람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도시 초승달이 5단계(★) 안전지대가 되었습니다.]
[안전지대 보호막이 생성되었습니다.]
이같은 알림은 재윤 뿐 아니라 도시에 있는 모두에게 들렸다.
신논현역의 상공을 중심으로 햇살처럼 뻗어나간 빛줄기가 도시를 환하게 밝혔다.
논현역과 강남역을 휘감았던 암흑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