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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01화 (101/200)

101화.  < 친구를 만나다 (2) >

재윤은 신논현역 근처의 건물 중 한 곳을 숙소로 정했다.

그곳은 던전 2층을 깨자 개조된 각성자 전용 건물로 코인을 내야 이용이 가능한 공간이었다.

아침까지 충분히 수면과 휴식을 취한 후 낭떠러지 아래 있는 괴물 사냥을 나섰다.

그곳의 괴물들은 아직 장예찬이 감당하기엔 위험했다.

또한 장예찬은 200미터가 넘는 절벽을 오르내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따라서 자정이 지나면 던전 1, 2, 3층을 함께 돌기로 하고 이곳은 재윤 혼자서 사냥을 나왔다.

‘자정이 되려면 아직 멀었으니 오늘은 이 밖의 괴물들을 싹 쓸어버리자.’

생존의 서에 나와 있는 절벽 아래 괴물들은 총 네 종이다.

그 중 재윤은 이미 삼두적린사와 베아투를 몰살시켰다.

이제 남은 건 두 종뿐.

각각 반나절씩 잡아도 한나절이면 충분한 시간이리라.

‘그나저나 그 사이 피 그림자 재앙이 숲을 또 침식해 들어왔네.’

절벽 아래 숲이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저 속도면 앞으로 얼마 안가서 절벽 아래쪽은 피 그림자 지대로 변하고 만다.

그리고 그 후에는 절벽 위쪽 숲을 침식해 들어올 것이고, 결국 도시도 피 그림자에 점령당하게 될 것이다.

‘안 되겠다. 일단 피 그림자 괴수 놈들부터 좀 처치해야겠어.’

그러나 피 그림자 괴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놈들은 재윤이 모습을 보이는 순간 이미 도주해버린 것일까?

그게 아니라 지금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용사 루니스가 흑화 용사를 쓰러뜨렸나 보군.’

흑화 용사가 쓰러진 후 부활하는 하루 동안 피 그림자 괴수들은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나마 그녀가 이런 식으로 견제를 하고 있어 이 정도지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이곳 숲도 진작 피 그림자 지대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내가 여기서 매일 지키고 있을 수도 없고.’

어차피 그건 쓸데없는 짓이다.

그 시간에 레벨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85레벨이 되어 흑화된 용사를 처치하는 것 외에 다른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니까.

‘일단 여긴 안전 지대만 만들어두면 된다.’

던전 10층을 깨 도시에 안전 지대가 생성되면 그때는 희망 성 안전 지대 등과 연결되게 될 것이다.

희망 성에서 시행한 코인 경제(Lv1)는 재윤의 모든 안전 지대에 영향을 미친다.

그때는 이곳 비각성자들도 코인을 얻을 수 있게 되고, 삶의 수준도 좋아질 것이다.

즉, 숲이 피 그림자로 뒤덮여도 안전 지대 안에서 얼마든지 모두 먹고 살 수 있다는 뜻.

재윤이 던전 10층을 통과하려는 이유는 레벨을 올리는 목적도 있지만, 안전 지대를 생성해 도시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함도 있었다.

무려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니까.

‘그보다 그 최재형이란 자가 조용히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재윤은 장예찬에게 최재형이 어떤 인간인지를 들었다.

최재형 같은 인간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은 절대 가만 놔두지 않는다.

그에게 대든 장예찬에게 해꼬지를 할 가능성도 있었다.

장예찬이 혼자 있다고 생각하면 더더욱.

그래서 제칸에게 경호를 맡겨뒀다.

혹시라도 놈들이 공격해오면 적당한 응징도 하라고 명령했다.

‘제칸이 괜히 라이칸슬로프 로드가 아니지. 그놈들이 멍청한 짓을 하면 오늘 악몽을 꾸게 될 거다.’

재윤은 그간 제칸을 지켜봐왔다.

그 앞에서는 순진할 만큼 어수룩한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제칸은 굉장히 영리했다.

이전에 다크 엘프들로부터 재윤을 구출할 때 동굴의 입구를 무너뜨려버리는 것 같은 순간 판단력!

그것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만약 최재형 등이 도발을 하게 되면 재윤이 직접 나서는 것보다 더 끔찍한 경고가 이루어질 것이다.

라이칸슬로프 특유의 잔혹성 때문에 말이다.

따라서 재윤은 괴물 사냥에 집중하기로 했다.

‘저기 괴물들이 있군.’

잠시 절벽 아래 숲을 뒤져보니 드디어 나머지 두 괴물종 중 하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징그럽게 생긴 초대형 벌레들.

해치워보니 거대 갑각충이라는 놈들이었다.

거대 갑각충은 숲뿐 아니라 절벽 아래 동굴을 파 서식하고 있었는데, 동굴이 워낙 많다보니 모조리 찾아 없애는 데 반나절이 넘게 걸렸다.

그래도 놈들의 개체수가 많고 보스 괴물들도 여러 마리라 몰살시키고 나니 레벨이 1단계 상승해 Lv54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정오가 지난 오후가 되었다.

레벨이 올라 재윤은 한껏 고무된 상태였다.

‘이제 마지막 놈들만 남았다.’

그러다 찾은 놈들은 거대 식충식물들.

크기가 최하 10미터도 넘는 식물형 괴물들이었다.

한곳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약점일 뿐 전투력만 따지면 거대 갑각충이나 베아투, 삼두적린사보다 한 수 위였다.

‘엄청난 크기네. 웬만한 괴물들도 저놈들에게 걸리면 꼼짝없이 잡아먹히고 말겠어.’

재윤은 차분하게 한놈씩 처치해나갔다.

* * *

한편 그때 최재형은 기분이 무척 들떠 있었다.

새벽부터 각성자들을 닦달해 던전 1, 2, 3층을 돈 덕분에 각성자들 중 다수가 레벨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 또한 레벨이 한 단계 상승해 41이 되었다.

“오늘 모두 수고했습니다. 푹 쉬었다가 자정이 지나 던전 리셋되면 바로 1층부터 4층까지 돌겁니다. 4층 마지막 보스는 뺄 테니 염려 마시고요. 밤 11시 40분까지 이 자리로 모여주세요. 그때까지 휴식 시간은 충분하니 잘 먹고 잠도 푹 자고 오시기 바랍니다.”

“예, 대표님.”

어제 무려 3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4층의 마지막 보스.

최재형은 마음 같아서는 내일도 그놈을 잡고 싶었지만 참았다.

경험치를 많이 주는데다 놈이 드롭하는 장비가 아주 쓸만하지만, 오늘도 강행해서 희생자를 냈다간 반발이 거셀 것 같아서였다.

‘제길! 다들 너무 몸을 사려서 탈이야. 독하게 밀어붙여야 빨리 레벨도 오르고 던전 10층을 깰 수 있을 텐데.’

그는 마음이 여러모로 초조했다.

‘그건 그렇고 어째서 그 분이 보이지 않는 거지?’

어제는 여러모로 흥분해서 잊고 있었지만 최재형은 항상 자신을 도와주던 잿빛 후드의 괴인이 사라져서 이상하게 여기는 중이었다.

‘그는 항상 같은 곳에 있었다. 나의 눈에만 보였고.’

강남역 인근 한 고층 빌딩의 옥상.

괴인은 항상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처음에는 그가 괴물인 줄 알고 경계했지만, 그는 한 번도 위협적인 모습을 보인적이 없었다.

오히려 최재형에게 각종 괴물을 잡는 요령을 알려줬고, 일정 시간 전투 능력을 펼쳐도 파투스가 소모되지 않는 괴상한 약도 줬다. 특히 그 약을 먹으면 괴물들의 공격에 데미지도 적게 받았다.

그 약 덕분에 최재형은 괴물들을 좀 더 쉽게 사냥했고, 다른 각성자들보다 레벨이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괴인의 지시에 의해 최재형은 그 약을 자신 말고도 10여명의 각성자들에게도 먹게 했다.

최재형의 심복과 같은 자들이었다.

그로인해 그 심복들이 최재형에 이어 모두 최상위 랭커들이 된 것이다.

이는 그들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대체 어디 간 건가? 설마 사라진 건가?’

다른 걸 떠나 그 약 때문이라도 괴인이 있어야 한다.

‘혹시 강재윤이라는 놈과 던전을 가지 않아서 화가 난 건 아니겠지?’

어제는 깜빡했지만 오늘은 그의 명령이 생각났다.

강재윤을 설득해 그의 심복 각성자들인 최상위 랭커들과 함께 강남역 던전에 들어가라는 것.

그러나 그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어째서 그놈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지? 설마 나대신 그놈을 선택한 건가?’

괴인이 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은 터라 최재형으로서는 그렇게밖에 생각이 되지 않았다.

“대표님!”

그때 버퍼 이윤지가 다가왔다.

그녀는 모든 각성자들이 선망하는 존재다.

직접 싸울 필요없이 각성자들에게 버프만 주고 안전한 곳에서 파티 경험치만 먹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르고 있을 뿐 그녀 역시 괴인이 준 약을 먹고 있는 최재형의 심복 중 하나였다.

“대표님, 장예찬이 지금 신논현역 근처에 있다는데요?”

그 말에 최재형의 인상이 살짝 일그러졌다.

“뭐야? 설마 그놈 그쪽으로 붙은 건가?”

“아직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그는 논현역 연합으로 갈거라 예상했는데 이상한 일이죠.”

“논현역 연합은 한심한 놈들의 집합소니 그놈도 내키지 않겠지. 아무튼 그놈이 어디로 가든 말든 신경쓸 것 없다. 이제 그놈은 우리랑 상관 없는 놈이니까.”

그러자 이윤지가 조금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신논현역 던전의 그 자들이 던전 2층도 깼나봐요. 그런데 장예찬이 그곳에 얼쩡대고 있으면 우리 각성자들 중 그와 친한 자들의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어요. 이러다 내일 그자들이 3층을 깨기라도 하면 어쩌죠?”

“2층과 3층은 차원이 달라. 두세 명이 깰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그건 최재형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소 5명 풀파티로 6개 파티는 가야 안정적인 곳이니까.

흡혈귀들이 득실거리는 3층 던전에는 보스급 괴물들이 한 곳에 있지 않고 돌아다닌다.

그 보스급 괴물들의 광역기는 무섭기 이를데 없어 처음 최재형 등도 한동안 고생했다.

논현역 연합의 허승우 등이 지금도 3층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건 바로 그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최재형은 왠지 장예찬이 괘씸했다.

어제 강남역 연합을 탈퇴한 후 논현역 연합도 아닌 바로 인근의 신논현역 근처에서 얼쩡댄다는 건 그에 대한 명백한 도전 행위나 마찬가지.

그대로 놔뒀다간 이윤지 말대로 각성자들 중 장예찬에 동조하는 이탈자가 생길 가능성도 있었다.

“주제파악도 못하는 놈이 감히! 적당히 손을 좀 봐줄 필요가 있겠군.”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대표님.”

조금은 음침한 인상을 주는 두 명의 남자.

이승준과 오재구였다.

그들 또한 최재형의 심복으로 그를 제외하면 강남역 연합에서 가장 강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일에 대표님이 직접 나서는 건 보기 좋지 않은 일입니다.”

“저희들이 알아서 그놈을 처리하겠습니다.”

최재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겠지. 그러나 한 가지 조심할 게 있다. 혹시라도 강재윤이 나타나면 그놈과는 부딪히지 마라. 그놈은 너희들이 섣불리 상대할 만한 놈이 아니야.”

“알겠습니다, 대표님.”

“장예찬만 손을 봐주고 올 테니 염려마십시오.”

그렇게 이승준과 오재구는 최재형의 은밀한 지시를 받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 * *

장예찬은 매우 기분이 좋았다.

레벨이 한 단계 올라 Lv31이 된 것도 있지만 친구 재윤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재윤이를 여기서 만나다니 정말 지금도 꿈만 같구나. 게다가 민철이 형도 살아있다니 정말 기적이야. 기적.’

그는 흐뭇한 마음으로 신논현역 주변을 산책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각성자들조차 외면하던 이곳은 벌써 조금은 활기를 띠고 있었다.

다만 각성자들이 없다보니 편의점은 텅 비어 있었다.

‘지금은 이렇지만 앞으로 여기가 가장 번화한 장소가 될 거다.’

장예찬은 재윤의 전투력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터라 그것을 확신했다.

내일 3층은 물론이고, 4층도 어렵지 않게 깰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그가 흐뭇한 마음으로 주택가가 있는 이면 도로를 걷고 있을 때였다.

“이곳에 있었군.”

갑자기 그의 앞 뒤를 누군가 가로 막았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두 명의 남자.

장예찬은 그들이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체격과 분위기를 통해 금세 누군지 알아차렸다.

“이승준 씨와 오재구 씨 아닙니까?”

장예찬은 이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최상위 랭커들이지만 최재형의 말에 절대적으로 따르며 그가 독단적인 행위를 하는데 일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제까지 함께 던전을 돌았던 동료들이다보니 그는 정중하게 인사했다.

“여기는 어쩐 일이신지?”

후드의 음영속 이승준과 오재구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건방진 놈! 연합을 탈퇴했으면 조용히 처박혀 있을 것이지 왜 이쪽에 얼씬 대는 거냐?”

그 순간 장예찬은 흠칫했다.

‘이들이 나를 손보려고 왔군.’

이승준은 레벨도 높을 뿐 아니라 A급 내성 특성에 A급 방패술 특화 능력을 가진 자였다.

강남역 연합의 메인 탱커!

모든 면에서 장예찬을 열등감 속으로 몰아넣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또한 오재구의 특성은 뭔지 알지 못하지만 A급 암살자 특화 능력을 가지고 있어 모두가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자였다.

전투력만 따지면 최재형의 바로 아래라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따라서 아무리 장비가 좋아졌다고 해도 현재 장예찬이 어찌해볼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저들도 극 전투 능력을 모두 보유한 자들이니까.

‘젠장! 더럽게 걸렸네.’

이승준이 말했다.

“조용히 따라오면 적당히 손봐준 후 풀어준다. 그러나 소란을 떨면 쉽게 끝내지 않을 테니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게 좋을 거다."

이승준 등은 주변에 비각성자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터라 그들의 이목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따라가죠.”

장예찬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히 맞아주면 풀어주겠지.’

탱커가 된 후 맞는 거야 이력이 나서 별로 겁날 것도 없었다.

다만 오재구에게서 느껴지는 살기가 좀 꺼림칙하긴 했다.

후드 아래 드러난 입술에 음침한 미소가 피어 있었으니까.

“역시 멍청한 놈은 아니군.”

이승준 등은 장예찬을 으슥한 장소로 데려갔다.

반쯤 부서진 폐건물.

비각성자들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는 누가 죽어나가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큭! 그럼 시작해볼까?”

오재구의 양손에 단검이 나타났다.

그것을 본 장예찬은 흠칫했다.

적당히 매를 때릴 거라 생각했지 설마 무기까지 장착해 공격할 거란 예상은 못했기 때문이다.

“무슨 짓입니까? 설마 날 죽일 생각입니까?”

“흐흐, 걱정마라. 죽이지는 않을 테니. 하지만 사지 중 하나는 떨어져나갈 각오는 해야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하는 것 같군요.”

“어제 넌 주제파악을 못하고 너무 건방을 떨었다. 나갈거면 조용히 입닥치고 꺼졌어야 했어.”

오재구의 눈빛이 음침하게 번뜩였다.

각성자가 되기 전에도 이런 험한 일을 해봤던 것처럼 익숙해보였다.

그의 전직이 뭔지 알 수 없지만 결코 선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쉽게 당하지는 않는다.”

장예찬은 잽싸게 아공간에서 방패와 도끼를 빼들어 장착했다.

그런데 그때.

“쿠아아아앙!”

갑자기 거센 포효와 함께 폭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뭔가가 날아와 이승준과 오재구를 덮쳤다.

퍽퍽! 우드득! 콰지직!

“크아아악!”

“커어억!”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이승준과 오재구가 엉망이 된 채로 쓰러져 있었다.

이승준의 두 팔은 탈골이 된 채로 꺾여 있었고 얼굴의 피부는 반쯤 찢겨졌다. 다리도 부러졌고 방어구도 갈기갈기 찢겨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오재구 또한 손가락이 다 꺽인 채 그의 무기인 단검이 양손에 각각 박혀 있었다.

찢겨진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아, 당신은?”

장예찬은 저들을 그렇게 만든 이가 누군지 알아봤다.

거대한 라이칸슬로프였기 때문이다.

제칸은 이내 작아지더니 푸른 머리 소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장예찬을 향해 정중히 말했다.

“이 사람들 죽이지는 않았으니 걱정마세요. 저는 주인님의 명령 없이 사람을 죽이지는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네요. 그런데 어떻게 여기를?”

“주인님의 명령입니다. 당신을 경호하라고 하셨죠. 그리고 혹시 이런 일이 있으면 엄하게 경고해주라고 했습니다.”

“재윤이가 그렇게 신경을 써주다니.”

장예찬은 가슴이 뭉클했다.

“그럼 돌아가 계십시오. 저는 한 놈 더 손 봐주고 오겠습니다.”

“누구를요?”

“이놈들에게 명령을 내린 놈 말입니다.”

“설마 최재형을?”

그러던 장예찬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 사이 제칸이 번개같은 속도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대단하다.’

장예찬은 제칸의 전투력이 막강할 거라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강남역 연합의 최재형 휘하 좌청룡 우백호라 할 수 있는 이승준과 오재구를 눈깜짝할 사이에 저꼴로 만들어버리다니.

‘이제 최재형의 시대도 끝났군.’

그가 볼 때 최재형이 아무리 나는 재주가 있다고 해도 제칸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생각을 하자 왠지 통쾌했다.

‘그럼 대체 재윤이 녀석은 얼마나 강한 거야?’

제칸이 주인님으로 부를 정도면 재윤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는 그런 재윤이 자신의 친구라는 것에 더욱 뿌듯해졌다.

한편 그때 최재형은 야시시한 차림의 이윤지와 함께 자신의 숙소에서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다.

주상복합 건물 30층에 위치한 그의 숙소는 어제 던전 4층을 통과하자 더욱 고급스럽게 변했다.

그는 거실의 통유리창 바깥으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쯤 장예찬이 놈이 된통 당하고 있겠군.”

“오재구가 나섰으니 꽤나 험하게 다룰지도 몰라요.”

“그 정도는 겁을 줘야 정신 차릴 놈이야.”

“후훗, 하긴 좀 건방진 놈이죠. 감히 당신에게 대놓고 대들었으니까요.”

둘은 위스키 잔을 부딪히며 웃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거실의 통유리에 시커먼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그대로 깨져나갔다.

와장창!

그와 함께 뭔가가 불쑥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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