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 용사와의 만남 (2) >
루니스는 재윤의 앞에 오더니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재윤 님. 저는 라넨 대륙의 용사 루니스입니다.”
“강재윤입니다. 용사님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여자 용사였다니!
그러나 그녀에게서 피어나는 기세는 장난이 아니었다.
재윤이 지금껏 봤던 존재 중 두 번째로 강한 것 같았다.
가장 강한 존재는 방금 전 사라졌던 흑화 용사 아르데아.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루니스였다.
번쩍이는 푸른 색 검과 전신을 두른 은빛의 갑옷.
그러나 갑옷은 곳곳이 깨지거나 박살나 있었고, 심지어 어떤 부분은 날아가 없어진 부분도 있었다.
견갑 하나가 날아가 드러난 어깨는 심한 부상으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는데, 그곳 뿐 아니라 그녀의 몸 상태는 전체적으로 엉망이었다.
“괜찮다면 이거라도."
재윤은 생명력 물약 하나를 꺼내 루니스에게 내밀었다.
뭔가 대화를 하기 앞서 그녀의 상처들이 너무 아파보였으니까.
그러나 루니스는 사양했다.
“귀한 포션을 처음보는 저에게 내주다니 당신은 꽤 선한 심성을 가진 분이군요. 마음만은 고맙게 받겠습니다. 그 포션은 넣어두었다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사용해주세요.”
그녀는 호의적인 미소를 보내며 말을 이었다.
“그보다 정말로 당신은 피 그림자 괴수들을 소멸시킬 수 있습니까?”
“예. 어쩌다 보니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되긴 했습니다만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
이미 모두의 눈 앞에서 보여준 능력을 아니라고 부인할 수는 없는 일.
그러나 재윤은 85레벨에 사용할 수 있는 소검인 아르데아의 의지를 소지하고 있다는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물론 느낌 상 루니스와 로벨이 둘 다 나쁜 존재들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세상 일은 또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루니스가 용사가 맞는 지도 의문이고, 설령 용사가 맞다고 해도 로벨이 말한 것처럼 재앙을 없애기 위해 온 것인지도 확신할 수 없는 일이니까.
혹시라도 재앙을 제거하는 걸 방해하기 위해 악마가 보낸 존재들이 아니라는 보장이 없다.
그동안 온갖 험한 일을 겪다보니 자연스레 굳어진 신중함.
아르데아의 의지에 대한 얘기는 루니스가 정말 선한 의도로 온 용사가 맞는지 확신하게 되었을 때 꺼낼 생각이었다.
“대단하지 않다니! 그건 기적과도 같은 능력이랍니다.”
한편 루니스는 재윤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자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저는 이 검으로 피 그림자 괴수들을 숱하게 죽여봤어요. 하지만 죽이는 그 순간 그 자리에 다시 나타나죠. 겁을 줘서 쫓아버릴 수는 있어도 그것들을 소멸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로벨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루니스 님의 말씀대로입니다. 그동안 우리로서는 겁을 줘서 쫓아버리는 게 최선이었습니다.”
그는 손가락을 들어 멀리 사람들이 쥐고 있는 랜턴을 가리켰다.
“아까 보셨겠지만 저 랜턴이라는 지구의 도구에 제가 특별한 마법을 부여해 피 그림자 괴수들이 싫어하는 빛을 내게 만들었습니다. 그로써 이 숲을 지키고 있었죠.”
재윤은 그제야 사람들이 랜턴을 왜 비추고 있었는지 이해가 갔다.
보통의 랜턴이 아니라 마법으로 개조된 랜턴이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랜턴이 작동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근처에 어디 파투스 안전 지대라도 있어 랜턴의 배터리가 충전되었다면 모를까.
그런데 신중함은 재윤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겸손한 태도와 순진해보일 만큼 선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루니스의 두 눈은 재윤을 뚫어져라 살피고 있었다.
‘이 자는 어떻게 피 그림자 지역을 지나서 이 숲을 올 수 있었을까?’
설사 피 그림자를 소멸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방대한 피 그림자 지대에서 무사히 버틴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도처에서 날아드는 무서운 공격을 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흑화 용사의 하수인이 아니라면 이 자는 지구의 각성자들 중에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각성한 게 분명해.’
또한 그녀는 재윤의 뒤에 있는 이들의 정체도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하나는 비록 소년의 외모를 하고 있지만 라이칸슬로프라는 것을 단 번에 알아봤다.
그런데 그 옆의 신비한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관조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이의 정체는 그녀로서도 도저히 추측할 수가 없었다.
꼬르륵.
그때 그녀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재윤에게도 선명히 들릴 만큼 큰 소리.
루니스는 조금은 민망해하는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긴요.”
재윤은 그렇지 않아도 아까부터 이들이 무척 굶주렸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저기 있는 피골이 상접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인지상정이라고 사람으로서 굶은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괜찮다면 일단 이걸로 모두들 간단하게 요기라도 하세요.”
재윤은 아공간에서 식량 보급품 상자를 10여 박스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기적의 보급 창고에서 가져온 물건으로 삼각김밥이나 초코바, 빵, 우유, 컵라면, 생수 등이 들어 있었다.
한 사람이 하루를 넉넉히 버틸 수 있는 식량.
아껴 먹으면 며칠도 가능했다.
이와 동일한 것은 박스당 1코인을 주고 베르타에게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아공간의 여유 공간도 확보할겸 이것들을 내놓은 것이다.
“이게 뭐죠?”
루니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재윤이 박스 하나를 열어 보였다.
“보시다시피 먹을 것들입니다.”
그러자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 세상에!”
“식량이다! 살았다!”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까까지 재윤을 경계하던 사람들이 모두 달려왔다.
그들 중 일부는 재윤의 손을 붙잡고 울기도 했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있던 루니스와 로벨의 표정도 차즘 밝아졌다.
사실 그들은 삼각김밥이나 초코바와 같은 음식을 처음 보는 터라 그게 뭔지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비닐봉지에 들어 있는 빵은 음식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채긴 했지만.
“정말 고맙습니다.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군요.”
배가 고파 미칠 지경이었던 루니스는 이게 꿈인가 하는 표정이었다.
그녀뿐 아니라 사람들 모두의 표정이 그랬다.
재윤은 미소 지었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이 먹을 건 먹고 살아야죠. 당신이 용사라고 해도 굶고 버틸 수는 없잖아요.”
“감사합니다.”
루니스는 감동했는지 뭉클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염치없지만 그럼 좀 먹을게요.”
“삼각김밥은 이렇게 까서 드셔야 합니다.”
“우유팩은 제가 따드릴게요, 용사님.”
빵을 제외하고는 어떻게 먹어야할지를 모르는 루니스 등을 위해 사람들이 손수 삼각김밥의 비닐을 벗겨주고, 우유팩도 따주었다.
재윤은 제칸과 베르타에게도 박스 하나씩을 줬다.
그들도 뭔가를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베르타는 안 먹어도 상관없는 존재지만, 뭐든 같이 먹기로 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했다.
“잘 먹겠습니다, 주인님.”
“고맙다, 인간.”
박스 안에 들어있는 각종 먹을 것을 보며 제칸과 베르타는 매우 흐뭇해했다.
재윤 또한 삼각김밥과 빵, 생수 등을 먹으며 간단히 허기를 채웠다.
그때였다.
《 이봐, 인간. 갑자기 생겨난 고급 정보가 있는데 100코인에 사지 않겠나? 》
다름 아닌 베르타였다.
그가 무슨 일인지 텔레파시처럼 뜻을 전해온 것이다.
재윤이 고개를 끄덕이자 곧바로 100코인이 지불되었다는 알림이 들렸다.
《 지금 그대 앞에 있는 루니스는 라넨 대륙의 용사가 틀림없다. 운명의 힘에 의해 재앙의 일부를 막을 막중한 책임을 띠고 이곳으로 소환된 존재이지. 그녀와 인연을 맺는다면 앞으로 그대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될 것 같군. 》
재윤의 눈이 빛났다.
다름 아닌 코인 나무가 알려주는 정보라면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루니스가 정말 용사가 맞는지 의심 중이었는데 아주 적시에 베르타가 고급 정보를 알려준 것이다.
재윤은 곧바로 루니스에게 물었다.
“이 숲에 사람들은 또 없습니까?”
“네. 여기있는 사람들이 전부입니다.”
루니스는 그 사이 부상이 말끔히 회복되었다.
‘용사라서 그런가 놀라운 회복력이군.’
재윤은 그녀의 회복력에 감탄했다.
또한 부서져 못쓸 것처럼 보였던 은빛 갑옷은 새것처럼 복원되어 있었다.
아까봤을 땐 그냥 강인한 여전사 정도라 생각했는데, 상태가 회복된 지금 보니 엄청나게 예쁜 얼굴이었다.
“이 숲은 주변에 피 그림자 지대가 둘러싸여 있어요. 마치 바다에 둘러싸인 섬과 같은 형태랄까요? 처음에는 이 정도로 좁지는 않았죠. 하지만 피 그림자 지대가 확장되어 이렇게 되었습니다.”
“숲이 좁아졌다는 뜻이군요.”
루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심각한 일이죠.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피 그림자 괴수들이 숲을 갉아먹어버리거든요. 그리고 그곳이 피 그림자 지대가 되어버립니다. 여기뿐 아니라 다른 곳들도 비슷한 사정일 거예요.”
그녀는 세상이 괴상하게 변한 날 라넨 대륙에서 이곳으로 갑자기 이동했다고 했다.
한동안 숲을 헤매다 이 숲에서 있던 사람들을 지금까지 보호해주며 버텨왔다는 것.
“처음에는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숲이었지만, 숲의 괴물들은 제가 모두 처리해서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아요. 문제는 식량이었죠. 당신이 오늘 오지 않았다면 결국 하나둘 굶어죽었을 지도 몰라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동안 저의 힘으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흑화 용사 아르데아와 계속 전투를 벌여야 했어요. 그렇게 해야 조금이라도 피 그림자 지대가 빠르게 확장되는 걸 막을 수 있거든요.”
루니스의 힘으로는 아르데아를 죽인다해도 소멸시키기란 불가능했다.
몇 번 죽인적이 있지만 하루 정도 지나면 부활해버리기 때문에 소용없었다.
다만, 그렇게 아르데아를 죽여 놓으면 그가 부활하는 하루 동안은 피 그림자 괴수들이 활동을 안하게 된다.
그것 때문에 루니스는 이 숲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재앙을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이곳 세계의 재앙을 늦추는 것. 그게 저의 사명입니다.”
곧바로 그녀는 재윤을 쳐다보며 물었다.
“제가 할 말은 다한 것 같군요.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당신이 누군지, 그리고 어떻게 피 그림자를 소멸시키는 능력을 얻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재윤은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 역시 이제 진심을 내보일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베르타 덕분에 그녀가 진짜 용사인 걸 알았으니 굳이 숨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피 그림자 지역의 지하에 있던 일을 간략하게 얘기해줬다.
아르데아의 기사였던 세렌에게 들었던 내용도 숨기지 않았다.
“아, 그런 일이……. 아르데아 님이 그래도 최후의 안배는 해놓으셨군요.”
루니스와 로벨은 재윤의 말을 듣고 격동어린 표정을 지었다.
재윤은 끄덕이며 아공간에서 신비한 빛의 소검을 꺼내 내밀었다.
“이것이 바로 아르데아의 의지입니다. 지금 저의 힘으로는 이 검을 사용할 수 없으니 루니스 당신이 이것을 이용해 흑화 용사 아르데아를 소멸시켜주세요.”
레벨 85가 언제 될지 알 수 없는 일.
그 전에 세상이 피 그림자로 인해 멸망할 수도 있었다.
솔직히 재앙만 없앨 수 있다면 명성 레벨은 안 올라도 상관없었다.
그런 것에 집착하다가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윤은 용사에게 이 보물을 양보하기로 했다.
잘하면 오늘 당장이라도 피 그림자 재앙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자 루니스는 알았다는 듯 소검을 받았다.
아니 받으려 했다.
그러나 소검은 재윤의 손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녀가 쥐려고 해도 쥐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이건 제가 잡을 수 없는 물건이군요. 운명의 힘이 오직 당신에게만 사용을 허락한 물건입니다.”
“그럴 리가!”
설마 레벨 85제한 때문에?
재윤도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루니스는 용사가 아닌가.
흑화 용사를 소멸시키지는 못해도 쓰러뜨릴 정도의 능력을 가진 그녀의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따라서 레벨의 제한 같은 건 가볍게 무시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운명의 힘이 당신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겠죠. 안타깝지만 저는 당신이 피 그림자 재앙을 물리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로 만족하겠습니다.”
루니스의 표정에는 정말로 많은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그녀가 직접 흑화 용사를 처치하고 재앙을 해결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오늘 당장 그 일이 해결될 수 있을 줄 알았다가 나중으로 미뤄지게 된 것이 안타까운 것이었다.
“부탁입니다. 이 재앙을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많은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당장은 힘듭니다. 레벨 85제한이라서.”
재윤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큰 짐을 덜을 줄 알았는데 역시 그냥 바람이었을 뿐이다.
어떻게든 그가 레벨을 올려 85레벨을 달성하지 않으면 피 그림자 재앙은 계속 세상을 파멸로 이끌어갈 것이다.
루니스가 물었다.
“지구의 각성자들만 가능한 레벨을 말씀하시는군요.”
“그렇습니다.”
“그럼 지금 레벨이 몇이신데요?”
“49입니다.”
"......."
순간 루니스가 잠시 침묵했다.
실망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표정.
재윤은 왠지 억울했다.
다른 지구의 각성자들이라면 49레벨이라는 말에 경악할 것이다.
레벨을 올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여자 용사는 아니었다.
재윤이 그간 49레벨을 올리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전혀 몰랐다.
49랩이 결코 낮은 것이 아닌데, 마치 저렙 취급을 하고 있었다.
“레벨 85를 빨리 달성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저쪽 방향으로 쭉 가면 숲이 또 나옵니다. 거긴 제가 탐색해보지 않았지만 많은 괴물이 있을 거예요.”
그녀는 친절하게 손을 들어 한 방향을 가리켜주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그 방향은 운명의 나침반 자침이 가리키는 방향과 일치했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레벨 85를 달성해 피 그림자의 재앙을 해결해주신다면, 그때부터는 제가 당신의 동료가 되어 이곳 세계의 다른 재앙을 해결하는 걸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재윤의 안색이 밝아졌다.
이는 그가 레벨 85만 달성하면 용사 루니스를 동료로 얻을 수 있게 된다는 뜻.
그건 그에게 매우 큰 힘이 될 것이다.
“서둘러주세요. 저는 그때까지 이 숲에서 대기하며 흑화 용사 아르데아를 최대한 견제하고 있겠습니다.”
루니스는 재윤에게 지금 당장 숲을 떠나라는 듯 말했다.
어서 가서 레벨을 올리라는 얘기였다.
빨리 재앙을 해결해 한 사람의 희생이라도 더 줄이자는 그녀의 진심에서 나온 말임을 재윤은 알고 있었다.
“염려마세요. 최대한 빨리 85레벨을 달성해 이곳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런데 재윤이 곧바로 떠나려하자 루니스가 돌연 흠칫하더니 그의 팔을 붙잡았다.
“잠깐만요.”
“무슨 일입니까?”
그러자 루니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조금은 민망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상당히 염치없는 얘기이지만, 혹시 여유가 되신다면 식량을 좀 더 놓고 가실 수 없나 해서요."
“어려운 일은 아니죠.”
재윤은 베르타로부터 보급품 상자를 3000코인어치 구매해 바닥에 쌓아놨다.
베르타에게 구매한 건 파투스의 힘이 깃들어 있어 오래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다.
도합 3000박스!
“와아아아!”
“세상에!”
“감사합니다, 강재윤 씨!”
“복 받으실 거예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식량 박스를 보며 사람들이 환호를 질렀다.
“정말 고마워요. 이건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루니스는 진심으로 감동한 듯 눈물까지 글썽였다.
재윤은 미소 지었다.
“별말씀을. 그럼 85레벨 달성 후에 오겠습니다.”
사실 저 부탁이 없어도 보급품 상자를 잔뜩 놓고 가려고 했다.
재앙을 막기 위해 몸바쳐 싸우는 용사를 굶길 만큼 매정한 재윤이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