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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88화 (88/200)

88화.  < 다 쓸고 간다 (2) >

소설 속에서나 보던 지저 세계를 연상케 하는 어둠의 공간.

동굴의 절벽 아래 까마득한 지하에 이토록 거대한 공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

지금처럼 세상이 괴상하게 변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음침한 곳이라면 인면지주와 같은 괴상한 괴물들이 나올 법하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인면지주

-획득 지식 등급 : E

-인면지주에 대한 데미지 5% 증가

-피 그림자 저항 +5

그리고 인면지주에 대한 지식에는 아주 특이한 효과가 있었다.

‘피 그림자 저항?’

뜻밖의 효과였다.

이는 동굴 밖의 피 그림자들로부터 데미지를 적게 받게된다는 뜻.

‘인면지주의 지식을 높여놓을 필요가 있겠군.’

어차피 경험치 때문에라도 사냥을 해야 한다.

“키키키키!”

“이히히!”

“호호호호!”

그 사이 사신(死神)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인면지주들은 겁 없이 몰려왔다.

재윤은 암흑검을 오른 손에 쥔 채 담담히 놈들을 노려보다 30미터 이내로 들어오는 순간 공격을 펼쳤다.

‘혈검파!’

11개의 검파가 부채살 모양으로 뻗어나가 전방에 몰려오는 인면지주들의 몸체를 사정없이 갈랐다.

팍팍! 파악!

“끄아악!”

“카악!”

두 쪽이 난 인면지주들이 맥없이 널브러졌다.

그러나 그렇게 죽어나자빠진 사체들을 밟고 인면지주들은 계속 몰려왔다.

물량공세!

놈들은 재윤이 아무리 강해도 결국 언젠가 힘이 빠질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거미줄을 날리고 독액을 내쏟고!

그러나 재윤에게는 그러한 것이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암흑검이 흑색의 사선을 그리는 순간 거미줄들은 그대로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또한 높은 독 저항 덕분에 인면지주의 독액도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인면지주에 대한 지식이 D급으로 상승했습니다.]

[인면지주에 대한 지식이 C급으로 상승했습니다.]

지식 등급은 계속 올랐다.

재윤에게는 뜻밖의 횡재와도 같았다.

‘저만한 숫자면 레벨 업도 가능하겠는데?’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레벨 업이 더딘데 잘하면 오늘 레벨을 한 단계라도 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사이 토벌 임무서도 속속 드롭되고 있었으니까.

또한 생명력 물약이나 독 저항의 비약, 어둠 저항의 비약과 같은 물약 아이템도 제법 쏟아졌다.

[인면지주에 대한 지식이 B급으로 상승했습니다.]

[인면지주에 대한 지식이 A급으로 상승했습니다.]

정신없이 사냥하다 보니 지식 등급이 어느새 두 단계나 상승했다.

* 인면지주

-획득 지식 등급 : A

-인면지주에 대한 데미지 30% 증가

-인면지주 처치시 아이템 획득 확률 증가

-인면지주 전술 파악 1단계

-인면지주 약점 파악 3단계 (MAX)

-피 그림자 저항 +30

보스 급 괴물을 처치하지 않고도 일반 괴물만을 처치해 A급 지식을 얻은 것이다.

‘기왕이면 S급까지 올리자!’

어느덧 주변에 인면지주들은 보이지 않았다.

세어보지 않았지만 대충 잡아도 삼사백 마리는 넘게 해치운 것 같았다.

‘꽤 많이 죽였는데도 레벨이 안 올랐네.’

좀 더 몰려오면 좋겠지만 근처에는 더 이상 인면지주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일단 파투스부터 회복하자.’

정신없이 광역기를 날리다보니 파투스가 거의 바닥이었다.

재윤은 크로거 군장의 천막으로 돌아갔다.

아직 안전 지대 효과가 지속되고 있어 안으로 들어가자 파투스가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주인님!”

한편 그때서야 안전 지대 천막에서 잠들었던 제칸이 눈을 뜨고 일어났다.

얼마나 고단했으면 밖에서 재윤이 수백 마리의 인면지주와 전투를 벌이는데도 깨어나지 않았을까?

재윤은 제칸이 대견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고맙다, 제칸. 네 덕분에 살았구나.”

제칸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저야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죠. 그 다크 엘프 놈들만 생각하면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그놈들은 반드시 없애버릴 생각이다.”

다른 걸 떠나 다크 엘프들이 나타나면 마족 환영체가 소환되니 골치가 아팠다.

앞으로 또 어떤 마족 환영체가 나타날지 모른다.

아니, 아까 싸웠던 슈테나의 환영이 다시 나타나도 문제였다.

한 번이야 요행으로 놈의 뿔을 잘라 죽였지만, 또 다시 그런 요행이 통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마왕의 마력구를 어딘가 던져버리는 것.

또 하나는 뭔가 다른 재앙을 파괴해서라도 명성을 높이는 것.

‘명성 레벨만 높으면 그놈이 나타나도 별로 두려울 게 없을 텐데.’

문제는 파괴할 재앙이 없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하나 있는 마왕 데사오의 마력구는 레벨 70이 되어야 파괴할 수 있으니 지금은 그림의 떡임과 동시에 재앙의 근원이기도 했다.

그 마력구 때문에 마족 환영체들이 수시로 공격해오니까.

‘어떻게든 버티면서 레벨을 올려야 해. 마력구를 버리면 당분간은 편할지 모르지만 그게 나중에 무슨 화로 돌아올지 몰라.’

어쩌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대재앙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

오기로라도 버티려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물론 나중에 그것을 파괴함으로 인해 오를 명성 때문도 있긴 하지만.

“주인님! 그런데 뭔가 몸이 이상해졌습니다.”

그때 제칸이 자신의 몸을 살펴보며 말했다.

“이상해지다니?”

“잠자고 일어났더니 약간 힘이 더 세진 것 같아서요.”

재윤은 그 말을 듣자 무엇 때문이지 알 수 있었다.

제칸(충성도 Lv3)(↑2)

그 사이 제칸의 충성도가 2단계나 상승한 상태였다.

말이 충성도이지 사실 레벨을 의미했다.

보통 함께 사냥을 오래 하면 충성도가 오르는 편이니까.

다만 레벨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제칸 스스로 뭔가 재윤을 위해 노력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성도가 오를 수 있다는 것.

고블린 세붐의 경우에는 혼자서 다크 엘프 소굴에서 보물을 훔쳐왔을 때도 충성도가 상승했다.

재윤은 간략하게 충성도의 개념을 설명해줬다.

그러자 제칸의 눈빛이 강하게 빛났다.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것이다.

“역시 제가 주인님을 모시기로 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군요.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강해질 수 없었는데, 주인님과 함께 한 순간부터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칸은 라이칸슬로프 로드로서의 능력을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었다고 했다.

필살기들도 이곳 괴상한 세상에 오면서 생겨난 이상한 능력이었을 뿐 그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강해져서 그런지 배가 좀 고픕니다.”

“안 그래도 그런 말을 할 줄 알았지. 특별히 맛있는 걸 사줄테니 실컷 먹어라.”

곧바로 재윤은 베르타를 소환했다.

전투 시에는 충실한 루팅 일꾼이지만, 지금은 이동 코인 상점의 주인으로 부른 것이다.

“뭐 필요한 게 있나, 인간?”

“음식 메뉴 좀 보여줘봐.”

“메뉴야 아주 많다. 그냥 보여달라고 하면 끝이 없으니 한식, 중식, 양식 중에서 선택해라.”

“한식으로.”

그러자 베르타는 재윤의 앞에 갖가지 한식 메뉴의 창을 쭉 보여줬다.

재윤은 그 중에서 골랐다.

“소갈비찜이 좋겠군. 일단 특대 사이즈로 두 접시만 줘.”

“한 접시에 5코인이니 10코인이다. 그런데 한 끼 음식값으로 그 정도나 지불하는 건가.”

“내가 얼마를 쓰던 무슨 상관이냐?”

“내 하루 일당이라서 말이다.”

베르타는 뭔가 위화감이 생긴다는 듯 말했다.

그는 대량의 코인을 다루는 코인 나무지만 실상 그가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코인은 없었다.

어쩌다 실수로 폭주해 희망 성의 건물들을 부숴놓은 탓에 재윤에게 큰 빚을 지었고, 지금은 몸으로 매일 그 빚을 떼우는 상황. 그러한 와중에 하루 일당과 동일한 액수의 요리를 재윤이 주문하자 하는 말이었다.

누구는 죽어라 루팅해서 하루 10코인을 버는데, 누구는 10코인을 한끼 음식값으로 쓰고 있으니까.

그러나 재윤은 제칸에게 맛있는 요리를 먹게 해주고 싶었다.

코인이야 남아돈다.

인면지주 한 놈을 처치해도 최하 100코인이 들어오는데, 오늘만 수백 마리 넘게 잡아서 5만 코인 정도를 벌었으니까.

벌었으면 팍팍 써주는 맛도 있어야 한다.

“음식 나왔다.”

베르타는 즉각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갈비찜 두 접시를 천막 안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을 본 제칸의 안색이 환해졌다.

“너 익힌 음식도 잘 먹는다고 했지?”

“예, 주인님. 아주 맛있어 보입니다.”

“실컷 먹어라. 부족하면 더 사줄 테니까.”

“으하하핫! 감사합니다, 주인님.”

원없이 먹으라는 말에 제칸은 신이 나서 소갈비찜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재윤도 모처럼 소갈비찜을 뜯었다.

접시가 커서 4인분은 되어 보였지만 혼자서 그 정도는 거뜬했다.

그러자 코인 나무 베르타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염치없는 얘기인지 모르지만 나도 한 입만 먹으면 안 되겠나, 인간?”

베르타는 자신의 개인 코인이 없으니 아무것도 사먹을 수 없다.

누군가 사줘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보다 나무인 당신이 고기도 먹을 수 있어?”

“나는 이미 그 한계를 초월했으니까. 고기든 뭐든 다 먹을 수 있다.”

“진작 말하지. 한 접시 사주겠다.”

“고맙다, 인간.”

허락이 떨어지자 베르타는 환한 표정으로 소갈비찜 한 접시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그 사이 제칸은 고기를 우걱우걱 신나게 입에 넣고 씹고 있었다.

순식간에 2접시를 비우고, 다시 3접시, 그리고 또 3접시.

어느덧 8접시 째였다.

‘으! 정말 엄청난 식성이군.’

재윤은 한 접시를 먹고난 후 배가 불러 더 이상 생각이 없었다.

“한 접시 더 먹어도 될까?”

그때 베르타가 재윤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재윤은 끄덕였다.

먹는 것 가지고 사람이 치사하게 굴 수는 없는 일.

“그래.”

“고맙다, 인간.”

재윤이 선뜻 허락하자 베르타는 감동한 표정이었다.

“뭐든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는 법이지. 맛있는 걸 먹게 해줬으니 나도 한 가지 정보를 주겠다. 이 지하에 있는 괴물들의 지식을 S급까지 높여 놓으면 여러모로 편리할 것이다.”

“그건 대충 짐작은 하고 있다.”

재윤은 이미 인면지주에 대한 지식에 피 그림자 저항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그럼 한 가지 더. 하지만 이건 고급 정보라서 공짜로 알려줄 수는 없고 100코인이다.”

“100코인 줄 테니 말해봐.”

그러자 100코인이 지불되었다는 알림이 들렸다.

베르타가 즉시 대답했다.

“이 지하에서 왠지 재앙의 냄새가 난다.”

“재앙이라고?”

“레벨 40짜리 재앙.”

“그게 어디 있는데?”

“그건 나도 모른다. 다만 이 지하에 있는 건 확실해. 그리고 그대는 그것을 부숴야 이곳에서 나갈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이곳에 갇혀 있게 될 수도 있어.”

레벨 40 재앙!

현재 레벨에서 충분히 부술 수 있는 재앙이었다.

‘잘됐다. 그렇지 않아도 재앙을 찾고 있었는데.’

명성 레벨을 올릴 좋은 기회!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재앙을 부수지 못하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고 했으니까.

‘그러고 보면 저 코인 나무는 정말 볼수록 신비한 존재야.’

이런 고급 정보를 알고 있는 그를 단순히 루팅 일꾼으로만 부려먹기는 왠지 아까웠다.

재윤은 한 가지 거래를 제안했다.

“가격은 원하는 대로 쳐줄 테니 앞으로는 그런 고급 정보가 있으면 뭐든 말해줬으면 한다.”

그러자 베르타가 잠시 고심하는 듯하더니 대답했다.

“고급 정보는 하나당 100코인. 경우에 따라서 어떤 건 1000코인 혹은 그 이상도 있다. 그건 내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 부터 정해진 것이다.”

“정보만 확실하다면 코인은 얼마든지 줄 수 있지.”

그러자 베르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정보 거래는 나의 의무가 아니야. 내가 내켜야 할 수 있는 일. 누구도 내게 그걸 강요하지 못한다.”

뭔가 다른 원하는 게 있다는 뜻.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말해. 내가 가능한 거면 들어주마.”

“정말 들어줄 생각인가?”

“그래.”

“그럼 앞으로 그대들이 식사를 할 때 동일한 메뉴의 음식을 내게도 제공한다는 약속을 해라. 어떤가?”

뭔가 대단한 조건일 줄 알았는데 고작 음식이라니.

베르타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음식 맛을 즐기는데 흠뻑 빠진듯했다.

“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지.”

재윤은 미소 지었다.

***

어둠의 지하 세계.

기괴하게 뒤바뀐 세상에서 이 지하 세계는 그동안 비교적 평화로웠다.

인면지주, 미노타우루스.

이 2종류의 괴물들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오늘 갑자기 소란이 생겨났다.

침입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곳은 인면지주의 영역.

벌써 수백이 넘는 인면지주가 당하고 말았다.

이에 대왕 인면지주 카미로스는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감히 나의 부하들을 죽이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그는 즉시 침입자를 징벌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안전 지대 효과가 사라지자마자 재윤은 천막을 접어 아공간에 넣고는 괴물들을 찾아 이동했다.

이제는 베르타도 아공간에 들어가지 않고 재윤의 뒤를 따라왔다.

“어느 쪽에 괴물이나 재앙이 있는지는 알려줄 수 없어?”

“그런 것까지 내가 다 알 수는 없다, 인간. 그저 나는 계시처럼 떠오른 고급 정보를 말해줄 수 있을 뿐이다.”

이곳에 40 레벨 재앙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곳 괴물들의 최종 지식을 획득하면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것.

지금으로서는 그게 전부인 모양이었다.

"주인님! 저쪽을 보십시오.”

그때 제칸이 다급한 음성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전방 멀리 어둠을 뚫고 거대한 존재가 서 있었다.

20미터가 넘는 거미의 몸체에 인간 남성의 얼굴을 가진 괴물.

그것은 거대한 인면지주였다.

그 주위로 수많은 인면지주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보스인가?’

그러고 보니 인면지주들을 찾으러 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미 대왕 인면지주가 재윤을 찾아오고 있었으니까.

화아아악-

놈은 재윤을 보자마자 거미줄을 쏘았다.

보통의 인면지주와 달리 놈의 거미줄은 그야말로 방대한 영역을 그물처럼 덮으며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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