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 죽음의 그림자 지대 (1) >
[혈검파를 배웠습니다.]
재윤은 광혈의 흡혈귀 루나티쿠스의 광혈검파를 전쟁신의 검술을 통해 분석해 혈검파(Lv1)라는 전투 능력을 얻었다.
예상대로 광역 공격기였다.
‘10단계까지 바로 가자!’
그동안 모은 능력 강화석은 남아도는 상황.
재윤은 4500코인과 능력 강화석 7개를 소모해 혈검파를 10단계로 올렸다.
* 혈검파(Lv10)
-파투스와 광혈의 힘이 깃든 검격이 다수의 적에게 피해를 준다.
-효과 : 검을 휘두르는 방향으로 11개의 검파가 분산되어 발산된다. 각검파는 각 피격 대상에게 무기 공격력의 100%만큼 피해를 준다.
-유효 거리 : 20m
- 파투스 1소모
-흡혈귀의 피(희귀) 1병을 소모하면 데미지가 2배로 증가한다.
-시동어 없이 시전자의 의지로 시전.
-재사용 대기 시간 : 20초
단계를 올려놓으니 흡혈귀 루나티쿠스가 펼치는 것과 흡사했다.
이 능력을 펼치면 11개의 검파가 부채살 형상으로 퍼져나가며 20미터 이내의 적을 공격할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오크 로드의 공간 망토의 효과 덕분에 30미터로 거리가 늘어나겠지만 말이다.
다만, 데미지가 무기 공격력이다보니 보스 급 괴물에게는 큰 타격을 주기 힘들고 일반 괴물들을 빠르게 사냥할 때 유용한 능력이었다.
‘이제 극 전투 능력 각성이 남았군.’
재윤이 기대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곧바로 능력 강화석과 코인을 소모하자.
[혈광파를 각성했습니다.]
* 혈광파(Lv1)
-분류 : 극 전투 능력
-파투스와 광혈의 힘이 깃든 강력한 검광이 다수의 적에게 피해를 준다.
-효과 : 유효 거리 반경 이내의 모든 적에게 무기 공격력의 100%만큼 피해를 준다.
-유효 거리 : 25m
-파투스 2 소모
-흡혈귀의 피(희귀) 2병을 소모하면 데미지가 2배로 증가한다.
-시동어 없이 시전자의 의지로 시전.
-재사용 대기 시간 : 120초
‘오!’
데미지 자체는 혈검파(Lv10)와 동일했지만, 피격 대상의 제한이 없이 유효 거리 내의 모든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강력한 능력이었다.
이렇게 광역기인 혈검파(Lv10)와 혈광파(Lv1)를 습득한 덕분에 던전 도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소모된 파투스는 던전이 종료되면 안전 지대에서 금방 회복할 수 있고, 위력을 높이는데 사용되는 흡혈귀의 피도 루나티쿠스 던전에서는 금방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죽음 던전 외에는 큰 경험치를 주지 않아 고속철도가 완공되는 7일째에 이르러야 간신히 45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자 던전 요정 넬이 말했다.
“46레벨부터는 더욱 요구 경험치량이 많아져 이제 그대는 여기서 레벨을 올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도 45레벨을 달성했으니 내 본신인 흑요정 테네르에게 가서 시험을 보는 걸 추천한다.”
그러고 보니 흑요정의 시험이 있었다.
재윤이 이전에 10단계까지 통과했고, 덕분에 레벨 업과 극 전투 능력 강화석도 1개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에 테네르가 45레벨이 되면 또 도전해보라고 했는데, 지금 재윤이 딱 그 레벨에 도달한 상태였다.
“좋은 생각이다. 알려줘서 고맙다, 넬”
흑요정 테네르의 시험을 보려면 열차를 타고 안전 지대 기적으로 이동해야 한다.
때마침 오늘 고속철도가 완공되니 내일 가서 시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 *
희망 성과 안전 지대 기적을 연결하는 고속철도는 물론 지상이 아닌 지하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지하 철로의 공간은 위에서 땅을 파서 내려간다고 마주치는 공간이 아니고 안전 지대가 만들어낸 특별한 공간이었다.
즉, 유사시 지진이 일어나거나 혹은 강력한 괴물이 철도가 지나가는 지형을 초토화시켜도 그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
열차는 자동 배치되었고, 편도 3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열차는 일정 주기로 자동 왕복하는 터라 기적 아파트에서 오전에 희망 성으로 왔다가 저녁에 다시 돌아가는 것도 가능했다.
첫 번째 열차 운행이 기적에서 희망으로 가는 것이다 보니 윤현성과 채시은의 부친 채종석이 그 열차를 타고 희망 성으로 향했다. 물론 이민철을 비롯한 각성자들도 희망 성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 함께 동승했다.
그리고 열차가 도착하는 시간에는 정거장 앞에 박희나와 윤예나, 그리고 채시은이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다른 사람들도 가족들이 상봉하는 모습을 보기위해 함께 마중을 나왔다.
[기적 발 희망 성 행 열차가 잠시 후 도착합니다.]
열차가 곧 도착한다는 알림에 박희나의 눈에는 벌써부터 눈물이 고였다.
같이 있을 땐 그렇게 싸웠는데 어이없는 생이별을 한 이후에는 세상에서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바로 남편이었다.
딸 윤예나 또한 엄마 손을 꽉 쥔채 눈을 반짝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채시은 또한 평소의 차분하던 태도와는 달리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열차가 도착했습니다.]
곧바로 문이 열리고 누군가 뛰어 내려왔다.
“여보! 예나야!”
“아빠아!”
열차에서 윤현성이 건장한 모습으로 내렸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와 아내 박희나와 딸 예나를 끌어안는 윤현성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흐윽! 아빠!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나요?”
“우리 시은이 살아있었구나.”
그 옆에서는 채시은과 채종석의 부녀 상봉이 이루어졌다.
짝짝짝!
“축하합니다.”
“정말 축하합니다.”
함께 내린 이민철 등 뿐 아니라 희망 성의 사람들도 모두 박수를 치며 두 가족의 상봉을 축하해주었다.
“성주님! 모두 당신 덕분입니다!”
“우리 모두 당신을 믿고 있어요!”
동시에 모두들 재윤을 향해서도 박수와 함께 한없는 경의의 표정을 보냈다.
사실상 저들이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재윤 때문이니까.
그가 안전 지대들을 찾아내고 지켰을 뿐 아니라, 희망 성의 성주가 되어 지금의 이 기적을 이루어냈으니까.
곧바로 이민철이 특유의 밝은 웃음을 흘리며 다가왔다.
“재윤아!”
“어서 와! 오랜만이야, 형!”
“멋지다!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쑥스럽게 왜 이래?”
“호호! 쑥스럽긴요.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을 하셨어요.”
기적에서 온 각성자들인 박은빛과 김지호, 유지연 자매 등이 재윤을 향해 환한 웃음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다들 별 말씀을요.”
모두가 기뻐하니 그래도 왠지 뿌듯하긴 했다.
그동안 그저 그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부모님을 찾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 강해졌고, 운명의 나침반을 따라 이곳으로 왔을 뿐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몇 명에게는 기적과 같은 상봉이 이루어지게 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준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결코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잘 버텨왔지만, 그래봤자 그는 이제 고작 레벨 45다.
얼마 전 상급 마족을 물리친 것은 그저 환영을 통해 가능했을 뿐.
만약 환영이 아닌 진짜 상급 마족이 현신한다면 과연 맞서싸우는 게 가능할 것인가?
이 성의 평화가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희망 성에 안전 지대가 형성되긴 했지만, 마왕이나 마족과 같은 초강력 괴물들을 떠올리면 불안하기 이를 데 없었다.
* * *
열차가 희망 성에서 다시 안전 지대 기적으로 이동할 때 재윤도 탑승했다.
흑요정이 있는 곳이 기적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민철도 다시 기차에 탔다.
열차를 타고 가는 동안 재윤은 이민철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말해줬다.
이민철은 재윤이 조만간 또 떠나야 한다는 말을 하자 놀랐다.
“뭐? 벌써 또 떠난다고?”
“곧 나침반이 새로운 방향을 가리키게 될 거라서 나도 어쩔 수 없어. 형이 희망 성의 각성자들도 좀 맡아줘. 성 관리자 오르도에게도 말해놨으니까 형을 잘 도와줄 거야.”
언제고 큰 전쟁이 있을 때를 대비해 각성자들은 레벨을 꾸준히 올려야 한다.
재윤은 비록 확률은 희박하지만 2차 특화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42레벨을 달성하는 각성자들이 많아지길 바라고 있었다.
이것은 재윤이 남아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최강의 탱커인 이민철과 힐러로서 최고의 센스를 지닌 박은빛이 중심이 되어 루나티쿠스 던전을 돌며 각성자들의 레벨을 계속 올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 동안 이민철은 31, 박은빛의 레벨은 29로 올라 있었다.
재윤이 엘프들을 통해 알려준 사냥터에서 꾸준히 각성자들과 레벨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은 희망 성 내에 있는 루나티쿠스 던전에서 좀 더 빠른 레벨 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래. 재윤아. 각성자들은 염려마라. 성 안에 던전이라니! 세상에 이렇게 쉽게 레벨을 올릴 수 있게 만들어놨는데, 그런데도 레벨을 안올리는 건 노력부족이지. 나야 물론이고, 모두들 42레벨을 달성하도록 최대한 함께 노력해보겠다.”
“고마워, 형. 형이 있어서 난 항상 안심하고 떠날 수 있어.”
물론 생존 공동체의 최진석과 채시은도 신뢰가 가긴 하지만 재윤에게 있어서는 이민철이야 말로 가장 믿음직한 대상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친화력이나 리더십이 좋아서 각성자들이 잘 따르기 때문이다.
* * *
흑요정 테네르를 만나자 그녀는 즉각 시험을 시작했다.
분신이 던전 요정 넬인만큼 재윤이 이곳에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투를 빌겠다, 인간.”
그녀는 즉시 환상 결계를 펼쳤다.
[흑요정의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11단계 전투가 시작됩니다.]
재윤은 오면서 기적에 들러 이나연에게 현자의 비약을 잔뜩 얻어온 터라 아끼지 않고 복용했다.
최대한 많은 단계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데미지를 높여둬야 하니까.
스스!
곧바로 히드라 보스 2마리가 나타났다.
한 때는 독 때문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이었지만, 독 저항이 대폭 증가한 지금은 그저 덩치 큰 괴물들에 불과할 뿐이었다.
백여 개가 넘는 머리들도, 가공스럽게 몰아치는 독안개의 폭풍도 재윤에게는 위협이 되지 못했다.
[11단계를 통과했습니다.]
[12단계 전투가 시작됩니다.]
계속해서 히드라 보스의 숫자들이 늘어났다.
14단계에는 히드라 보스 5마리가 동시에 나타났지만 재윤은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문제는 15단계였다.
파필리오 급의 다크 엘프 전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 명은 어렵지 않은 상대였지만, 그 숫자가 늘어나자 점점 버거워졌다.
검술 자체도 뛰어난 데다 특유의 괴력까지 갖춘 다크 엘프들의 합공!
다행히 레벨이 45까지 이르며 상승한 전쟁신의 검술(Lv45)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해 17단계까지는 간신히 통과했다.
그러나 각종 극 전투 능력을 총동원해 사력을 다했음에도 18단계를 통과하지 못했다.
파필리오 급 전투력을 가진 네 명의 다크 엘프들의 합공에는 무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18단계 전투에서 패배했습니다.]
[흑요정의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
그러자 테네르가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대의 실력이 제법 늘었지만 아직 20단계를 통과하기엔 역부족이구나.”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
재윤이 재시험을 요구했지만 테네르는 고개를 흔들었다.
“재시험은 없다, 인간. 55레벨을 달성한 이후에 다시 날 찾아라.”
“그러지.”
안 된다는 데 굳이 더 억지를 부릴 수는 없는 일.
재윤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다.
“그럼 오늘 시험을 통과한 보상을 내릴 테니 받아라.”
[흑요정 시험을 17단계까지 통과했습니다.]
[통과 보상으로 30,000인을 얻었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얻어 레벨이 1단계 상승합니다.]
[전쟁신의 검술이 Lv46이 되었습니다.]
3만 코인과 레벨 한 단계 상승!
보상은 매우 훌륭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극 전투 능력 강화석은 없었다.
그러고 보면 매 10단계 통과마다 극 전투 능력 강화석이 주어지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 시험이 끝난 최고의 보상은 따로 있었다.
드디어 나침반의 자침이 완벽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자침은 정확히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일단은 희망 성쪽으로 향하고 있군.’
아마도 희망 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지난 어딘가를 가리키는 것이리라.
곧바로 재윤은 기적으로 돌아가 열차를 타고 희망 성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내성에 들어가 오르도를 만났다.
“성주님, 모든 준비는 끝나셨나요?”
“내일 떠날 생각이야. 이곳을 잘 부탁해.”
“이곳은 염려마세요. 이제는 환상을 통한 정신 공격이 펼쳐져도 아군을 보호할 수 있어요.”
이는 오르도가 성의 일원 모두를 개별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능력이 되었기에 가능해진 일.
누구라도 공포에 질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할 경우 오르도가 즉각 알림을 보내 진정시키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윤처럼 환영 공격을 펼쳐 적을 쫓아버리거나 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건 오직 성주인 재윤만이 가능했다.
그렇다고 재윤이 성에만 남아 있을 수는 없었다.
오르도는 재윤이 설사 부모님을 찾는다는 목적이 없다고 해도 밖으로 나가 더 강한 괴물들을 물리치며 레벨을 올려야 함을 알고 있었다.
또한 재앙을 파괴해 성주로서의 명성 레벨도 올려야 하고 말이다.
오직 그것만이 최후까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다음 날.
재윤은 희망 성을 나서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일행은 부하인 세붐, 로사엔, 제칸.
제칸의 권속들은 희망 성에 배치해 성 관리자 오르도의 지시를 따르게 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