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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79화 (79/200)

79화.  < 재앙 파괴자 (2) >

그녀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배인 눈빛으로 물었다.

“정말 그것을 파괴할 생각인가?”

마치 재윤이 크게 잘못을 하고 있는 듯한 표정.

그러나 재윤은 그녀가 그 질문을 하는 순간 뭔가 의심이 들었다.

‘이 암흑의 서와 관계된 존재가 분명해.’

그렇다면 당연히 저 여성은 악마의 하나일 것이다.

그녀를 슬프게 하는 것만도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로 괴상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지만 그런 뻔한 수작에 넘어갈 만큼 재윤은 순진하지 않았다.

“누군지 모르지만 꺼져라.”

그러자 여성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가 다시 폈다.

“넌 뭔가 크게 잘못 알고 있구나. 그 책은 절대 없애서는 안 될 보물이란다.”

“보물이 아니라 재앙이겠지.”

“난 그 책의 주인. 그 책의 비법을 네가 얻게 해주겠다.”

그녀는 매혹적으로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어때? 그 책의 비법을 배울 생각이 있다면 나의 손을 잡아.”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알림이 들려왔다.

[상급 마족 케사르나의 제의를 받아들이겠습니까?]

[손을 잡으면 당신은 케사르나의 가호를 받아 지능 스탯이 영구적으로 10 상승하며, 빙의괴물 제조 능력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당신은 케사르나의 권속이 될 것입니다.]

저 앞의 여성이 마족이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도 상급 마족 케사르나!

그녀가 유혹적인 자태로 사뿐사뿐 다가왔다.

“내 손을 잡아. 그럼 넌 나와 영원한 친구가 될 수 있어.”

“꺼져라, 악마!”

재윤은 광혈검을 휘둘렀다.

빙의괴물 제조 능력 따위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리 지능 스탯이 10 증가한다고 해도 마족의 권속이 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없었다.

휘익!

그러나 광혈검은 빈 공간을 갈랐을 뿐이다.

케사르나의 눈빛이 소름끼치도록 차가워졌다.

“어리석은 놈이군. 네놈은 감히 나의 제의를 거절한 것에 대한 처절한 응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녀는 섬뜩한 눈빛으로 재윤을 노려보고는 이내 흩어져버렸다.

‘허상?’

그러고 보니 실체가 아니었다.

재윤이 암흑의 서를 불태우려고 하자 마족 케사르나가 환상을 통해 나타나 굴복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이 책을 없애지 못하게 별 짓을 다하는군.”

재윤은 주저없이 암흑의 서를 벽난로에 던졌다.

화르르르!

곧바로 책에 불이 붙었고, 그것은 시커멓게 타오르다 재가 되어버렸다.

바로 그 순간.

[당신은 재앙을 파괴했습니다.]

[명성이 대폭 상승합니다.]

[당신의 명성이 Lv5가 되었습니다.]

암흑의 서를 불태웠더니 Lv2였던 명성이 단번에 3단계나 올라 Lv5가 되었다.

동시에 울리는 알림.

[성주로서의 명성이 크게 올라 당신 소유 안전 지대의 단계가 일제히 상승합니다.]

[안전 지대 기적이 3단계(★)가 되었습니다.]

[안전 지대 혜미가 2단계(★)가 되었습니다.]

[안전 지대 희망이 2단계(★)가 되었습니다.]

[안전 지대 생존이 2단계(★)가 되었습니다.]

[안전 지대 새벽이 2단계(★)가 되었습니다.]

이는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다.

갑자기 안전 지대들의 단계가 모두 상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명성이 5레벨이 되었을 뿐인데.’

그냥 명성이 아니라 성주로서의 명성!

그 명성이 올랐다는 것이 이토록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건가.

《 형님! 저 경수입니다.》

《 재윤 오빠! 저 혜미예요!》

곧바로 안전 지대 기적의 관리자 이경수와 혜미의 관리자 한혜미로부터 관리자 통신이 왔다.

그동안에도 가끔 안부를 묻는 통신이 오긴 했지만, 지금 그들은 갑자기 안전 지대의 단계가 상승하자 경악해서 즉각 통신을 보내온 것이다.

《 3단계가 되며 기적의 수용 가능 인원이 20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방어전투 개시일은 180일 후입니다. 필요시 코인을 소모해 일자를 늦추는 것도 가능하고요.》

《 여긴 수용 가능 인원이 60명으로 늘어났어요. 방어 전투 개시일도 90일 후로 미뤄졌어요.》

기적은 200명.

혜미를 비롯한 4곳은 60명.

이로써 재윤 소유 안전 지대 총 수용 가능 인원은 440명으로 늘어났다.

《 나도 놀라고 있다. 단계가 높아졌다고 당황하지 말고 지금처럼 잘 관리하도록 해.》

《 예, 형님. 염려마십시오. 그런데 3단계가 되니 각 안전 지대간 지하보도만이 아니라 안전 고속도로나 안전 고속철도도 건설이 가능 해졌습니다. 》

《 철도까지? 》

《 예, 형님. 철도를 설치하면 열차도 자동 배치되고 일정시간마다 왕복 운행하는 시스템입니다. 》

《 그럼 편하긴 하겠네. 》

《 거리가 먼 지역은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빠르게 오갈 수 있겠지요. 》

안전 지대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점점 더 대단한 것들을 건설할 수 있다고는 알고 있었다.

안전 지대 관리 설명 창에 잘 나와 있으니까.

그런데 고속철도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다.

물론 지금 소유한 안전 지대들은 모두 가까운 거리에 있어 고속철도는 불필요한 시설이었다.

그러나 만약 이 근처에 안전 지대가 생긴다면?

‘그러고 보니 이쪽에도 안전 지대가 하나 쯤 있으면 좋겠구나.’

혹시라도 부모님을 찾게 되더라도 안전 지대 기적까지 이동하려면 매우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죽음의 숲과 황무지를 지나야 하니까.

괴물이야 별 것 아니라 쳐도 추위와 더위, 장기간의 이동은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안전 지대들이 연결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안전 지대간 연결되는 도로나 철도는 안전 지대나 다름없기 때문에 괴물들의 습격을 두려워할 필요없고, 열차를 통해 이동하니 매우 편하고 빠를 것이다.

그런데 알림이 그게 다가 아니었다.

[성주로서의 명성이 올라 코인 경제(Lv1)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코인 경제는 또 뭐지?’

* 코인 경제 (Lv1)

-이 정책을 실현시 각성자들뿐 아니라 비각성자들도 코인 획득 및 코인 상점 이용 가능.

-당신 소유의 성이나 안전 지대에 소속된 비각성자들에게도 코인 계좌 생성되며, 성이나 안전 지대에 기여하는 어떤 종류의 노력이든 보상으로 코인 획득 가능.

-당신 소유의 성이나 안전 지대에 코인 나무 베르타의 분신 자동 파견.

-코인 상점으로부터 총거래 금액의 20% 세금 징수

-제한:성주 명성 Lv5 이상

-투자 비용 : 10,000 코인

‘이건?’

이 정책을 펼치면 각성자들 뿐 아니라 비각성자들도 코인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비각성자들이 경비, 순찰 등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성에 기여를 하면 코인 보상이 알아서 주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재윤의 코인에서 나가는 게 아니었다.

마치 각성자들이 괴물을 처치했을 때 보상을 받듯이 비각성자들도 각종 노동을 통해 코인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관련 내용을 읽어보니 집에서 자신의 아이를 돌보거나 청소를 하는 것 같은 가사 노동도 성에 기여되는 일로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이것을 실현하려면 재윤이 무려 1만 코인을 투자해야 한다.

‘그래도 이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무조건 이익이다.’

그동안에는 모든 의식주를 각성자들의 코인에 기대왔던 비각성자들이 자체적으로 코인을 획득하게 되면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된다. 비각성자들도 당당하게 코인 상점을 이용해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을 테니까.

각성자들의 눈치를 보며 가장 값싼 옷만 얻어입어야 했지만, 비각성자 스스로 코인을 모아 비싼 옷을 살 수도 있고, 집의 단계를 올려 더 좋은 집에서 지낼 수도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각성자들 역시 그동안 성을 지키기 위해 전투를 벌였을 때 괴물을 처치하고 얻은 보상 이외에는 따로 보상을 받지 않았지만, 이제 달라진다.

성을 위해 전투를 벌이는 경우에는 따로 코인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모두가 코인이 풍족해지고, 자연스레 코인 상점의 이용도 늘어나게 된다.

재윤은 코인 상점에서 거래된 총거래 금액의 20%를 세금으로 받아챙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니, 그야말로 모두가 윈윈하는 시스템이었다.

‘굳이 미룰 것 없지.’

코인의 여유는 많았다.

오늘 전투에서도 코인은 잔뜩 벌었으니까.

괴물을 처치했을 때만 아니라 토벌 보상도 쓸쓸했다.

[10,000코인이 소모되었습니다.]

[현재 당신의 코인 잔액은 92,880입니다.]

[당신 소유의 성과 모든 안전 지대에서 코인 경제(Lv1)가 시작됩니다.]

재윤은 즉각 이경수를 비롯한 안전 지대의 관리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줬다.

또한 생존 공동체의 채시은과 최진석 등에게도 알려준 후 모두에게 이 내용을 설명해주라고 했다.

* * *

비각성자인 박희나는 세상이 이상하게 변한 날 남편과 헤어졌다.

회사에 출근했던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고 세상은 괴물 천지였다.

6살 딸과 함께 정신없이 도망치다 기적적으로 이 성에 들어와 살고 있었다.

얼마 전 각성자 이강석에게 뺨을 맞으며 모욕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 일을 잊고 오늘도 꿋꿋하게 일을 하는 중이었다.

어떻게든 성에 기여를 해서 배급 식량을 받아야 딸에게 먹을 것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기적같은 일을 경험했다.

평소처럼 각성자들의 집을 돌아다니며 청소와 빨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의 귀에 알림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당신의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1코인을 얻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 그냥 무시하고 다시 열심히 하던 일을 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자.

[당신의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1코인을 얻었습니다.]

또 다시 들려오는 이상한 알림.

이에 그녀는 깜짝 놀라 채시은에게 달려가 물었다.

그러자 채시은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 내용을 게시판에 붙여 놨어요. 이제부터 박희나 씨도 각성자들처럼 뭐든 일을 하면 코인 보상을 받게 됩니다. 코인 상점에 가면 잔액을 알 수 있다고 해요.”

“아, 어떻게 그런 일이?”

“강재윤 대표님께서 이 성의 성주가 되시면서 그게 가능해지셨대요.”

“아! 정말 믿기지 않아요.”

그 말을 듣고 박희나는 저녁까지 일을 마친 후 코인 상점에 한 번 가보았다.

그러자 상점 주인 세리아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어서오세요, 박희나 씨. 당신의 코인 계좌 잔액은 5코인입니다. 그 안에서 뭐든 살 수 있으니 편하게 매장을 둘러보세요.”

“맙소사! 진짜네요.”

그동안 각성자들 눈치를 보며 의식주를 해결했는데, 이런식이라면 코인을 모아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살고 있는 6살 딸에게 배급 식량뿐 아니라 다른 맛있는 것도 먹일 수 있게 된 것이니 정말 꿈만 같았다.

“저, 이 케익은 얼마인가요?”

각성자들만 사먹는다는 생크림 케익.

비각성자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고급 음식이다.

“1코인 되겠습니다.”

“살게요.”

“네, 여기 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세상이 이상하게 변하기 전에는 딸에게 자주 사주던 케익이었다.

그 케익을 들고 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데 왠지 눈물이 났다.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사실 죽지 못해 살고 있었는데, 이제 뭔가 살아갈 희망이 생긴 것 같아서였다.

이제 그녀가 바라는 건 딱 하나 뿐이었다.

‘현성 오빠! 살아는 계신 건가요?’

살아있는 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살아있기를 바랐다.

다시 남편과 만날 수 있다면.

그리고 이곳에서 함께 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적일 것이다.

* * *

코인 경제(Lv1)가 시작된지 불과 한나절도 안되었지만 재윤은 비각성자들의 표정이 너무도 밝아진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사실 놀랄 일이 아니었다.

당연한 것이니까.

아무리 세상이 괴상하게 변했다지만, 자신의 의식주를 남에게 기대어 살아야 한다는 건 비참한 일.

얼마가 됐든 스스로의 노력으로 할 수 있다면 자신감도 솟고 희망도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저놈들인데.’

재윤은 여전히 성 밖에서 죽치고 있는 다크 엘프들과 그 휘하 괴물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사이 진영까지 갖추고 있는 걸 보니 장기 봉쇄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단순하지만 저런 식으로 나오면 답이 안 나와.’

계속 보호막을 펼쳐 버티는 건 어렵지 않다.

1000코인이면 39시간 동안 보호막을 펼칠 수 있으니, 현재 소지한 코인만으로 약 5개월은 버틸 수 있다.

여기에 코인 경제가 시작되며 재윤은 코인 상점 거래 금액의 20%를 세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

또한 각 안전 지대에서 단계 효과로 매일 추가로 얻는 코인도 적지 않다.

즉, 보호막을 펼치기 위한 코인은 충분히 공급될 것이라 몇 년이라 해도 얼마든지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레벨을 올릴 수가 없다.

언제까지 성에만 갇혀 있을 수도 없는 일.

뭔가 방법을 찾아야 했다.

“빌어먹을! 암흑의 서를 불태우다니 정말 어리석은 놈이군. 마지막 기회를 주마. 마왕의 마력구만 내놓아라. 그것만 내놓으면 모든 걸 없던 걸로 하고 용서하겠다.”

다크 엘프 족장 파필리오는 재윤이 암흑의 서를 불태워 없앤 걸 벌써 알고 있는 듯했다.

그때부터는 마왕 데사오의 마력구만 내놓으면 물러가겠다며 계속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내성에 있는 성 관리자 오르도 또한 지금 상황에는 속수무책인 듯했다.

그래도 뭔가 대책을 고심해보겠다고 했는데, 지금쯤 뭐라도 떠올랐는지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성주님, 그렇지 않아도 잘 오셨어요.”

내성의 건물에 들어가자 마치 그림자같은 환영 형체의 뭔가가 재윤을 반겼다.

오르도였다.

처음엔 정팔면체 형상이었는데 재윤의 명성이 오르자 조금씩 그 형제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명성 Lv10이 되어야 비로소 온전한 형체가 된다고 하니 기대중이었다.

“뭔가 방법을 찾았어?”

“방법이라기 보다는 운명의 탑에서 성주님을 찾고 있어요. 성 관리자인 저에게 뜻을 보내왔거든요."

“운명의 탑? 그럼 아루넬이?”

“네. 아마도 좋은 일인 것 같아요.”

“무슨 좋은 일일까?”

이곳 운명의 탑은 성과 거의 붙어 있다.

그러다 보니 보호막의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 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특화 능력을 얻어야 하는 각성자 이외에는 탑 안으로 들어가지지가 않았다.

재윤도 시도해본 적 있었지만 불가능했다.

알 수 없는 장벽에 가로막혀 진입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운명의 탑에서 지금 재윤을 찾고 있었다.

재윤은 즉각 내성을 나와 운명의 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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