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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77화 (77/200)

77화.  < 속박에서 자유를 (3) >

“콰우우우우!”

“크카카카카!”

그때 갑자기 사방에서 몰려드는 괴물들을 발견하고는 생존 공동체의 각성자들과 비각성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최진석과 채시은은 모든 각성자들을 성벽에 배치한 채로 결전의 태세를 취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검은 파도처럼 몰려오던 괴물들이 갑자기 성벽 바깥 수십 미터 거리에 생겨난 알 수 없는 보호막에 차단되어 버린 것이다.

그것도 그냥 멈추게 한 정도가 아니었다.

괴물들을 오던 속도 그대로 뒤로 멀리 밀어내버렸다.

“쿠아아아아아!”

“크키아아악!”

괴물들은 백여 미터 바깥으로 빗자루 쓸리듯 밀려나갔다.

이에 발끈한 괴물들이 다시 성쪽으로 몰려왔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마치 파도가 해안을 향해 몰려왔다가 다시 빠져 나가듯 괴물들은 진격했다 쫓겨남을 반복하고만 있을 뿐 성 안으로는 단 한 마리의 괴물도 들어오지 못했다.

“저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아마도 대표님이 뭔가를 하신 것 같은데 나도 잘 모르겠구나.”

“대표님이 어떻게요?”

“그 분이 내성 쪽으로 들어가신 후 벌어진 일이라 그렇게 추정하고 있다. 정확히는 나도 몰라.”

“그래도 정말 다행이에요. 저 괴물들이 이 안으로 들어왔으면 대책이 없었을 텐데.”

“보호막의 지속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만 저 보호막이 있는 한 안심해도 될 것 같구나.”

채시은과 최진석은 괴물들이 몰려오지 못하자 안도하면서도 황당했다.

이 거대한 성 전체를 두르고 있는 저 정체불명의 보호막이 뭔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그 보호막이야말로 생명줄이었다.

사방에 새까맣게 깔려 있는 괴물들은 그들로서는 도저히 어떻게 해볼 만한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한편 그 상황을 재윤은 실시간으로 CCTV를 보듯 생생하게 보고 있었다.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 만큼 기막힌 일.

오르도가 말했다.

“이제 제 몸에서 손을 떼셔도 됩니다.”

재윤은 손을 떼고는 감탄하며 말했다.

“저 보호막이 끝없이 유지만 되면 이 성은 안전 지대 못지 않겠군.”

“성주님이 주기적으로 보호막을 걸어준다면 안전 지대와 다를 바 없겠죠.”

오르도는 말을 이었다.

“그러나 저로서는 저 괴물들을 이 안으로 오지 못하게 막아주는 것뿐 죽일 수는 없어요.”

재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괴물들을 처치하는 건 나의 역할이라는 뜻인가?”

“맞아요. 성주님은 그로써 더욱 강해지실 거고요. 성주님이 강해지실수록 저도 더 강한 능력을 펼칠 수 있어요.”

“자세한 얘기는 일단 저놈들을 쫓아낸 후로 미루겠다.”

“네. 이곳은 언제든 성주님께 열려 있답니다.”

궁금한 것은 많았다.

그러나 재윤은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괴물들의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들어올 수 없는 절대 보호막.

이 보호막이 있는 한 재윤은 매우 유리하게 괴물들과 싸울 수 있는 것이다.

재윤이 광혈검을 쥔 채로 성벽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최진석 등이 상기된 표정으로 달려왔다.

“대표님! 갑자기 보호막이 생겨났습니다.”

“놀라지 마시고 각성자들은 모두 저를 따라 오세요.”

재윤은 성 밖으로 각성자들을 이끌고 나갔다.

그리고는 보호막 바로 안쪽에 쭉 늘어서게 했다.

“보호막이 있으니 저놈들이 온다고 뒤로 물러나지 마세요. 가까이 오면 각자가 가진 전투 능력을 펼쳐 놈들을 공격해야 합니다.”

“예, 대표님!”

“그리고 저놈들이 도망간다고 보호막 밖으로 쫓아나가지 말고 지금 지정해준 자리를 고수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최진석과 채시은 등은 재윤의 명령을 다른 각성자들에게 다시 전해 혹시 모를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했다.

“콰우우우우우!”

“쿠아아아아!”

그때 멀리 밀려났던 괴물들이 다시 시커멓게 몰려오기 시작했다.

재윤은 담담히 기다리고 있다가 공격 명령을 내렸다.

“지금입니다! 모두 공격!”

순간 원거리 공격기를 가진 각성자들이 일제히 각자의 전투 능력을 펼쳤다.

그리고 근거리 공격기만 가지고 있는 각성자들은 괴물들이 보호막 바로 앞까지 접근했을 때 무기를 휘둘렀다.

콰콰쾅! 촥! 촤악!

물론 모두가 다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괴물들이 가까이 오자 보호막이 있는 걸 알면서도 기겁하며 도망친 각성자들도 꽤 있었으니까.

반면에 레벨은 낮아도 그 자리를 고수하며 적은 데미지일망정 꾸준히 전투 능력을 펼쳐 괴물들을 공격하는 이들도 있었다.

재윤은 그 사이 보호막 밖으로 나가 광혈검을 휘두르며 괴물들을 학살했다.

각성자들은 보호막 안에서 안전하게 사냥을 하게 했지만, 굳이 그까지 그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57코인을 얻었습니다.]

[19코인을 얻었습니다.]

[44코인을 얻었습니다.]

괴물들을 죽일 때마다 코인은 즉각 들어왔다.

또한 드롭템들도 아공간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철갑 독지네의 창(희귀)을 얻었습니다.]

[하급 생명력 물약을 얻었습니다.]

[독 저항의 비약을 얻었습니다.]

[히드라 토벌 임무서(B)를 얻었습니다.]

찬란한 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나무 인간 베르타.

그가 아공간에서 나와 드롭템들을 부지런히 줍고 있었던 것이다.

슥. 슥. 스스스슥.

언제 해보기라도 했는지 베르타는 줍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누비며 괴물들을 해치우는 재윤의 뒤를 바람처럼 뒤따르며 괴물들이 아이템을 드롭하면 즉각 주워 아공간에 넣어 주었다.

이에 발끈한 괴물들이 그를 보고 공격을 시도해봤지만 베르타는 마치 허상처럼 모든 공격을 통과시켜버렸다.

“어떠냐, 인간? 이 정도면 일당 값은 하는 것 같지 않나?”

“아주 훌륭하다. 계속 그렇게 해라.”

재윤은 베르타를 칭찬했다.

수천 마리나 되는 괴물과 싸우는 와중에 드롭템을 모두 챙기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정신없이 적을 해치우기도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윤은 베르타 덕분에 그럴 걱정이 사라졌다.

코인 나무 특유의 꼼꼼한 성격을 가진 베르타는 사소한 드롭템 하나 놓치지 않고 착실히 챙겨 재윤의 아공간으로 입고시켰다.

확실히 하루 일당 10코인이 아깝지 않은 루팅 일꾼이었다.

더욱 전투에만 신경을 쓰니 사냥 속도도 빨라졌다.

보스 급 괴물들이 한번에 몰려들면 일단 보호막으로 피했다가 놈들이 흩어지면 다시 가서 공격했다.

그렇게 재윤이 보호막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괴물들을 학살하자 결국 괴물들은 철수하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어둠 속 밀실에서 분기탱천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어떻게 된 일이냐? 어찌 인간들의 성에 보호막이 펼쳐진 건가?”

“저희들도 모르겠습니다. 그곳은 안전 지대가 아닌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 그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다크 엘프들이었다.

그들은 이번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빙의된 인간들 뿐 아니라 히드라와 철갑 독지네를 비롯한 각종 괴물들도 동원했다.

어둠의 힘을 쓸 수 있는 그들에게 괴물들을 조종하는 건 어려운 아니었으니까.

"그 따위 인간 놈들에게 벌써 어둠의 엘프 전사 둘이 희생되었다. 이번에는 완전히 쓸어버리려고 했는데 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가?”

족장 파필리오의 표정은 섬뜩하도록 굳어져 있었다.

“너무 심려마십시오, 로드. 어차피 거기 말고도 인간들을 확보할 만한 곳은 많습니다.”

“빙의인간들은 계속 만들고 있겠지.”

“예, 지금도 각성자 인간 시체 수십 구를 추가로 확보했으니 곧 새로 빙의인간들이 탄생할 겁니다.”

“코볼트들을 잘 통제하는 것도 잊지마라.”

“예, 로드.”

그들이 있는 밀실은 숲의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 성 안이었다.

그 성은 지하 곳곳에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는 동굴들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동굴들에는 코볼트들이 살고 있었다.

코볼트들은 모두 다크 엘프들의 하수인으로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주 부름을 받았다.

지금도 30여 마리의 코볼트들이 다크 엘프의 성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크! 드디어 이곳으로 들어왔군.’

그 중 가장 어수룩하게 보이는 코볼트의 두 눈에서 살짝 이채가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물론 그 코볼트는 고블린 세붐이었다.

재윤으로부터 다크 엘프들의 본거지를 알아내라는 임무를 받고 코볼트로 변신해 결국 이곳을 찾아낸 것이다.

동굴의 미로가 워낙 방대해 길을 안내 받지 않았다면 그도 이 곳을 찾을 수 없었다.

‘뜨내기라 이곳으로 올 기회를 얻기 힘들었다. 오늘은 무엇 때문에 코볼트들을 이렇게 많이 부르는 거지?’

덕분에 이곳으로 올 수 있었지만 문제는 탈출이었다.

재윤이 다크 엘프들의 본거지를 찾아내면 즉각 돌아오라 명령했지만, 세붐은 지금은 돌아갈 수가 없었다.

여기서 갑자기 돌아서 나가면 누구라도 의심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크 엘프의 성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일단 들어갔다가 경비가 허술한 틈을 타서 빠져나가면 되는 일이니까.

“어서들 와라, 우리의 친구 코볼트들이여.”

잠시 후 거대한 밀실로 들어가자 다크 엘프 마법사 무스카가 코볼트들을 반겼다.

“그대들은 우리 어둠의 엘프와 영원한 친구들이다. 어둠의 지배를 위해 그대들의 강인한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데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느냐?”

“카아악! 물론이다!”

“우리 코볼트들이 너희들을 돕겠다!”

“키키! 뭐든 부탁만 해라.”

그러자 무스카의 입가로 살짝 조소가 피어났다.

‘항상 그렇지만 정말 단순한 놈들이군. 조금만 띄워주면 목숨이라도 그냥 내놓을만큼 충성을 바친단 말이야.’

그래서 코볼트들은 이용해먹기가 무척 쉬웠다.

‘확실히 빙의된 각성자 인간을 만들기에는 코볼트만큼 적당한 녀석들이 없어.’

무스카는 코볼트들에게 하나씩 알 수 없는 대법을 펼쳤다.

그 대법을 펼쳐야 코볼트들이 죽은 인간 각성자들이 가진 지식을 일부라도 뇌에 흡수할 수 있다.

물론 그 대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코볼트들은 뇌가 터져 죽게 되지만, 그 사이 빙의되었던 인간 각성자들은 충분히 인간들을 사냥해 레벨을 올리게 된다.

코볼트들이 죽으면 다른 코볼트들로 대신하면 될 뿐.

이것이 바로 빙의괴물의 비밀이었다.

잠시 후 대법을 마친 무스카는 코볼트들에게 명령했다.

“다 끝났으니 모두 인간들 앞에 하나씩 앉아라.”

“예, 무스카님.”

코볼트들은 몽롱한 표정으로 한쪽에 쭉 늘어진 인간들의 시체 앞에 가서 섰다.

“이상하군. 왜 한 놈이 안 보이지?”

시체의 숫자에 비해 코볼트가 하나 부족했다.

무스카는 코볼트들을 인솔해온 다크 엘프 병사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 병사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분명 제대로 인솔해왔는데 사라질 리 없습니다.”

“어서 찾아봐라. 어딘가 한놈이 엉뚱한 곳에서 길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예."

곧바로 다크 엘프 병사들이 황급히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러다 보니 이 밀실에는 몽롱한 표정의 코볼트들 외에는 무스카만 남아 있었다.

갑자기 무스카의 뒤쪽에서 뭔가가 날아와 그를 덮쳤다.

“누, 누구! 커억!”

무스카는 저항할 틈도 없이 무참한 연격을 받았고 결국 목이 부러져 죽었다.

물론 세붐이었다.

‘크크, 역시 마법사 놈은 기습으로 죽여야 제맛이지.’

그는 무스카의 품속에 있는 책과 아이템, 그리고 밀실에서 수상해보이는 물건들을 모두 가방에 챙겨넣었다.

그리고는 죽음 칼날을 펼쳐 코볼트들과 인간들의 시체를 모두 토막내버린 후 성을 빠져나왔다.

“저쪽이다! 저놈이 수상하다!”

잠시 후 다크 엘프들이 그곳에서 벌어진 일을 알고 추격해왔지만, 그때는 이미 세붐은 방대한 미로의 동굴 속으로 들어간 후였다.

한 번 갔던 장소는 절대 잊지 않는 터라 그는 미로에서 다크 엘프들을 손쉽게 따돌리고 유유히 동굴을 빠져나왔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감히 우리를 농락해!”

그런데 그때 그의 뒤쪽에서 다크 엘프 하나가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

다 따돌린 줄 알았는데 하나가 끝까지 따라붙었던 것이다.

푸확!

“크윽!”

세붐은 잽싸게 피했지만 상대의 공격은 매우 빨랐다.

게다가 단번에 그의 보호막을 절반 이상 날려버릴 만큼 강력한 위력이었다.

쾅! 콰앙! 푸확! 푹푹!

순식간에 보호막이 터져나가고 그의 전신은 만신창이로 변했다.

그러다 보니 코볼트였던 그의 변신이 풀렸다.

“크으윽! 빌어먹을!”

“고블린 놈이었나?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다크 엘프 전사의 두 눈에서 붉은 빛이 섬광처럼 번쩍였다.

세붐은 비틀거렸다.

처음 기습을 받은 이후 제대로된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큰 부상을 입은 터라 지금 상태라면 꼼짝없이 당하고 말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쒸이익!

어디선가 화살 하나가 날아와 다크 엘프의 목을 노렸다.

파악!

그는 재빨리 단검으로 그것을 쳐냈지만 바로 그 자리에 또 하나의 화살이, 그리고 연이어서 화살이 무더기로 날아들었다.

푹!

“크윽!”

예측할 수 없는 먼 곳에서 화살이 빛살처럼 날아드니 다크 엘프는 피하기 급급했다.

그러다 그는 멀리서 자신을 향해 활을 쏜 엘프의 존재를 발견하고는 이를 갈았다.

“감히! 죽인다!”

그는 그 즉시 그 엘프가 달아난 방향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그 순간 비틀거리고 있던 세붐의 앞에 엘프 로사엔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숲의 힘을 이용해 환영을 만들어 다크 엘프를 따돌린 것이었다.

세붐이 반색했다.

“로사엔? 네가 어떻게?”

“상태가 엉망이구나.”

로사엔은 가볍게 뭐라 주문을 외워 세붐의 상처를 치료하고는 물었다.

“다크 엘프들의 본거지는?”

“크크, 찾았다. 주인님께 드릴 보물도 잔뜩 털었지.”

그러자 로사엔은 눈을 빛내며 대견한 듯 세붐을 쳐다봤다.

“지금 이쪽으로 꽤 많은 적들이 몰려오고 있어. 아무래도 숲은 위험하니 마스터께 가는 게 좋겠다.”

“그래.”

그렇게 로사엔과 세붐은 빠른 속도로 재윤이 있는 성쪽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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