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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75화 (75/200)

75화.  < 속박에서 자유를 (1) >

레벨 20 제한 스켈레톤 백부장의 도끼는 재윤에게는 별 의미없는 장비라 일단 아공간에 넣어두었다.

그러나 암흑의 벨트와 암흑의 반지는 둘 다 대박급 아이템이었다.

* 암흑의 벨트

-등급 : 전설(★★★)

-분류 : 파투스 장비

-내구도 : 350/350

-장착 효과 : 어둠 저항 +20, 모든 스탯 +7, 최대 생명력 +300

-부가 효과 : 아공간 인벤토리 +15

-장착 제한 : Lv30

지금 차고 있는 오크 지휘관의 벨트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히 좋은 장비였다.

* 오크 지휘관의 벨트

-등급 : 전설(★★)

-효과 : 모든 스탯 +5, 최대 생명력 +200, 아공간 인벤토리 +10

재윤은 즉각 암흑의 벨트로 바꿔 장착했다.

덕분에 스탯들이 2씩 더 증가했고, 생명력도 100 더 증가했다.

또한 아공간도 5칸이 늘었다.

아공간에 있던 물건들은 알아서 새 벨트의 아공간으로 이동했다.

* 암흑의 반지

-등급 : 전설(★★★)

-분류 : 파투스 장신구

-내구도 : 300/300

-장착 효과 : 어둠 저항 +30, 지능 +7

-장착 제한 : Lv32

거무튀튀한 외형의 이 반지를 끼게 되면 기존의 피묻은 어둠의 장신구 세트 효과가 사라지지만, 이 반지 하나의 효능이 그 세트 효과를 능가했다.

* 피묻은 어둠의 장신구 세트

-어둠 저항 +20, 지능 +5

재윤은 즉각 피묻은 어둠의 반지 하나를 빼고 그 자리에 암흑의 반지를 끼었다.

그러자 어둠 저항이 더욱 증가하고, 지능도 추가로 2 더 상승했다.

【레벨】 38

【생명력】 1000/1000(↑120)

【파투스】 161/161(↑11)

【스탯】

근력 44(↑2)

체력 40(↑2)

민첩 45(↑3)

지능 42(↑4)

레벨 보너스 스탯은 그간 체력을 40까지 맞춘 후 이번에는 민첩을 다시 올렸다.

* * *

그 후로 며칠 동안 빙의괴물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다크 엘프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밤이 되면 스켈레톤들과 좀비들은 나타났다.

최진석은 재윤의 충고대로 각성자들을 전투조나 지원조로 구분하지 않았다.

밤에 쳐들어오는 언데드들은 지원조들의 레벨을 높이기에 적당한 경험치 덩어리였다.

고레벨 각성자들이 저레벨 각성자들과 함께 파티 사냥을 하며 그들의 레벨을 빠르게 올려주었다.

재윤 역시 저랩들과 파티 사냥을 해주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저랩들을 돕는 목적도 있지만, 그 역시 토벌 임무를 수행하며 얼마라도 경험치와 보상을 얻을 수 있으니 손해되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 저랩들이 20레벨을 달성하면 성 뒤쪽에 있는 운명의 탑에 들어가게 했고, 덕분에 그중 일부는 특화 능력을 얻었다.

그러고 보면 이곳 지역은 비록 다크 엘프나 빙의괴물이라는 무서운 괴물들이 도사리고 있긴 하지만, 안전 지대 혜미나 기적이 있는 지역보다 경험치는 물론이고 특화 능력을 얻는 것도 훨씬 수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윤이 이들보다 압도적으로 레벨을 빨리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괴물 지식 획득이라는 S급 특성 때문이었다. 특히 B급의 토벌 임무서를 통한 대량의 경험치 보상은 그저 괴물들만 죽이며 획득한 경험치와는 차원이 달랐다.

물론 지식 특성이 없어도 지식은 누구나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은 C급이 한계였다.

들어보니 최진석과 채시은, 권수현 중 누구도 B급 지식을 보유한 이는 없었다.

그간 그들은 차강혁 등과 함께 스켈레톤 백부장을 제법 해치웠지만, 여전히 스켈레톤 지식은 C급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재윤은 불과 며칠 사이에 스켈레톤에 대한 A급 지식을 획득할 수 있었다.

“대표님, 이쪽은 오늘 새로 특화 능력을 얻은 자들입니다.”

채시은이 두 명의 각성자를 재윤에게 소개했다.

재윤이 이곳을 떠나기 전까지는 대표를 맡기로 한 터라 최진석 등은 공동체의 중요한 일이 생기면 즉각 보고를 했다.

새로운 특화 능력자가 나타난 것은 매우 중요한 일.

그런데 두 각성자는 모두 재윤이 아는 사람들이었다.

김민지와 오대현.

지원조에 있던 그들이 이번에 레벨 20에 올랐고, 동시에 특화 능력도 얻게 된 것이다.

놀랍게도 김민지는 고대 마도사의 지혜라는 A급 특화 능력을 얻었다.

이로써 살라만더 소환술사 권수현을 능가하는 강력한 마법사 딜러가 탄생한 것이었다.

또한 오대현은 고대 방패 전사의 방패술이라는 B급 특화 능력을 얻었다.

덕분에 이제 그는 죽은 조상구를 대신해 메인 탱커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잘됐군요.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재윤은 미소 지으며 그들을 격려했다.

그러자 김민지가 눈물을 글썽이며 재윤을 쳐다봤다.

“모두 대표님이 챙겨주신 덕분입니다. 정말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오대현도 마찬가지였다.

우직한 인상을 가진 그는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대표님이 며칠 동안 계속 파티 사냥을 해주시고, 토벌 임무서도 챙겨주시지 않았다면 20레벨이 되는 건 불가능했을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말대로 재윤은 특별히 이 두 명에게 신경을 써주긴 했다.

둘 다 전투감각이 나쁘지 않아보여 한 번 밀어줘본 것이다.

그런데 설마 둘 다 특화 능력자가 될 줄은 몰랐다.

재윤이 뿌듯할 정도이니 김민지 등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대표님께서 거절하지 않으신다면 나중에 이곳을 떠나실 때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어디로 가든 대표님을 따라가겠어요.”

“저도 마찬가집니다. 우리를 버리지 말고 데려가 주세요.”

김민지와 오대현이 그렇게 말하자 채시은은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장차 최강의 데미지 딜러와 메인 탱커가 될 이 신진 강자들이 떠나버리면 이 공동체는 누가 지킨다는 말인가.

그러나 사실 마음 같아서는 그녀 역시 재윤을 따라가고 싶었다.

그녀뿐 아니라 이곳 공동체에 있는 대부분의 각성자들은 물론이고 비각성자들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압도적인 전투력을 가졌으면서도 오만하지 않고 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존재!

재윤은 그저 형식적인 대표가 아니라 공동체 일원 모두의 마음 속에 진정한 대표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저를 따라오면 안 됩니다. 여러분은 이곳을 지켜야죠.”

재윤이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짓자 김민지와 오대현이 미소 지었다.

“알고 있으니 염려 마세요. 하지만 언제라도 불러주시면 어디든 따라갈게요.”

“그때를 위해 계속 강해지고 있겠습니다.”

그 말에 채시은도 동의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언제든 불러주세요.”

재윤이 웃었다.

“그렇게들 말하니 왠지 오늘 제가 떠나는 분위기같네요. 아직 더 있을 겁니다. 빙의괴물들을 다 처리하기 전에는 안 떠나요.”

채시은이 끄덕였다.

“마음 같아선 대표님이 최대한 오래 계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부모님을 찾으러 가셔야 하니 빙의괴물 문제가 빨리 해결되도록 저희도 최선을 다해 도울게요.”

그때였다.

쿠구구궁!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듯 성이 세차게 흔들렸다.

다행히 건물이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

“내성 쪽인 것 같아요. 그쪽에서 진동이 크게 느껴졌어요. 혹시 코인 나무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내성의 지하에는 코인 나무가 있다.

요며칠 코인 나무는 지하에 봉인 결계를 펼쳐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재윤이 준 전설 등급 히드라의 피 2병을 이용해 스스로의 한계를 깨뜨린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지금쯤 어떻게든 결판이 났을 것이다.

한계를 돌파했든지 아니면 실패했든지.

그런데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쿠구구궁! 콰콰아아앙!

땅은 계속 울렸고, 뭔가가 박살나고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내성이 그대로 무너져버렸다.

“아앗! 저런!”

“내성이!”

다행히 그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그 사이 모두 빠져나와 다친 이들은 없었다.

“제가 가볼 테니 모두 최대한 내성에서 멀리 피해 있어요.”

“예, 대표님.”

재윤이 내성 앞에 도착하자 뭔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나무 줄기 같았는데, 그것이 점점 자라나더니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쿠쿠쿵! 콰아아앙!

결국 내성 옆의 첨탑도 무너졌다.

동시에 내성 주변이 초토화되었다.

그 사이 다행히 각성자들과 비각성자들은 모두 성벽 근처까지 피해 있었다.

“크으으으으! 이, 인간! 어서 이곳에서 벗어나라. 그곳에 있다간 내가 공격할지 모른다.”

흉측하게 거대해진 나무로부터 괴로워하는 음성이 들려나왔다.

그러고 보니 그 나무가 바로 코인 나무였던 것이다.

“어떻게 된 건가?”

재윤이 묻자 나무가 대답했다.

“힘을 통제할 수가……. 한 병이면 될 것을 두 병을 무리하게 털어넣은 것이 문제였다……. 마기가 침투해 이꼴이 되고 말았다."

“해결 방법은 없나?”

“잠시 후 나는 마기로 폭주하게 된다. 그때 나를 공격해 쓰러뜨려라.”

“쓰러뜨리라고?”

"방법은 그것 뿐이다. 하지만 무리다 싶으면 최대한 도망쳐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대를 죽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말이 끝나자마자 나무의 색깔이 시커멓게 변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무 기둥에 악마와도 같은 얼굴이 나타났다.

“크크크크크크!”

방금 전과는 달리 사악하기 그지없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크크크크! 다 죽여버린다! 모조리 다 죽인다!”

“정신차려라, 코인 나무!”

재윤은 일단 바람의 화살을 한 방 날려보냈다.

파아악!

나무 기둥 한쪽이 움푹 파였다.

그러자 나무가 크게 흔들리더니 나무 기둥의 악마 얼굴이 재윤을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

“크으으으으! 감히! 용서하지 않겠다!”

동시에 하늘로 뻗은 듯 높이 솟아있던 나뭇가지 중 하나가 엄청난 속도로 재윤을 향해 쇄도해왔다.

마치 거인이 손바닥으로 바닥을 후려치는 듯한 모습!

그 반경이 너무 넓은 터라 재윤은 바람 이동을 펼쳐 빠르게 피했다.

콰아아앙!

나뭇가지가 땅을 후려치자 땅이 움푹 파이며 그 충격파가 주변으로 퍼져나가 근처의 건물들이 우르르 무너졌다.

“완전히 미쳤구나. 그럼 제대로 공격해주지.”

그래도 혹시 정신을 차릴까 싶어 바람의 화살만 날렸는데, 이대로라면 성을 다 때려부술 기세였다.

‘검기파! 질풍의 화살!’

재윤은 필살기를 사정없이 날렸다.

콰아앙! 콰직!

검기파에 맞은 나뭇가지들이 부러졌고, 질풍의 화살에 맞은 악마의 얼굴에선 시커먼 피가 흘러내렸다.

“쿠우우우우우! 용서 못한다, 인간!”

나무가 더욱 거세게 재윤을 공격했다.

거대한 수백 개의 가지들이 날아드는 속도는 히드라 보스의 뱀머리들이 날아드는 것 못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외형도 그렇고 어째 공격 패턴이 히드라 보스와 비슷해보이긴 했다.

‘히드라의 피를 마셔서인가?’

그나마 다행인 건 히드라처럼 독을 뿜거나 하지는 않았다.

재윤은 광혈검으로 나무 가지들을 마구 갈랐다.

재사용 시간이 돌아올 때마다 필살기를 펼쳐 나무 기둥의 악마의 얼굴을 공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콰아앙! 쾅! 콰아아앙!

시간은 꽤 오래걸렸다.

거의 한 시간도 넘게 지난 듯했다.

성벽에 빙 둘러서서 거대 나무와 싸우는 재윤을 쳐다보는 공동체 일원들의 표정은 모두 경악과 감탄에 젖어 있었다.

처음에는 도저히 쓰러질 거라 상상도 할 수 없던 거대 나무 괴물이 재윤에 의해 결국 비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많던 가지들은 다 잘려나갔고 나무 기둥만 남았는데, 그것도 광혈검에 수없이 베여 너덜거리고 있었다.

“크으으으으윽! 그, 그만! 이제 됐다! 그만 때려!”

어느 순간 나무로부터 악마같은 소리가 아닌 본래의 음성이 들려왔다.

신비한 코인 나무의 음성.

“드디어 정신을 차린 거냐?”

“크으으윽!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누더기를 만들어 놓다니!”

음성을 들어보니 조금 원망스러워하는 투였다.

“쓰러뜨리라고 하지 않았나?”

“이 정도면 충분하다. 마기는 모두 빠져나갔어. 어쨌든 고맙다, 인간. 그대가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날 뻔했다.”

코인 나무는 금세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했다.

“이제 잠시 후면 진정한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

그 말과 함께 나무 기둥의 베인 틈새로부터 찬란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은 점점 강렬해졌다.

화아악! 번쩍! 화아아악-

나무껍질들이 무너져내림과 동시에 가루로 변해 흩어졌다.

주변에 쌓여있던 무수한 가지와 나뭇잎들도 가루로 변했다.

그렇게 잠시가 지났을까?

눈부시게 만들었던 빛들이 사라진 장소에서 심하게 기침을 쿨룩거리고 있는 웬 괴상한 존재가 서 있었다.

온갖 색으로 반짝이는 머리카락 아래 얼굴은 사람처럼 생겼지만 몸체와 팔다리는 나무로 이루어져 있었다.

전체적인 형체는 사람의 실루엣이지만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그냥 나무 인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고 몸엔 상처 투성이였다.

“으으……. 죽겠구나.”

그는 비틀거리며 다가와 재윤 앞에 섰다.

그리고는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베르타. 그대 덕분에 속박에서 자유를 얻었구나.”

“베르타?”

“그게 내 이름이다. 앞으로는 코인 나무라고 부르지 말고 그렇게 부르도록 해라.”

“그럼 코인 나무로서의 기능은 사라진 건가?”

“후후, 그럴 리가 있겠느냐? 이 뒤바뀐 세상에서 코인 상점을 운영하는 건 나의 사명과도 같은 일. 나의 능력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늘어났지. 그래서 이렇게 움직일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베르타는 팔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보였다.

그 사이 만신창이같은 그의 상태는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얼굴도 붓기가 빠지자 확실히 사람처럼 보였다.

나이는 20대 초반.

신비할 정도로 아름답지만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중성적인 얼굴이었다.

목소리도 중성적이라 성별을 알 수가 없었다.

하긴 목 아래는 다 나무인데 성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냥 나무 인간일 뿐이다.

“어쨌든 자유를 얻었다니 축하한다, 베르타.”

“고맙다, 인간, 아니, 강재윤.”

“내 이름도 알고 있었나?”

“내 귀가 무척 밝거든. 성에서 벌어진 일은 다 알고 있다.”

재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무가 사람 비슷한 형체로 바뀌어버리는 괴상한 일이 벌어졌지만 지금 세상에서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별로 놀랄 것도 없는 일.

그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그럼 이제 이건 어떻게 할 거냐, 베르타?”

“무엇을 말인가?”

재윤은 사방에 초토화되어 있는 성 내부를 가리켰다.

내성이 무너지고 첨탑이 박살나고 건물들도 멀쩡한 것이 없어보였다.

“내 말은 이걸 원상태로 복구하라는 뜻이다.”

“그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지.”

베르타는 그게 뭐 대수로운 일이냐는 듯 빙긋 웃었다.

그리고는 뭔가를 잠시 계산하더니 말했다.

“본래 상태로 돌리려면 대충 3만 2천 코인 정도면 충분하겠군.”

“3만 2천 코인? 지금 설마 나보고 그걸 내라는 건가?”

재윤이 노려보자 베르타가 흠칫하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난 그냥 운명의 룰에 의해 코인 상점을 운영할 뿐, 코인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리는 없으니까.”

“그래서 당신이 다 부숴놓은 걸 왜 내가 물어내야하는 거지?”

“그거야……"

베르타는 뭐라고 말하려다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 보니 재윤이 그 큰 액수의 코인을 물어줘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마기에 폭주해 미치기 직전의 그를 구해줬으니 재윤에게 보상을 줘야할 것이다.

베르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빌려주면 꼭 갚도록 하지.”

“코인 상점의 코인은 쓸 수 없다면서 무슨 수로?”

“루팅을 도와주마.”

“루팅?”

“그대가 괴물을 죽이면 내가 그걸 주워다 그대의 아공간에 넣어주는 거지. 이런 경우 하루 일당으로 10코인을 차감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앞으로 3200일 동안 내 루팅을 도와주며 갚겠다?”

“그 방법 외에는 없으니까.”

알아서 아이템을 주워준다면 재윤이야 편하긴 할 것이다.

“그러다 괴물들에게 죽을 수도 있을 텐데.”

“아까는 마기가 폭주해서 그대와 전투를 벌였을 뿐 이제 본래 상태로 돌아온 이상 난 괴물을 때릴 수도 없고 괴물에게 맞지도 않는다. 게다가 내가 옆에 있으면 그대는 언제든 코인 상점을 이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가?”

“그럼 이 성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나의 분신을 남겨놓으면 그 녀석이 이전처럼 코인 상점을 운영할 테니 염려마라.”

분신도 만들 수 있다니.

재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성을 이꼴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니까.

“좋아. 그럼 일단 빌려줄 테니 매일 일을 해서 갚아라.”

“고맙다, 강재윤.”

베르타는 비로소 안도한 듯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곧바로 재윤에게 알림이 들렸다.

[32,000코인이 소모되었습니다.]

동시에 초토화되어 있던 성이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하게 복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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