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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74화 (74/200)

74화.  <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보다 (3) >

[4000코인을 얻었습니다.]

[암흑의 상자를 얻었습니다.]

다크 엘프 페리나는 재윤의 광혈검에 동강난 채로 검은 구름에 휩싸였다.

그런데 그때 공교롭게도 페리나가 밟고 서있던 차강혁의 시체도 함께 그 구름에 빨려들어갔다.

스스스.

구름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고 페리나와 차강혁의 시체 또한 그와 함께 사라졌다.

근처의 바닥에는 목이 뚫린 채 처참하게 죽은 조상구의 시체가 있었고, 그 앞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최진석의 모습도 보였다.

“아니, 어찌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린다는 말인가?”

최진석은 비틀거렸다.

그 뒤로 살라만더를 소환한 권수현과 힐러 채시은 또한 이 상황이 믿기지 않은지 충격 받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차강혁 씨, 조상구 씨……"

채시은은 얼마나 사력을 다해 치유의 빛과 보호막을 펼쳤는지 모른다.

차강혁과 조상구가 죽지 않도록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두 힘을 다 쏟았던 것이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 * *

잠시 후 성을 습격해온 언데드와 빙의괴물들은 모두 몰살했다.

이는 재윤이 두 명의 다크 엘프와 스켈레톤 백부장을 처치한 덕분이었다.

다만, 비록 전쟁에서는 승리했으나 생존 공동체를 이끌어가던 두 명의 핵심 멤버가 이번 전쟁에서 사망했다.

차강혁과 조상구.

이 둘의 죽음은 그 자체로도 생존 공동체를 뒤흔들만한 대사건이었지만, 전투조의 각성자들에게 특히 많은 충격을 주었다.

전투조 각성자들 중 다수가 그들을 지지하던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경비대장 최진석과 힐러 채시은이 생존 공동체를 사실상 대표하는 리더로 부상하게 될 터라, 그간 차강혁의 위세를 빌어 비각성자들을 유난하게 핍박해오던 이강석 등은 마음이 심난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강석은 그 즉시 평소 친분있던 전투조 각성자들을 불러모았다.

“강혁이 형님과 상구 형님이 죽은 이상 이제 이곳은 최진석과 채시은의 세상이 될 겁니다. 그 두 형님 라인에 있던 우리들은 이제 여기서 숨도 제대로 못쉬고 살 게 분명해요.”

이강석의 말에 안지태, 박종수 등을 비롯한 7명의 전투조 각성자들의 얼굴에 그늘이 지워졌다.

"그런다고 그 사람들이 우리를 내쫓기야 하겠냐?”

“내쫓지는 않겠죠. 하지만 이제 우리는 비각성자들에게 말도 함부로 못할겁니다. 막 부리지도 못하고, 어쩌면 그들을 상전 대하듯 해야한다고요. 형님들은 그런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 우리끼리 어디 다른 곳이라도 가자는 건 아닐 테고.”

그러자 이강석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몰아내야죠.”

“그게 무슨 말이냐? 설마?”

“어차피 전투조원들 대부분은 우리와 비슷한 생각일 겁니다. 열에 여덟은 강혁이 형님 아니면 상구 형님 라인이었잖아요.”

“그거야 그렇지.”

“최진석과 채시은만 사라지면 모든 게 끝납니다. 권수현이야 있으나마나한 존재고.”

순간 안지태 등의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

이강석의 말이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박종수가 말했다.

“하지만 한 명 걸리는 사람이 있다, 강석아.”

“누구요?”

“강재윤.”

그러자 이강석의 안색이 굳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강재윤이 어떤 존재인지 모를 리 없었다.

특히 오늘은 차강혁과 조상구를 죽인 엘프 페리나도 강재윤에게 죽었다.

단신으로 일인군단과 같은 전투력을 가진 강재윤은 각성자들에게는 가히 전설과 같은 존재.

“하지만 그 사람은 곧 여기를 떠난다고 했습니다.”

“맞아. 곧 떠날 사람인데 신경쓸 필요 없지 않나?”

그러자 박종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곧 떠날지 아니면 계속 여기에 남아있을지 아직 누구도 몰라. 빙의괴물을 처치한 후에 간다고 했는데, 솔직히 그놈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마음 먹기에 따라 여기서 왕처럼 살 수도 있는데 굳이 떠나려고 할까?”

안지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이 아니야. 솔직히 가려면 진작 떠났겠지.”

“하긴 그 사람이 무슨 천사도 아니고 남 좋은 일 하려고 빙의괴물을 처치할 리는 없습니다. 지금은 명분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게 분명해요.”

이강석이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차라리 우리가 그자를 수장으로 추대하는 겁니다.”

“강재윤을?”

“예. 그 사람이 수장이 되면 그를 추대한 우리를 좋게 생각할 겁니다. 공동체를 우리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죠.”

“만약 그 사람이 우릴 좋지 않게 생각한다면?”

“그땐 독살이라도 하면 되죠. 술 취하게 한 후에 기습을 해도 되고요. 그거야 그때 가서 생각해볼 일입니다.”

“흐흐, 하긴 그놈이 아무리 강해도 그럼 별 수 없겠지.”

곧바로 그들은 최진석과 채시은을 몰아내고 재윤을 이곳의 수장으로 추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멀리 끌 것 없어요. 지금 당장 갑시다.”

“그래. 오늘 밤 최진석과 채시은을 끝장낸다.”

“전투조원들 더 모이라고 해.”

* * *

한편 그 시간 최진석의 집.

최진석과 채시은, 권수현이 모여 회의 중이었다.

채시은이 말했다.

“오늘 일로 우리는 두 명의 중요한 멤버를 잃었어요. 우리와 생각은 많이 달랐지만 그래도 그들이 있었기에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었죠. 이제 자칫하면 아주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최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그들을 추종했던 각성자들이 나쁜 마음을 품고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대놓고 우리를 몰아내려고 할 수도 있어요. 자칫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고요.”

그런데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간 최진석과 채시은 등을 지지하는 이들은 대부분 비각성자들과 지원조 각성자들, 그리고 전투조원들 중 소수였다.

대부분의 전투조원들은 차강혁 등과 뜻을 같이 했다.

"만약 그들이 힘을 합쳐서 우릴 공격한다면 속수무책이에요, 대장님.”

지원조 각성자들은 모두 레벨이 낮은데 반해, 전투조원들은 최하 레벨 20이었다.

비록 최진석 등의 레벨이 높다지만 30명에 가까운 전투조원들과 싸워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즉, 그들이 대표에서 물러나라고 하면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들이 우려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만 밖으로 나오시죠, 경비 대장님, 아니, 최진석 씨!”

“아니면 우리가 들어갑니다. 그 안에 있는 거 다 알아요. 채시은 씨, 권수현 씨도.”

최진석 등은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갔다.

“다들 무슨 일로 이 밤중에 몰려온 건가?”

집 앞에 전투조 각성자 30명 정도가 몰려와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도저히 최진석 등이 감당할 만한 숫자가 아니었다.

저들 중에도 특화 능력의 소유자가 5명이나 있고, 심지어 20레벨 전설 장비인 스켈레톤 백부장의 무기도 가진 이들이 둘이나 있으니까.

“최진석 씨!”

이강석이 조소를 흘리며 말했다.

“이미 상황 파악이 끝냈을 테니 결론만 말하죠. 조용히 이 성을 떠나주세요. 딱 한 시간 드리겠습니다. 채시은 씨도 마찬가지고요."

채시은이 치를 떨었다.

“강석이 너 이 새끼! 진짜 미쳤구나. 너를 구해주고 레벨도 올려준 게 대체 누군데?”

“당신들이 자초한 거야. 당신들은 현실을 너무 모르거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

“씨발! 입 닥치고 조용히 꺼져. 한 번 더 주둥이를 놀리면 한시간이고 뭐고 없이 그냥 죽이는 수가 있으니까. 아, 그리고 빚은 갚아야지.”

이강석이 다가와 채시은의 뺨을 마구 후려쳤다.

짜악! 짝! 짜악!

여러 대의 뺨을 맞은 채시은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강석이 너 이놈!”

최진석이 발끈하는 순간 그를 향해 10명의 전투조원이 무기를 겨눴다.

“여기서 뒈지고 싶으면 움직여 보시죠, 대장님.”

“크크, 대장님이라 부르는 것도 지금이 마지막이야.”

“최진석 씨! 이제 당신은 끝났어.”

누군가 와서 최진석의 뺨도 마구 후려쳤다.

“허허허!”

최진석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너무도 맥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권수현은 두려워 떨고 있었고, 채시은은 힘겹게 일어나 앉아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시뻘겋게 부어 있었다.

치유의 빛을 펼치면 금방 치료되지만 그저 눈물만 흘러나왔다.

그래도 어떻게든 이 공동체를 잘 유지시켜 한 사람이라도 더 살아남게 만들고 싶었는데.

이제는 모든 게 절망뿐.

그런데 그때였다.

이강석 등의 앞에 누군가 내려섰다.

그러자 이강석이 반색했다.

“그렇지 않아도 당신을 찾아가려고……”

“조용히 입 다물어라.”

그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친 순간 이강석 등은 몸을 떨었다.

30명에 가까운 전투조 각성자들을 단 한 마디로 두려워떨게 만드는 존재.

물론 그는 재윤이었다.

“아직도 그 제의는 유효합니까?”

재윤이 최진석 등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최진석과 채시은 등의 시선이 재윤을 향했다.

“저에게 이 공동체의 대표를 맡아달라고 하지 않았나요? 차강혁 씨와 조상구 씨가 죽었으니 이제 남은 공동 대표 세 분이 원하면 그 뜻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순간 최진석의 표정에 격동이 일었다.

채시은과 권수현도 마찬가지였다.

“정말이시오?”

“진심이신가요?”

재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쓰레기들을 좀 정리해야 할 것 같은데 명분이 없어서요. 정리 후에 다시 대표의 권한을 돌려드리지요.”

“안 돌려주셔도 됩니다.”

그들은 공동체 내부의 일에는 아무 관심도 두지 않던 재윤이 나서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것도 대표가 되어주겠다니.

“그럼 세 분의 뜻에 따라 제가 이 공동체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곧바로 재윤의 손에 핏빛의 광혈검이 쥐여졌다.

그 검을 본 순간 이강석 등이 다시 오한이라도 난 듯 몸을 떨었다.

분명 자신들의 숫자가 많은 데도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재윤이 다시 최진석 등에게 말했다.

"저는 비록 대표지만 이 공동체를 실제적으로 이끌어가는 건 세 분입니다. 저들을 죽이고 살리는 것도 당신들의 뜻에 달렸습니다. 저 놈들을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재윤은 이곳에 계속 남아 있을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는 이강석 등이 작당하는 걸 모두 듣고 있던 터라 차마 더 이상 모른척할 수가 없어서 나섰다.

“참고로 저놈들이 아니면 이곳을 지킬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레벨만 낮을 뿐 지원조 각성자들만 30명이 넘습니다. 그들은 레벨만 높이면 훌륭한 전투조가 될 수 있으니까요.”

모두가 다 같이 갈 수 없다면, 어차피 선택해야 한다.

누구를 버릴지.

누구와 함께 가야할지.

억지로 다 끌어안고 가려다보면 결국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최진석 등은 재윤의 뜻을 이해했다.

그리고 결단을 내렸다.

그 결단은 재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해야 했다.

“저들을 생존 공동체에서 추방하겠습니다.”

최진석의 말에 재윤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이강석 등을 향해 외쳤다.

“너희들은 이제 공동체의 일원이 아니다. 한 시간 이내에 이곳을 떠나라. 그 이후에 내 눈에 띈다면 빙의괴물과 같은 취급을 당하게 될 것이다.”

빙의괴물과 같은 취급이라면?

죽인다는 뜻.

이강석 등은 재윤이 그러고도 남을 자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래서 그들은 최진석과 채시은 등을 향해 애걸하기 시작했다.

“제발 남게 해주세요!”

“잘못했습니다!”

“두 번 다시 오늘 같은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최진석은 고개를 흔들었다.

썩은 가지는 동정해서는 안된다.

잘라내지 않으면 나무 전체가 썩어버릴 테니까.

“나가라. 너희 정도 인원은 어디 가서 쉽게 죽지 않을 테니 나가서 너희끼리 살길을 찾아라.”

채시은도 싸늘히 외쳤다.

“서두르는 게 좋을 거에요. 대표님의 검에 당신들의 목이 잘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군요.”

그러자 이강석 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떠날 준비를 했다.

그리고는 원독의 눈빛을 보이며 성을 떠났다.

그들의 표정에는 언제고 두고보자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정작 떠난 이들은 8명 뿐이었다.

처음 주축이 된 이강석, 안지태, 박종수 패거리만 따라나간 것이다.

나머지 21명은 차라리 여기서 죽겠다며 계속 무릎을 꿇은 채로 남아 있었다.

노예라도 좋으니 남게 해달라고.

최진석은 뜻밖에도 그들을 살려달라고 재윤에게 간청했다.

“죽음을 감수하고 용서를 비는 놈들입니다. 아직 완전히 썩지는 않았습니다.”

채시은도 재윤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분위기에 휩쓸려 가담한 것 같으니 따끔하게 혼쭐을 내주고 정신을 차리게 만들겠어요.”

재윤은 끄덕였다.

“당신들의 뜻이 그렇다면 죽이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최진석 등은 재윤이 너무도 고마웠다.

재윤이 그가 혼자서 다 결정할 수도 있는 문제를 일부러 최진석 등에게 결정하게 만들어 그들에게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들은 절망 속에서 살아났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위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 * *

잠시 후 재윤은 방으로 돌아왔다.

물론 들어오기 전 성밖으로 나가 이강석 일당을 처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들은 재윤을 독살시키겠는 작당도 했을 만큼, 그대로 두면 어떤 식으로든 또 사악한 잔머리를 굴려 화를 가져올 테니까.

‘그나저나 아직 상자를 안 열어봤군.’

다크 엘프들을 해치우고 얻은 암흑의 상자가 2개.

스켈레톤 백부장의 상자가 1개였다.

곧바로 3개를 다 열어보니 각각 대량의 코인과 함께 전설템이 하나씩 나왔다.

암흑의 벨트(전설)

암흑의 반지(전설)

스켈레톤 백부장의 도끼(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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