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자생존-70화 (70/200)

70화.  < 이 성에는 어떤 비밀이? (2) >

최진석은 멀리 코인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 지하에 저 코인 나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야말로 우연이었습니다. 코인만 주면 집이 생겨나고 음식도 나오니 소설 속에서나 나오던 괴상한 일이 현실로 벌어진 거지요. 하지만 코인 나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인원이 살아남기란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럼 성 안에 있는 모든 집들을 정말로 모두 코인을 주고 지었다는 겁니까?”

“그게 임대 개념이다보니 그리 비싼 건 아닙니다. 모든 집들의 임대료를 다 합쳐 한 달에 3000코인이라서.”

한 달에 3000코인 월세라니.

재윤은 왠지 어이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그냥 코인 나무가 아니라 성 소유주 나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도 집 한 채가 아니라 모든 집들을 다 합쳐 그 정도면 절대 비싼 건 아니었다.

각성자들이 매달 50코인 정도씩만 분담하면 되는 일이니까.

“물론 그렇게 만들어진 집들은 아주 평범한 수준입니다. 추가로 좀 더 좋은 집에서 있고 싶으면 개별적으로 코인 나무를 찾아가 시설 수준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요. 그거야 각성자들의 자유이니 코인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좀 더 훌륭한 집에서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럼 제가 묵었던 곳이 그런 식으로 업그레이드 된 곳이군요.”

그러자 최진석이 미소 지었다.

“원래 그 정도 시설을 갖춘 집은 없었지만 당신을 위해 각성자들이 코인을 모았습니다. 원하신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 집에서 머무실 수 있도록 조치하지요.”

재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어제 집 한 채를 호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었다니.

그들의 심정이 얼마나 간절한지 알 것도 같았다.

그러나 재윤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집 외에는 추가로 드는 비용이 없습니까?”

“보호비로 1000코인을 매달 내야 합니다.”

“보호비는 또 뭐지요?”

“이 성의 지하에 재앙이 하나 존재하고 있는데, 그 재앙을 막아주는 대가입니다. 그게 뭔지 물어봤지만 우리는 재앙과 맞설만한 능력이 없다며 알려주지 않더군요. 최소한 35레벨을 달성해야만 알려준다고 하니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레벨 35 제한인 걸 보면 아무래도 괴물과 관련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저는 올라가 있을 테니 천천히 코인 나무와 볼 일을 보다 올라오세요.”

다른 각성자들이 코인으로 뭔가를 사고 파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 건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임대료, 보호비 등을 공동 지불하거나 식량과 같은 것들을 함께 구매할 때가 아니면 한 명씩 내려와 코인 나무와 거래를 했다. 그런 이유로 최진석은 재윤에게 코인 나무가 있는 장소를 알려준 후 곧바로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재윤은 나무 가까이 다가갔다.

멀리 있을 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지척까지 다가가자 마치 사람의 음성 같은 것이 들려나왔다.

“어서오라! 인간 각성자여! 그대는 나와 무슨 거래를 하러 온 것인가?”

정말로 말하는 나무였다.

그러나 오크와 같은 괴물들과도 대화를 했던 재윤에게는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었다.

“정말 코인만 있으면 뭐든 살 수 있는 건가?”

“모든 걸 사는 건 불가능하다, 인간. 나는 이 성과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 나무이지. 내가 파는 건 대체로 이 성에서 필요한 시설이나 물품들에 한정되어 있다.”

그 말을 들은 재윤은 조금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결국 집이나 각종 성의 시설, 기타 생필품 같은 것만 판다는 뜻.

물론 이 성에서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그것만해도 매우 유용하겠지만 말이다.

“그럼 코인을 받고 사람의 행방을 찾아주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겠군.”

“물론이다, 인간. 그런데 그대에게서 운명의 힘이 느껴지는 걸 보면 이곳에 오게 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내게 운명의 힘이 느껴진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구체적인 건 나도 알지 못한다. 그냥 그대를 보는 순간 운명의 힘이 그대를 이곳으로 이끌었다는 걸 느꼈을 뿐이다.”

그 말을 들은 재윤은 나침반을 꺼내보였다.

“혹시 이 물건 때문인가?”

“놀랍군. 그대에게 운명의 나침반이 있다니! 설마 흑요정을 만나 시험을 통과한 것인가?”

나무는 놀랐는지 음성이 고조되어 있었다.

재윤 또한 나무가 단번에 나침반의 정체를 알아보는 것에 놀랐다.

심지어 흑요정까지 알고 있었다.

“대체 당신의 정체는 뭐지? 누가 당신을 이곳에 있게 한 건지 알려줄 수 있나?”

“나는 그대와 같은 인간 각성자들을 돕기 위해 운명의 룰에 의해 생겨난 존재다.”

“우리를 돕는다고?”

“하지만 무작정 돕는 것이 아니라 대가를 받고 도와줄 뿐이다. 나와같은 존재들을 잘 활용하면 그대 인간들이 이 뒤바뀐 세계에서 재앙을 물리치고 생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당신과 같은 존재들이 또 있나?”

“그것은 내가 알려줄 수 없으니 그대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 인간.”

재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나침반을 들어보이며 다시 물었다.

“이 나침반의 자침이 이 성에 들어오자마자 사라졌다. 혹시 그 이유를 알고 있나?”

그러자 나무가 잠시 침묵했다.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100코인을 내라, 인간. 그건 중요한 정보라서 나도 어쩔 수 없다.”

“얼마든지.”

이런 중요한 내용을 듣는데 100코인을 아끼겠는가.

그리고 코인이야 사실 남아도는 상황.

재윤이 즉각 고개를 끄덕이자.

[100코인이 지불되었습니다.]

[당신의 현재 코인 잔액은 57,485입니다.]

순간 나무의 각 가지에 매달린 나뭇잎들이 더욱 환한 빛을 뿜어냈다.

코인을 받으면 이런 효과를 내는 모양이었다.

“그럼 그대가 궁금한 것을 알려주마.”

“말해봐라.”

“그 운명의 나침반이 이곳으로 이끈 후 자침이 사라졌다면 여기서 그대가 해야할 일이 있다는 뜻이다.”

“내가 해야 할 일?"

“그렇다, 인간. 만약 그 일이 끝난다면 그 나침반의 자침은 다시 그대에게 새로운 방향을 알려줄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재윤은 비로소 흑요정이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 무조건 부모님이 있는 방향과 일치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일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이 바로 이런 걸 의미하는 것이었나.’

즉, 이 성에 부모님이 안 계시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는 뜻이었다.

여기서 나침반이 원하는 뭔가를 해내면 나침반이 다시 새로운 방향을 가리킬 것이고, 그렇게 따라가다보면 결국은 부모님이 있는 곳을 찾게 될 것이라는 얘기인 것이다.

‘뭐든 상관없다. 날 그곳으로 인도만 한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곧바로 재윤은 코인 나무에게 물었다.

“그럼 구체적으로 내가 뭘해야 하는 거지?”

“내가 그대에게 알려줄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이 둘 중 무엇이 나침반이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둘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할 것이다.”

“뭔지 말해봐라.”

“하나는 이 성 지하에 있는 재앙을 해결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성 밖에 있는 재앙을 해결하는 것이다.”

재앙이라고?

특히 이 성 지하에 재앙이 있다는 말은 최진석에게 아까 들었다.

이 나무가 그 재앙을 막아준다는 명복으로 보호비를 받는다고 했으니까.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재앙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있나?”

“일단 이 성 지하에는 거대한 히드라가 웅크리고 있다. 운명의 룰에 따라 각성자들에게 코인을 받고 히드라를 결계에 가둬둔 상태지만, 만일 그것이 결계 밖으로 나오게 되면 이 성은 온통 독으로 뒤덮이게 되어 모두가 죽을 것이다.”

들어 보니 히드라 보스가 이 아래 있는 모양이었다.

흑요정의 시험 10단계에서 마주쳤던 바로 그놈 말이다.

그렇다면 한 달 1000코인의 보호비로 그놈이 움직이지 못하게 막아주는 건 결코 비싼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결계를 유지하는 힘이 갈수록 많이 소모되게 되니 보호비의 금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대가 만약 놈을 죽여준다면 이 성은 더 이상 보호비를 내지 않아도 되겠지. 또한 그대에게 보상으로 10,000코인을 주겠다.”

1만 코인의 보상이라!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그놈을 다시 만나길 기다리고 있었지.”

따로 보상이 없다고 해도 재윤에게 히드라 보스는 매우 훌륭한 경험치 덩어리였다.

흑요정의 시험때에는 고전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쉽게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때에 비해 레벨이 2단계나 상승했고, 철갑 독지네의 지식 효과로 독 저항도 높여놓았으니까.

거기에 빙의괴물을 처치하고 얻은 독 저항의 비약이라는 것도 있었다.

일시적으로 독 저항을 높여주는 터라 이것을 활용하면 그때처럼 초죽음 상태까지 이르지 않아도 놈을 처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성 밖의 재앙은 뭐지? 혹시 빙의괴물들을 모두 쓸어버리라는 건가?”

“바로 그것이다, 인간.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그대가 이미 다 알고 있구나. 그에 대한 보상은 20,000코인으로 좀 더 높다.”

재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괴물과 싸우는 거라면 어차피 환영이다.

“그럼 지금 당장 이 성 지하에 있는 재앙부터 해결하면 되겠군.”

길게 끌 것 없다.

히드라 보스라면 지금 당장도 자신있으니까.

“하지만 그 전에 당신이 파는 물건들이 뭔지 구경을 좀 하고 싶은데?”

혹시 독 저항의 비약같은 것이 더 있으면 사둘까 해서였다.

그것 말고라도 전투에 유용한 것이 있을지 모르니까.

“그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무가 알았다는 듯 재윤의 앞에 하나의 창을 띄워줬다.

◇ 개인 집 시설 1단계 상향 : 100코인/월

◇ 성벽 내구도 복구 : 1 포인트당 1코인

먼저 시설 관련 목록부터 띄웠는데 그 종류만 해도 수백 개가 넘었다.

재윤은 그 부분은 관심이 없어 넘겼다.

◇ 외투: 1~12코인

◇ 속옷 세트 : 1~4코인

◇ 운동화 : 1~6코인

옷 또한 종류별로 가격이 다양했고, 색상과 디자인도 고를 수 있는 식이었다.

물론 아주 종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지금 같은 세상에서 약간의 코인만 있으면 옷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계속해서 수건이나 비누, 칫솔, 여성 생리대를 비롯한 위생용품까지 목록은 정말로 끝이 없었다.

곡물은 물론 과일이나 과자, 음료수, 심지어 소주나 맥주와 같은 주류까지!

어지간한 대형 마트에서 구매할 만한 것들은 거의 다 있었다.

‘별게 다 있네.’

안전 지대 기적에서 보급품 상자를 통해 얻는 것들보다 훨씬 더 다양했다.

정말로 이곳에서는 코인만 많이 있다면 지금 같은 세상에서도 호텔 같은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호의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재윤이야 물론 코인은 넘쳐나지만 여기서 그런 식으로 눌러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부모님을 찾아도 보호막이 없는 이곳보다는 안전 지대에 모실 생각이니까.

그래도 뭔가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는 여기와서 잔뜩 사가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전투 관련된 비약이나 장비는 안 파는군.’

하다못해 그 흔한 생명력 물약조차 팔지 않았다.

당연히 재윤이 원하는 독 저항 비약같은 것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매우 특이한 물건이 있었다.

◇ 시간의 룬 : 100,000코인

“시간의 룬은 뭔데 10만 코인이나 하는 거지?”

“저걸 아공간에 소지하고 있으면 모든 일반전투 능력의 재사용 시간이 절반으로 감소한다. 단 하나만 사용 가능하고, 극 전투 능력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재사용 시간을 줄여주는 룬이라니!

저 말대로라면 바람의 화살(Lv10)이나 바람 이동(Lv10) 재사용 시간을 20초에서 10초로 줄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광혈의 막(Lv10)은 3분에서 1분 30초로!

검기(Lv10)는 이미 딜레이 없이 펼칠 수 있으니 크게 상관은 없었다.

“탐나긴 하지만 너무 비싸군.”

“비싼만큼 값어치는 충분히 할 것이다. 코인이 부족하다면 그대가 가진 물건들을 내가 코인으로 바꿔줄 수는 있다.”

그 말에 재윤은 인벤토리를 살펴봤다.

그리고는 몇 가지 물건을 꺼내 가격을 물어봤다.

철갑 독지네의 방패 (희귀) : 5코인

빙의괴물의 창(희귀) : 4코인

빙의괴물의 지팡이(영웅) : 80코인

붉은 뿔 멧돼지 고기덩이 : 8코인

괴물들을 사냥하며 얻은 장비들은 말 그대로 헐값이었다.

일반 등급은 잘해야 1코인 아니면 매입불가!

희귀 등급도 5코인을 넘지 않았다.

영웅 등급 장비는 그래도 약간 가격을 쳐줬지만, 그 가치에 비하면 너무 낮은 가격이었다.

당연히 팔 것은 아니지만 광혈검은 얼마나 하는지 한 번 알아봤다.

광혈검(전설) : 500코인

재윤은 어이가 없었다.

광혈검이 고작 5백 코인?

지금 장난하는 건가?

코인 나무가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꽤 좋은 무기를 갖고 있군. 하지만 난 뭐든 헐값에 매입하니 염두에 두어라.”

미치지 않고서야 절대 이 나무에게 뭔가를 팔 생각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럼 제값을 받고 사주는 건 없나?”

혹시나 싶어 물었다.

그러자 코인 나무가 뭔가 들뜬 음성으로 대답했다.

“잘 물어봤다, 인간. 나와 같은 존재들은 뭐든 한가지씩 관심있는 게 있지. 나의 경우는 히드라의 피다. 만약 히드라의 피를 구해온다면 그건 후하게 쳐줄 수 있다.”

“히드라의 피는 비싸게 사준다고?”

“그렇다, 인간.”

그 말에 재윤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공간에 죽음의 숲에서 채취한 히드라의 피가 꽤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가격을 알려줄 수 있나?”

“어렵지 않은 일이다.”

곧바로 코인 나무가 구매 목록 창을 재윤에게 띄웠다.

【구매 목록】

-히드라의 피(일반) : 20코인

-히드라의 피(희귀) : 100코인

-히드라의 피(영웅) : 3,000코인

-히드라의 피(전설) : 60,000코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