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 이 성에는 어떤 비밀이? (1) >
엘프 페리나와 생존 공동체 최강자들간의 전투!
일단 고대 용사의 창술을 가진 차강혁과 전사의 투혼의 최진석, 그리고 고대 기사의 방패술로 무장한 탱커 조상구가 그녀를 포위했다.
그리고 거기서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고대 대사제의 가호를 가진 채시은과 살라만더의 친구인 권수현이 전투를 지원했다.
채시은은 지속적으로 차강혁 등에게 보호막과 치유의 빛을 걸어주었고, 권수현은 살라만더를 소환해 페리나를 공격했다.
살라만더의 덩치는 거대할 뿐 아니라 쉽게 죽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도 있어 페리나가 채시은과 권수현을 향해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 주었다.
그러나 이런 다섯 명의 강력한 합공에도 불구하고 페리나는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차강혁 등은 밀리기 시작했다.
특히 탱커인 조상구의 상태가 가장 처참했다.
지속적으로 페리나에게 도발을 걸어 그녀의 분노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페리나가 조상구만 공격한 것이 아니다.
단순한 지능의 괴물들과 달리 페리나는 분노를 제어하며 싸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상구를 가장 많이 공격한 것이 사실이다보니 그의 상태가 가장 처참할 수밖에 없었다.
채시은이 펼쳐준 보호막은 생겨나기 무섭게 파괴되었고, 전신은 피투성이로 변했다.
채시은이 치유의 빛을 계속 펼쳤지만 생명력이 하락하는 속도가 치료 속도보다 빨랐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조상구가 쓰러질 판.
그리고 그렇게 될 경우 그나마 위태하게 유지되던 균형이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때부터는 페리나의 대학살이 시작될 것이고, 생존 공동체의 모두가 몰살당할 수도 있는 최악의 위기가 도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상구는 필사적으로 버텼다.
차강혁과 최진석도 마찬가지였다.
“쓰러지면 안 되네. 힘을 내!”
“크윽! 절대 안쓰러집니다!”
그러나 의지력만 가지고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페리나의 공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었으니까.
차강혁 등은 그렇게 사력을 다해 전투를 벌이고 있다보니 성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과 달리 페리나는 인간 각성자 한 명에게 빙의괴물들이 도륙당하는 장면을 보았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그래도 그녀는 차강혁 등을 빠르게 해치운 후 놈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어느 순간 빙의괴물들이 단 하나도 남김없이 몰살당하고 말았다.
“죽여버리겠다!”
결국 그녀는 차강혁 등을 포기하고 성벽 아래로 뛰어 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검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드롭템을 챙기고 있던 재윤은 그녀가 내려오자 즉각 검기파를 날렸다.
파아앗-
재윤의 검에서 엄청난 기운이 쏘아져 오자 페리나는 흠칫 놀랐다.
워낙 빨라서 피할 틈도 없었다.
그녀는 재빨리 검으로 그것을 방어했다.
콰아아앙!
짙은 은빛의 검기가 둘러진 페리나의 검과 재윤의 검기파가 격돌한 순간 거대한 폭음이 울렸다.
“우욱!"
페리나가 입에서 신음을 토하며 뒤로 쭉 밀려났다.
꽉 다문 그녀의 입가로 실같이 가느다란 피가 새어나왔다.
‘믿을 수 없다. 어찌 이런 위력을!’
단 한 방에 그녀가 약간이지만 부상을 입었다.
그것도 방어를 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고작 검기파 한 방에 비틀거리는 건가?”
재윤은 그대로 돌진하며 이번에는 질풍의 화살과 바람의 화살을 동시에 날렸다.
쒸이익! 콰앙! 콰아앙!
마찬가지로 그 속도가 너무 빨라 페리나는 피하지 못하고 막았다.
대충 날리는 것 같아도 화살들이 날아오는 지점이 그녀의 빈틈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윽! 넌 대체 뭐냐?”
그렇게 세 번의 공격을 간신히 받아냈을 때 재윤은 그녀의 지척으로 접근했다.
광혈검이 붉은 사선을 그리며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향해 날아들었다.
카앙!
페리나는 검을 들어 막아낸 후 몸을 빠르게 회전하며 반격을 시도했다.
“그 따위 공격으로 날 어쩌지 못한다, 인간 놈!”
일순간 그녀의 신형이 세 개의 분신을 만들어냈다.
각각의 분신이 재윤을 포위하며 숨쉴 틈도 없이 연격을 퍼부었다.
파파! 파파팟-
페리나는 비록 원거리 공격에서는 밀렸지만 근거리에서 검술로 붙으면 자신이 있었다.
이 괴상한 세상으로 내던져지기 전에 그녀가 있던 대륙에서도 최상위 급에 속하는 검술을 수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자신감은 광혈검에 의해 그녀의 모든 공격이 차단되는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카캉! 투캉!
재윤은 분신들의 공격을 가볍게 쳐낸 후 페리나의 본신을 공격했다.
휘휘휙! 파팟!
검을 휘두르고 찌르는 속도가 너무 빨라 여러 개의 검이 동시에 그녀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였다.
카카캉! 캉!
“으윽! 뭐 이런 무식한 힘이!”
광혈검을 막을 때마다 엄습하는 충격에 페리나는 뒤로 계속 밀려났다.
그래도 용케 재윤의 공격을 방어했다.
재윤은 내심 감탄했다.
오크 로드 투르보도 꼼짝하지 못했던 검술을 페리나가 받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검술도 대단하지만 저 검도 보통이 아니군.’
페리나가 쥐고 있는 은빛 검신의 검은 광혈검과 격돌해도 흠집이 나지 않았다.
언뜻 봐도 광혈검 못지 않은 전설 등급의 보검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페리나는 이미 검과 함께 동강 나 널브러져 있을 테니까.
“제길! 두고 보자, 인간 놈! 다음엔 반드시 널 죽이고 말겠다!”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재윤을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페리나는 즉각 도주하기 시작했다.
“도망이라니 어림없다!”
재윤이 따라붙으며 페리나의 어깨를 사선으로 갈랐다.
촥!
그러나 그가 가른 것은 페리나의 겉옷뿐이었다.
마치 공간 이동이라도 한 것인지 그녀는 멀리 50여 미터 밖에서 도주하고 있었다.
‘별 괴상한 능력을 다 쓰는군.’
그런다고 포기할 재윤이 아니었다.
‘질풍 이동! 바람 이동!’
그 즉시 50미터를 따라붙음과 동시에 검기파를 날렸다.
망토 덕분에 검기파의 유효 거리는 40미터.
광혈검에서 번쩍 쏘아져 나간 검기가 페리나의 등을 후려칠 찰나.
갑자기 시커먼 구름이 일어나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는 환영처럼 사라졌다.
검기파는 애꿎은 허공만 가르며 흩어져버렸다.
‘젠장!’
마지막 그 구름은 무엇이었을까?
페리나의 능력일 수도 있겠지만, 뭔가 다른 존재가 도움을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리나보다 훨씬 강한 존재!
‘그놈이 빙의괴물들을 조종하는 놈은 아닐까?’
엘프 페리나는 그저 하수인에 불과할 수도 있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재윤은 문득 나침반을 꺼내 살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침이 사라진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나타났어.’
그런데 놀랍게도 아까 사라졌던 자침이 나타나 한쪽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은 다름아닌 생존 공동체가 있는 성.
재윤이 성 안에 있을 때는 자침이 사라졌었는데, 그곳을 지금 벗어나 있자 자침이 생겨난 것이다.
‘대체 뭔가?’
분명 게시판에는 부모님의 이름이 없었다.
하지만 나침반은 다시 저 성을 가리키고 있다.
마치 재윤에게 저 성으로 가라고 말하는 듯했다.
‘저 성에 대체 뭐가 있는 거지?’
재윤은 사실 이쯤하고 이 성을 떠나도 상관없었다.
그가 이곳에 온 것은 부모님을 찾기 위해서지 이 성을 지키려고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침반의 방향이 계속 성을 가리키고 있으니 그것이 의미하는 게 뭔지 밝혀내야만 했다.
‘저 성에 뭔가 비밀이 있는 게 분명해.’
그리고 그 비밀이 어쩌면 부모님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재윤은 곧바로 성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최진석과 차강혁 등이 모두 성문 밖으로 나와 재윤을 맞이했다.
그들의 표정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오오! 엘프 페리나를 단신으로 물리치다니! 정말 믿기지 않는군요.”
“그토록 놀라운 실력을 지닌 분이 이곳에 오신 줄은 몰랐습니다.”
“당신 덕분에 큰 위기를 모면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강재윤 씨!”
그들뿐 아니라 성벽 위에서 지켜보던 전투조원들도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
“각성자 중에 저런 대단한 존재가 있었다니!”
“저 자만 있으면 어떤 괴물이 와도 여긴 끄덕없을 거야.”
“맞아! 무슨 삼국지의 관우나 여포를 보는 것 같았어.”
오늘 빙의괴물의 공격만 두 차례나 있었다.
첫 번째보다 두 번째 공격 때 훨씬 많은 숫자의 빙의괴물이 몰려왔다.
그런데 그것을 재윤이 혼자서 몰살시켜버린 것이다.
엘프 페리나도 재윤에게 패배해 도망쳤으니, 사실상 두 번째 공격은 재윤 혼자서 막아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말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불가사의한 전투력!
재윤의 전투력이 생존 공동체 모든 각성자의 전투력을 합친 것과 맞먹거나 오히려 그 이상일 지도 모른다는 것이 모두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재윤은 단번에 생존 공동체의 영웅이 되었다.
그가 어디에서 왔건, 어떤 이유로 왔건 차강혁 등에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단신으로 괴물부대를 격파해버리는 가히 일인군단의 능력자인 재윤을 어떻게든 이곳 생존 공동체에 남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것이다.
오늘 전투는 재윤의 활약으로 아군의 피해가 거의 없이 승리했지만, 그래도 첫 번째 전투에서 사망자가 하나 나왔다.
그로인해 현재 이곳의 총원은 재윤을 포함해 520명.
각성자가 73명에서 72명으로 줄었다.
재윤은 차강혁 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성에서 가장 시설이 훌륭하고 멋진 집으로 안내되었다.
외부는 중세 유럽형 저택이지만 내부는 현대식으로 시설이 갖춰져 마치 최고급 호텔의 VIP 룸을 보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 성에 이런 저택이 있는 지가 궁금했지만 일단은 밤이 늦었으니 휴식을 취했다.
* * *
재윤은 항상 그렇듯 새벽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나침반을 확인해봤다.
역시나 자침은 사라지고 없었다.
잠들기 전 이미 확인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혹시 그 사이 뭔가 또 변화가 있나 살펴봤을 뿐이다.
‘오늘은 이것의 이유에 대해 반드시 밝혀낸다.’
차강혁과 최진석 등은 어제 재윤에게 어떤 일이든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재윤이 물어보기에 앞서 오늘 이곳 성과 관련된 중대한 비밀도 알려준다고 했다.
그 비밀이 뭔지 모르지만 어쩌면 나침반의 자침이 사라진 것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었다.
곧바로 재윤은 집밖으로 나갔다.
광장으로 가서 다시 한 번 게시판을 살펴볼 생각이었다.
부모님 말고 혹시 아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어제는 그런 것까지 유심히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잠시 걸었을까?
성벽 위를 보니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들은 일정 간격으로 선 채로 밖을 경계하고 있었는데 거의 대부분이 비각성자들이었다.
각성자들도 있었지만 불과 두 명뿐.
그리고 그 중 한 명은 어제 재윤이 멧돼지로부터 생명을 구해줬던 김민지였다.
“강재윤 씨!”
그녀는 재윤을 보자 옆의 다른 각성자에게 뭐라고 잠시 말을 하더니 곧바로 성벽에서 내려왔다.
“왜 벌써 일어나셨어요?”
“잠은 충분히 잤습니다. 그런데 성벽 위에는 비각성자들이 대부분이군요. 야간 경비를 서는 건가요?”
“네. 전투를 담당하는 전투조원들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경비나 순찰은 비각성자들이 담당하고 있어요. 물론 전투조 각성자 1명과 저같은 지원조 각성자 1명이 순번을 돌아가며 함께 경비를 서죠. 빙의괴물뿐 아니라 밤에는 간혹 스켈레톤과 좀비와 같은 언데드 괴물들이 떼로 몰려와 공격하기도 하거든요.”
안전 지대처럼 보호막이 존재한다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이곳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도 현명하게 결정한 것 같았다.
야간 경비나 순찰까지 각성자들이 다 해야한다면 그들의 몸이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
“어제 정말 대단했어요. 당신이 그렇게 강할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그리고 저 외삼촌에게 칭찬받았어요.”
“칭찬은 왜요?”
“당신을 이곳으로 데려오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요. 그런데 여기에 계속 남아계실 건가요?”
재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저는 부모님을 찾고 있습니다. 이 성에 안 계시니 다른 곳으로 가봐야 해요. 다만, 이 성에 뭔가 이상한 비밀이 있는 것 같아 그것이 뭔지 알아볼 생각입니다.”
“코인 나무 말씀하시는군요.”
“그게 뭐죠?”
그러자 김민지가 미소 지었다.
“어차피 외삼촌을 비롯한 공동체 대표들이 이미 당신에게 비밀을 밝히기로 결정했으니 말씀드리는 거랍니다. 그리고 그 나무의 존재 자체는 굳이 비밀이랄 것도 없어요. 여기있는 공동체 일원은 다 알고 있거든요. 다만 접근 권한이 각성자들에게만 한정되어 있을 뿐이죠. 아마 잠시 후 날이 밝으면 외삼촌이 당신을 그 나무 앞으로 안내해줄 거예요.”
이 성의 지하에는 커다란 동굴이 있는데 그곳에 아주 특별한 나무가 하나 있다고 했다.
사람처럼 말을 하는 괴상한 나무.
그런데 단순히 말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무와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의 대가는 코인.
일정 코인을 지불하면 그 나무가 이 성 안에 각종 시설들을 지어준다고 했다.
심지어 식량이나 옷과 같은 각종 보급품도 코인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신기하군요. 그런 나무가 있다니.”
“코인만 많으면 집이건 음식이건 뭐든 다 구할 수 있어요. 하지만 코인은 각성자들만 얻을 수 있는 매우 귀한 자원이고, 전투 능력을 강화하는데 써야하는 터라 아주 급하지 않는 한 식량은 자급자족하려고 노력 중이죠.”
그래서 지원조 각성자들은 사냥을 하고, 비각성자들은 괴물들이 없는 성의 주변에서 열매나 야채 등을 채취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아이템들은 나무가 사주기도 해요. 물론 대부분 거의 헐값이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아쉬울 때는 그렇게라도 코인을 버는 거죠. 혹시 필요없는 잡템이 있다면 이 기회에 코인으로 바꿀 수 있나 확인해보세요.”
나무가 아이템을 사기도 한다니.
“그래서 코인 나무라고 하는 거군요.”
“네, 그 나무가 없었다면 성 안에 현대식 시설이 갖춰진 집을 짓는 건 꿈도 못 꿨겠죠. 전기가 들어오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김민지는 거기까지 말해준 후 다시 그녀의 자리로 돌아갔다.
임무 수행 중이니 잠시면 모를까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재윤은 광장으로 가서 게시판을 확인해봤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그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나침반이 이곳을 가리킨 건 혹시 그 코인 나무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코인을 받고 온갖 것들을 팔기도 하고, 반대로 사주기도 한다는 괴상한 나무.
어쩌면 그 나무를 만나보면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 일어났군요, 강재윤 씨.”
굵직한 남성의 음성.
그는 다름아닌 경비대장 최진석이었다.
“예, 배려해주신 덕분에 편히 잤습니다.”
“배려라니 당연한 일이지요. 어제 당신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 성은 어떻게 됐을지 모릅니다.”
재윤을 바라보는 최진석의 표정에는 호의가 가득했다.
“잠시 후면 아침 식사가 준비될 겁니다. 함께 가서 드시지요.”
“그 전에 이곳 지하에 코인 나무라는 것이 있다는데 먼저 가볼 수 없겠습니까?”
그러자 최진석은 씩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그에 대해 알려드리려 했는데 민지가 먼저 얘기했나 보군요.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따라오시지요."
재윤은 그를 따라 성의 안쪽 내성처럼 갖춰진 건물의 지하로 내려갔다.
나선형으로 이루어진 계단을 계속 내려가자 널따란 공터 같은 것이 나타났는데, 그 끝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잎사귀들이 온갖 색의 찬란한 빛으로 반짝이고 있는 신비한 나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