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 생존 공동체 (1) >
재윤은 안전 지대 기적을 나와 나침반이 알려주는 방향을 따라 이동 중이었다.
“주인님, 이 류그 열매는 매우 새콤하면서도 아주 달콤합니다. 맛이 좋으니 하나 드셔보시지요.”
“이 아사 풀잎은 씹으면 금방 갈증이 풀리는 효과가 있어요, 마스터. 상처가 났을 때 회복 효과도 있죠.”
숲을 걸으며 자주 마주치는 각종 열매나 풀들에 대해 로사엔과 세붐은 대체로 잘 알고 있었다.
지구에는 없던 식물이지만 로사엔이 있던 세마르 숲이나 세붐이 있던 제칼드 대륙에서는 흔한 열매나 풀들이라 했다.
이들과 함께 있으면 적어도 숲에서는 굶어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재윤은 출발 전 기적의 보급 창고에서 옷과 식량과 같은 보급품은 넉넉하게 챙겨 아공간에 넣어뒀다.
라면이나 쌀, 음료나 과자 같은 것도 잔뜩 들어 있었지만, 기적의 비각성자 거주자들이 만들어 준 주먹밥이나 김밥같은 것들도 한 보따리는 되었다.
재윤이 먼 길을 떠날 수 있다고 하자 그들이 함께 음식을 만들어서 챙겨준 것이다.
아공간에서는 음식이 상하지 않기 때문에 조리된 음식을 그냥 넣어둬도 상관없었다.
‘그것들은 나중에 천천히 먹자.’
아공간에 식량이 잔뜩 있다는 것!
지금처럼 숲에서 쉽게 식량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그것은 재윤에게 매우 큰 안도감을 주었다.
처음 세상이 뒤바뀌었을 때 굶주림에 괴로워했던 경험 때문에 재윤은 다른 어떤 것보다 충분한 식량 확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세붐이나 로사엔이 따온 열매들도 아공간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그러자 세붐과 로사엔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는 듯 이상하게 생각했다.
“주인님, 이 열매들은 숲에 널려있으니 굳이 보관하지 않아도 됩니다.”
“맞아요, 마스터. 숲에서는 언제든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재윤은 미소 지었다.
“그래도 세상 일은 모른다. 오늘은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내일은 이 숲에서 이런 것들이 나지 않을 수도 있어. 아니면 우리가 가는 방향에 숲이 없을 수도 있고. 그러니 열매나 약초가 보이는 대로 계속 가져와라.”
“예, 주인님."
“마스터의 뜻에 따르겠어요.”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은 과도한 느낌은 들었지만 재윤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이었다.
이 괴상하게 변한 세상은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그로인해 세붐과 로사엔은 이동하며 허기와 갈증을 풀어줄만한 열매들을 잔뜩 따왔고, 재윤은 그것들을 모두 아공간에 보관했다.
그렇게 반 나절 정도가 지났을까?
“마스터, 이 근처에는 괴물들이 제법 있는 것 같군요. 크로거들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그래? 잘됐군. 이 정도면 좀 멀긴 하지만 그래도 각성자들이 사냥을 오기에 큰 무리는 없을 거야.”
드디어 괴물 사냥터를 발견했다.
크로거가 나온다는 얘기는 밤에 좀비나 흡혈귀도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니까.
문제는 이곳의 위치를 이민철 등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데 있었다.
한 번만 오고나면 연금술사 이나연이 만든 숲의 인도라는 아이템을 통해 다시 찾아오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위치를 알려주려면 재윤이 다시 안전 지대로 돌아가야 한다.
물론 관리자 통신이야 가능하지만 말로는 이 숲의 위치를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로사엔이 말했다.
“제가 엘프들에게 이곳 위치를 안전 지대에 안내해주라고 전해볼게요.”
“여기서 거기는 꽤 먼데 그게 가능해?”
“조금은 시간이 걸리지만 나무들의 기억을 타고 천천히 오면 어렵지 않아요."
로사엔과 같은 엘프들이 아무리 숲의 방대한 영역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해도 한계는 있었다.
이곳에 괴물이 있다는 건 로사엔도 혜미나 기적 인근에 있을 때는 몰랐으니까.
그래도 이런 식으로 서로에게 위치를 전달하는 건 가능했다.
숲이 연결되어 있기만 하다면 말이다.
곧바로 로사엔은 근처의 나무에 손을 대고 뭐라고 주문을 외우듯 조용히 속삭였다.
나무의 기운을 빌어 먼거리에 있는 엘프들에게 뜻을 전하는 특유의 전달법이었다.
“됐어요, 마스터. 엘프들에게 이곳의 위치를 알려줬어요."
“수고했다.”
엘프들의 도움을 받으면 이민철 등은 이곳 사냥터를 어렵지 않게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물론 어둠은 재윤은 물론 세붐이나 로사엔에게도 이동에 장애가 되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숲이 끝나고 황무지가 펼쳐져 있다는 것.
안개가 피어 있어 시야를 가린 것은 동일했지만, 나무나 풀도 없는 황무지의 연속이었다.
심지어 숲에서는 간혹 보이던 건물들조차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다보니 재윤은 황무지를 향해 전진했다.
그러자 세붐과 로사엔은 당혹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맙소사! 이런 곳에서는 어떤 열매도 구할 수 없겠군요.”
“그거 봐. 열매를 미리 구해놓기를 잘했지?”
역시 이 괴상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든 걸 미리 대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제 세붐과 로사엔은 재윤이 아공간에 잔뜩 쌓아둔 열매들이 아니면 식량을 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물론 세붐은 허리에 찬 자그만 가방에 비상 식량을 가지고 있긴 했다.
그 가방은 비록 작은 공간이나마 아공간과 연결된 마법 가방이었으니까.
날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러다 일순간 완전히 캄캄해졌다.
그래도 재윤 등은 별 어려움 없이 계속 이동했다.
그러나 밤이 깊어지자 매서운 추위가 몰아닥쳐 로사엔이 추위에 떨기 시작했다.
“여기서 잠시 쉬어 가는 게 좋겠다.”
재윤은 아공간에서 천막을 꺼내 적당한 장소에 펼쳤다.
[크로거 군장의 천막 설치 중입니다.]
[3분이 소요됩니다.]
‘이 천막을 이렇게 쓰게 되는구나.’
* 크로거 군장의 천막
-등급 : 전설(★★★)
-설치시 천막과 주변 반경 5미터 안전 지대 보호막 생성
-효과 : 천막 내 파투스 및 생명력 자연 회복
-수용 인원 : 5명
-지속 시간 : 4시간
-재사용 시간 : 천막 철수 시점부터 12시간 후 재설치 가능
크로거 군장 아르툼을 해치우고 얻은 전설 등급 아이템.
비록 4시간 뿐이지만 안전 지대 효과가 펼쳐진다고 했다.
[크로거 군장의 천막이 설치되었습니다.]
[천막 주위 반경 5미터 이내 안전 지대 보호막이 생성되었습니다.]
[수용 인원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은 존재는 추방이 가능합니다.]
재윤은 안전 지대 관리자처럼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인원 지정이 가능했다.
곧바로 세붐과 로사엔을 지정했다.
그리고 천막 안을 보며 감탄했다.
내부가 꽤 넓으면서도 아늑했기 때문이다.
또한 매우 튼튼했다.
다섯 명이 잠을 잘 수 있도록 일정 거리를 두고 해먹이 만들어져 있었고, 중앙에는 식탁과 의자 같은 것들도 배치되어 있어 식사를 하기에도 적당했다.
“네 시간 뿐이지만 그래도 그 동안에는 걱정없이 푹 쉴 수 있다. 둘 다 고단해 보이니 편한 곳에 누워 푹 자도록 해.”
“멋진 천막이군요, 주인님.”
“안으로 들어오니 정말 따뜻해요.”
세붐과 로사엔은 각각 해먹 중 한 곳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들과 달리 재윤은 별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다.
사기적인 체력 스탯과 생명력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내일을 위해 잠시 수면을 취해두는 게 좋을 터라 곧바로 해먹에 누워 잠을 청했다.
* * *
황무지는 무려 3일이나 지속됐다.
특별히 괴물 같은 것은 나오지 않았지만, 밤에는 강추위가 몰아쳤다.
숲이 아니다 보니 세붐과 로사엔도 방향 감각을 상실해버렸다.
물론 재윤은 안전 지대의 소유주로서 어디서든 그곳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즉, 나중에 돌아갈 때도 방향을 헤맬 염려는 없었다.
“마스터, 저 앞에 숲이에요.”
“드디어 황무지가 끝났습니다, 주인님.”
드디어 앞에 울창한 숲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로사엔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이곳은 엘프인 그녀가 좋아하는 그런 종류의 숲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죽음의 숲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커다란 몸체에 네 개의 뱀 머리를 가진 괴물.
다름아닌 히드라였다.
숲의 초입에 히드라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물론 재윤으로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잘됐군. 그렇지 않아도 요며칠 레벨을 못 올려서 아쉬웠는데.’
흑요정의 시험을 통해 히드라는 숱하게 죽여봤다.
“내가 해치울 테니 너희들은 뒤에서 따라와라.”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한 굳이 세붐과 로사엔까지 전투에 참여할 필요없다.
경험치를 가장 많이 획득하려면 재윤 혼자서 모두 해치우는 게 나은 것이다.
[82코인을 획득했습니다.]
[91코인을 획득했습니다.]
......
[히드라의 피(희귀) 1병을 획득했습니다.]
[히드라의 피(희귀) 1병을 획득했습니다.]
재윤은 차분하게 히드라를 하나씩 해치웠다.
물론 놈들의 피를 뽑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숲을 전진하자 또 새로운 괴물이 나타났다.
철컹! 촤르르르!
갑자기 주변의 땅을 울리는 금속음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길이 10미터 정도의 거대 지네들.
놈들의 머리 부근에서 시뻘건 안광이 번득였다.
쩍 벌린 입에서는 검은 독무가 뿜어져 나왔다.
‘검기파!’
놈들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재윤은 일단 그 중 한 녀석에게 필살기를 날려봤다.
콰직!
“꾸억!”
검기가 적중하자 단 번에 놈의 머리가 박살났다.
[76코인을 얻었습니다.]
[철갑 독지네에 대한 E급 지식을 얻었습니다.]
‘별거 아니었군.’
어쨌든 지식을 얻은 덕분에 거대 지네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 철갑 독지네
-획득 지식 등급 : E
-철갑 독지네에게 주는 피해 5% 증가
-독 저항 5
지식 효과로 독 저항이 증가했다.
이미 히드라에 대한 B급 지식 효과로 독 저항이 20 증가한 상태인데 추가로 5가 더 증가한 것이다.
독 저항은 최대한 높여둘 필요가 있다.
히드라 보스와 싸울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바로 독안개가 주는 데미지였으니까.
사실 독안개만 아니면 히드라 보스는 그리 무서운 상대는 아니었다.
촤르르르르!
그 사이 다른 철갑 독지네들이 재윤을 향해 몰려들었다.
재윤은 광혈의 막을 펼친 상태로 돌진해 광혈검을 휘둘렀다.
‘이런 놈들을 상대로 아깝게 파투스를 소모할 필요 없지.’
굳이 검기(Lv10)까지 생성시키지 않아도 광혈검 자체가 가진 강력한 공격력 앞에 철갑은 맥없이 베어져나갔다.
[81코인을 얻었습니다.]
[78코인을 얻었습니다.]
외형은 제법 살벌했지만 전투력은 히드라와 비슷했다.
드롭된 아이템들은 뒤에서 세붐과 로사엔이 꼼꼼하게 줍고 있으니 재윤이 신경쓸 필요 없었다.
[철갑 독지네에 대한 지식이 E급에서 D급으로 상승합니다.]
그렇게 20여 마리를 해치웠을 때쯤 지식 등급이 상승했고 독 저항이 또 올랐다.
이렇게 히드라와 철갑 독지네들이 우글거리는 숲을 통과하는데는 꼬박 하루의 시간이 걸렸다.
레벨은 여전히 35.
생각보다 숲에 괴물들이 아주 많지는 않아서였다.
대신 절벽이나 독지, 늪지와 같은 험악한 지형이 많아 그만큼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다행히 그곳을 지나자 드디어 엘프 로사엔이 좋아하는 푸른 숲이 나타났다.
쭉쭉 뻗은 나무들과 온갖 식물들.
숲에는 먹을 수 있는 열매들도 많았다.
“이제 좀 살 것 같아요, 마스터!”
“독 안개가 없으니 숨 좀 제대로 쉴 수 있겠습니다, 주인님.”
“여기서 좀 쉬면서 충분히 열매를 확보해두자.”
“네."
또 다시 황무지나 죽음의 독지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로사엔과 세붐은 부지런히 숲을 돌아다니며 식용 과일과 약초 등을 채취 해왔다.
재윤은 그것들을 아공간에 잘 넣어두고는 다시 이동했다.
“쿠이이이이익!”
물론 이 숲에도 괴물은 있었다.
머리에 두 개의 뿔이 달린 거대 멧돼지!
몸체 길이가 3미터가 넘었고 붉게 번뜩이는 두 눈을 보니 무척 사나워보였다.
촤아악!
그러나 재윤이 광혈검을 한 번 휘두르자 그냥 쓰러져버렸다.
[붉은 뿔 멧돼지에 대한 E급 지식을 얻었습니다.]
재윤은 굳이 이 녀석의 피는 뽑지 않았다.
피를 뽑으면 사체가 금방 사라져버린다.
피를 뽑을 괴물이야 수두룩하게 많은데 굳이 멧돼지의 피까지 뽑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단백질 식량을 확보할 좋은 기회였다.
“세붐, 이 녀석 사라지기 전에 살코기 좀 잘라놔라.”
“예, 주인님."
세붐은 도축에도 제법 능숙했다.
고블린들은 오크들과 달리 고기를 날것으로 먹지 않고 익혀먹거나 구워먹는다고 했으니까.
그런 면에서는 인간과 비슷했다.
슥슥.
그런데 살코기를 많이 구할 수는 없었다.
한덩이를 떼어내자 사체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동안 실컷 먹을 수 있는 분량.
“여기 있습니다, 주인님.”
“수고했다.”
재윤은 멧돼지 고기 한덩이를 아공간에 보관했다.
“그럼 또 출발하자.”
그렇게 거기서 하루 쯤 더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동했을 무렵.
재윤은 드디어 또 다른 생존자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정확히 안전 지대 『기적』을 떠나온지 6일 째였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인간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어요.”
“얼마나 되는데?”
“꽤 많아요. 수백 명도 넘는 것 같군요.”
“정말이야?”
“네, 틀림없어요.”
재윤은 믿기지 않았다.
수십 명도 아니고 무려 수백 명이라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안전 지대가 존재한다는 건가?
‘그럼 혹시 그곳에?’
이곳은 운명의 나침반이 인도해준 장소다.
그런데 수백 명의 생존자가 있는 곳이 나타난 것이다.
어쩌면 부모님이 그곳에 계시는 것이 아닐까?
재윤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어서 그쪽으로 가보자.”
굳이 로사엔이 안내를 할 필요도 없었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 그쪽이니까.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이제 저 언덕만 넘어가면 인간들이 있어요. 붉은 뿔 멧돼지를 사냥하고 있는 것 같아요.”
로사엔의 말에 재윤은 잠시 멈춰섰다.
“일단 사람들은 나 혼자 만나보는 게 좋겠다. 너희들은 당분간 이곳에서 쉬면서 대기해라.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고."
“네, 마스터.”
“염려마십시오, 주인님.”
혹시라도 이곳의 생존자들이 고블린 세붐을 괴물로 인식해 공격해올 수도 있어서였다.
공연히 오해를 일으켜 초면에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여러모로 피곤해지게 되니 그런 상황을 미리 방지하기로 했다.
물론 로사엔이야 외모로는 괴물 취급을 받을 일은 없지만,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괴물들로 인해 날카로워져 있는 인간 각성자들에게는 엘프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미리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잠시 후 재윤은 혼자서 언덕을 넘었다.
어디나 그렇듯 이곳도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 시야를 가리고 있었는데, 잠시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걷자 로사엔의 말대로 사람들이 보였다.
2남 2녀.
나이는 20대로 보였는데, 그들은 붉은 뿔 멧돼지를 상대로 힘겹게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쿠이이이익!”
“조심해, 민지야! 그쪽으로 멧돼지가 간다!”
“걱정 마.”
민지라 불리는 여성이 오른 손 근처에 냉기가 모여들더니 얼음 화살로 변했다.
파악-
곧바로 날아간 얼음 화살이 붉은 뿔 멧돼지의 머리에 박혔다.
“꾸이이이익!”
그러나 멧돼지는 쓰러지지 않았다.
이에 깜짝 놀란 여성이 옆으로 피했지만 분노한 멧돼지는 곧바로 방향을 틀어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안돼!”
"민지야 어서 피해!”
"으아아아! 난 몰라!”
여성이 죽어라 달렸지만 멧돼지는 그녀의 지척까지 쫓아왔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들이받힐 상황.
퍼억!
"꾸이이이익!”
그때 갑자기 멧돼지가 뭔가에 맞아 맥없이 널브러졌다.
그 앞에는 한 청년이 서 있었다.
물론 재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