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 도발과 응전 : 오크 VS 인간 (2) >
“쿠아악! 다 죽인다!”
“쿠악! 모조리 죽여라!”
오크 병사들이 험악한 기세로 돌진해왔다.
그 순간 엘프 족장 르티아의 지시로 엘프 궁수들이 즉각 화살을 쐈다.
슈슈숙! 쏴! 쏴아아-
빗발치듯 날아오는 화살들.
그러자 우루루 달려오던 오크 병사들이 잽싸게 서로 한데 모이더니 일제히 방패를 위로 들었다.
투퉁! 파팍! 팍팍팍-
화살들이 오크들의 방패에 박히거나 튕겨나갔다.
일부 화살에 맞은 오크들도 있지만 대부분 무사했다.
그리고 그렇게 화살비를 막아낸 순간 오크들은 다시 방패를 앞세우고 돌진하며, 도끼를 집어던졌다.
퍽! 퍽!
“끄아아악!”
“아아악!”
무식한 괴력의 힘으로 던진 도끼에 고블린들이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덩치 좋은 오크 부관 하나가 던진 도끼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멀리 있는 엘프 궁수 하나의 가슴을 쪼개버렸다.
“아아악!”
그러자 그 오크 부관을 향해 오우거 거무즈가 바람처럼 돌진해 주먹을 날렸다.
콰아앙! 쾅! 쾅!
빠른 속도로 머리를 후려친 후 번쩍 들어서 바닥으로 패대기쳤다.
콰다앙!
“크아아악!”
오크 부관 하나가 그렇게 죽었다.
그 사이 오크들이 던진 도끼가 날아와 박혔지만 거무즈는 오히려 키득거리며 달려가 오크들의 머리를 퍽퍽 후려쳐 터뜨려버렸다.
한 방에 한 놈씩!
거무즈는 종횡무진이었다.
오크 병사들은 물론이고 오크 부관들도 거무즈의 괴력 앞에 피떡이 되어 쓰러지고 있었다.
“저놈이 감히!”
오크 지휘관 루다크가 결국 보다 못해 거무즈를 죽이려고 달려왔지만 고블린 세붐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오크 놈! 네놈은 내가 상대해주지.”
“건방진 고블린 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루다크는 오크 지휘관들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였다.
그는 애초부터 세붐은 적수라 여기지도 않았다.
그의 창이 바람을 빠르게 가르며 세붐을 공격했다.
훙! 훙훙! 파파팟-
그러나 세붐은 가볍게 그 공격을 피해내며 반격해왔다.
곧바로 날아든 일검파의 검기에 이어 죽음 칼날이 빠른 속도로 펼쳐지며 루다크를 압박했고, 주변에 있던 오크 병사들의 목도 뎅겅 뎅겅 잘려나갔다.
세붐이 오크의 맹장 루다크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와중에 오크 병사들까지 해치우는 모습을 보며 다른 오크 지휘관들이 이를 갈았다.
“저놈이 감히!”
“으으! 저 고블린 놈이 예전의 그놈이 아니군요.”
투르보 역시 인상을 찌푸렸다.
그 역시 루다크가 세붐 하나 어쩌지 못하고 쩔쩔 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신경쓰지 마라. 어차피 저 고블린 놈이야 언제든 죽일 수 있다. 모두 저 인간 놈을 공격하라.”
투르보는 재윤을 향해 이동했다.
그때 재윤 역시 투르보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 뒤로 이민철을 비롯한 각성자들이 따라왔다.
오크 병사들과 부관들은 세붐의 권속들과 엘프들에게 맡겨두고 각성자들은 재윤과 함께 오크 최수뇌부를 상대하기로 한 것이다.
오크 로드 투르보와 7명의 지휘관.
이쪽은 재윤과 8명의 각성자.
인원수는 재윤 쪽이 하나 더 많았지만 투르보는 그저 가소로울 뿐이었다.
재윤을 제외한 인간들을 별볼 일 없다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그때 엘프 족장 르티아가 날린 화살이 공간을 타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쒸이익!
그 화살은 정확히 투르보를 노리고 있었다.
척!
투르보는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드는 그 화살을 왼손으로 낚아채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화살의 위력이 꽤 강력해 그것을 쥔 그의 팔이 떨리고 있었다.
“저 엘프 놈이 귀찮게 하는군.”
“저놈은 제가 맡겠습니다!”
루다크와 쌍벽을 이루는 오크의 맹장 그라트가 르티아를 향해 달려갔다.
르티아의 화살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이었다.
전투 중에 멀리서 지금처럼 화살을 쏴대면 오크 지휘관들이라 해도 부상을 입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가 빠졌지만 투르보의 주위엔 여전히 6명의 지휘관이 있었다.
투르보는 지휘관 한두 명만 자신의 곁에 있어도 재윤에게 밀리지 않을 거라 확신한 터라 자신만만했다.
“죽여주마, 인간 놈!”
투르보가 검붉은 빛으로 휩싸인 거대 도끼를 휘두르며 돌진해왔다.
오크 지휘관들은 빠르게 재윤을 포위했다.
“으하하하! 오크 놈들! 각오해라!”
그 순간 이민철이 달려와 오크 지휘관 하나를 방패로 후려쳤다.
퍽!
“쿠윽!’’
방패에 맞은 오크 지휘관이 비틀거리더니 이민철을 홱 노려봤다.
그런데 그 사이 이민철은 옆으로 바람처럼 달려가 또 다른 오크 지휘관 두 놈을 방패로 빠르게 쳤다.
퍽퍽!
그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오크 지휘관 셋이 순식간에 방패 공격에 당한 것이다.
물론 타격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방패에 맞은 오크 지휘관들은 솟구치는 분노를 절제할 수가 없었다.
이민철이 방패를 통해 펼친 도발 효과!
그것은 그들의 저 밑바닥 속에 잠자고 있던 분노까지 자극했다.
“감히! 죽인다, 인간!”
“쿠아악! 건방진 놈!”
“찢어서 삼켜주마, 인간 놈!”
이 순간 그들에게는 무조건 재윤만 공격하라는 오크 로드의 명령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이민철을 죽이겠다는 일념 뿐!
그런데 놀랍게도 오크 지휘관 셋의 공격을 이민철이 방패로 모조리 차단했다.
A급 특화 능력인 고대 용사의 방패술이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쾅쾅! 콰콰쾅!
오크 지휘관들이 이민철을 포위한 채 도끼로 후려치고 창으로 찔렀지만 모두 방패에 가로막혔다.
더구나 방패에는 흠집도 나지 않았다.
오크 지휘관의 생명 방패!
이 전설 등급 방패는 방어에 성공할 때마다 이민철의 생명력이 회복된다.
그러다보니 오크 지휘관들로서는 기막힐 노릇이었다.
“지금입니다! 공격하세요!”
이민철의 외침에 윤현성이 이글거리는 화염구를, 쌍둥이 자매는 손에서 섬뜩한 냉기의 기운을 쏟아냈다.
화르르! 콰앙!
윤현성의 화염구는 예전의 화염구가 아니었다.
오크 지휘관 중 하나에 그것이 작렬한 순간 폭발하며 시뻘건 화염이 소용돌이쳤다.
“크으으!"
비록 C급이지만 살라맨더의 분노라는 화염 속성 특화 능력!
그로인해 강화된 화염구가 오크 지휘관에게 적지않은 타격을 준 것이다.
또한 쌍둥이 자매 중 동생 유서연이 뿌린 시퍼런 냉기는 오크 지휘관 셋을 일시적으로 빙결 상태로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대마녀의 분노라는 A급 냉기 속성 특화 능력!
그뿐이 아니다.
그 사이 박은빛이 소환한 물의 정령이 이민철을 비롯한 모든 각성자들의 몸에 치유의 빛을 펼쳐줬다.
도트 힐로 매초 조금씩 생명력이 회복되는 터라 피해를 입어도 금세 회복되니 각성자들은 매우 안정적으로 오크 지휘관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크으으! 저년부터 죽인다.”
결국 이민철을 공격하던 오크 지휘관 하나가 박은빛을 향해 돌진했다.
두 눈이 홱 뒤집힌 채 어마어마한 살기를 내뿜고 달려가는 오크 지휘관!
너무 찰나의 일이라 이민철도 미처 막지 못했다.
“조심해요! 은빛 누나!”
그러나 오크 지휘관의 속도가 너무 빨라 박은빛은 피하지 못했다.
꼼짝없이 죽겠다 싶은 순간 그녀의 앞을 번개처럼 가로막으며 오크 지휘관의 도끼를 쳐낸 이가 있었다.
다름 아닌 김지호.
콰아앙!
“으으윽!"
김지호는 이정숙이 맨홀 뚜껑에 희귀 등급 크로거의 피를 부어 만들어준 희귀 등급 방패를 쥐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오크 지휘관의 도끼를 막아낸 것이다.
쾅쾅! 콰앙!
방패가 찌그러지며 그 충격에 김지호의 몸에 충격이 엄습해 피부가 팍팍 터져나갔지만, 이 순간 김지호는 완벽하게 오크 지휘관의 공격을 막아냈다.
B급 특화 능력인 성기사의 방패술!
그 불가사의한 방패술의 위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죽음을 무릎 쓰고 동료를 구하겠다는 용기!
김지호는 괴물이 자신을 향해 달려들 때는 그렇게 무서웠다.
그러나 괴물이 박은빛을 죽이려 들자 어디서 용기가 솟구쳤는지 주저없이 달려와 막았다.
더 이상 겁쟁이 김지호가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방패를 힘차게 휘둘러 오크 지휘관을 이민철이 있는 쪽으로 던지듯 밀어버렸다.
“우하하! 지호야! 드디어 정신 차렸냐? 정말 잘했다!”
이민철이 반색하며 자신 앞으로 밀려온 오크 지휘관을 방패로 후려갈겼다.
“크크, 괴물도 별거 아니었네요.”
피투성이가 된 김지호가 히죽 웃었다.
그의 몸을 물의 정령이 펼친 치유의 빛이 휘감았고, 금세 멀쩡하게 회복되었다.
“지호야, 고마워. 네 덕분에 살았다.”
박은빛도 김지호에게 칭찬을 해줬다.
그녀뿐 아니라 다른 각성자들도 김지호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모두들 대견스러워 했던 것이다.
재윤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들 잘하고 있군.’
오크 로드와 격전 중이었지만 재윤은 각성자들이 어떻게 싸우는지도 살펴보고 있었기에 흐뭇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번 환상 전투의 가장 큰 목적은 물론 오크들을 물리치는 것이지만, 그것을 통해 각성자들의 전투 감각과 자신감을 올려주는데 있었다.
이민철과 박은빛을 주축으로 한 각성자들의 전력은 오크 지휘관 셋을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았다.
저대로라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오크 지휘관들은 결국 쓰러지고 말 테니까.
이제 재윤이 없어도 각성자들만으로도 충분히 이 안전 지대를 지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야 재윤은 안심하고 이곳을 맡겨두고 멀리 움직일 수 있다.
안전 지대에만 매어 있으면 부모님을 찾아 떠날 수가 없으니까.
“쿠아악! 죽여버리겠다, 인간 놈!”
그 사이 오크 로드 투르보는 재윤을 향해 미친 듯 도끼를 휘둘렀다.
동시에 재윤을 포위한 오크 지휘관들도 끊임없이 각자의 필살기를 펼치며 재윤을 공격했다.
그러나 재윤은 단 한 번도 공격에 적중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광혈검을 휘두를 때마다 투르보의 몸에 치명상에 가까운 부상이 생겨났다.
오크 지휘관들 또한 전신이 피범벅이 된 채로 비틀거리고 있었다.
“으! 믿을 수 없다. 어떻게 그 사이 이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거냐?”
“그게 바로 너희가 하찮게 보는 인간 각성자의 능력이다.”
처음에는 하찮은 수준일 뿐이지만.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강해지는 능력!
재윤이 오크 로드와 처음 싸웠을 때는 레벨 25 때였다.
그런데 지금은 레벨 33.
그 사이 전쟁신의 검술이 무려 8단계나 상승했다.
검술 자체의 경지가 크게 높아진 터라 다른 필살기가 없이 광혈검의 공격력만으로도 오크 로드를 궁지에 처하게 만들 수 있었다.
촤악!
“크아아아악!”
재윤을 포위하던 오크 지휘관 하나가 결국 가슴에서 피를 뿌리고 쓰러졌다.
이로써 3대 1.
그러나 어렵게 버티던 나머지 두 오크 지휘관들도 결국 광혈검에 금세 목이 잘려나갔다.
서걱! 촤아악!
그렇게 오크 지휘관 둘이 또 쓰러져 연기로 변해 흩어졌다.
이제 1대 1.
그러자 투르보는 치를 떨었다.
‘크으윽! 어디서 저런 괴물이!’
괴물인 오크 로드가 재윤을 괴물이라 보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재윤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었다.
‘피해야 한다.’
여기서 죽는다고 실제 죽는 건 아니지만 하루 가까운 시간 동안 심각한 사망 후유증을 겪게 된다.
안전 지대 안이라 무사하긴 하겠지만 하루 동안 밖에서 재윤이 뭔짓을 하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사이 오크 병사들은 엘프와 고블린 부대에 전멸했다.
세붐과 싸우던 로다크도 막 목이 잘려 나갔다.
엘프 족장 르티아를 죽이러 갔던 맹장 그라트 또한 전신에 수십 개의 화살이 박힌 채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지고 말았다.
‘으! 이건 도대체!’
투르보는 뒷걸음질 치다가 다급히 외쳤다.
“두고보자, 인간 놈! 모두 철수하라!”
철수라고 해봤자 이제 그 외에는 이민철 등과 싸우고 있는 오크 지휘관 셋만 남았다.
그러나 그 셋은 이민철의 도발에 걸려 명령이 통하지 않았다.
전신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걸 보니 곧 죽을 것 같았다.
결국 투르보는 혼자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다급히 전장을 벗어나려 했지만, 재윤이 질풍 이동을 펼쳐 번쩍 그를 가로 막았다.
“어딜 도망가는 거냐?”
“비켜라, 이 인간 놈!”
“올 때는 마음대로 왔는지 모르지만 갈 때는 죽어서야 나갈 수 있다. 나에게 환상 전투를 걸었으면 그 정도 각오는 되어 있어야지.”
“빌어먹을! 기어코 해보겠다는 건가?”
결국 투르보는 최후의 필살기를 시전할 수밖에 없었다.
츠츠츠츠츠츠!
도끼를 번쩍 쳐든 그의 몸 주위로 검붉은 막이 생겨났다.
[오크 로드 투르보가 붕멸의 강타를 시전합니다.]
곧바로 재윤을 향해 붉은 빛의 장판이 깔렸다.
어디로 이동해도 따라오는 장판!
붕멸의 강타는 한 번 지정한 대상은 무조건 가격하는 죽음의 필살기였다.
그러나.
‘질풍의 화살! 검기파! 바람의 화살!’
재윤은 필살기들을 한번에 쏟아부었다.
그때는 재사용 시간 때문에 바람의 화살만 날려 시전 취소를 못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이 때를 위해 일부러 모든 필살기들을 펼치지 않고 있었으니까.
콰아앙! 콰아앙! 콰앙!
역시 예상대로였다.
앞의 두 필살기가 투르보의 보호막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고, 마지막 날린 바람의 화살은 놈의 몸을 후려쳐 붕멸의 강타의 시전을 취소시켰다.
“크으으윽! 이런 말도 안 되는……!”
“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거야. 기다리고 있어라. 넌 이제 독 안에 든 쥐새끼에 불과하니까.”
서걱!
비틀거리며 물러나는 투르보의 허리를 광혈검이 베고 지나갔다.
“크아아아악!”
투르보의 상체가 미끄러지듯 하체에서 갈려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그리고는 이내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오크에 대한 지식이 A급에서 S급으로 상승합니다.]
[근력이 영구적으로 4 증가합니다.]
드디어 S급 지식 획득!
* 오크
-획득 지식 등급 : S
-오크에게 주는 피해 40% 증가
-오크 처치 시 아이템 획득 확률 대폭 증가
-오크의 전술 파악 3단계 (MAX)
-오크의 약점 파악 3단계 (MAX)
-근력 +4
이로써 오크 로드 투르보와 다시 붙으면 더욱 유리하게 싸울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미 S급 지식 없이도 놈은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지만 말이다.
“크아아아악!”
그 사이 이민철 등이 공격하던 오크 지휘관들도 모두 죽었다.
재윤을 제외한 다른 각성자들만의 힘으로도 오크 지휘관 셋을 해치운 것이다.
“와아아아!”
“우아아아!”
곧바로 승리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고블린들과 엘프들도 각자의 무기를 들고 환호했다.
[오크 로드 투르보와 그의 부하들이 모두 사망했습니다.]
[환상 전투에서 승리했습니다.]
[보상으로 900코인이 안전 지대 혜미의 재정으로 적립됩니다.]
[환상 전투 전장 결계가 사라집니다.]
* * *
전투 종료 후 혜미는 축제 분위기였다.
재윤은 각성자들뿐 아니라 고블린들과 엘프들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모두가 잘 싸워줘서 승리한 것이니까.
그러나 지금은 승리에만 도취되어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얼마나 이때를 기다렸는지 모른다.
재윤은 이민철, 박은빛, 세붐, 그리고 엘프 부하 로사엔과 함께 즉각 오크의 안전 지대 중 한 곳인 『희망』으로 향했다.
엘프 족장 르티아도 그 뒤를 따라왔다.
“오크 놈들을 쓸어버리는 거라면 나도 함께 가겠다.”
“얼마든지.”
재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희망부터 시작해서 안전 지대 세 곳을 모두 돌며 보호막 밖에 있는 오크의 전력을 다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밖에 사망 후유증으로 쓰러져 있는 오크 놈들이 있을 거다. 보이는 대로 다 죽여버려.”
“그러지.”
“흐흐, 이제야 제대로 분풀이를 하게 생겼군.”
이민철은 신이 나 있었다.
세붐 또한 오크들을 죽이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원하던 일이었다.
그렇게 잠시 이동했을까?
드디어 안전 지대 희망이 있는 커다란 회색빛 건물이 보였다.
그 주변에 오크들과 코볼트들이 혼절 상태로 널브러져 있었다.
재윤이 광혈검을 뽑으며 외쳤다.
“인정사정 봐주지 말고 다 죽인다.”
“그러지.”
“흐흐, 다 때려죽이자!”
촥! 촤악! 퍽 ! 퍼퍽 !
“크아아악!”
“카아악!”
사망 후유증으로 혼절 상태였던 코볼트들과 오크 병사들은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전멸했다.
재윤이 곧바로 주위를 다시 살폈다.
“여기 어디 사람들이 갇혀 있는 곳이 있을 텐데.”
“저쪽 같아요. 그곳에 살아있는 인간들의 기척이 느껴져요.”
엘프 로사엔이 오크 병사들의 막사 안쪽을 가리켰다.
재윤 등이 가보자 막사에 가려진 동굴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동굴 안에는 쇠창살로 만들어진 감옥이 있었는데 처참한 몰골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금세라도 죽어갈 듯 보이는 10여 명의 생존자.
그런데 재윤을 뒤따라와 그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이민철이 돌연 울부짖는 소리로 뛰어들어갔다.
그가 두팔을 휘젓자 쇠창살이 엿가락처럼 옆으로 휘어벌어졌다.
바닥에 쓰러진 채 숨을 몰아쉬고 있는 50대 여인.
“어, 엄마……"
그러자 그 여인의 몸이 움찔 떨렸다.
이민철이 울면서 외쳤다.
“엄마, 저 민철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