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 전력을 강화하다 (2) >
【기적 각성자 리스트】
[각성자 안준우]
-레벨 2
-22세 남
-능력 : 전사의 기운(Lv1)
-전사의 기운 : 파티원들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올려주는 버프.
[각성자 유지연]
-레벨 7
-20세 여, 쌍둥이 언니, 전투 감각 좋음.
-능력 : 냉기 바람(Lv1)
-냉기 바람 : 적을 느리게 만들며 소량의 데미지를 줌
[각성자 유서연]
-레벨 7
-20세 여, 쌍둥이 동생, 전투 감각 좋음.
-능력 : 냉기 바람(Lv1)
[각성자 최동철]
-레벨 2
-49세 남, 전투 감각 최하
-전투 능력 : 치유의 빛 (Lv1)
-치유의 빛 : 아군에게는 회복, 적에게는 데미지를 줌
[각성자 김지호]
-레벨 1
-18세 남, 전투 감각 최하
-전투 능력 : S급 내성 특성에 강철의 가호(Lv1).
-특이 사항 : 탱커형 각성자지만 겁이 많아 전투를 못함.
재윤은 왠지 한숨이 나왔다.
레벨도 낮고 전투 능력 단계도 모두 1단계.
하긴 재윤이 오기 전까지 오재석 패거리에게 괴롭힘 당하며 갇혀 있었다고 하니 한편으로 이해는 갔다.
이 각성자 리스트 보고서에는 이경수가 그간 이곳 각성자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파악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재윤이 각성자들을 만나기 앞서 대략적으로 그들의 상태를 알고 있는 게 좋을 것이라는 판단에 보고서를 만들어 올린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소유주님. 안준우입니다.”
“유지연이에요.”
“유서연입니다.”
“하하, 저는 최동철이라고 합니다. 그 천벌 받을 오재석이 놈을 멋지게 해치워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김지호입니다.”
그들은 재윤을 향해 공손히 자기를 소개했다.
재윤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저는 강재윤입니다. 긴 소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비각성자들과 달리 각성자들은 괴물들과 싸워 계속 강해져야 합니다. 그러나 혼자서는 힘드니 서로 힘을 합쳐 파티 사냥을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모두들 조용히 재윤의 말을 경청했다.
“그러나 파티 사냥에서는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역할을 소홀히 할 경우 자기만 아니라 파티원이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
조금은 경각심을 높여줄 필요가 있어 재윤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딱 봐도 안전 지대 안에서 웅크린 채 나가기 싫어하는 표정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18세 소년 김지호의 표정이 유독 심했다.
“잠깐만요, 소유주님! 저는 죽어도 못 싸웁니다. 괴물들의 얼굴만 봐도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그냥 비각성자들처럼 지내면 안 될까요?”
키는 180cm는 되어 보이고 근육질의 몸체를 가져 엣되어 보이는 얼굴만 아니면 누가 봐도 20대로 보이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덩치가 창피할 정도로 겁이 많았다.
'S급 내성에 방어형 전투 능력이면 최강의 탱거가 될 가능성이 있는 녀석인데, 왜 저리 겁이 많은 거지?’
재윤은 김지호에게 굳이 잔소리하지 않았다.
이민철에게 맡겨두기로 했다.
자신이 모든 걸 다 신경쓸 수는 없으니까.
이민철이라면 김지호의 멘토가 되어 좋은 탱커로서 이끌어 줄 것이다.
“김지호라 했나?”
“예."
“긴 말은 안하겠다. 앞으로 너는 여기 있는 형님과 같이 다니도록 해라. 민철이 형! 이 녀석 좀 잘 부탁해.”
“그래. 내게 맡겨라.”
이민철은 이마에 주름을 지었다.
재윤이 이경수의 보고서를 그에게도 보여줬기에 이민철 또한 김지호가 S급 내성 특성을 지닌 걸 알고 있었다.
‘덩치도 쓸만하고 정신력만 좀 무장시키면 훌륭한 탱커가 될 거다.’
당장은 대단하지 않아도 언제고 각성자들의 단단한 기둥이 될 수 있는 멋진 탱커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자신감과 담력을 키워주는 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힐러인 최동철 씨는 저기 있는 박은빛 씨를 멘토 삼아 힐러로서의 센스를 배우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최동철은 박은빛에게 잘 부탁한다는 듯 인사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아는 건 없지만 최선을 다해 알려드릴게요.”
같은 능력을 가진 동료가 생겼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파티 사냥시 힐러가 한 명 더 있으면 부담도 덜어질 테니까.
그렇게 두 명은 멘토가 정해졌다.
그리고 안준우를 비롯한 셋은 뭔가를 지도받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마치 귀공자처럼 잘생긴 청년인 안준우.
그는 오직 버프만 펼칠 수 있었다.
공격 능력은 전혀 없지만, 그가 파티에 있으면 파티원들의 전력이 대폭 강화되는 것이다.
혼자서는 절대 성장이 불가능하고, 무조건 파티 사냥을 통해서만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용케 기적 안전 지대에 들어와서 살 수 있었던 것이지, 혼자였으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쌍둥이 자매.
이 둘은 재윤이 기대 중이었다.
자매 둘이서만 나가 좀비 사냥으로 Lv7까지 올렸다고 했다.
그래서 기적의 다른 각성자들보다 레벨이 높았다.
그녀들의 전투 감각이 정말 뛰어나다면 앞으로 윤현성과 더불어 훌륭한 딜러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그렇게 대략 각성자들에 대한 파악이 끝나자 재윤은 즉각 그들을 데리고 파티 사냥에 나섰다.
안전 지대 내부의 관리는 이경수가 알아서 할 것이다.
재윤은 오직 각성자들의 레벨을 올려 전력을 강화시키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새로 파티에 합류한 각성자들은 전투 감각 여부를 떠나 일단은 레벨부터 올려놓기로 했다.
1레벨이나 2레벨 저렙들을 대상으로 전투 감각을 논해봤자 무의미한 일이니까.
***
그 후로 4일 동안 재윤은 파티 사냥에 집중했다.
기적 인근의 사냥터는 그리 효율이 좋지 않았지만, 밤낮으로 괴물들을 찾아다니며 파티 사냥을 한 결과 박은빛과 윤현성은 물론이고 기적의 각성자들도 모두 레벨 20을 달성했다.
무려 4일 동안 파티 사냥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건 뜻밖에도 오크들이 조용했기 때문이었다.
곧바로 혜미를 포위해 공격해 들어올 거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오크들은 환상 전투를 걸어오지도 않았고, 혜미의 근처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각성자 이민철의 파티]
-파티장 이민철(Lv25)(↑5)
-파티원 박은빛(Lv23)(↑4)
-파티원 윤현성(Lv23)(↑4)
-파티원 최동철(Lv20)(↑18)
-파티원 김지호(Lv20)(↑19)
하나의 파티는 총 5명의 인원만 가입이 가능했다.
그래서 재윤은 두 개의 파티를 만들었고, 이민철이 주축이 된 파티에는 최동철과 김지호를 배치했다.
이는 그들이 각각 힐러와 탱커로서의 센스를 배우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고 사냥까지 분리해서 한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 파티 구성을 이렇게 했을 뿐 함께 다니며 서로 괴물들을 몰아주며 사냥했고, 때로는 파티원 구성도 바꿔가며 기적의 각성자들이 모두 20레벨을 달성하게 했다.
[ 각성자 강재윤의 파티 ]
-파티장 강재윤(Lv30)(↑4)
-파티원 안준우(Lv20)(↑18)
-파티원 유지연(Lv20)(↑13)
-파티원 유서연(Lv20)(↑13)
-파티원 세붐(충성도Lv5)(↑2)
재윤은 그 사이 레벨이 4단계가 상승했다.
그는 B급 토벌서 임무 위주의 사냥을 하는 터라 저렙들과 사냥을 같이해도 가장 많은 경험치와 보상을 획득할 수 있었다.
【레벨】 30
【생명력】 450/450
【파투스】 118/118(↑4)
【스탯】
근력 30(↑4)
체력 25
민첩 32
지능 31
【특화 능력】 전쟁신의 검술(Lv30)
【전투 능력】 바람의 화살(Lv10), 바람 이동(Lv10), 광혈의 막(Lv10), 검기(Lv10)
【극 전투 능력】 질풍의 화살(Lv1), 광혈의 의지(Lv1), 질풍 이동(Lv1), 검기파(Lv1)
【생활 능력】 괴물혈액 채취(Lv15)
토벌 보상으로 받은 능력 강화석들을 이용해 바람 이동과 검기를 모두 10단계로 만들었다.
덕분에 극 전투 능력들도 각성할 수 있었다.
* 질풍 이동(Lv1)
-분류 : 극 전투 능력
-설명 : 파투스의 힘으로 원하는 지점으로 한 번 공간 이동한다.
-이동 후 10초간 모든 공격 회피율이 10% 증가한다.
-유효 거리 : 반경 20m
-파투스 2 소모
-시동어 없이 시전자의 의지로 이동
-재사용 대기 시간 : 120초
질풍 이동은 무려 20미터나 순간 이동할 수 있는 능력.
공중으로도 올라갈 수 있는 터라 높은 건물이나 심지어 절벽 위라 해도 20미터 이내에 있으면 단 번에 이동 가능했다.
특히 바람 이동과 연이어 사용하면 한 번에 30미터나 되는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었다.
* 검기파(Lv1)
-분류 : 극 전투 능력
-설명 : 파투스의 힘으로 검기를 생성해 날려보낸다.
-효과 : 대상에게 <1000 + 모든 스탯의 1000%〉만큼 피해를 준다.
-유효 거리 : 20m
-파투스 2 소모
-재사용 대기 시간 : 120초
질풍의 화살과 동일한 데미지의 원거리 필살기!
다만 이런 극 전투 능력들은 위력이 강한 만큼 파투스가 2나 소모되는 터라 남발할 경우 파투스가 금방 소진될 우려가 있었다.
***
"운명의 탑 근처에 오크들은 한 놈도 없습니다, 주인님.”
다음 날 재윤은 각성자들과 운명의 탑으로 떠나기에 앞서 일단 세붐에게 정찰을 다녀오라고 말했다.
그런데 운명의 탑은 물론 숲에서도 오크들의 흔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이민철이 말했다.
“이상한 일이다, 재윤아. 오크 놈들이 갑자기 모두 죽기라도 한 걸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놈들이 그렇게 쉽게 죽을 놈들은 아니야.”
“일단은 운명의 탑 근처에 아무도 없다고 하니 다들 특화 능력을 얻으러 갔다오는 게 좋겠다.”
박은빛과 윤현성, 그리고 안준우를 비롯한 기적 소속 각성자들 모두가 운명의 탑에 갈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특화 능력을 얻어야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재윤도 원하는 바였다.
그러나 아무래도 뭔가 이상했다.
지금쯤은 오크들이 어떤 식으로든 움직임을 보여줬어야 정상인 것이다.
이민철의 말대로 갑자기 그놈들이 모두 죽은 게 아니라면?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거다.’
***
바로 그 순간 오크 로드 투르보의 진영.
잿빛의 건물 옥상에서 차갑게 인상을 굳힌 채 서 있는 그의 앞에 오크 지휘관 하나가 부복했다.
“로드! 고블린 세붐 놈이 다녀 갔습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매복해 있나 살피는 기색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땅속에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눈치채지 못하더군요. 당장이라도 튀어나가 그놈을 잡고 싶었지만, 무조건 지켜보라는 로드의 명령 때문에 참았습니다.”
“우리가 고작 세붐 놈 하나 잡자고 이런 작전을 펼친 것이 아니다. 이 기회에 그 인간 놈과 그 일당을 완전히 섬멸시킬 것이다.”
“예, 로드.”
투르보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피어났다.
“그런데 그 탑이 인간 놈들에게 그토록 중요한 곳인가?”
“틀림없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두 번이나 그곳에 왔을 리 없겠지요. 고블린 놈이 온 것을 보면 탑에 오기 전 정찰을 한 것입니다.”
“길게 끌 것 없다. 이번에 그놈들이 나타나면 물샐 틈 없이 포위해서 완전히 박살내야 한다. 그놈은 내가 직접 잡아서 찢어죽일 것이다.”
“로드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투르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코볼트 놈들을 굴복시킨 보람이 있구나. 다른 건 몰라도 땅굴을 파는 데는 그놈들을 따라올 놈들이 없단 말이야.”
“크큭! 코볼트들의 연금술도 제법이지요. 놈들이 만든 가루로 우리의 체취를 완전히 감출 수 있었습니다. 고블린 세붐 놈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가서 계속 기다려라. 그리고 놈들이 오는 즉시 보고해라.”
“예, 로드!”
***
한편 재윤은 그때 조용히 생각 중이었다.
이민철 등은 당장 운명의 탑으로 가자는 의견이었지만, 재윤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오크 로드 놈의 눈빛은 나를 찢어죽이고 싶어 했다. 그런 놈이 잠자코 있다는 건 분명 뭐가 있다는 뜻이야.’
그런데 그때였다.
안전 지대 혜미로부터 관리자 통신이 왔다.
《재윤 오빠, 저 혜미예요.》
《무슨 일이지?》
《이곳으로 누군가 찾아왔어요. 모두 세 명인데 스스로를 엘프라고 밝혔어요. 정말로 영화 속의 엘프처럼 잘생기고 예쁘긴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하죠?》
'엘프?’
설마 말로만 듣던 그 엘프를 말하는 건가?
하긴 고블린이나 오크들도 이 괴상한 세상으로 들어왔으니 엘프라고 들어오지 말란 법이 없었다.
《그래서 엘프가 찾아온 이유는 뭐래?》
《안전 지대의 주인을 만나야 입을 열겠다고 해요.》
《알았다. 지금 갈 테니 섣불리 안전 지대에 들이지마라.》
《염려 마세요. 그 정도는 기본이죠.》
아무리 엘프라고 해도 처음 보는 이를 무턱대고 안전 지대에 들일만큼 한혜미는 바보가 아니었다.
곧바로 재윤은 파투스 차량을 타고 혜미로 이동했다.
그러자 정말로 안전 지대의 보호막 밖에 웬 잘생긴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
딱 봐도 정말 엘프처럼 생긴 존재들.
그 중 가장 앞에 서 있는 20대 쯤 되어 보이는 신비한 금발의 청년에게서는 상당한 위엄도 느껴졌다.
“그대가 이곳 안전 지대의 주인인가?”
재윤이 나타나자 그 엘프 청년이 물었다.
재윤은 끄덕였다.
“그래. 내가 주인이다. 날 만나자고 한 이유가 뭐지?”
나이도 비슷해보이는데 다짜고짜 반말을 하니 재윤이라고 질 수 없었다.
엘프 청년은 순간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픽 웃었다.
“우선 내 소개를 하지. 나는 세마르 숲의 엘프 족장 르티아라고 한다.”
엘프 족장 르티아!
어쩐지 위엄이 있다 했더니 족장이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오크들과 관련된 중대한 비밀을 알려주고자 함이다.”
“오크들에 대한 비밀?”
“그 비밀이 그대에게 도움이 될지 아닐지는 나는 모른다. 중요한 건 난 그것으로 그대와 거래를 하고 싶을 뿐이다."
“어떤 비밀인지도 모르는데 무슨 거래를 하자는 건지 모르겠군.”
그러자 르티아가 두 눈을 강하게 빛내며 말했다.
“내 조건은 이것이다. 만약 내가 말한 비밀이 그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우리와 동맹을 맺어달라는 것이다.”
동맹이라니.
전혀 뜻밖의 제의였다.
“물론 그대는 이 급작스러운 제의에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그대가 오크들과 적대 관계에 있다면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별 의미없는 얘기겠지만.”
“오크들과 싸우고 있나 보군”
그러자 르티아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오크 로드 투르보가 내 동생을 잡아먹었다. 이 이상의 이유가 필요하겠나?”
그러고 보니 세붐과 같은 상황이었다.
재윤은 동생의 죽음에 대한 원한으로 이글거리던 세붐의 눈빛을 기억했다.
지금 르티아의 눈빛이 딱 그와 같았다.
적어도 거짓말은 아니라는 뜻.
“동맹을 원하는 건 함께 오크들을 쳐부수자는 얘기겠지?”
“물론이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오크들을 이길 수 없어서 그대 인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럼 비밀부터 얘기해라. 정말로 내게 도움이 되는 거라면 동맹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겠다.”
그러자 르티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엘프들이 알아낸 비밀 하나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