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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55화 (55/200)

55화.  < 전력을 강화하다 (1) >

오크 지휘관 두라드는 갑자기 자신의 뒤쪽에서 엄습하는 싸늘한 한기에 깜짝 놀랐다.

‘기습?’

그는 잽싸게 뒤돌아 방패를 앞세워 방어하려했지만 그것은 마음일 뿐.

콰아앙! 푸확!

“크으윽!"

뒤통수로 연거푸 작렬하는 강력한 충격 앞에 그는 비틀거렸다.

그런 그를 향해 붉은 검신의 검이 날아들었다.

캉! 콰앙! 촥! 촤아악!

눈깜짝할 사이에 상갑이 찢겨나갔고 가슴이 길게 베여졌다.

그 순간 그는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졌다.

동시에 상상도 할 수 없는 공포심이 밀려왔다.

"크으으으!”

상대의 공격을 방어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방패를 쥔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상황에 황당한 것은 재윤이었다.

번개처럼 놈의 뒤쪽으로 내려와 질풍의 화살과 바람의 화살을 박아넣고 광혈검을 미친 듯 휘둘렀을 뿐인데, 갑자기 놈이 몸을 부르르 떨고만 있을 뿐 방어를 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오크 지휘관 두라드가 공포에 걸렸습니다.]

그러다 알림을 듣고서야 무슨 일인지 알았다.

-치명타 발생시 대상에게 높은 확률로 공포 효과 발동

이것은 광혈검에 있는 공포 효과 중 하나다.

방금 전 약점 치명타가 터지며 그 효과가 지금 발동된 것이다.

‘보스 급 괴물도 공포가 걸리긴 하는구나.’

아까 오크 로드 투르보와 싸울 때 놈의 약점을 지속적으로 공격했지만 놈은 한 번도 공포에 걸리지 않았다.

약점을 공격하면 무조건 치명타가 터지게 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높은 확률이라고 되어 있지만 보스 급 괴물에게는 잘 통하지 않는 효과인 것이다.

물론 두라드는 금세 공포에서 풀려나긴 했지만, 그 잠깐 사이에 재윤은 놈에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다.

아무런 방어도 하지 못한 채 방패를 내려뜨리고 있는 상태면 허수아비와 다를 바 없으니까.

“크윽……! 인간 놈! 네놈이 감히!”

공포에서 깨어난 두라드는 자신이 쫓던 인간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분노에 치를 떨었다.

그의 전신은 이미 광혈검에 의해 난자되어 있었다.

도끼와 방패를 쥔 두 팔은 손목 째로 잘려나갔다.

공격도 방어도 불가능한 상황.

그저 재윤이 공격하는 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분하다! 이 복수는 투르보 님께서 반드시 해주실 것……"

“그만 가라!”

서걱!

광혈검이 번쩍이는 순간 두라드의 목이 잘려나갔다.

[1500코인을 얻었습니다.]

[오크 지휘관의 상자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쟁신의 검술이 Lv26이 되었습니다.]

보스 급 괴물을 이렇게 쉽게 처치한 건 처음이었다.

덕분에 레벨이 오르며 파투스가 모두 회복됐다.

“저쪽이다!”

“인간 놈이 저쪽에 있다!”

그 사이 이곳에서 벌어진 소란을 듣고 오크 지휘관들이 몰려왔다.

포위되면 좋지 않으니 일단 피하는 게 상책 !

물론 잽싸게 냄새 제거 가루를 뿌리고 이동하는 걸 잊지 않았다.

“우라질! 두라드가 기습에 당했다.”

“인간 놈! 찢어죽인다!”

“쿠아악! 세상 어디에 있든 끝까지 쫓아가 죽일 것이다!”

두라드의 처참한 죽음을 본 오크 지휘관들이 흥분해서 날뛰었다.

“흩어지지 마라!”

“그놈에게 각개격파 당할 수 있으니 함께 움직여라.”

그때부터 그들은 흩어지지 않고 한데 몰려다니며 재윤을 찾았다.

재윤은 그들이 멀어지자 나무 위에서 조용히 내려왔다.

그는 멀리 가지 않고 나무 위쪽에서 기척을 숨기고 숨어 있었다.

냄새 제거 가루는 오크의 피냄새뿐 아니라 거의 모든 냄새를 숨겨주는 터라 오크들의 후각을 속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 피를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지.’

어차피 잠시 후면 알아서 사라질 사체이다보니 오크 지휘관들도 사체를 수습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크들에게도 사람들처럼 장례를 치르거나 하는 풍습이 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재윤으로서는 아직 사체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게 중요했다.

쭈우욱!

[오크의 피(전설) 1병을 얻었습니다.]

[오크의 피(영웅) 1병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연속해서 혈액 2병을 채취한 재윤은 안전 지대 혜미를 향해 이동했다.

그는 어디서든 혜미의 위치를 알 수 있으니 돌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했을까?

적당히 오크들을 따돌렸다 싶은 순간 잠시 쉬면서 아공간에 있는 오크 지휘관의 상자를 꺼내 열어봤다.

[1500코인을 얻었습니다.]

[능력 강화석 2개를 얻었습니다.]

[오크 지휘관의 생명 방패(전설)를 얻었습니다.]

“오! 방패?”

그것도 전설 등급 방패였다.

방패를 쓰는 녀석을 죽이고 얻은 상자라서 방패가 나온 것일까?

* 오크 지휘관의 생명 방패

-등급 : 전설(★★)

-분류 : 파투스 장비

-내구도 : 500/500

-장착 시 효과 : 생명력 +300, 생명력 회복량 10% 증가

-방패 방어 성공 시 생명력 3 회복

-장착 제한 : Lv22[근력 15, 체력 10]

모양은 거대한 사각 방패였다.

장착시 생명력이 300이나 늘어나고, 생명력 회복량도 증가!

가장 놀라운 건 방패 방어 성공시마다 생명력이 회복된다는 것!

옵션을 보면 대단하지만 검술 특화 능력을 가진 재윤과는 맞지 않은 장비였다.

‘이건 민철이 형에게 주면 딱이겠군.’

그렇지 않아도 이민철은 용사의 방패술이라는 A급 특화 능력을 얻었다.

그 방패술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특화 능력인 걸 감안하면 상상을 초월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 방패를 장착하면 이민철은 날개를 달게 되리라.

탱커로서의 진정한 능력을 발휘할 때가 온 것이다.

다만 22레벨 장비이다 보니 레벨을 2단계 더 올려야 쓸 수 있었다.

***

재윤이 안전 지대 혜미로 돌아온 건 정오가 한참 지난 오후쯤이었다.

“재윤아! 걱정했다. 그놈을 어떻게 따돌리고 온 거냐?”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주인님.”

수심 가득한 얼굴로 재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던 이민철이 환호했다.

세붐 또한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한태진 가족과 박은빛, 윤현성도 걱정하고 있었는지 재윤이 돌아오자 표정이 밝아졌다.

재윤은 미소 지었다.

“별 일 없었으니 염려할 것 없어요. 그보다 민철이 형, 선물!”

재윤은 아공간에서 방패를 꺼내 이민철에게 건넸다.

“맙소사! 이거 전설 방패잖아?”

이민철뿐 아니라 박은빛과 윤현성도 깜짝 놀랐다.

“와아! 전설 방패라니! 축하해요!”

“민철 씨 정말 부럽습니다!”

특히 그들은 방패에 붙어 있는 생명력 관련 옵션을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직은 이민철의 레벨이 낮아 장착할 수 없지만, 이 방패만 있으면 그는 매우 안정적으로 적의 공격을 방어하며 파티원들의 선봉에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으하하하! 재윤아, 고맙다! 이런 엄청난 장비를 구해오다니!”

“고맙긴. 당연한 거지. 어서 레벨 올릴 생각이나 하라고.”

“당장 레벨 업 하러 가자!”

“그래야지. 하지만 오크들이 공격해올 가능성이 있으니 사냥터를 옮기는 게 좋겠어.”

“기적으로 이동할 생각이냐?”

재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모두를 쳐다보며 차분히 말했다.

“오크 로드는 크로거 군장 아르툼까지 부하로 만들었습니다. 그놈은 곧 오크와 크로거들을 동원해 이곳을 포위할 겁니다.”

오늘만 오크 지휘관 둘이 죽었다.

또한 오크 로드 투르보는 재윤에게 죽음 직전의 상태까지 이르렀었다.

다른 괴물들이라면 재윤을 두려워해 쉽게 도발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오크들은 절대 그럴 리가 없었다.

오히려 더 미친 듯 죽이려 달려들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악에 잔뜩 받친 투르보는 재윤을 죽이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재윤은 아까 혜미로 귀환하면서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두었다.

특별히 새로운 건 없었다.

이미 그간 떠올린 방법들을 종합한 것이니까.

“이곳이 포위되는 즉시 오크 로드는 환상 전투를 걸어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환상전투는 코인으로 방어할 생각입니다. 코인 소모가 좀 있긴 하겠지만 그 사이 우리는 레벨 업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죠.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이 들 때 환상전투를 통해 반격에 들어가겠습니다.”

혜미에서 코인을 통해 방어를 하면, 오크 로드 투르보는 환상 전투를 매일 걸어오며 코인을 갈취할 것이다.

그러나 승산이 갖춰지는 순간 재윤은 환상전투를 받아들여 역습을 펼칠 것이고, 그때 환상 결계 속에서 투르보와 오크 지휘관들을 전멸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크들의 주력이 사망 후유증으로 일정 시간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때가 바로 진정한 반격의 기회!

안전 지대 밖의 오크 병사들을 모두 쓸어버린 후 포로가 된 인간들을 구해온다는 것이 바로 재윤의 작전이었다.

“관건은 우리가 그놈들과 환상 전투에서 이길 만큼 강해져야 한다는 거네.”

이민철의 말이었다.

재윤의 작전은 매우 단순하지만 그대로만 되면 오크들은 괴멸 직전의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환상 전투의 승리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환상 결계 속이라지만 오크 대군과 싸워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모두 지하 보도를 통해 기적으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리고 혜미 너는 오크들이 이곳을 포위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평소처럼 대응하면 된다.”

“염려마세요. 코인이 있으니 오크가 환상 전투를 걸어와도 두렵지 않아요.”

한혜미는 씩씩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재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세붐을 쳐다봤다.

“그리고 세붐 넌 최대한 빨리 부하들을 이끌고 기적 근처로 이동해 그 주변을 정찰 시켜라. 이제 굳이 이곳에서 오크들의 공격을 받을 필요가 없다.”

“예, 주인님."

***

안전 지대 기적과 혜미를 연결하는 지하 보도는 저택의 지하에 새로 생겨난 도로를 통해 지하로 쭉 연결되어 있었다.

말이 지하 보도이지 사람뿐 아니라 승용차도 다닐 수 있을 만큼 넓은 도로였다.

또한 조명도 환하게 밝혀져 있어 걷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한태진과 이정숙은 기적의 아파트가 기대되는지 설레는 표정이었다.

그들은 오늘 가서 가족들의 새 보금자리를 배정 받게 될 것이다.

한혜미를 혼자 두고 오기 그래서 한지성은 남아 있었다.

기적까지 도착하는데 빠른 도보로 1시간 정도.

자전거라도 구해서 타고 다닐 수 있다면 훨씬 빠르게 왕복이 가능할 듯했다.

“어서 오십시오, 기적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모두 환영합니다.”

통신을 통해 재윤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경수와 이나연이 기적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과 연결된 지하 보도의 입구에서 모두를 기다리고 있었다.

재윤이 미소 지었다.

“수고가 많구나, 경수야.”

“수고는요. 저야 편하게 안전 지대에서 지내는데 형님께서 하시는 고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이경수의 옆에 있던 이나연도 재윤을 향해 말했다.

“소유주님께서 배려해주신 덕분에 저희뿐 아니라 모두가 잘 지내고 있어요. 너무 편하게 지내고 있어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네요.”

소유주님이라.

재윤이 이곳의 주인이 되자 그렇게 부르기로 한 모양이었다.

“별 말씀을요. 그보다 이나연 씨께 드릴 게 있습니다.”

이전에 세붐이 가져온 보물 상자에서 얻은 연금술 제작법.

* 제작법 「현자의 비약」

-현자의 비약을 제작할 수 있는 비법을 배울 수 있다.

-연금술사 전용

-현자의 비약 효능 : 복용 시 10분 동안 지능 +10, Lv20 제한

오직 연금술사만이 배울 수 있는 제작법이었다.

이나연은 연금술사이니 이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아, 이것은!”

제작법 두루마리를 받아 펼쳐 본 이나연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귀한 비약 제작법을 배우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만약 이 비약을 제조할 수 있다면 각성자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필요한 재료가 있으면 가능한 건 뭐든 지원할 테니 수고 좀 부탁해요.”

“물론이죠. 맡겨주세요.”

그녀는 자신에게도 뭔가 임무가 생겼다는 것이 기쁜 듯 활기차게 대답했다.

한편 그때 이민철 등은 정말로 멀쩡한 아파트의 모습을 보며 놀라워하고 있었다.

“하하, 정말 말로만 들었는데 이름 그대로 기적과 같은 곳이군요.”

박은빛도 감탄했다.

“차들도 다 멀쩡해요.”

“가만! 박 대리! 이거 혹시 운행이 가능하면 혜미까지 빨리 왕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글쎄요. 그게 가능할지.”

주자창에서 바로 지하 도로가 연결되어 있어 차만 운행 가능하면 혜미까지는 순식간일 것이다. 윤현성의 말에 이민철이 고개를 흔들었다.

“연료가 있어도 작동을 안할 걸요. 혜미에서 주차장에 있던 차 시동을 걸어봤지만 안됐어요.”

“그건 안타깝네요.”

그러자 그 말을 듣고 있던 이경수가 재윤을 향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관리 창을 연구하다 하나 알아낸 것이 있습니다, 형님.”

“그래?”

한혜미가 환상 전투에 대해 알아낸 것처럼 이경수도 뭔가를 연구해 알아낸 모양이었다.

“바로 이겁니다.”

이경수는 재윤 앞에 하나의 설명 창을 띄웠다.

【파투스 차량 지정】

-대당 비용:200 코인

-유지비 : 차량 1대당 2코인/1일

“파투스 차량이라고?”

“예. 여기 있는 어떤 차든 지정하면 운행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연료가 아닌 파투스 에너지를 소모하는 식이라 연료 충전은 필요없고 매일 2코인의 유지비가 드는 식이죠. 안전 지대와 안전 지대를 연결하는 도로에서만 운행이 가능한데 지하 보도도 넓은 편이라 소형 승용차 정도는 충분히 왕복가능합니다.”

혜미까지 매번 1시간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차로 운행하면 일직선 도로이다보니 몇 분이면 충분하다.

재윤 뿐 아니라 모두에게도 매우 편리한 일이 될 것이다.

“허락해주시면 코인의 여유가 생기는 대로 적당한 차량을 지정하겠습니다.”

“그렇게 해라.”

재윤의 승낙이 떨어지자 이경수는 미소 지었다.

“그럼 운전 기사는 기적에 있는 비각성자 중에서 운전 경력이 있는 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안전 지대 관리자 통신을 통해 언제든 호출하면 즉시 운행하도록 대기조를 편성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형님 소유의 안전 지대가 또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좋은 생각이다.”

지하 도로는 안전 지대나 마찬가지라 괴물의 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비각성자들이 운전해도 위험하지 않다는 뜻.

덕분에 비각성자들에게도 뭔가 일거리가 생기는 것이니 그들에게도 뿌듯한 일이 될 것이다.

“참, 이곳 기적의 각성자들이 형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아. 이제 그들을 만나봐야지.”

재윤 등이 주차장에서 지상으로 올라가자 다섯 명의 남녀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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