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자생존-50화 (50/200)

50화.  자신감의 회복 (2)

파티 사냥은 순조로웠다.

세붐이 크로거가 있는 곳을 감지하면 그 즉시 이민철이 그쪽으로 달려가며 그것들을 도발했다.

재윤과 윤현성은 기다리고 있다가 괴물들이 이민철 근처로 몰려들면 공격해 해치우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크로거들이 모두 쓰러지면 그때부터는 재윤이 피를 뽑았다.

사체 한 마리당 1분 가까이 걸리니 결코 짧지 않은 시간.

그러나 그때야말로 이민철을 비롯한 파티원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소중한 휴식 시간이었다.

그들은 잠시 근처의 바위에 걸터 앉아 쉬기도 하고, 전투 방식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혈액 채취가 끝나면 세붐이 기다렸다는 듯 크로거가 있을 만한 장소나 방향을 알려줬고, 이민철은 그쪽으로 달려가 괴물들을 끌어왔다.

그때 재윤은 괴물들을 혼자서 다 죽이지 않았다.

윤현성에게도 공격할 기회를 주었다.

파티원들의 레벨을 높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투 감각을 쌓게 해주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

재윤이 볼 때 전투 감각은 이민철, 박은빛, 윤현성 순이었다.

이민철은 천부적인 탱커라 할만큼 그쪽으로 감각이 뛰어났고, 박은빛 또한 힐러로서 상당한 센스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모든 면에서 윤현성은 감각이 떨어졌다.

화염구를 괴물이 아닌 땅바닥으로 날리거나, 심지어 이민철의 공격 신호가 없는데 섣불리 공격하기도 했다.

그것은 만약 재윤과 세붐이 없었다면 자칫 윤현성이 사망할 수도 있는 실수였다.

그러나 누구도 윤현성을 나무라지 않았다.

그가 실수를 재발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감각은 둔하지만 노력으로 승부한다.

그것이 윤현성의 장점이라면 장점!

그래서인지 시간이 갈수록 실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크로거 토벌 (B)】

-임무 수행 중 : 120/120(완료)

한편 그 사이 재윤도 토벌 임무 하나를 완수했다.

[임무 보상으로 1800코인을 얻었습니다.]

[임무 보상으로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임무 보상으로 중급 운명의 상자를 얻었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지만 아쉽게도 레벨은 오르지 않았다.

Lv24의 요구 경험치가 그만큼 높아서일 것이다.

[중급 파투스 물약 1개를 얻었습니다.]

[중급 생명력 물약 2개를 얻었습니다.]

[능력 강화석 1개를 얻었습니다.]

상자를 열자 물약들과 함께 능력 강화석 1개가 나왔다.

지난 번에는 중급 운명의 상자에서 <바람 이동>과 같은 능력 두루마리가 나왔는데, 매번 그런 행운이 주어지는 건 아니었다.

곧바로 광혈의 막을 Lv9로 올리고 크로거들의 피를 채취하다 보니 어느덧 날이 캄캄해졌다.

본래라면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안전 지대로 돌아가야 했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이제야말로 본격적인 레벨 업을 위한 사냥이 시작될 것이다.

그때 이민철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말했다.

“재윤이 네가 준 귀고리들 덕분에 어둠 저항이 또 늘어서 그런지 밤이 됐는데도 꽤 잘 보인다.”

“그럴 거야.”

피묻은 어둠의 장신구들은 각각 다 어둠 저항이 붙어 있다.

그리고 세트 아이템이 완성되면 추가로 어둠 저항이 20 증가하고, 지능 스탯이 5 늘어나게 된다.

“근데 아직 목걸이가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내지 못했어. 분명 밤에 나오는 괴물들 중 하나일 텐데.”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박은빛이 말했다.

“혹시 거대 좀비가 주지 않을까요?”

“그러면 좋겠군요.”

재윤도 기대 중이었다.

세트 효과가 완성되면 어둠 저항도 좋지만 지능 스탯 5는 매우 탐나는 효과니까.

“일단 흡혈귀들부터 잡고 갑니다.”

좀비들은 밤이 되면 도처에서 출몰하지만 흡혈귀는 영역이 정해져 있다.

게다가 흡혈귀들은 순간 이동 능력이 있을 뿐 아니라 지능이 크로거나 좀비에 비해 높다보니 사냥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흡혈귀들은 재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들의 로드였던 광혈의 흡혈귀 루나티쿠스를 해치운 자가 바로 재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멀리서 재윤이 보이면 곧장 달아나버렸다.

“이래선 사냥이 어렵겠는데.”

이럴 바엔 그냥 좀비들이나 잔뜩 사냥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러나 재윤은 흡혈귀들의 피를 구해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광혈의 막은 그냥 그림의 떡에 불과할 뿐이니까.

“너무 강해진 것도 문제네.”

이건 예상치 못한 문제였다.

숲에서 흡혈귀들은 일단 달아나면 너무 빨라 쫓아가기란 불가능했다.

세붐이 작정하고 쫓아봤지만 소용없었다.

세붐 또한 흡혈귀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다 보니 그 주변의 흡혈귀들까지 몽땅 사라져버릴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흡혈귀 놈들이 저를 보고도 도망을 치니 방법이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늘 밤 이민철 등의 레벨을 더 올리기 힘들 것이다.

좀비들이 많은 것 같아도 막상 사냥을 해보면 의외로 숫자가 적다.

게다가 경험치도 낮아서 흡혈귀와는 비교가 안 되는 것이다.

“어쩔 수 없군요. 일단 좀비라도 잡다가 한밤중이 되면 거대 좀비를 잡아야겠습니다.”

거대 좀비 한 마리가 얼마나 되는 경험치를 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명색이 보스급이라면 이민철 등의 레벨을 최소 한 단계씩은 높여줄 것이다.

그때 이민철이 재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재윤아, 이 방법은 어떠냐?”

“무슨 방법?”

“일단 도발만 하면 흡혈귀들이 나를 원수로 생각할 테니 네가 있어도 도망 안 갈 거야.”

“그거야 그렇지.”

문제는 도발을 하기도 전에 흡혈귀들이 도망간다는 데 있다.

“하지만 나 혼자 있을 때는 그놈들이 도망갈 이유가 없어. 넌 멀리 있다가 내가 그놈들을 도발한 후에 오면 되잖아.”

“그 방법을 생각 안해본 건 아니지만 형이 위험해질 수 있어.”

흡혈귀들의 공격력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다수가 달려들어 공격하면 이민철의 생명이 위험할 것이다.

“걱정마라. 그 정도도 버티지 못하면 탱커라고 할 수 없지. 다른 방법도 없으니 한 번 해보자.”

“그럼 저도 따라 갈게요.”

박은빛이었다.

재윤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냐는 듯 쳐다보자 그녀는 비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흡혈귀들의 공격에서 민철 씨가 버티려면 제가 치유의 빛을 적시에 펼쳐줘야 해요. 민철 씨가 도발에 성공하면 흡혈귀들이 절 공격하지 않을 테니 이 방법 뿐이에요.”

그러자 재윤은 잠시 고민이 되었다.

이민철 혼자라면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박은빛이 따라가주면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크로거들과 전투를 벌일 때 봤지만 이민철의 도발 능력은 사기적이었다.

흡혈귀들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일정반경 이내에서는 무조건 이민철을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박은빛에게 그만한 용기가 있냐는 것.

흡혈귀들을 보고 두려움에 떨어 적시에 치유 능력을 펼쳐주지 못하면 이민철 뿐 아니라 그녀 또한 죽고 말 것이다.

또한 이민철이 도발에 실패할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리 사기적인 도발 능력이라고 해도 무조건 신봉할 수는 없는 일.

재윤은 공연히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세붐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웬 주머니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이걸 쓰면 괜찮을 것 같군요, 주인님.”

“그건 또 뭐냐?”

“고약한 냄새가 나는 가루로 흡혈귀들이 매우 싫어합니다. 이걸 몸에 뿌리면 그놈들이 웬만해서는 물지 않을 겁니다.”

세붐은 그 말과 함께 박은빛의 몸에 그 가루를 뿌렸다.

순간 강한 마늘향 비슷한 냄새가 진동했다.

그냥 마늘이 아니었다.

보통의 마늘보다 한 10배 정도 강하달까?

“으으! 저건 흡혈귀가 아니라 누구라도 싫어하겠다.”

이민철과 윤현성이 코를 막으며 뒷걸음질 쳤다.

박은빛이 울상을 지으며 세붐을 노려봤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가루를 막 뿌리다니!”

“케케! 괜찮다, 인간. 흡혈귀에게 먹히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정말 효력이 있는 건 맞아?”

“숲에서 잠을 자도 그놈들이 안물 테니 염려마라.”

“좋아! 그럼 더 뿌려.”

“그 정도면 됐다, 인간. 더 뿌렸다간 인간 네가 버티지 못한다.”

그러자 박은빛이 재윤을 쳐다봤다.

“이제 됐죠? 저도 함께 보내주세요.”

박은빛이라고 무섭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러나 그녀 역시 반드시 살아남아 가족을 찾겠다는 의지에 불타고 있었다.

무섭고 두렵지만 강해지는 일이라면 하겠다.

그런 독기가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재윤은 끄덕였다.

“그러죠.”

물론 박은빛의 독기 때문이 아니라 세붐이 뿌린 가루의 향을 믿는 것이다.

재윤이 흡혈귀라고 해도 절대 접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민철이 형. 그럼 우린 이곳에 대기하고 있을 테니 작업이 완료되면 신호를 보내줘. 조심하고!”

“염려마라.”

그러자 세붐이 어둠 한 편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라, 인간. 그쪽에 흡혈귀들이 있다.”

“고맙다, 고블린.”

이민철은 박은빛과 함께 어둠 속으로 달려갔다.

이민철이 앞서 달리고 박은빛은 거리를 두고 뛰었다.

그렇게 잠시 뛰었을까?

“쿠후후!”

“우후훗!”

음침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근처 나무 위에서 창백한 인상을 가진 사람 다섯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언뜻 보면 정말로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민철은 그들이 바로 흡혈귀임을 눈치챘다.

“덤벼라, 이 더러운 흡혈귀 새끼들아!”

별 말은 아니었지만 흡혈귀들의 표정이 급격히 차가워졌다.

나무 위에 있던 흡혈귀들이 순식간에 이민철을 포위했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로 이민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입을 다물고 있을 땐 그래도 사람처럼 보였지만 입을 벌리는 순간 드러난 뾰족한 송곳니로 인해 귀신처럼 섬뜩해보였다.

팍팍! 촥! 촥촥!

그 모습을 보며 박은빛은 몸을 떨었다.

‘으! 정말 소름끼쳐.’

각오는 했지만 흡혈귀들의 광기서린 눈빛을 보니 그 공포심이 상상 이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악물고 적시에 치유의 빛을 펼쳤다.

고블린 세붐이 뿌린 가루덕분인지 흡혈귀들은 간혹 그녀를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볼 뿐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재윤아! 지금이다!”

이민철이 크게 외쳤다.

그러자 재윤이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흡혈귀들은 재윤이 접근하는 걸 보면서도 이민철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순간 그들에게 있어서는 이민철을 죽이겠다는 일념뿐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퍽! 퍼퍽!

5마리의 흡혈귀 중 4마리가 재윤의 쇠막대에 머리가 터져 즉사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리는 윤현성의 화염구에 맞아 비틀거렸다.

그 놈은 물론 재윤이 일부러 남겨둔 것이었다.

“키아아악!”

화염구에 맞은 흡혈귀가 울컥하며 윤현성을 바라봤지만 이민철이 잽싸게 쇠망치로 흡혈귀의 머리를 후려치며 주목을 끌었다.

그러자 윤현성과 박은빛이 그대로 달려가 각자 쥐고 있던 쇠막대로 흡혈귀를 마구 후려쳤다.

퍽퍽! 퍽!

“끄아아악!”

그렇게 마지막 흡혈귀가 결국 쓰러졌다.

이민철이 환호했다.

“성공이다!”

“아, 진짜 심장 떨려 죽는줄 알았어요. 그래도 이 가루의 효력은 확실하네요.”

박은빛은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이내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모두 고생많았어요.”

이민철과 박은빛이 생각보다 훨씬 잘해주었다.

“오늘 이대로 가면 예상보다 레벨을 더 올릴 수도 있겠군요.”

재윤은 흐뭇한 미소와 함께 흡혈귀들의 혈액 채취를 시작했다.

혈액 채취가 끝나자 잠시 쉬며 상태를 회복한 이민철이 다시 세붐이 알려준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럼 또 갑니다!”

그 뒤를 박은빛이 따라갔다.

그리고 잠시 후 재윤 등이 가서 마무리했다.

드롭템은 세붐이 빠르게 주워왔고, 재윤이 아공간에 모두 넣었다.

그 중 토벌 임무서의 드롭률은 비교적 높은 편.

랜덤하게 E급부터 B급까지 드롭되는데 재윤은 그 중 B급 임무만 수행 중이었다.

밤은 깊어갔고, 숲의 흡혈귀들은 죽어갔다.

이민철은 요령이 생겨 흡혈귀들을 더욱 쉽게 도발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재윤은 원없이 흡혈귀의 혈액을 채취했다.

S급 지식 덕분에 높은 확률로 희귀 혈액이었다.

빈병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흡혈귀를 처치할 때마다 빈병이 들어왔으니까.

심지어 한 놈이 2병을 줄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채취 레벨이 계속 올라 Lv10.

혈액병 인벤토리도 증가했다.

【혈액병 인벤토리 214/300】

그뿐만 아니다.

【흡혈귀 토벌 (B)】

-임무 수행 중 : 120/120(완료)

어느덧 토벌 임무까지 완수되었다.

[임무 보상으로 2700코인을 얻었습니다.]

[임무 보상으로 중급 운명의 상자 2개를 얻었습니다.]

[임무 보상으로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쟁신의 검술이 Lv24가 되었습니다.]

Level Up!

재윤도 레벨이 올라 Lv24가 되었다.

흡혈귀 토벌 임무 보상은 크로거나 좀비보다 난이도가 높다보니 보상 경험치도 훨씬 높았다.

‘대박이다. 오늘 또 레벨을 올리기는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모두 이민철과 박은빛이 흡혈귀 몰이를 잘 해준 덕분이었다.

그 후로도 흡혈귀 몰이 사냥은 계속됐지만, 얼마 안가서 멈춰야 했다.

어느 순간 더 이상의 흡혈귀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어딘가 또 흡혈귀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근방의 숲에는 전멸한 것이다.

[각성자 강재윤의 파티]

-파티장 : 강재윤(Lv24)(↑1)

-파티원 : 이민철(Lv18)(↑2)

-파티원 : 박은빛(Lv16)(↑3)

-파티원 : 윤현성(Lv16)(↑3)

-파티원 : 세붐

그 사이 이민철 등의 레벨도 크게 올랐다.

“이제 거대 좀비를 잡으러 갑니다.”

재윤의 말에 모두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드디어 그놈을 죽이러가는구나.”

“아깐 그놈 생각만 해도 떨렸는데 이제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갑시다! 덩치가 큰 만큼 경험치도 많이 주겠죠.”

아까 처음 안전 지대에서 나왔을 때와 달리 모두의 표정은 짙은 투지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역시나 자신감 회복에는 레벨 업만한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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