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자생존-40화 (40/200)

40화.  환상 전투 (2)

일일 임무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괴물 3마리만 잡으면 파투스 물약을 하나 얻는 임무로 재윤에게는 장난과 같은 일이었다.

나온김에 파티원들의 레벨을 올려주기 위해 좀 더 사냥을 해봤지만 근처에 많은 괴물이 없다보니 한계가 있었다.

[각성자 강재윤의 파티]

-파티장 : 강재윤(Lv22)

-파티원 : 이민철(Lv15)

-파티원 : 박은빛(Lv11)(↑1)

-파티원 : 윤현성(Lv11)

그래도 다행히 크로거 십수 마리를 잡자 박은빛의 레벨이 한 단계 상승해 아주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주변에 더 없는 것 같으니 이만 돌아가죠.”

안전 지대에서 더 멀리 나갔다가 귀환 시간이 늦어지면 환상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아직 시간은 좀 남았지만 대충 이쯤에서 정리하기로 했다.

“어? 저거 크로거의 사체다? 두 마리나 있어.”

그때 이민철이 수풀 사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머리와 가슴이 심하게 훼손된 채로 죽어 있는 크로거들.

재윤은 즉각 가서 살펴봤다.

“우리 말고 누가 크로거를 사냥했어. 사체가 훼손되긴 했지만 뜯어먹은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싸우다 죽인 거야. 아무래도 다른 각성자가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혜미와 기적 이외에도 다른 안전 지대가 있을 가능성은 많고, 그 숫자가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각성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살아있을 테니까.

그러자 박은빛이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아이리스 사람들일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아이리스?”

“안전지대예요. 저와 윤 과장님이 잠시 있었던 곳이죠. 그곳에 있는 각성자들은 상당한 악질이라서 우리와 마주치면 공격을 할 수도 있어요.”

“그렇군요.”

재윤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광기에 젖은 각성자들은 괴물들보다 오히려 더욱 위험한 존재들.

사람을 죽이는 일은 오재석 패거리를 끝으로 더 이상 없었으면 했는데.

‘어쨌든 사체를 봤으니 그냥 갈 수는 없지.’

다른 이들에게는 그냥 흉물스러운 사체일 뿐이지만 재윤에게는 매우 좋은 생활 재료다.

크로거의 사체들이 사라지기 전에 잽싸게 피를 뽑아 희귀 혈액 2병을 얻었다.

[괴물 혈액 채취 레벨이 5가 되었습니다.]

[혈액 채취 시간이 1초 감소합니다.]

[혈액병 아공간이 1칸 증가합니다.]

‘오!’

채취 레벨 상승!

덕분에 혈액병 아공간 1칸 증가!

이건 그냥 1칸이 아니다.

혈액병 100병을 보관할 수 있는 아공간 인벤토리가 1칸 증가한 것이다.

【혈액병 인벤토리 86/200】

이로써 도합 200병이나 되는 혈액병을 보관할 수 있게 됐다.

그때 이민철이 또 뭔가를 발견했다.

“재윤아, 저기에도 크로거 사체가 있다. 3마리야.”

“여기서 제법 큰 싸움이 벌어졌나 본데?”

방금 전에 있던 사체들까지 합치면 5마리.

정말로 다른 각성자들이 크로거들과 전투를 벌인 것일까?

그러던 재윤의 안색이 돌연 굳어졌다.

“잠깐! 모두 저 바위 뒤로 피해요.”

“무슨 일이냐?”

깜짝 놀라 묻긴 했지만 이민철은 재빨리 재윤이 가리킨 커다란 바위 뒤로 뛰었다.

박은빛과 윤현성도 죽어라 뛰어 바위 뒤로 숨었다.

화르르! 콰아앙!

그 순간 거대한 화염구 하나가 날아와 이민철 등이 서 있던 땅에 작렬했다.

활! 화르르!

그 일대가 화염으로 휩싸였다.

“키키키!”

동시에 수풀을 헤치며 뭔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 피부에 잿빛 눈을 가진 난쟁이 괴물 3마리.

‘고블린?’

재윤은 그것들을 한 눈에 알아봤다.

놈들 중 둘은 활과 화살로 무장하고 있었다.

가운데 있는 녀석은 지팡이를 쥐고 있었는데, 방금 전의 거대한 화염구는 그놈이 날린 모양이었다.

‘갑자기 고블린들이 이 근처에 나타났다?’

아무래도 안전 지대 혜미를 노리는 잔혹의 고블린 세붐이라는 녀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의문은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재윤은 즉각 가운데 있는 고블린 마법사를 향해 바람의 화살을 날렸다.

놈의 주위에 방어막이 있었지만, 9단계 바람의 화살은 단번에 그것을 깨뜨리고 들어갔다.

푸확!

“케아악!”

고블린 마법사는 복부가 터진 채 널브러졌다.

[38코인을 얻었습니다.]

[고블린에 대한 지식이 E급에서 D급으로 상승합니다.]

놈이 쓰러지자 남은 두 마리 고블린이 즉각 재윤을 향해 활을 쐈다.

재윤은 바람 이동을 펼쳐 피함과 동시에 그 중 한 놈의 뒤로 이동해 칼로 목을 여러번 빠르게 찔러 죽였다.

이에 기겁하며 도주하는 마지막 고블린에게 달려들어 놈의 숨도 끊었다.

상황 종료!

이민철이 기막힌 표정으로 달려왔다.

“대단해! 혼자서 순식간이구나.”

“위험한 놈이 있어서 빠르게 처치했어.”

“젠장! 고블린하면 보통 소설 같은데서 가장 만만한 괴물 아니었냐? 이놈들 왜 이렇게 센 거야? 이 조그만 난쟁이 놈이 마법도 쓰다니.”

“이놈들이 작다고 방심해선 안 돼. 크로거나 좀비보다 훨씬 강한 녀석들이야.”

“어디서 갑자기 이놈들이 나타난 걸까?”

이민철은 의아해했다.

그동안 낮에는 크로거, 밤에는 좀비 외에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쪽으로는 흡혈귀들이 오지 않아 그가 본 괴물은 딱 그 두 종류뿐이었다.

“아마도 잔혹의 고블린 세붐이라는 놈의 부하들이겠지.”

“그놈 만만치 않아보이는데, 차라리 이 기회에 네가 얻은 기적이라는 곳으로 모두 가는 게 좋지 않겠냐? 한사장님도 가자고 하면 망설이지 않을 거다.”

아까 안전 지대로 복귀하는 도중 이민철은 재윤에게 안전 지대 기적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아파트 한 채도 아닌 84세대 한 동 전체가 안전 지대인 말 그대로 기적과 같은 곳!

재윤이 그곳의 주인이 되었다는 말에 그는 뛸 듯이 기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박은빛과 윤현성도 마찬가지였다.

박은빛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제 생각도 민철 씨와 같아요. 그런 큰 안전 지대를 얻었으면 굳이 이곳을 지키려고 애쓸 필요 없지 않을까요?”

“제 의견도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쪽에 받아주면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윤현성은 진지한 표정이었다.

나중에 가족들을 찾았을 때를 생각해서라도 기적의 거주자가 되는 게 백만 배는 낫다는 생각에서다.

이 괴상한 세상에서 안전 지대 속 아파트 한 채를 얻어 가족들과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니까.

재윤이 무슨 말이냐는 듯 실소를 흘리며 그를 쳐다봤다.

“충성이라니.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하하, 농담이 아니에요. 강재윤 씨는 그저 단순한 아파트 건물주가 된 것이 아닙니다. 대형 안전 지대를 소유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지킬 힘도 있으니까요.”

세상이 변했다.

인정하기 싫어도 그 변한 것을 인정해야 했다.

사회 생활에 능숙했던 윤현성은 그런 걸 빠르게 받아들였다.

그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재윤의 곁에 있으면 그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제 생각도 윤 과장님과 같아요.”

박은빛 또한 무척 진지한 표정이었다.

재윤은 미소 지었다.

“모두 이주를 원하면 받아주겠지만 그렇다고 혜미를 포기할 수는 없어요. 그럼 매일 파투스 물약을 얻는 임무를 못하게 됩니다.”

이민철이 깜빡했다는 듯 손으로 머리를 쳤다.

“맞다. 그쪽 일일 임무는 코인 보상만 있다고 했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볼 때 안전 지대가 하나 더 있다는 건 많은 면에서 생존에 도움이 될 겁니다. 혜미가 지금은 작지만 앞으로 계속 발전시킬 여지가 있어요.”

이민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쪽처럼 이곳도 너에게 넘기라고 하는 게 어떠냐? 한사장님 네도 안전 지대를 넘기고 기적에서 안전하게 사는 걸 더 원할 거다. 너도 그래야 관리가 편할 거고. 그 문제는 나에게 맡겨라. 한사장님과 담판을 지을게.”

“동맹을 체결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런 건 일단 환상 전투부터 끝내고 생각해볼 문제야.”

“그건 그렇지. 참, 이놈들 피는 안 뽑냐?”

“물론 뽑아야지.”

재윤은 즉각 혈액을 채취했지만, 고블린에 대한 지식 등급이 낮다보니 일반 등급만 3병 나왔다.

아쉽게도 고블린들이 쓰던 지팡이나 활 등은 손으로 만지자 사체처럼 그냥 연기가 되어 흩어져버렸다.

[환상 전투 개시 30분 전입니다.]

이민철이 다급히 외쳤다.

“30분 남았다.”

“모두 돌아가죠.”

안전 지대에 도착하자 때마침 이정숙이 작업실에서 나왔다.

그녀의 뒤로 한지성이 무기들을 상자에 담아 들고 있었다.

이정숙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10번 시도했는데 4번은 부서지고 6번은 성공했어요. 재료가 좋아서인지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무기들이 나왔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재윤은 반색하며 한지성이 들고온 상자 안을 살폈다.

놀랍게도 6개의 무기 중 3개가 희귀 등급이었다.

그 중에서 민첩 12 제한이 붙은 무기가 가장 쓸만했다.

[날렵한 크로거 쇠막대]

-등급 : 희귀(★★★)

-분류 : 파투스 무기

-내구도 130/130

-기본 공격력 22

-추가 공격력 : 민첩의 250%

-약점 강타시 높은 확률로 대상에게 스턴 효과 발동

-장착 제한 : Lv18, 민첩 12

-제작자 : 이정숙

어차피 레벨과 민첩 제한 때문에 재윤 이외에는 이 무기를 장착할 사람이 없었다.

‘꽤 괜찮은데?’

광혈검을 장착할 수 있는 25렙 전까지 쓸 무기로는 아주 적당했다.

[강인한 크로거 망치]

-등급 : 희귀(★★)

-분류 : 파투스 무기

-내구도 120/120

-기본 공격력 18

-추가 공격력 : 근력의 200%

-약점 강타시 높은 확률로 대상에게 스턴 효과 발동

-장착 제한 : Lv15, 근력 11

-제작자 : 이정숙

이것은 이민철이 쓸 무기였다.

“으하하! 고맙습니다! 이거 정말 대박 무기네요!”

그동안 기본 공격력 1짜리 무기만 쓰다가 기본 공격력 18에 근력 200% 추가 데미지를 주는 망치를 손에 쥐게 된 이민철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드디어 그에게도 쓸만한 무기가 생겼으니까.

그러나 아쉽게도 박은빛과 윤현성은 희귀 등급 무기를 장착할 수 없었다.

이정숙이 만든 희귀 무기는 높은 근력 아니면 민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일반 등급 무기를 들어야 했다.

그래도 희귀 혈액을 재료로 하다보니 평범한 무기는 아니었다.

무려 일반 4성급 무기!

[단단한 크로거 쇠막대]

-등급 : 일반(★★★★)

-분류 : 파투스 무기

-내구도 60/60

-기본 공격력 3

-추가 공격력 3

-장착 제한 : 없음

-제작자 : 이정숙

특히나 이건 비각성자들도 쓸 수 있는 무기이다보니 희귀 등급보다 오히려 유용한 면이 있었다.

비각성자들도 숫자만 많다면 충분히 괴물을 상대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무기를 챙겼으면 이쪽으로 오세요.”

재윤은 아공간에서 책 5권을 꺼냈다.

흡혈귀 보스 루나티쿠스의 방에서 얻은 책들.

오우거, 히드라, 변이버섯, 고블린, 스켈레톤.

좀비나 크로거는 모두 E급 이상을 획득한 상태라 굳이 꺼낼 필요가 없었다.

“이 책들을 읽으면 고블린을 포함한 괴물들의 E급 지식을 얻을 수 있어요. 데미지가 5% 증가하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겁니다.”

“오오!”

“와아! 감사합니다.”

전투의 승리를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5%의 데미지라도 결코 소홀히 여길 수 없는 일.

“오우거와 히드라는 제한에 걸려서 못 읽네요.”

“저도요. 아직 스탯이 낮아서.”

“그럼 제한 안 걸린 것만 읽으세요.”

윤현성과 박은빛은 책을 통해 고블린과 스켈레톤, 그리고 변이버섯에 대한 E급 지식을 얻었다.

지능 스탯 제한이 오우거는 10, 히드라는 13.

윤현성은 지능이 7, 박은빛은 8이었다.

둘 다 생존을 위해 민첩과 체력에도 조금씩 투자를 해야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

그들과 달리 지능 스탯에 전혀 투자를 하지 않은 이민철은 입맛만 다셔야 했다.

[환상 전투 개시 5분 전입니다.]

그때 들려오는 알림.

“전투 시작 5분 전이래요!”

한혜미가 걱정되었는지 상기된 표정으로 달려왔다.

“알고 있다.”

재윤은 염려말라며 미소를 지어주고는 이민철 등에게 말했다.

“물약들 꺼내기 쉽게 주머니에 하나씩 넣어 두세요.”

“그거야 기본이지.”

“물약 잘 챙겼습니다.”

모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한편으로 새로운 무기를 얻어서인지 자신감도 엿보였다.

재윤은 쇠막대를 손에 쥔 채 담담한 표정으로 전투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환상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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