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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36화 (36/200)

36화.  광혈의 비전 (1)

【안전 지대 기적】

-재정 : 482코인 [입금] [출금]

재윤은 안전 지대 상태 창 중 입금이라 적힌 부분을 터치했다.

그리고 곧바로 들려오는 알림을 통해 금액을 말하자.

[218코인이 안전 지대 기적의 재정에 입금되었습니다.]

[당신의 코인 잔액은 1176입니다.]

그렇게 코인이 들어가자 이경수는 상기된 표정으로 즉각 보급 창고 건설에 착수했다.

[1단계 보급 창고 건설 중 : 24시간 소요]

“설치에 하루가 걸린다고 하는데요?”

“바로 되는 게 아니었네.”

재윤은 문득 실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스스로 생각해도 황당한 말을 했다.

아무리 코인을 투자했다고 건물 하나가 뚝딱 나타날 수는 없을 것이다.

하루만에 생겨나는 것만 해도 기적과 같은 일.

“그럼 난 이곳은 너에게 맡기고 혜미에 다녀와야겠다. 내가 돌아오지 않아 걱정하고 있을 분들이 있거든.”

“여긴 염려마세요, 형님.”

어느덧 날이 밝아지고 있었다.

“거주자들에게는 네가 오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안심시켜라. 비각성자들은 웬만하면 안전지대 바깥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고, 각성자들도 밖에 나갈 때는 파티 단위로 움직이라고 해. 그들은 내가 혜미에 다녀와서 만나볼 생각이야.”

“예, 형님. 참, 이것도 챙겨가십시오.”

이경수가 깜빡했다는 듯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 상자 하나를 꺼냈다.

“밤에 누나가 추가로 만든 물건입니다. 형님께 필요할 거라고.”

열어보니 작은 잎사귀가 5장 들어 있었다.

물론 평범한 잎사귀가 아니었다.

3일 안에 방문한 장소의 방향을 알 수 있는 아이템인 숲의 인도였으니까.

재윤은 반색했다.

“고맙다고 전해줘. 그렇지 않아도 몇 개 더 있었으면 했는데?”

“누나도 형님 덕분에 연금술 레벨이 올랐다며 무척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 * *

숲의 인도 5장이 더 생겼으니 혜미로 가는 도중 미지의 유적 보물이 있는 건물에 먼저 들러보기로 했다.

‘그런 건 최대한 빨리 챙겨야 돼.’

혹시라도 누군가 그 보물을 먼저 발견해 챙겨버릴 수도 있으니까.

재윤이 지도가 없이도 그곳을 우연히 발견했듯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그런 행운이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잎사귀에다 입을 가까이 대고 속삭이라고 했지?’

안전 지대 기적의 보호막 밖으로 나온 재윤은 즉각 숲의 인도 아이템을 하나 꺼냈다.

“이틀 전 내가 갔던 건물의 방향을 알려줘.”

혹시나 싶어 건물의 모습에 대한 간략한 묘사도 덧붙여주자, 잎사귀가 마치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스윽 떠오르더니 팔랑팔랑 날아가기 시작했다.

언뜻 보면 바람에 날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방향을 알려주는 것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쪽이었군.’

재윤은 잎사귀를 놓치지 않도록 곧바로 뒤쫓았다.

잎사귀는 느릿하게 날아가고 있어 걸어서 따라가도 충분했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을 이동했을까?

거대한 식물이 건물을 삼킨 듯 뒤덮고 있는 장소가 나타났다.

나뭇잎은 할 일을 다했다는 듯 먼지로 변해 흩어졌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네?’

밤에 길을 잃고 돌아다닌 터라 그때는 꽤 긴 거리를 이동한 줄 알았다.

반나절은 가야할 줄 알았는데 한 시간 남짓한 거리였다니.

‘어떤 보물이 있는지 모르지만 분명 지키는 녀석들이 있겠지.’

낮이라지만 건물 안은 캄캄했다.

더구나 지하라면 흡혈귀들이 충분히 활동할 만한 공간.

아니나 다를까, 뱀의 아가리처럼 쩍 벌어진 입구 안쪽에서 희끗한 안광들이 번뜩이다 지하쪽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고맙게도 지하 입구를 가르쳐주는군.’

재윤은 성큼 입구로 들어간 후 방금 전 흡혈귀들이 사라진 쪽을 살펴봤다.

‘이곳에 계단이 있었네.’

역시나 지도의 그림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의미했다.

저 아래로 내려가면 분명히 보물이 있을 것이다.

‘흡혈귀들이 몇 놈이나 있으려나.’

재윤은 계단을 따라 지하로 서서히 내려갔다.

내려갈수록 역겨운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고, 암흑은 더욱 짙어졌다.

다행히 피묻은 어둠의 장신구들이 주는 어둠 저항 덕분에 재윤은 그저 약간 어두운 정도로만 느껴졌다.

“키아아아!”

“크카아아!”

일순간 어둠 속에 숨어 있던 흡혈귀들이 덤벼들었다.

그러나 재윤은 이미 그것들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다.

단순히 눈치챈 정도가 아니었다.

A급 지식 덕분에 어둠 속에서도 놈들의 움직임을 훤히 파악할 수 있었다.

퍽! 퍽퍽!

“끄아악!”

“쿠악!”

흡혈귀들은 재윤에게 접근하는 즉시 골프 스틱에 맞아죽었다.

[6코인을 얻었습니다.]

[7코인을 얻었습니다.]

[비어 있는 혈액병을 얻었습니다.]

[흡혈귀 토벌 임무서(C)를 얻었습니다.]

[비어 있는 혈액병을 얻었습니다.]

[피묻은 어둠의 귀고리(희귀★)를 얻었습니다.]

재윤은 바닥에 떨어진 드롭템들을 차분하게 챙겼다.

드롭템을 손에 대며 아공간을 떠올리기만 해도 알아서 보관되었다.

‘아공간이 있으니 여러모로 편하군.’

그런 식으로 흡혈귀들을 해치우며 내려가다보니 계단이 끝이 났다.

놀랍게도 그 아래는 동굴과 이어져 있었다.

‘본래 건물 지하에 이런 동굴이 있었을 리는 없었을 테고.’

세상이 이상하게 변하면서 새로 생겨난 것이 분명했다.

보기만 해도 음산해 보이는 시커먼 동굴.

지도에 표시된 보물은 바로 저 안에 있는 모양이었다.

“쿠우우아아!”

“크키키키키키!”

“크카카카캇!”

그때 듣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괴성과 괴소들이 들려왔다.

이런 장소에서 저같은 소리를 들으면 웬만한 사람은 공포에 질려 정신을 잃고 말 것이다.

그러나 재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소리는 그냥 좀 귀에 거슬릴 뿐 두렵다는 생각도 없었다.

-공포 저항 +30

이 또한 흡혈귀에 대한 A급 지식을 얻은 효과 중 하나였다.

어둠 저항에 공포 저항까지 갖춘 재윤에게 있어 이곳은 건물 밖 숲이나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재윤은 지옥의 입구처럼 보이는 동굴 안으로 주저없이 들어갔다.

그렇게 동굴의 발을 한 걸음 내디딘 순간.

그때 재윤의 앞으로 뭔가가 날아왔다.

어깨에 암흑처럼 시커먼 날개를 파닥이고 있는 흡혈귀들.

“키키키키!”

“크카카카카캇!”

움직이는 속도와 풍기는 기세가 그간 상대했던 흡혈귀들과는 달랐다.

특히나 그것들은 어깨에 암흑처럼 시커먼 날개를 파닥이고 있었다.

“바람의 화살!”

재윤은 즉각 그 중 한 놈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푸확!

화살이 흡혈귀의 복부에 적중하는 순간 놈의 몸에 경련이 일더니 그대로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어버렸다.

“꾸아아아악!”

놈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널브러졌다.

[29코인을 얻었습니다.]

[비어 있는 혈액병 1개를 얻었습니다.]

그 엄청난 위력에 재윤도 잠시 놀랐다.

지금껏 바람의 화살을 날려 이런 식으로 괴물을 두 토막 내버린 건 처음이었으니까.

‘제법 강해보이는 녀석이었는데 한 방에?’

물론 약점을 향해 날리긴 했지만, 그래도 놀라운 일.

하지만 생각해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20레벨에 투혼의 벨트까지 장착한 그는 지난 밤과는 비할 수 없이 강해졌다.

더구나 바람의 화살도 9단계다.

* 바람의 화살(Lv9)

-바람의 화살을 하나 소환해 단일 대상을 공격한다.

-효과 : 대상에게 <180 + 지능 스탯의 900%>만큼 피해를 준다.

-유효 거리 : 9m

-파투스 1 소모

-시동어 : 바람의 화살

-재사용 대기 시간 : 22초

현재 그의 지능 스탯은 11.

약점 치명타 및 흡혈귀에 대한 A급 지식 추가 데미지 효과까지 합하면 바람의 화살 한 방에 무려 725포인트의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한편 그렇게 흡혈귀 하나가 토막나 쓰러져버리자 옆의 흡혈귀들이 기가 질린 듯 놀라더니 슬슬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는 동굴 안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딜 도망가는 거냐?”

퍽퍽!

재윤은 잽싸게 뒤따르며 골프 스틱으로 그 중 한 놈의 머리를 후려쳤다.

“꾸아악!”

[28코인을 얻었습니다.]

[비어 있는 혈액병 1개를 얻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동굴 안쪽으로 계속 달려가며 도주하는 흡혈귀 3마리를 더 때려죽였다.

그러다 보니 동굴의 끝에 다다랐는데, 그곳엔 거대한 밀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놀라워. 벌써 여기까지 찾아온 녀석이 있는 건가?”

섬뜩하기 이를데 없는 음성.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었다.

수십 명의 남자와 수십 명의 여자가 동시에 괴성을 지르는 것처럼 귀에 거슬렸다.

“크큭! 이토록 팔팔한 생명력이라니! 나의 오랜 굶주림을 채워줄 신선한 피의 향기가 느껴지는구나.”

동굴 속의 밀실이라고 보기에는 꽤 화려한 공간.

음성은 밀실 안쪽 커다란 의자 위에서 들려왔다.

마치 왕의 옥좌처럼 그럴듯하게 생긴 의자 위에는 언뜻 봐도 신장이 3미터는 되어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신비하게 빛나는 은발 아래 창백한 안색과 음침한 눈빛을 보니 흡혈귀였다.

다만, 지금껏 보았던 흡혈귀들과는 기세 자체가 달랐다.

놈은 뭔가 여유로워보였고, 입가에는 가소롭다는 듯한 미소도 피어나 있었다.

재윤은 안색을 굳혔다.

‘말을 할 줄 아는 놈은 처음이네.’

그동안 크로거, 좀비, 흡혈귀들과 무수히 싸웠지만 재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한 녀석은 한 번도 만난 적 없었다.

크로거 군장 아르툼이라는 놈도 그냥 괴물처럼 소리만 질러댔으니까.

그런데 이 동굴 안에 있는 정체불명의 존재는 재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만큼 지능적인 존재라는 뜻이었다.

‘분명 이곳에 뒤바뀐 세상에 대한 지식이 있다고 했어. 혹시 저놈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놈들과 관계 있는 건가?’

곧바로 재윤은 놈을 똑바로 노려보며 물었다.

“너는 뭐냐?”

그러자 흡혈귀가 대답 대신 키득 웃더니 두 눈에서 시뻘건 광채를 번쩍였다.

[광혈의 흡혈귀 루나티쿠스가 피구름을 시전합니다.]

[속히 붉은 빛의 영역 밖으로 벗어나세요!]

A급 지식 효과 중 하나인 전술 파악 능력이 주는 경고 알림.

루나티쿠스의 두 눈에서 붉은 광채가 번쩍이는 순간 바닥에는 지름 1미터 정도의 붉은 원 수십여 개가 나타나 있었다.

물론 그 붉은 원들은 재윤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었다.

그 안에 서있으면 무슨 꼴을 당할지 안 봐도 뻔했다.

붉은 원들은 밀실의 바닥을 거의 뒤덮다시피 하고 있었지만 빈 곳은 있었다.

재윤은 재빨리 그쪽으로 피했다.

펑! 퍼퍼펑!

그 순간 붉은 원들이 있던 장소에서 일제히 핓빗의 구름같은 것이 피어 올랐다가 사라졌다.

‘저게 피구름?’

다행히 그 영역을 벗어난 재윤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이에 루나티쿠스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짓더니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피구름을 피하다니 제법이로군. 하나 그래봤자 그저 재롱에 불과할 뿐이다.”

그는 일어났다 싶은 순간 번개처럼 재윤의 앞으로 이동했고 손에 쥐고 있던 붉은 검신의 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휘잉!

검은 빈공간을 갈랐다.

재윤은 루나티쿠스가 다가와 검을 휘두르는 순간 이미 옆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 전에 핏빛 그림자가 미리 움직이며 비슷한 동작을 취해왔으니까.

전술 파악 능력이 루나티쿠스의 공격을 미리 알려준 것이다.

물론 그것이 워낙 찰나의 순간이라 민첩성이 떨어진다면 루나티쿠스의 공격을 미리 알았다고 해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재윤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

이런 때를 대비해 민첩을 계속 높여놨다.

“죽어라, 괴물!”

루나티쿠스는 보스 급 괴물답게 약점 포인트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 위치를 변경했다.

그래도 재윤은 약점 포인트를 정확히 포착해 그곳으로 바람의 화살을 날렸다.

파악!

그러나 바람의 화살이 적중하기 직전 루나티쿠스의 몸에 투명한 핏빛의 보호막 같은 것이 생겨나 그것을 막았다.

화살에 맞은 보호막이 세차게 흔들렸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건방진!”

루나티쿠스가 재윤을 향해 달려오며 검을 휘둘렀다.

재윤은 잽싸게 뒤로 물러나며 그 공격을 피했다.

‘젠장! 보호막이 있으니 바람의 화살이 통하지 않네.’

다행히 보호막도 무적은 아니었다.

바람의 화살에 맞는 순간 보호막이 살짝이지만 일그러지며 흔들리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일단 보호막부터 깨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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