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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33화 (33/200)

33화.  연금술사 이나연 (2)

재윤이 피는 좀 있다는 말을 하자 이나연은 그가 그냥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재윤이 아공간에서 크로거의 피 한 병을 꺼내주는 순간 깜짝 놀랐다.

* 크로거의 피

-분류 : 제작 재료

-등급 : 일반

-설명 : 괴물 혈액 채취 능력을 통해 얻은 크로거의 피로 각종 파투스 장비 및 연금술의 재료로 사용 가능하다.

재윤은 희귀 등급의 피는 무기를 만들 때 쓸 거라 일반 등급 피 하나를 준 것이었지만, 이나연은 단 번에 그 가치를 알아봤다.

“생활 능력이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귀한 재료인데 이걸 어떻게?”

“이거면 수리 가루를 만들 수 있나요?”

“네, 물론이에요. 다른 재료는 이 안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거라서.”

“그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 공짜로 원하는 건 아닙니다. 수리 가루를 만들어주시면 피 한 병을 사례로 드리죠.”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이경수가 무슨 말이냐는 듯 말했다.

“사례라니 말이 안 됩니다. 그런 건 당연히 공짜로 해드려야죠. 형님이 여길 지켜주실 텐데 어떻게 대가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누나?”

“그런 식으로 은근슬쩍 부담을 드리는 건 실례야.”

이나연이 이경수를 나무랐다.

그리고는 재윤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게 편하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어차피 저는 연금술 레벨을 올려야 해서 괴물의 피는 많을수록 좋거든요.”

재윤은 미소 지었다.

이나연이 이렇게 나와주니 마음이 편했다.

그녀가 공짜로 해준다고 하면 마음에 부담이 되니까.

돈을 주고 물건을 사듯 대가를 지불한 이상 앞으로도 계속 부담없이 그녀에게 같은 부탁을 해도 될 것이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작업실로 가서 만들어 올게요.”

“네. 부탁합니다.”

이나연은 크로거의 피 2병을 쥐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이경수가 다시 다가와 말했다.

“계속 이런 말씀드려서 마음에 부담이 되실지 모르지만, 형님이 이곳의 리더가 되어 주세요. 저는 그저 형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지금은 잠시 생각 중이니 정리가 되면 다시 얘기하자.”

재윤의 대답에 이경수의 표정이 밝아졌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았던 재윤이 드디어 뭔가 마음이 바뀐 것 같아서였다.

무엇보다 재윤이 편하게 말을 놓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어쩌면 바라던 답변을 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경수는 가슴이 뛰었다.

“예, 형님. 그럼 생각이 정리되면 말씀해주세요.”

그러던 그는 재윤이 안전 지대 바깥으로 걸어나가자 깜짝 놀라 물었다.

“어디 가세요, 형님?”

그는 설마 재윤이 이대로 불쑥 떠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특히나 재윤은 등에 백팩을 매고 있었다.

따로 남겨진 짐이 없으니 이대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재윤이 픽 웃었다.

“걱정 마. 멍하니 있기도 그래서 몸이나 풀려는 거니까. 마침 좀비가 몇 마리 보여서 말이야.”

안전 지대 보호막 바깥으로 좀비들이 나타나 배회하고 있었다.

숫자는 7마리.

일일 임무를 하기 딱 좋은 상황.

본래라면 좀비 7마리를 해치워봤자 7코인밖에 얻지 못하는데, 일일 임무 덕분에 추가로 20코인을 얻을 수 있었다.

재윤에게 20코인이야 이제 푼돈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착실히 챙길 건 챙겨둬야 할 것이다.

“잠깐! 혼자서는 매우 위험해요! 여긴 밤에 드물지만 흡혈귀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럼 더 좋지.”

휘휭! 퍽퍽!

“꾸아악!”

“끄아아악!”

재윤의 골프 스틱에 좀비들은 허수아비처럼 맥없이 쓰러졌다.

그것을 보호막 안에서 쳐다본 이경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단해.’

그는 오재석 일당이 좀비들과 싸우는 걸 본 적 있었다.

오재석이 먼저 가서 좀비들을 도발하면, 조철현을 비롯한 다른 각성자들이 좀비들을 공격해서 해치웠다.

아무리 오재석이라고 해도 혼자서 좀비들을 상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재윤은 혼자서 장난처럼 좀비들을 쓰러뜨렸다.

“꾸아아악!”

“카아악!”

잠시 후 재윤이 싱겁다는 듯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안전 지대 근처라서 그런지 몇 마리 없네.”

이경수는 순식간에 좀비 7마리를 해치우고 그조차도 싱겁다는 표정을 짓는 재윤이 도무지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오재석과 조철현 일당이 왜 그렇게 무력하게 당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재윤은 그들과는 전투력의 차원 자체가 다른 존재였던 것이다

그때 재윤이 다시 안전 지대 밖으로 나갔다.

‘흡혈귀들이 나타났어.’

재윤은 피묻은 어둠의 반지 한 쌍과 귀고리 한 쌍을 장착한 덕분에 어둠 저항이 크게 증가했다.

그래서 멀리 숲의 캄캄한 음영 속에서 차가운 안광을 쏟아내는 존재들을 볼 수 있었다.

이경수의 말대로였다.

‘생각보다 숫자가 많은데?’

이경수는 드물게 흡혈귀가 나타난다고 했다.

그 말대로라면 많아봐야 서너 마리 정도가 정상일 것이다.

그런데 숲 도처에서 번뜩이는 안광들로 볼 때 언뜻 봐도 수십 마리는 되었다.

‘혹시 어젯밤 그놈들인가?’

원독어린 눈빛으로 살기를 뿜어내는 것을 보니 어제 밤새도록 전투를 벌이다 아침이 밝자 사라졌던 놈들 같았다.

‘여기까지 와주다니 나야 고맙지.’

【흡혈귀 토벌(C)】

-임무 수행 중 : 48/60

흡혈귀 12마리만 해치우면 토벌 임무를 완수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흡혈귀 토벌 임무서(C)는 1장 더 있다.

잘하면 오늘 날이 밝기 전 레벨을 올릴 수도 있다는 뜻.

“크카아아!”

“크크큿!”

재윤이 나가자 곧바로 흡혈귀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흡혈귀들은 멀리서 순간 이동으로 번쩍 다가올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뿐 아니라 공중을 날기도 해서 여간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었지만, 재윤은 이미 놈들의 공격 패턴에 익숙했다.

“바람의 화살!”

먼저 공중에서 날아드는 여자 흡혈귀를 향해 바람의 화살(Lv6)을 날렸다.

푸확!

“끄아아악!”

흡혈귀는 복부가 뻥 뚫린 채 바닥에 처박혔다.

[8코인을 얻었습니다.]

[비어있는 혈액병을 얻었습니다.]

그 사이 재윤의 뒤쪽으로 남자 흡혈귀가 나타나 덤벼들었다.

재윤은 몸을 회전시켜 공격을 피한 후 놈의 약점 포인트를 골프 스틱으로 연거푸 후려갈겼다.

퍽퍽!

“캬아악!”

흡혈귀가 옆구리가 터진 채 쓰러졌다.

[7코인을 얻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좌측에서 나타난 여자 흡혈귀가 칼처럼 날카로운 손톱으로 재윤의 목을 찔러왔다.

팟―

그러나 흡혈귀의 손톱은 빈공간을 갈랐을 뿐이다.

재윤은 그것의 뒤쪽으로 번쩍 이동한 상태.

바람 이동(Lv3)이었다.

이에 놀란 흡혈귀가 뒤로 돌아 반격하려 했지만 재윤의 동작이 더 빨랐다.

퍽퍽!

골프 스틱이 휭휭 바람을 두 번 가르는 순간 흡혈귀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꾸아악!”

[7코인을 얻었습니다.]

[비어있는 혈액병을 얻었습니다.]

순식간에 3마리 처치!

흡혈귀들의 숫자가 적지 않지만 이 전투는 재윤에게 무척이나 유리했다.

바로 근처에 안전 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투스를 아낄 필요가 없었다.

파투스가 떨어지면 즉시 안전 지대로 들어가 회복시키면 되니까.

‘전투 능력을 막 펼칠 수 있으니 좋네.’

평소에는 부담스러워 잘 쓰지 않는 바람 이동도 재사용 시간이 돌아올 때마다 아끼지 않고 펼쳤다.

그러다 보니 흡혈귀들에게 포위되지 않을 수 있었다.

재윤은 그런 식으로 빠르게 위치를 이동시키며 차분하게 한 놈씩 처리해나갔다.

【흡혈귀 토벌(C)】

-임무 수행 중 : 60/60(완료)

어느새 12마리를 해치웠다.

[당신은 임무 【흡혈귀 토벌(C)】을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임무 보상으로 1000코인을 얻었습니다.]

[임무 보상으로 하급 운명의 상자 2개를 얻었습니다.]

[임무 보상으로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흡혈귀의 전투력이 크로거나 좀비들보다 월등해서인지 토벌 보상도 좋았다.

보통 C급의 경우 크로거나 좀비는 700코인을 주는데, 흡혈귀는 무려 1000코인이었다.

게다가 하급 운명의 상자도 2개씩이나!

그렇다면 경험치 보상도 훨씬 높을 텐데 아쉽게도 레벨은 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상자 두 개가 어디야?’

만약 운명의 상자들에서 둘 다 능력 강화석이 나온다면 바람의 화살을 8단계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안전 지대로 복귀할까?’

소모된 파투스도 회복할 겸 재윤은 상자 2개와 바닥에 드롭된 생명력 물약들을 잽싸게 챙겨 가방 안에 넣은 후 안전 지대로 돌아왔다.

“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재윤이 흡혈귀들과 싸우는 장면을 지켜본 이경수는 경악에 빠져 있었다.

물론 방금 전 그의 눈으로는 재윤의 움직이는 속도가 워낙 빨라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그냥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흡혈귀들의 울부짖음과 비명소리, 그리고 재윤이 휘두르는 골프 스틱에 뭔가가 터져나가는 소리만 들렸을 뿐이었다.

“별로 대단할 것 없어. 숲에는 저놈들과는 차원이 다른 괴물도 있으니까.”

재윤이 얼굴에 묻은 피를 손으로 털어내며 말했다.

괴물들과 싸우다보면 당연히 그것들의 피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따로 피를 씻어내거나 세탁할 필요는 없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사라지니까.

“차원이 다른 괴물이요?”

“크로거 군장 아르툼이라는 놈이야. 7미터도 넘는 키에 웬만한 공격은 통하지도 않아.”

“7미터라니! 무슨 공룡도 아니고! 진짜 엄청난 괴물이군요.”

“전투력만 따지면 흡혈귀 100마리보다 더 강해. 그런 놈이 방어 전투에 나타나면 상당히 골치 아파지겠지.”

그 말에 이경수는 몸을 떨었다.

상상만해도 끔찍했기 때문이다.

“그놈이 이 근처 숲에 있습니까?”

“어디에 있는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숲에 있는 건 확실하니 내일 당장 이 근처에 나타나도 이상할 것이 없어.”

“으! 형님 말대로 그놈이 방어 전투 때 나타나면 끝장이겠네요.”

재윤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툼의 대지 강타 한 방이면 아파트 건물은 그냥 무너져버릴 것이다.

그런 무식한 놈을 상대로 하루를 버텨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

그건 여기뿐 아니라 혜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면 어디가서 이만한 안전 지대를 또 발견한다는 보장도 없어.’

모든 걸 떠나 주거 수준만 따져봐도 한태진의 저택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3층 저택 하나와 84세대로 이루어진 아파트 한 동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일 것이다.

나중에 부모님을 찾았을 때를 대비해서라도 이곳 기적에 거처를 확보해두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파투스 회복 속도도 이곳이 좀 더 빠른 것 같고.’

잠깐 사이에 벌써 1포인트가 회복됐다.

혜미보다 두 배는 빠른 회복 속도였다.

안전 지대의 단계가 높을수록 파투스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혜미의 경우에는 일일 임무의 보상이 매우 훌륭하다.

파투스 회복 물약을 매일 하나씩 얻을 수 있다는 건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여기 방어 전투는 얼마나 남았지?”

“32일 남았습니다.”

그 말을 들은 재윤의 눈에 이채가 일었다.

‘혜미는 28일 남았으니 일단 같은 날짜는 아니네.’

그렇다면 양쪽 안전 지대를 다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과연 그때까지 크로거 군장 아르툼이 나타나도 막을 수 있을 만큼 강해질 수 있느냐였다.

물론 놈이 안 나타날 수도 있었다.

솔직히 재윤도 그러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런 막연한 기대에 운명을 걸고 싶지는 않았다.

죽기살기로 레벨을 올려 그놈을 미리 해치워버릴만큼 강해져야 안심이 될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 재윤은 당장이라도 다시 나가서 흡혈귀들과 싸우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 파투스가 회복 안됐다.

또한 골프 스틱의 내구도는 바닥을 기고 있는 상태.

기다렸다가 파투스가 모두 회복되고 이나연이 수리 가루를 가져오면 무기의 내구도를 회복시킨 후에 나가는 게 좋을 것이다.

‘상자나 열어보자.’

곧바로 운명의 상자를 하나씩 열어봤다.

[능력 강화석을 얻었습니다.]

첫 번째 상자에서는 예상대로 능력 강화석이 나왔다.

그런데 두 번째 상자에서는 물약 3병만 나왔다.

[하급 파투스 물약 3병을 얻었습니다.]

‘이런! 능력 강화석은 안 나오고.’

그래도 파투스 물약이니 크게 나쁜 보상은 아니었다.

그것도 한 번에 20포인트의 파투스를 회복할 수 있는 하급 물약.

3병이니 도합 60포인트의 파투스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재윤은 물약들을 백팩 안에 잘 넣어두고 능력 강화석을 이용해 바람의 화살을 7단계로 강화시켰다.

그때쯤 이나연이 뭔가를 들고 다가왔다.

“오래 기다리셨죠?”

그녀는 먼저 빈병 두 개를 재윤에게 건냈다.

“이 병들은 필요하실 것 같으니 돌려드릴게요. 신기하게도 혈액을 쓰자마자 저절로 깨끗하게 변해 따로 씻을 필요도 없었어요.”

“잘됐군요.”

재윤이 빈병을 받아쥐자 그것들이 알아서 혈액병 인벤토리 안으로 사라졌다.

[비어있는 혈액병 2개를 얻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재활용이 가능할 줄이야.

그렇다면 앞으로도 빈병이 부족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수리 가루예요. 손에 조금씩 받아 쥐고 장비에 문지르면 일정 포인트의 내구도를 회복시킬 수 있죠.”

마치 보석처럼 반짝이는 붉은 색 가루.

그것이 500ml 패트병에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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