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연금술사 이나연 (1)
조철현이 102호의 현관문을 열고 중문을 통과해 들어왔을 때 거실에는 선혈이 낭자했다.
믿을 수 없게도 각성자 3명이 피를 흘린 채 죽어 있었다.
“뭐야? 이게 어떻게······커억!”
갑자기 퍽, 소리와 함께 그의 오른쪽 어깨뼈가 내려앉았다.
이어서 다시 왼쪽 어깨뼈가, 그 다음은 무릎뼈가 부서졌다.
이어서 그의 복부에도 심한 충격이 엄습했다.
“크아악!”
쿠당!
그는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너, 너 이 새끼!”
혼절 직전의 상태로 쓰러진 그의 눈에 싸늘한 표정의 청년이 골프 스틱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재윤이었다.
“말해. 날 공격한 이유가 뭐지?”
“닥쳐, 이 개새끼야. 니가 이러고도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 것······크악!”
악을 박박 쓰던 조철현이 비명을 질렀다.
재윤이 골프 스틱을 내리쳐 그의 한쪽 손을 뭉개버렸기 때문이다.
“으으······.”
고통에 몸부림치는 조철현을 재윤이 싸늘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마지막 기회야. 또 다시 내가 원하는 내용이 안 나오면 그땐 여기가 될 거다.”
골프 스틱의 단단한 헤드가 조철현의 머리를 툭 쳤다.
“으으!”
조철현은 몸을 떨었다.
여차하면 머리를 날려버리겠다는 말.
그런데 지금 재윤의 행동을 보면 실제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조철현은 흐느끼며 입을 열었다.
“크윽! 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재석이 형님이 시켜서 한 거라고.”
조철현은 죽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걸 실토했다.
재윤의 아이템을 모두 빼앗고 굴복시킨 후 안전 지대 혜미를 접수하는데 이용하기 위함이었다고.
그것 뿐이 아니다.
이곳의 사정도 다 얘기했다.
각성자들 중 5명은 따로 가둬놓았다고.
“그들을 가둬 둔 이유는?”
“그놈들이 형님의 말을 잘 따르지 않아서야. 그렇다고 그냥 죽여, 아니, 내쫓아버리면 방어 전투 때 싸울 인원이 부족해지니 일단 가둬놓고 정신 교육을······으윽! 물론 난 아니야. 난 그런 짓을 증오하는 사람이라고. 다 형님이 시켜서!”
그는 자신에게 불리한 건 말하지 않았다.
오재석이 시켜서 한 일이라는 말만 수십 번은 반복했다.
“그래서 오재석은 지금 어디에 있나?”
“1401호······.”
그러자 재윤은 더 이상 볼 일 없다는 듯 골프 스틱을 들어 조철현을 후려치려 했다.
“자, 잠깐 살려줘! 더 말할게. 내가 아는 거 더 있어. 제발 살려줘.”
또 말할 게 남아있는 건가?
재윤이 골프 스틱을 어깨에 걸치고 내려보자 조철현은 기를 쓰고 말했다.
“재석이 형님 아니, 오재석 그 새끼 진짜 나쁜 놈이야. 한 번씩 광기가 터지면 사람을 막 죽이거든. 본래 여기 있던 각성자들은 방어 전투에서 죽은 게 아니야. 그놈이 죽였어. 일반인들도 마찬가지고. 아마 어쩌면 가둬놓은 사람들도 곧 죽일지 몰라. 아, 물론 난 구경만 했고 손도 안 댔어.”
사실 이곳 기적의 방어 전투는 매우 성공적으로 끝났다.
각성자들의 숫자가 20명이나 되는 터라 좀비들과 크로거들을 상대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재석은 재윤에게 그 중 8명의 각성자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게 사실은 오재석에게 죽은 것이었다니!
자신에게 위협이 되거나 반기를 든 사람들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짐승 같은 놈들이네.’
재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괴상하게 변해버린 세상에서 생존자가 싸워야 할 적은 괴물이지 같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오재석 등은 같은 인간을 사냥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저 괴물일 뿐이지.
좀비나 흡혈귀나 다름없는 괴물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재윤은 그런 이유로 그들을 심판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정의의 심판관이 아니다.
그의 목적은 오직 생존이고, 또한 부모님을 찾으려는 것뿐이다.
이 무법천지의 세상에서 무슨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생각을 할만큼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라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히 지금 같은 강자생존의 세상에서 오재석 같은 인간은 한둘이 아닐 지도 모른다.
그런 자들을 모조리 죽여야 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야 할 것인가?
따라서 재윤이 오재석을 죽이려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먼저 공격을 해왔으니까.
퍽!
“크아악!”
잠시 후 재윤은 조철현을 처리하고 102호 밖으로 나왔다.
조철현이 자신은 절대 아니라고 했지만 재윤이 볼 때 오재석과 똑같은 놈이었다.
광기젖은 눈빛을 보면 사람을 한두 명 죽여본 것 같지가 않았다.
게다가 ‘내가 회복되면 널 반드시 죽이겠다’ 라는 눈빛이 느껴지는데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한편으로 마음이 씁쓸하긴 했다.
아무리 조철현이 죽어마땅하다지만 사람을 죽이는데 그다지 망설임이 없었으니까.
그저 좀비나 흡혈귀를 죽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후! 내가 이상하게 변한 건가?’
그간 온갖 끔찍한 괴물들과 싸우며 스스로 괴물처럼 되어버렸는 지도 모른다.
하긴 괴물보다 더한 괴물이 되지 않고서야 어떻게 괴물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면 오재석이나 조철현 등은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괴물을 건드린 것이었다.
-문이 열립니다.
재윤은 1401호쪽 복도와 연결된 승강기 앞에 선 후 14층을 눌렀다.
전기가 들어오니 승강기도 작동한다.
아무리봐도 좋은 곳이다.
난방과 냉방, 온수까지 다 갖춰진 깨끗한 아파트 안전 지대라니.
이런 기적과 같은 곳에서 생존자들끼리 상부상조하며 사이좋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재윤은 만약 부모님을 찾는다면 이런 안전 지대에 모시고 싶을 정도였다.
타탓―
승강기 버튼만 눌러놓고 재윤은 계단을 따라 바람처럼 뛰었다.
오재석이 어쩌면 지금 상황을 눈치채 대비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르니까.
따라서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는 척 페인트 모션을 취한 것이다.
사실 예전에 액션 영화에서 본 장면이었는데, 그것을 실제로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한편 재윤의 예상대로 오재석은 다른 각성자 2명과 함께 승강기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 놈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보통 놈이 아니야. 문이 열리는 순간을 노린다. 단 번에 숨통을 끊어버려야 해.”
“예, 형님. 흐흐, 염려마십시오.”
잠시 후 승강기 문이 열렸다.
그 순간 오재석을 제외한 2명의 각성자가 일제히 각자의 전투 능력을 펼쳤다.
거친 물결! 불의 진노!
쾅쾅! 콰직! 콰아아앙!
그러나 오재석은 날이 시퍼런 사시미 칼을 손에 쥔 채 조용히 대기했다.
그의 특성은 내성(C).
거기에 불괴(Lv3)라는 전투 능력을 얻었다.
막강한 방어력과 달리 공격 능력은 없지만, 그거야 괴물들과 싸울 때의 얘기일 뿐 사람을 상대로 할 때는 도살자나 마찬가지다.
다른 각성자들이 그를 두려워하는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푸확!
그러나 그의 그런 막강한 방어력도 번개처럼 날아든 화살 한 방에 무너졌다.
“크윽! 미친! 이, 이게 무슨!”
그는 자신의 심장 부근이 뻥 뚫린 것을 보며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계단 쪽에서 느닷없이 날아온 번개같은 공격!
그것은 물론 재윤이 날린 6단계 바람의 화살이었다.
쿠웅!
오재석이 쓰러졌다.
그러자 다른 두 각성자들이 칼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눈빛을 보니 살기가 가득했다.
역시나 사람을 죽여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자들.
“저 새끼 죽여!”
“크흐, 뱃가죽을 찢어버리겠다.”
그들은 전투 능력을 막 쓴 상태라 재사용 대기 시간 중이었다.
어쩔 수 없이 손에 쥔 무기를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파투스 무기가 아니지만 사람을 상대할 때는 유용한 무기들.
그러나 재윤에게는 가소로울 뿐이다.
휭휭! 퍽! 퍽!
급소를 노려 후려친 일격이라 단 한 방.
“크윽!”
“커어억!”
그렇게 재윤에 의해 안전 지대 『기적』의 각성자 12명 중 7명이 죽었다.
남은 각성자는 이제 5명.
조철현의 말에 의하면 그들은 오재석의 말을 듣지 않아 가둬둔 상태라고 했는데.
‘그들은 관리자가 알아서 풀어주겠지.’
오재석 일당이 죽은 이상 이경수는 이제 5명의 각성자들에게 의존해야할 테니까.
그나마 그들은 오재석과 같은 부류가 아니라니 다행이었다.
‘날이 밝는 대로 이곳을 떠나자.’
밤은 이제 막 시작됐다.
오재석 일당이 아무리 죽어마땅하다 해도 사람을 죽여놓고 다시 편하게 잠이 들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바람이나 쐴까?’
그는 곧바로 승강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온 후 밖으로 나왔다.
물론 안전 지대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다.
그냥 바람을 쐬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저, 강재윤 씨!”
잠시가 지났을 무렵.
누군가 그를 불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안전지대 관리자 이경수가 서 있었다.
“갑자기 거주자 7명이 명단에서 지워졌어요. 직접 보지 않았지만 저는 당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재윤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면 내가 죽었을 겁니다.”
“당신을 추궁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놈들은 죽어 마땅한 놈들입니다. 솔직히 말해 오늘 천벌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간 얼마나 당했는지 이경수는 온갖 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재윤은 그를 노려봤다.
“그렇게 당할 바엔 차라리 그들을 진작 쫓아내는 게 좋지 않았나요?”
안전 지대 관리자인 이경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오재석 등을 쫓아낼 수 있었다.
거주자 명단에서 제외시키면 되는 일이니까.
그럼 자연스레 보호막 밖으로 밀려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경수가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 잠시는 편하게 지낼 수 있겠죠. 하지만 그 다음은요? 방어 전투가 시작되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굴욕적이더라도 살아남는 방법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그놈들이 아무리 나쁜 놈들이라 해도 어쨌든 이곳을 지켜는 줄 수 있으니까요.”
그는 재윤 앞에 다가오며 말했다.
“그래서 부탁드립니다. 제발 이곳에 남아주십시오.”
재윤은 어이가 없었다.
순간 이경수가 무릎을 꿇었다.
“강재윤 씨! 저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은 오재석 일당을 단신으로 처치할 만큼 강한 건 확실합니다.”
“그래서? 설마 나보고 그들 대신 이곳을 지켜달라는 뜻인가요?”
“예.”
“다른 각성자들도 남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사람들 갇혀 있다고 했으니 빨리 풀어줘요.”
“이미 풀어줬고 지금 치료 중입니다. 하지만 그들만으로는 불가능해요. 전투 능력 각성자이긴 하지만 주로 보조 계열 쪽이라서요.”
이경수는 눈을 빛냈다.
“당신이 저를 괴롭혀도 좋고 막 대해도 좋습니다. 이곳에서 뭐든 하고 싶으신 것 다 하셔도 됩니다. 딱 한 가지만 빼고, 저는 뭐든 당신의 뜻대로 따를 테니 제발 이곳에 남아주십시오.”
그의 두 눈에서는 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
재윤은 저 심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 자신이 바로 저토록 필사적인 심정으로 살아남았으니까.
그런데 딱 한 가지만 빼고라고 말했다.
물론 재윤은 이곳에 남아 있을 생각은 없었다.
다만 자존심까지 내팽개치고 무릎까지 꿇으면서라도 애걸하는 이경수가 딱 하나는 안 된다고 말하는 그것이 뭔지 궁금하긴 했다.
“경수야, 제발 그만해.”
그때 들려오는 웬 여자의 음성.
“그분께 부담 드리지 마.”
“누나! 왜 나왔어?”
이경수가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재윤도 고개를 돌려 그녀를 봤다.
20대 초반쯤 되었을까?
단발에 늘씬한 몸매를 지닌 그녀는 그야말로 눈이 환해지도록 아름다운 미모였다.
“경수야, 그냥 우리끼리 잠시라도 평화롭게 있다가 죽게 되면 함께 죽자. 응? 엄마도 그걸 원하셔. 여기 남아있는 다른 사람들 의견도 비슷하고.”
“누나!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여기 있지 말고 어서 들어가 있어. 저 분하고는 내가 담판을 지을 테니까.”
그러고 보니 그녀는 이경수의 누나인 모양이었다.
재윤이 쳐다보고 있자 그녀는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더니 슬픈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 동생의 말은 그냥 못들은 것으로 해주세요. 이곳의 일은 저희들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안 돼요! 절대 안 됩니다!”
이경수가 달려와 재윤의 다리를 붙잡았다.
“제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무슨 부탁이든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하겠습니다. 딱 한 가지만 빼고요.”
재윤이 무심코 물었다.
“그 한 가지가 뭔데요?”
그러자 이경수는 두 눈에 힘을 주고 대답했다.
“우리 가족들만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그거면 됩니다. 만약 그것을 어기면 모두가 죽더라도 당신을 쫓아낼 겁니다. 그래서 인간말종 오재석도 이 조건만은 지켰습니다.”
“가족?”
“예. 엄마와 누나요.”
그 말을 들은 재윤은 뭔가 가슴이 뭉클했다.
무릎까지 꿇고서라도 지키려고 했던 것이 가족이었다니.
본인은 무시당하더라도 가족을 지키겠다는 그 뜻이 가상했다.
정말로 비굴하고 비겁하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니까.
그때 이경수의 누나 이나연이 재윤에게 다가와 말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경수의 말은 못들은 걸로 해주세요. 그리고 이건 오재석을 죽여주신 것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사례입니다. 그 나쁜 놈을 죽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사람 죽였다고 사례를 하겠다니!
왠지 기분이 묘했다.
오재석이 정말 나쁜 놈은 나쁜 놈이었던 모양이었다.
“받으세요.”
이나연이 내민 것은 자그만 잎사귀 하나.
“이게 뭐죠?”
그런데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재윤이 손에 쥔 순간 알림이 들려왔으니까.
[숲의 인도를 얻었습니다.]
* 숲의 인도
-분류 : 파투스 소모품
-등급 : 일반
-내구도 : 1/1
-설명 : 찾고자 하는 장소의 방향을 알려준다. 단, 최근 3일 이내 가봤던 장소에 한함.
-사용법 : 잎사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원하는 장소를 조용히 속삭인다.
-제작자 : 이나연
“오! 이건?”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아이템이었다.
설명대로라면 이 잎사귀만 있으면 재윤은 안전 지대 혜미로 가는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신기한 아이템이 있을 줄이야.
그런데 그것도 제작 아이템이었다.
제작자 이나연.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이 바로 그 연금술사 이나연 씨였습니까?”
재윤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묻자 이나연이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재료가 부족해 1회용밖에 만들지 못했지만, 그거면 당신이 원하는 장소를 찾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내가 이게 필요한 지 알았죠?”
“경수가 알려줬어요. 당신이 길을 잃은 것 같다고. 아무래도 그게 필요할 것 같아서요.”
연금술사가 이런 것도 만들 수 있다니.
그녀의 희소 가치는 무기 제작자인 이정숙 못지않았다.
만약 이 잎사귀 아이템을 대량으로 구할 수 있게 된다면 앞으로 숲에서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혹시 파투스 무기 수리도 가능합니까?”
“직접적으로는 불가능해요. 하지만 간접적으로는 가능하죠.”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가 직접 수리는 불가능하니까요. 다만 장비에 바르면 일정 내구도가 회복되는 수리 가루 같은 아이템을 만들 수는 있어요.”
그냥 바르기만 하면 내구도가 회복된다니.
그게 가능하다면 숲에서 무기 내구도가 떨어졌다고 걱정할 일은 없게 된다.
수리 가루를 잔뜩 챙겨서 가방에 넣어두면 되니까.
그리고 지금 재윤에게는 골프 스틱의 수리가 시급한 상황이긴 했다.
“그럼 그 수리 가루를 좀 얻을 수 있겠습니까?”
이나연이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불가능해요. 그건 괴물의 피가 있어야 제작이 가능한 거라서.”
“그럼 가능하겠네요.”
“네?”
“나에게 다른 건 몰라도 피는 좀 있어요.”
틀린 말은 아니다.
그에게 다른 건 몰라도 피는 좀 있다.
그것도 좀이 아니라 많이!
재윤은 인벤토리를 슥 살펴봤다.
【혈액병 인벤토리 46/100】
-비어있는 혈액병 7
-흡혈귀의 피(일반) 6
-흡혈귀의 피(희귀) 1
-크로거의 피(일반) 13
-크로거의 피(희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