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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27화 (27/200)

27화.  전술 파악의 위력 (2)

이민철은 날이 어둑해질 무렵에야 간신히 안전 지대에 도착했다.

갈 때는 두 시간 정도 소요되었고 한 방향으로 이동했었지만, 막상 돌아오려니 방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나 지형을 찍어둔 스마트폰이 재윤에게 있는 터라 이민철은 철저히 기억에 의존해야만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헤매게 되었다.

또한 그 와중에 크로거를 세 차례나 만나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탱커, 힐러, 딜러로 이루어진 최적의 조합인 터라 어렵지 않게 해치울 수 있었다.

덕분에 박은빛의 레벨이 한 단계 상승해 Lv4가 되었다.

“바로 저 집입니다. 저곳이 안전 지대이니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민철의 말에 박은빛과 윤현성의 표정에 안도감이 어렸다.

“날이 완전히 캄캄해지기 전에 도착해 천만다행이네요.”

그러나 박은빛은 뒤쪽을 돌아보며 다시 우려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 분은 아직 오시지 않네요. 어떻게 되셨을까요?”

“후!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

곧 뒤따라오겠다는 재윤이 여태껏 오지 않았다.

이민철도 그 때문에 걱정되어 수시로 뒤를 살피고 있었다.

7미터도 넘는 초대형 크로거를 혼자 유인해 어디론가 사라진 재윤.

거리가 멀어지자 파티창에서도 자동탈퇴되어 이민철이 파티장인 상태였다.

‘재윤이는 절대 쉽게 당할 녀석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옆에 있었으면 오히려 짐이 되었을 거야.’

이민철이 몇 번이고 돌아가 재윤과 합류하고 싶은 마음을 참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건 도움이 되기는커녕 자칫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안전 지대로 돌아오는데 전념했다.

이민철이 미소 지었다.

“재윤이는 곧 돌아올 겁니다. 그보다 두 분은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제가 안에 들어가 사정 설명을 해볼게요.”

“네.”

“부디 말씀 좀 잘 부탁드립니다.”

박은빛과 윤현성은 안전 지대 거주자가 아니다보니 보호막 안을 통과할 수 없었다.

한혜미가 그들을 거주자로 등록해줘야만 비로소 출입이 가능했다.

그리고 비록 한혜미가 관리자이긴 하지만 그런 걸 판단하는 건 그녀의 부모인 한태진과 이정숙이었다.

아직 미성년자인 한혜미는 그들의 뜻에 따를 뿐.

한태진과 이정숙은 흔쾌히 박은빛과 윤현성을 거주자로 받아들였다.

안전 지대를 지킬 수 있는 각성자 두 명이 새로 들어오는 것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 * *

그때 재윤은 근처로 접근하는 좀비들과 싸우고 있었다.

휘휭! 퍽퍽! 휭! 콰직!

“끄아아악!”

“크아악!”

골프 스틱이 바람을 가를 때마다 좀비들은 저항조차 못해보고 쓰러졌다.

[1코인을 얻었습니다.]

[1코인을 얻었습니다.]

·····

코인이야 그렇다치고 경험치 또한 크게 기대할 것이 없었다.

이는 재윤의 레벨이 높아서였다.

좀비들을 단순히 죽이는 것만으로 레벨을 올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따라서 재윤이 기대하는 것은 토벌 임무였다.

보상으로 들어오는 경험치가 상당히 많으니까.

‘좀비들이 계속 몰려왔으면 좋겠는데.’

숲에 음산한 어둠이 깔리고 나타난 좀비들을 보며 재윤이 반색한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좀비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좀비 토벌(C)】

-임무 수행 중 : 12/60

정신없이 해치우다보니 어느새 주변에 남아있는 좀비는 한 마리도 없었다.

‘고작 8마리?’

재윤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12마리 중 4마리는 지난 밤에 잡은 좀비들이었다.

지금 해치운 것은 8마리 뿐.

이런 식으로 언제 토벌 임무를 완수하고 레벨을 올릴 것인가?

지금 레벨에서 B급도 아닌 C급 토벌 임무라면 적어도 두 차례는 완수해야 레벨을 올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드롭템으로 최하급 생명력 물약 1병과 C급 토벌 임무서를 한 장 얻었다.

‘좀비가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보자.’

어차피 오늘 밤 잠자기는 틀렸다.

이곳은 언제 뭐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낯선 숲.

바위에 기대 눈을 붙인다고 잠이 올리도 만무했다.

‘잠이야 안전 지대로 돌아간 후에 푹 자면 되고, 오늘은 밤새 좀비 사냥을 하며 레벨을 올리는 거야.’

레벨이 오르면 소모된 파투스와 체력도 모두 회복되니까.

재윤은 조심스레 밤의 숲을 걸었다.

밤하늘엔 별빛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

그러나 어둠 저항 덕분에 해드랜턴을 켜지않고도 좀비가 나타나면 알아볼 수 있었다.

‘해드랜턴은 가능한 켜지 않는게 좋겠지.’

좀비들만 몰려오는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크로거들이 몰려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랜턴의 빛을 보고 크로거 군장 아르툼이 오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밤은 이제 시작이니 급할 거 없어. 천천히 뒤져보자.’

그러나 계속 숲을 뒤져도 좀비들은 그저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다.

“키키키!”

지금이 바로 그 순간.

허연 머리를 산발한 여자 좀비 하나가 핏빛의 눈알을 부라리며 다가왔다.

그야말로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꿈에서도 보기 싫은 소름끼치는 모습이지만 재윤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골프 스틱을 휘둘렀다.

“고작 너 하나냐?”

퍽!

“끄아아악!”

좀비의 머리가 터졌다.

[1코인을 얻었습니다.]

재윤은 무심한 눈빛으로 좀비의 사체를 밟고 지나갔다.

【좀비 토벌(C)】

-임무 수행 중 : 17/60

그런 식으로 다시 좀비 몇 마리를 해치웠을 무렵이었다.

‘어? 저기 건물이 있네?’

사실 건물이 있는 건 별로 특이할 것도 없었다.

숲 곳곳에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건물들이 도처에 숨어 있으니까.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것들도 있고 처참히 무너지거나 박살난 형태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건 좀 특이했다.

5층 건물의 맨 위만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고 그 아래는 수많은 줄기로 이루어진 거대 식물 형태.

피처럼 붉은 빛깔을 띠고 있는 그 식물은 보기만 해도 음산하게 느껴졌다.

‘저 건물은 또 뭐지?’

황당하지만 마치 저 식물이 건물을 통째로 집어 삼키다 만 것처럼 보였다.

하긴 황당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따지자면 이 기괴하게 변해버린 세상 자체가 더 황당할 테니까.

저보다 더한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이제는 그러려니 해야 한다.

촤아아악!

그때 갑자기 건물 아래 거대한 식물의 기둥 부근 일부가 뱀의 아가리처럼 위 아래로 쩍 벌어지더니 시커먼 공간이 드러났다.

동시에 그 공간 안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어둠 속에서 드러난 두 존재.

그들은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를 가진 남자와 여자였다.

남자는 매우 잘생겼고, 여자는 매우 예뻤다.

마치 꿈속에서나 볼 듯한 몽환적인 아름다움.

특히 여자는 몸매까지 완벽해 아이돌 스타를 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매력적인 미소를 흘리며 재윤을 향해 다가왔다.

“당신들은 누구?”

재윤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

저 괴상한 식물의 줄기에 숨어 있다가 튀어나온 자들이다.

좀비들과 달리 피부가 아주 멀쩡해 처음에는 살아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그게 아니었다.

다가온 여성으로부터 왠지 음산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역시 괴물인가?’

만약 그렇다면 좀비보다 훨씬 위험한 괴물일 수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의 웃는 입술 사이로 드러난 뾰족한 송곳니!

‘설마 흡혈귀?’

흡혈귀이건 아니면 다른 무엇이건 어쨌든 괴물인 것은 틀림없었다.

그런데 그것을 간파한 순간 다가오던 여자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동시에 재윤의 뒤쪽에서 나타나 달려들었다.

“키아아아아!”

입을 쩍 벌리며 재윤의 목덜미를 물려하는 순간 아름다웠던 여자의 얼굴은 귀신처럼 섬뜩하게 변해 있었다.

슥.

보통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기겁할 상황.

그러나 재윤은 놀라고만 있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몸을 옆으로 이동시켜 여자의 공격을 피했다.

휭!

동시에 그의 골프 스틱이 바람을 갈랐다.

팍!

“꺄아아악!”

여자의 정수리가 깨지며 피가 튀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사납게 재윤을 향해 달려들었다.

“젠장! 죽엇”

재윤은 뒤로 빠르게 물러나며 골프 스틱으로 여자의 머리와 허리를 연격했다.

퍽! 퍽!

“끄아악!”

여자가 쓰러졌다.

신음을 지르고 있을 뿐 아직 죽지는 않았다.

그러자 지켜보고 있던 남자가 움직였다.

“크카카카!”

그 역시 여자처럼 순간 이동을 하듯 번쩍 뒤쪽에 나타나 덤벼들었지만 재윤의 동작이 더 빨랐다.

푸확!

그는 이미 남자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미리 소환해둔 바람의 화살!

약점을 알 수 없어 그냥 머리를 노렸는데, 단 번에 남자의 머리가 퍽 터진 채로 몸체에서 사라졌다.

[7코인을 얻었습니다.]

[흡혈귀에 대한 E급 지식을 얻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흡혈귀였다.

* 흡혈귀

-획득 지식 등급 : E

-흡혈귀에게 주는 피해 5% 증가

-공포 저항 +2

‘공포 저항이라는 게 붙었네.’

좀비나 크로거의 지식을 얻었을 때에는 없던 효과였다.

그래서일까?

왠지 담력이 늘어난 것 같았다.

그는 이미 좀비나 흡혈귀 이런 것들을 보면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솔직히 그것들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공포 저항이 증가한 순간 실제로 안 무섭게 느껴졌다.

신기한 일이었다.

“크으으!”

그 사이 바닥에 쓰러져있던 여자 흡혈귀는 건물 쪽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그 기어가는 속도가 뱀처럼 빨라 순식간에 건물 입구에 도달했지만, 재윤이 그것을 멀뚱히 지켜보고 있을 리 없었다.

“어딜 도망가는 거냐?”

그는 훌쩍 달려가 도끼로 내려치듯 골프 스틱의 헤드로 여자의 머리를 연거푸 찍었다.

퍽! 퍽!

“꺄아아악!”

결국 머리가 부서진 여자 흡혈귀가 축 늘어졌다.

[5코인을 얻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흡혈귀들은 좀비나 크로거에 비해 코인을 많이 준다.

그만큼 강한 괴물들이어서일 것이다.

‘저 안에 또 있는 것 같은데?’

재윤은 뱀의 아가리처럼 쭉 찢어져 있는 건물의 입구를 노려봤다.

입구 안 어둠 속에서 시퍼런 안광을 번뜩이고 있는 존재들.

흡혈귀들이었다.

숫자는 10여 마리가 넘었다.

이 괴상한 건물은 흡혈귀 소굴이었던 것이다.

‘포위되면 안 돼.’

숫자가 적지 않다보니 섣불리 접근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흡혈귀들은 순간 이동 능력을 가지고 있어 도주해봤자 금세 쫓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포위될 터라 재윤이 불리했다.

천만다행인 건 흡혈귀들이 재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

재윤이 한 걸음 내딛자 흡혈귀들이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방금 전 재윤이 두 마리의 흡혈귀를 죽인 것이 그것들에게 두려움을 준 모양이었다.

‘기세로 밀어붙인다. 얕보이는 순간 내가 당할 수 있어.’

재윤은 이 흡혈귀 소굴을 정리하기로 했다.

어차피 달리 갈 데도 없고, 무엇보다 도주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한 상황이니 정면돌파 외에는 답이 없었다.

스윽!

재윤은 느릿하게 한 걸음씩 걸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덕분에 바람의 화살을 하나 소환할 시간을 벌었다.

곧바로 그것을 흡혈귀 중 가장 강해보이는 녀석을 향해 날렸다.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 흡혈귀.

푸확!

“카아아악!”

놈의 머리가 그대로 박살났다.

[8코인을 얻었습니다.]

6단계 바람의 화살이 주는 파괴력!

거대 크로거 군장 아르툼에게는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흡혈귀들 따위는 한 방이었다.

털썩!

그렇게 머리가 박살난 남자 흡혈귀가 맥없이 쓰러지자 다른 흡혈귀들이 놀라 흩어졌다.

재윤이 입구 쪽에 서 있다보니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건물 위층으로 달아났다.

물론 그 중에 몇은 재윤에게 달려들었지만 이미 기세가 꺾인 상태였다.

휘잉! 휘휭!

재윤은 골프 스틱을 빠르고 크게 휘둘러 놈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방어함과 동시에 한 놈씩 공격해나갔다.

퍽! 퍽!

“크아아악!”

아직 약점 파악이 불가능한 터라 골프 스틱으로는 네다섯 방은 후려쳐야 한놈을 처리할 수 있었다.

[6코인을 얻었습니다.]

[흡혈귀에 대한 지식이 E급에서 D급으로 상승합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흡혈귀를 해치우는 순간 지식 등급이 D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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