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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8화 (18/200)

18화.  강해지다 (1)

【좀비 토벌】

-임무 등급 : B

-자격 조건 : 좀비 지식 등급 B 이상.

-내용 : 좀비 120마리 처치, 제한 시간 없음.

-완수 보상 : 1800코인, 소정의 경험치, 중급 운명의 상자 1개

-가격 : 120코인

임무서를 펼치자 관련 설명이 나타났다.

‘미쳤다. 좀비를 120마리나 죽이라고?’

12마리를 처치하면 보상을 주는 D급에 비해 B급은 그 10배나 되는 좀비를 죽여야 했다.

그러나 보상을 보면 D급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코인만 따져본다고 해도  D급 열 번을 수행한 것보다 B급 하나가 훨씬 보상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상 경험치도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운명의 상자는 또 뭐야? 보물 상자 같은 건가?’

상자 안에 뭐가 들어 있을지 재윤은 왠지 기대가 되었다.

임무의 난이도가 있는 만큼 절대 허접한 아이템이 들어 있지는 않을 테니까.

‘당장 수락하자.’

어차피 보상이 별 볼일 없어도 무조건 수락하고 봐야 한다.

좀비는 이런 임무가 없어도 해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좀비에 대한 B등급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 이 임무를 수행할 자격이 있습니다.]

[현재 당신의 코인 잔액은 103입니다.]

[코인이 부족해 임무를 수락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코인이었다.

임무를 받는 것도 코인을 지불해야 하는데 17코인이 모자랐다.

다행히 좀비 17마리만 처치하면 얻을 수 있는 코인이었다.

‘금방 모을 수 있을 거야.’

재윤은 즉각 이민철을 포위하고 있는 좀비 3마리를 공격했다.

퍽! 퍼퍽!

이민철이 그것들의 주의를 끌고 있는 터라 그냥 가서 골프 스틱으로 약점을 후려치기만 하면 되니 편했다.

“끄아악!”

“꺄아아악!”

좀비 3마리가 순식간에 쓰러졌다.

긴장한 표정으로 좀비들의 공격에 버티던 이민철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렸다.

“으, 이거 맞고만 있으려니 답답해 죽겠다. 재윤이 너만 너무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무슨 말이야? 형이 좀비들의 주의를 끌어줘서 내가 편하게 잡을 수 있어.”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긴 하다만, 나도 뭔가 한 방을 날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재윤은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그 역시 골프 스틱을 얻기 전에는 비슷한 심정이었으니까.

물론 그나마 바람의 화살이라는 공격 능력이 있으니 이민철이 느끼는 답답함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형도 어서 쓸만한 무기가 하나 생겨야 할 텐데.”

“그러게 말이다.”

그 말을 하는 와중에도 재윤은 그 사이 몰려온 두 마리의 좀비를 향해 돌진해 그것들의 주의를 끌어 주었다.

“지금이다.”

“좋아!”

재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뒤따라가 좀비들을 쓰러뜨렸다.

그 순간 이민철의 표정이 환해졌다.

“우하하하! 레벨 업! 드디어 나 레벨 4 됐다, 재윤아!”

“오오! 축하해! 어서 근력을 올려.”

“흐흐, 그래야지.”

이민철의 초기 근력 스탯은 7.

레벨 4가 된 지금은 무려 10이었다.

강철의 가호는 근력이 높을수록 방어력이 증가하는 터라 그의 몸은 점점 더 단단해져 갔다.

“하긴 맞기만 하면 뭐 어때? 어쨌든 레벨만 올릴 수 있으면 된 거지.”

이민철은 자신에게 주어진 탱커로서의 운명에 충실하기로 마음 먹은 듯 다시 강철의 가호를 펼쳤다.

그런데 그때 계단을 타고 한지성이 빠르게 내려왔다.

“민철이 형! 여기요!”

그의 손에는 단단해 보이는 쇠망치가 하나 쥐여져 있었다.

그는 그것을 이민철에게 건넸다.

“웬 망치냐?”

“엄마가 형에게 이게 필요할 거라고 하셨어요. 새로 무기를 만들자마자 일단 형에게 드리는 겁니다.”

이민철이 그것을 손에 쥐는 순간 알림이 떴다.

[평범한 쇠망치를 얻었습니다.]

* 평범한 쇠망치

-등급 : 일반(★★)

-분류 : 파투스 무기

-내구도 80/80

-기본 공격력 : 1

-추가 공격력 : 1

-장착 제한 : 없음

-제작자 : 이정숙

곧바로 나타나는 설명 창을 살펴본 이민철의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오오! 이건?”

평범한 쇠망치라고 했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파투스 무기였으니까.

드디어 그에게도 괴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무기가 생긴 것이다.

다만 아쉽게도 일반 등급의 무기이다 보니 공격력이 낮았다.

기본 공격력 1에 추가 공격력 1.

도합 2의 데미지만 줄 수 있다는 뜻.

재윤도 그것을 보고는 아쉬워했다.

“추가 공력력에 근력이 붙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깝네.”

재윤의 골프 스틱은 희귀 등급의 무기 답게 추가 공격력에 근력과 민첩이 동시에 붙어 있었다.

따라서 근력과 민첩 스탯이 그대로 공격력에 반영이 되어 상당히 강력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민철의 손에 있는 쇠망치는 근력 스탯과 관계 없이 무조건 2의 피해만 줄 수 있었다.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공격력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퍽!

혹시나 싶어 망치로 좀비의 머리를 후려쳐본 이민철은 그러한 사실을 실감했다.

좀비의 머리가 깨지긴 했지만 그리 큰 타격을 주지 못했으니까.

본래 그의 힘이 반영되었다면 방금 전 망치 한 방에 좀비의 머리가 박살났어야 정상이었다.

“하하, 그래도 이거라도 어디야? 한 방에 안죽으면 죽을 때까지 때리면 되는 거지. 지성아, 고맙다. 여사님께도 고맙다고 전해드려라.”

퍽퍽! 퍽퍽퍽―

이민철은 좀비 하나를 붙잡고 미친 듯 망치로 후려갈겼다.

좀비가 사납게 반격해왔지만 그것을 무시한 채 망치로 수십 방을 후려치자.

“꾸어어억!”

좀비는 머리가 처참하게 함몰된 채로 쓰러졌다.

[1코인을 얻었습니다.]

이민철은 뿌듯하게 웃었다.

“재윤아, 봤냐? 나도 이제 좀비를 죽일 수 있다.”

“대박!”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다간 몇 놈만 죽여도 숨이 찰 것 같은데?”

좀비를 죽일 수는 있지만 무기의 공격력이 너무 약해 체력 소모가 너무 큰 것이 문제였다.

“형, 지금은 탱킹에 집중해 줘. 나중에 좋은 무기가 생기면 형도 충분히 혼자서 사냥이 가능해질 거야.”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다.”

그래도 망치가 아주 쓸모 없는 건 아니었다.

어쨌든 망치로 한 대 후려치면 아주 훌륭한 도발이 되기 때문이다.

이민철은 망치를 이용해 더욱 센스 있게 탱커로서의 능력을 발휘했다.

덕분에 파티 사냥 속도도 빨라졌다.

어느덧 17코인이 추가로 모이자 재윤은 즉각 B급 토벌 임무를 받았다.

[임무 【좀비 토벌(B)】이 수락되었습니다.]

[120코인이 지불되었습니다.]

[당신의 코인 잔액은 0입니다.]

코인 잔액 0.

듣고 있으니 꼭 통장 잔액 0원이라고 하는 것처럼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이번 임무만 완수하면 무려 1800코인을 얻을 수 있으니 코인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쿠아아아!”

“키키키!”

그 사이 또 좀비들이 몰려왔다.

토벌 임무 수행을 위해 120마리나 되는 좀비들을 처치해야 하는 재윤으로서는 반가운 일.

‘모조리 쓸어줄 테니 어서 와라.’

재윤은 바람의 화살과 골프 스틱을 적절히 활용해 좀비들을 쓰러뜨렸다.

* * *

끝도 없이 몰려올 것만 같았던 좀비들의 숫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뜸해졌다.

그런 식으로 새벽이 오고 날이 밝아지자 좀비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크로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크로거들의 숫자는 좀비들처럼 많지 않았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몰려오는 식이라 재윤과 이민철은 적당히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도 있었다.

그때는 한지성이 눈치껏 내려와 죽은 크로거들 사체에서 흘러나온 피를 페트병에 담아갔다.

어느덧 날이 저물자 다시 좀비들이 나타났고, 그렇게 자정이 될 때까지 좀비들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좀비 토벌(B)】

-임무 수행 중 : 69/120

그렇게 온종일 정신없이 괴물들을 해치우다보니 재윤의 레벨은 12까지 상승했고, 이민철 또한 레벨 8로 올랐다.

[안전 지대 혜미의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자정이 되는 순간 신비롭게 울리는 음성.

그것은 안전 지대 관리자인 한혜미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선명하게 들렸다.

“어? 끝났네.”

재윤은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웠다.

그가 받은 임무인 좀비 토벌(B)은 아직 완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민철은 환호하고 있었다.

“성공했다! 우리가 해낸 거야. 이건 기적이다. 재윤아! 다 네 덕분이야. 고생 많았다.”

“형이야말로 진짜 고생 많았어.”

“민철이 형! 재윤이 형! 형들 정말 대박이에요. 크흑!”

한지성은 감격스러운지 손등을 들어 눈물을 닦았다.

그 사이 친해진 한지성은 재윤을 형이라고 불렀다.

그의 나이가 재윤보다 두 살 아래다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다.

[안전 지대의 방어에 큰 공적을 세운 각성자 강재윤과 이민철에게 대량의 경험치와 코인이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그 순간 강재윤의 레벨이 13으로, 이민철의 레벨은 9로 각각 한 단계씩 올랐다.

“오! 레벨 업!”

“이건 기대 못했던 건데?”

생각지도 못한 보상이었다.

놀랍게도 레벨이 올랐을 뿐 아니라 코인까지 주어졌다.

[200코인을 얻었습니다.]

재윤에게 보상으로 들어온 코인은 무려 200.

이민철은 100코인을 받았다고 했다.

그 사이에도 알림은 계속 들려왔다.

[안전 지대 혜미가 1단계(★)에서 1단계(★★)로 발전합니다.]

[안전 지대의 수용 인원이 증가합니다.]

[안전 지대의 반경이 증가합니다.]

“오! 수용 인원이 늘었다고? 정말 잘됐다, 재윤아. 하하하.”

누구보다 반색하는 이는 이민철이었다.

그동안 딱 다섯 명뿐이던 안전 지대의 제한이 풀렸다.

이로써 재윤 또한 안전 지대에서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3층에서 마음을 졸인 채 대기하고 있던 한태진 등은 이게 꿈인가 했다.

“드디어 방어 전투가 끝난 거냐, 혜미야?”

“네. 끝났어요. 앞으로 한 달 동안 여긴 안전해요.”

한혜미는 금세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지금은 걱정이나 수심 때문이 아니라 너무 감격스러워서다.

‘이건 기적이야.’

【안전 지대 혜미】

-등급 : 1단계(★★)

-관리자 : 한혜미

-수용 인원 : 5/10

-지속 시간 : 30일.

[안전 지대 보호막이 다시 생성됩니다.]

[현재 안전 지대에 등록되지 않은 존재가 있습니다.]

[각성자 강재윤을 안전 지대 거주자로 합류시키겠습니까?]

[수용 가능 인원 5/10]

“예! 강재윤 님을 합류시켜 주세요.”

그녀는 주저없이 외쳤다.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각성자 강재윤이 안전 지대 거주자로 등록되었습니다.]

[수용 가능 인원 6/10]

그 순간 재윤에게도 알림이 떴다.

[안전 지대 혜미의 관리자 한혜미가 당신을 거주자로 등록했습니다.]

[이후 당신은 이곳 안전 지대에 거주할 수 있지만, 원하면 언제든 떠날 수 있습니다.]

“자네들 정말 고맙네. 고생 많았어.”

“이 은혜 잊지 않겠어요. 정말 뭐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곧바로 한태진과 이정숙, 한혜미가 계단을 뛰어 내려오며 외쳤다.

그들의 표정에는 안도와 감동이 가득했다.

“하하하! 이제 안심하십시오.”

이민철은 뿌듯해하며 웃었다.

재윤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났다.

안전 지대 방어에 성공한 것도 있지만 레벨이 올라 그만큼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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