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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생존-15화 (15/200)

15화.  득템하다 (2)

[잠시 후 안전 지대 방어 전투가 시작됩니다.]

곤히 잠을 자고 있던 한혜미는 돌연 깜짝 놀라 깨어났다.

‘이게 무슨 소리야? 방어 전투라니?’

잘못 들었나 했지만 아니었다.

안전 지대 관리자인 그녀만이 볼 수 있는 설명창이 떠 있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

그 설명을 읽어본 그녀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큰일났어요! 모두 일어나 보세요!”

3층에 있던 한혜미가 2층 거실로 내려와 소리치자 한태진과 이정숙이 무슨 일이냐며 방에서 나왔다.

“큰일이라고?”

“무슨 일이냐, 혜미야?”

한혜미가 울먹였다.

“조금 있으면 이 집이 괴물들의 공격을 받는대요.”

“그, 그게 무슨 소리냐? 여긴 안전 지대라서 괴물들이 들어올 수 없지 않으냐?”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알림이 떴어요. 잠시 후 자정부터 내일 자정까지 하루 동안 이 집을 지켜내지 않으면 안전 지대 자체가 사라져버린다고.”

“뭐? 그게 정말이니?”

한태진과 이정숙은 경악했다.

이 미쳐버린 세상에서 그나마 이곳은 괴물들로부터 안전한 곳이라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대체 이 밤 중에 무슨 난리에요?”

그 사이 1층에서 자고 있던 한지성도 놀라 2층 거실로 뛰어올라왔다.

그러다 한지성은 이 집이 잠시 후 방어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말에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어째요? 흑! 난 몰라. 우린 다 죽을 거야.”

한혜미는 금세라도 울 듯한 표정이었다.

올해 19살.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그녀는 운 좋게 이곳 안전 지대의 관리자가 되었을 뿐 전투 능력을 각성한 것이 아니다.

괴물이 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떠올리기만 해도 두려워 견딜 수가 없었다.

한태진이 한숨을 길게 내쉰 후 입을 열었다.

“진정하고 일단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걸 얘기해보거라. 그래야 우리가 어떤 식이든 대책을 세울 것 아니냐?”

이정숙도 끄덕였다.

“아빠 말이 맞아, 혜미야. 우리가 뭘 알아야 뭐든 대책을 세울 수 있어. 가망이 없다면 도망이라도 쳐야지. 아까만 해도 멀쩡하던 안전 지대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이니?”

그러자 한혜미가 울먹이며 대답했다.

“방어 전투가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안전 지대 효과는 사라져요.”

“그런 상황에서 이 집을 지켜내야 한다는 거야?”

“제가 하루 동안 이 집에서 나가지 않고 무사히 살아있으면 내일 자정이 지나는 순간 다시 안전 지대로 변한대요. 그런데 그것도 딱 한 달 뿐이라니. 그 이후에는 다시 방어 전투를 치러야 해요. 아, 진짜 미친 세상이야!”

한태진 등의 표정이 더욱 굳었다.

방어에 성공한다고 해서 안전 지대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니!

저 말대로라면 한 달 후에 또 다시 방어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한태진은 애써 미소를 보였다.

그는 가장이었다.

비록 운빨이 나빠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각성자가 되지 못했지만, 그래서 괴물 하나도 어쩌지 못할만큼 무력한 존재이지만, 여기서 그마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가족들이 모두 절망에 빠져 사태는 최악으로 치닫게 될 테니까.

“한 달 후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고 지금은 일단 내일을 어떻게 넘길지만 생각하자. 괴물이 쳐들어온다고 우리가 꼭 죽는다는 법은 없어. 어떻게든 정신만 바짝 차리면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다.”

그 말과 함께 그는 힐끗 고개를 돌려 한지성을 쳐다봤다.

“지성이 너는 어서 내려가서 민철이 좀 불러와.”

이민철의 방은 1층에 있었다.

“민철이 형 지금 없어요. 아까 잠깐 나갔다 온다고 했는데 아직 안 들어왔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이 밤중에 어딜 나가?”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잠깐 집 앞에서 바람 좀 쐬고 들어올 줄 알았는데 대체 어딜 간 건지.”

한지성의 대답에 한태진과 이정숙의 표정이 굳었다.

하필이면 이때 이민철이 자리를 비울 줄이야.

현재 이곳 안전 지대에서 이민철 외에는 전투 능력 각성자가 없다.

한혜미는 그저 안전 지대 관리자일 뿐이고, 이정숙은 제작 능력 외에는 평범한 인간과 다를 바 없다.

한태진과 한지성이 힘을 합쳐도 괴물 한 마리를 막아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

이 상태에서 안전 지대가 사라지고 전투가 시작되면 가족들이 몰살당하는 건 순식간이리라.

“민철 오빠 어쩌면 그 재윤이라는 사람을 찾으러 갔을 수도 있어요. 아까 제가 밖에 좀비들이 있다고 말했더니 표정이 영 좋지 않았거든요.”

한혜미의 말에 한태진이 탄식했다.

“친한 동생이라고 하더니 역시나 걱정이 되어서 나가본 건가?”

그간 그가 지켜봤던 이민철의 성격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우직하면서도 의리가 강한 성품이었으니까.

그래서 더더욱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쪽 상황이 어떨지 모르는 터라 이민철이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

이러다 잠시 후 자정이 되어 괴물들의 공격이 시작되면 생각조차 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이에 마음이 조급해진 한태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나가서 민철이를 찾아볼 테니 너무 염려들 하지마.”

그 말에 이정숙이 깜짝 놀랐다.

“괴물들이 득실거린다는데 어딜 나간다는 거죠?”

“그렇다고 아무 대책도 없이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겠소? 어떻게든 민철이를 찾아봐야지. 혹시 그 재윤이라는 청년도 함께 올 수 있다면 좋을 테고.”

“그러지 말고 그냥 여기 남아요. 여보, 우리 죽어도 함께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요, 제발!”

“지금 밖에는 좀비들 천지예요! 그냥 우리랑 같이 있어요, 아빠!”

아내 이정숙과 딸 한혜미가 애원하듯 말렸지만 한태진의 표정은 비장했다.

물론 그도 나가면 죽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는 죽을 각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죽더라도 가족들은 살려야 한다.’

그의 마음에는 오직 이민철을 반드시 찾아 안전 지대의 방어를 부탁하겠다는 일념 뿐이었다.

곧바로 그는 아들 한지성을 쳐다봤다.

엄마와 혜미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려 했지만.

“잠깐만요! 아버지께서 이곳에 계세요. 민철이 형은 제가 찾아볼게요.”

한지성이 랜턴과 각목을 양손에 각각 쥐고는 밖으로 미친 듯 뛰어나갔다.

“이놈아! 안 돼!”

“지성아!”

“오빠! 어디 가?”

한태진 등이 깜짝 놀라 잡으려 했지만 한지성은 이미 나간 후였다.

“하하, 염려 마세요. 민철이 형을 꼭 찾아서 돌아올게요.”

어둠 속에서 그가 씩씩하게 외치는 음성이 이내 멀어져갔다.

* * *

한편 그때 재윤은 이민철로부터 막 골프 스틱을 건네받은 터였다.

* 희귀한 크로거 골프 스틱

-등급 : 희귀(★)

-분류 : 파투스 무기

-내구도 100/100

-기본 공격력 : 1

-추가 공격력 : 근력 + 민첩

-약점 강타시 높은 확률로 대상에게 스턴 효과를 줌.

-장착 제한 : 근력 3, 민첩 8

-제작자 : 이정숙

골프 스틱을 손에 쥐자 곧바로 설명 창이 뜨며 성능을 볼 수 있었다.

기본 공격력은 1이지만, 근력과 민첩 스탯만큼 추가 공격력이 있어 재윤의 경우 한 번 타격에 16포인트의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약점 강타시 스턴 효과라니!

지식 획득 덕분에 좀비와 크로거의 약점을 볼 수 있는 재윤에게 있어서 이 무기는 마치 전설의 명검이나 다를 바 없는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대박!’

진짜 대박이었다.

무엇보다 바람의 화살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괴물들을 해치울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 가슴을 벅차게 했다.

즉, 더 이상 파투스가 소진되는 것에 지금처럼 마음을 졸일 필요가 없었다.

유사시 이 무기로 괴물들을 해치워 레벨을 올릴 수 있게 됐으니까.

“이거 정말 나에게 주는 거야?”

“내가 담판을 지었다. 그 무기를 너에게 주자고. 어떠냐? 고맙지?”

“하하, 당연히 고맙지.”

“많이 고마워해라. 이거 들고 너 찾아오느라 죽는 줄 알았으니까. 아이고! 아직도 숨이 차 죽겠다.”

재윤은 믿기지 않았다.

한태진의 부인 이정숙이 제작 능력 각성자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런 대단한 무기를 제작할 줄이야.

“근데 무슨 담판을 지었기에 이걸 내게 줬어?”

재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정숙이 이 무기를 기꺼이 내줬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당장 쓸 수 없다고 해도 희귀 속성의 무기였기 때문이다.

뭔가 조건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이민철이 다급히 재윤의 뒤를 랜턴으로 비추며 대답했다.

“별거 없고 그냥 괴물 잡는 것 좀 도와주면 돼. 근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니 뒤에 좀비 온다.”

“알고 있어.”

재윤은 씩 웃었다.

그는 이미 뒤쪽으로 접근하는 좀비들의 기척을 느끼고 있었다.

잠시 멈춰서 이민철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좀비들이 금세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재윤의 손에는 희귀 등급의 파투스 무기가 쥐여진 상태다.

‘그렇지 않아도 이 무기의 위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는데 잘됐네.’

“키키!”

그때 곧바로 피부가 썩어버린 건장한 체구의 남자 좀비가 키득거리며 재윤을 붙잡으려 했다.

퍽!

그 순간 재윤의 몸이 튕기듯 회전함과 동시에 골프 스틱이 좀비의 오른쪽 가슴을 강타했다.

“꾸윽!”

좀비의 가슴이 터지며 검붉은 피가 촥 튀어나왔다.

‘역시!’

본래라면 골프 스틱이 아니라 도끼를 휘둘러도 좀비의 몸에 아무런 상처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파투스 무기로 바뀐 골프 스틱은 달랐다.

단번에 좀비의 불가사의한 방어력을 뚫고 적지않은 부상을 입혔다.

특히나 재윤이 노린 곳은 좀비의 약점.

그는 경황 중이었지만 푸르게 빛나는 부위를 정확히 타격했다.

약점 공격으로 인한 치명타 발생!

높은 확률의 스턴 효과 발동!

가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좀비가 스턴 상태에 빠져 비틀거렸다.

재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골프 스틱이 번개처럼 다시 어둠을 갈랐다.

휘잉! 퍽!

그것이 끝이었다.

[1코인을 얻었습니다.]

가슴 일부가 부서져버린 좀비는 그대로 주저앉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을 본 이민철이 탄성을 질렀다.

“오오!”

아무리 파투스 무기라지만 저 정도로 강한 위력을 낼 줄이야.

무엇보다 재윤이 골프 스틱을 휘두르는 솜씨가 심상치 않았다.

이민철은 사실 재윤의 골프 스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보지 못했다.

그저 좀비의 가슴이 퍽퍽 터져나가는 것만 보였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재윤이 검도 실력이 저 정도였나?’

하지만 단순히 검도 실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방금 전 좀비의 공격을 피하던 재윤의 스텝과 몸놀림은 가히 바람과 같았으니까.

분야는 다르지만 이민철 또한 운동하면 어디 가서 뒤지지 않았다.

그는 단 번에 재윤의 실력이 범상치 않다는 걸 알아봤다.

웬만한 검도 고수라 해도 저처럼 사기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혹시 그 민첩 스탯의 위력 때문인가?’

그런데 재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 사이 그는 골프 스틱을 머리 위로 올려 상단세 자세를 취한 후 근접한 두 마리의 좀비를 향해 돌진했다.

왼쪽 좀비는 이마! 오른 쪽 좀비는 좌측 허리!

푸르게 번쩍이는 약점 부위들!

이민철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재윤의 눈에는 그곳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휘휘잉! 퍽! 퍽!

좀비 두 마리가 비틀거리다 맥없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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